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즐거웠던 팔봉산에서의 하루

맨발나그네 2011. 12. 21. 21:14

 

즐거웠던 팔봉산에서의 하루

 

 

● 산 행 지 : 팔봉산(361.5m, 충남 서산 팔봉면)

● 산행일시 : 2011년 12월 18일 (日)

● 누 구 랑 : 수원 신현대산악회

● 산행코스 : 팔봉산가든 - (1봉 생략) - 2봉 - 3봉 - 4봉 - 5봉 - 6봉 - 7봉 - (8봉 생략) - 어송리주차장

● 사진은 ? : 따스한마음, 소니김

 

 

 

 

 

 

오늘도 조강지처 광교산을 옆에 두고 떠난다.

조강지처 광교샨은 자기에게 오지않고 딴 여인(山)을 만나기 위해 떠나가는 나에게 눈을 흘기지만 모른척하고 떠난다.

며칠간 이어진 이런 저런 모임의 후유증이 아침 기상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오래간만에 그녀 팔봉산과 운우지정을 나누기 위해 나선다.

팔봉산과 만남은 벌써 몇번째 이어졌으니 꽃잠자리(신랑신부의 첫날밤을 일컫는 순우리말)의 가슴 두근거림과 떨림으로 나온다는 도파민의 분비는 줄었겠지만, 묵은지 사랑에서만 나온다는 옥시토신의 분비는 가속화되어 나의 뇌속 1,000억개의 뇌세포를 흔들어 놓을 것이 분명하기에 추운 겨울 아침 겨우 눈비비고 일어나 그녀와 데이트를 위해 떠난다.

우리의 뇌속 '미상핵'에서 사랑을 시작하면 쾌감과 흥분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인 러브칵테일'도파민'이 분비되게 되는데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면 눈은 반짝이고, 입술에 미소가 가득하며, 뺨은 홍조로 붉어진다고 한다.

아마 처음 팔봉산과의 운우지정에서 나의 모습도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팔봉산과는 여러번째 만남이니 도파민의 분비는 기대할 수 없고,‘옥시토신’정도는 분비될 것이니 그냥 그 정도로 만족하는 수 밖에 없다.

옥시토신이 연인들에게 ‘나는 당신 것이고, 당신은 나의 것이다’라는 친밀감을 느끼게 해,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신비의 작용을 한다니 말이다.

 

 

 

바부탱이님의 설명이 아니드라도 충남 서산 팔봉산(八峰山)은 높이래 봤자 361.5m여서 등산로가 단순하다.

그러나 군무를 즐기는 듯 솟구친 암봉과 암릉은 아름답기 그지 없기에 오늘도 많은 인파가 그녀와의 데이트를 위해 몰려 들었다.

 

 

 

함께한 따스한마음, 진도개, 아름다운, 셀리, 좋은생각님등과 즐겁게 오르다 보니 팔봉산 장승님네들이 정겹게 맞아준다.

한 30여분 올랐을까. 네 갈래 안부에 올라선다.

바부탱이님은 1봉에 올라 싸인을 받아 오지 않으면 점심을 안줄거라고 농을 치지만, 그동안 몇번 들렀던 곳이니 생략하고 2봉이 있는 오른쪽으로 향한다.

룻거스대 인류학자 헬렌피셔는 사랑은 분명히 세월 속에서 시들어 간다고 말한다.

아마도 내가 처음으로 그녀 팔봉산의 품에 안겼다면 분명 제1봉을 지나칠 리 없겠지만 그녀와는 벌써 여러번 째 사랑을 나누는 사이이니 대충일 수 밖에 없다보다...ㅎㅎㅎ

 

 

 

철 계단길 붐비는 사람들 틈에 끼어 2봉에 올라서서 오던 길쪽으로 되돌아 보니 서해의 태안반도 가로림만 일대가 쫘악 펼쳐져 우리를 맞는다.

그곳에서 1봉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람들을 보며 1봉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정상인 3봉을 오르는 길 역시 많은 사람들 속에 철 계단을 올라야 한다.

벼랑사이로 통천문이 있어 재미를 더하건만 사람들은 편한 철계단 쪽이 대다수다. 

그곳 3봉 아래에서 잠시 쉼을 가진후 3봉을 생략한채 길을 재촉한다.

핑계야 3봉에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지만, 만약 팔봉산과의 꽃잠자리였어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입가에 절로 웃음이 맺힌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열정에 들떠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던 꽃잠자리 보다는 사랑하는 그녀 팔봉산을 경험하고 알아가는 여유있는 오래된 사랑이 행복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하니 또다른 팔봉산의 매력에 행복할 뿐이다.

3봉아래 안부에서 잠시 4봉쪽으로의 길을 멈추고 운암사터 쪽으로 방향을 틀어 간식 먹을 자리를 찾는다.

 

 

 

아무데서나 먹어도 될 간식을 명당자리인 제단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아야된다니 이 또한 산을 찾을 때의 즐거움이리라.

점심으로 통돼지가 준비되었다고 하는데 각자의 배낭에서 쏟아져 나온 간식거리는 부페 수준이다.

홍어, 과일, 삶은 달걀, 막걸리 등등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고, 마침 (사)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서산지회 지회장님과 서산분들 몇분이 명당자리인 이곳에서 우리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가로리만에서 낚시로 잡았다는 쭈꾸미볶음을 마련하는 바람에 함께 어울리느라 시간이 지체된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이야기꽃을 피우며 반야탕을 즐기다 보니 그럴 수 밖에...

한 30여분을 즐겼으니 이제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걷는 일만 남았다.

그렇게 8봉 오르는 일 조차 생략하며 날머리인 어송리에 도착하니 벌써 통돼지는 숯불위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아닐 수 없다.

오늘도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천국을 맛 본 그런 날이다.

 

 

(합성사진으로 즐긴 팔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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