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2011년 새해 일출을 토함산에서 보다

맨발나그네 2011. 1. 4. 07:02
 

1) 2009년 광교산에서의 해맞이( http://blog.daum.net/yooyh54/43)

2) 2011년 경주 토함산에서의 해맞이( http://blog.daum.net/yooyh54/342)

3) 2013년 울산 대왕암에서의 해맞이( http://blog.daum.net/yooyh54/458)

4) 2015년 영일에서의 해맞이( http://blog.daum.net/yooyh54/576)

 

2011년 새해 일출을 토함산에서 보다

 

 

● 산 행 지 : 경주 토함산 (764.9m)

● 산행일시 : 2011년 1월 1일 (토)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석굴암입구>토함산>석굴암입구>경주의 이곳저곳>대왕암>감포항

● 사진은 ? : 일출사진=정겨운님, 그외사진=따스한마음님, 풍류님

 

또 한해가 저문다.

낡은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며 새로 돋는 해를 맞기위해 여정을 만들어 본다.

어느 뉴스매체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1년 '새해 해돋이 보러 가고 싶은 장소'에는 정동진이 압도적 1위로 52%이고, 다음이 청동조각상인 '상생의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로 해가 솟아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는 '포항 호미곶'이 2위이며, '제주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이 그 다음이라 한다.

이외에도 전국에는 이름난 해돋이 명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해는 명소에만 뜨고 지는 것이 아니다.

북적대는 명소보다는 어린날 뛰어놀던 고향동네 뒷산이거나, 젊은날의 추억이 서린 곳으로의 떠남도 괜찮을 듯 싶다.

거의 매년 새해 아침을 나의 조강지처 광교산과 함께하곤 했는데 올해는 산7000산악회가 특별히 마련한 토함산 해돋이에 한자리 끼어 본다.

또다른 조사에서 '2011년 새해 해돋이 보러 함께 가고픈 사람'을 묻는 질문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75%로 가장 많았고, '소중한 가족(24%)', '고마우신 부모님(4%)', '친구나 친척(1%)'순이었다고 하는데, 나야 그냥 사랑하는 연인 토함산과 함께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보다.

토함산은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다.

토함산(吐含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데는 두가지 설이 전해 온다고 한다.

하나는 동해바다와 가까이 있어 자주 발생하는 안개와 구름을 삼키고 토하는 산이라는 설과 또하나는 신라 4대왕인 탈해왕의 이름에서 연유됐다는 설이라고 한다.

동해에서 햇살이 가장 먼저 와 닿는 곳에서 바다로 부터 올라오는 구름과 안개를 토하고(吐) 머금(含)어 항상 신령스러운 곳이 토함산인 것이다.

 

 

 

 

 

그 토함산에서의 일출!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보고픈 모습이다.

하긴 많은 사람들이 어린시절 수학여행을 통해 석굴암에서의 일출을 보았을 것이고, 또다른 기회에 석굴암이나 토함산에서의 일출을 보았을테니 새삼스럽지 않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2년전 가을 토함산에 들렸을 때에도 토함산의 일출을 못봄이 못내 아쉬웠었고, 언제나 불국(佛國)을 품은 토함산에서의 일출은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 토함산에서의 일출을 40여년만에, 그것도 새해 아침에 다시 대할 것을 생각하니 떠나기 전부터 흥분되고 기대되기도 했지만, 일기예보상 눈올 확률 60%와 강추위는 나로 하여금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새벽 4시에 경주에 도착해서는 가격에 비해 형편없는 떡국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다시 석굴암 주차장으로 향한다.

토함산은 원래 산행을 해야 제맛이라고 하는데 살을에는 듯한 겨울 찬바람은 우리를 버스에 실려 석굴암 주차장으로 향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山友님인 초롱이님과 해를 기다리며 한 컷

 

 

 

 

어째거나 새벽공기를 가르며 나선 길은 차가운 날씨에 겹겹히 껴입은 옷 때문에 비든하지만, 초승달을 벗삼아, 랜턴을 친구삼아 꾸불꾸불 신라 천년의 혼이 깃든 산길을 걷는다.

비록 추위 때문에 맨발은 아니지만, 송창식님의 토함산 노랫말처럼 몸뚱이 하나 발바닥 둘을 천년의 두께로 떠바치고 산산이 가루져 공중에 흩어진 아침에 한 발 두 발 걸어서 오르는 길은 천년의 숨결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진다.

그렇게 천년전 불국의 신라인이 되어 토함산 정상에 오른 시간이 6시40분쯤 되었을라나.

해뜨는 예정시간이 7시30분경이라니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사람들은 추위를 잊어 볼 량으로 떠들며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도 시간은 갈줄 모른다.

거기다 동해바다 수평선위로 깔린 구름은 해가 제대로 뜰 수나 있을런지 걱정들 하지만, 어제도 그제도 뜬 해가 오늘이라고 뜨지 않을리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수는 있을런지 모르지만...

 

 

 

 

 

 

 

 

 

 

그렇게 한참을 많은 인파 속에 어디에 서서 해뜸을 감상할까 하며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자리를 잡다보니 어느새 동쪽 하늘위가 밝아지기 시작하며 해돋이 기운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모두들 눈을 떼지 않고 동해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한참을 뜸들인 후에는 안개와 구름과 함께 연출해 내는 변화무쌍한 신비가 눈앞에 닥아온다.

수평선 구름 사이로 붉은 빛이 더 붉어지며, 그 주변으로 구름이 형롱한 무늬를 깔아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동안 이런 저런 해돋이를 보아 왔건만 토함산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왠지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쳐난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모두들 경건한 자세로 떠오르는 해님을 맞는다.

그리고 두손을 모으고 각자의 소원을 빈다.

마음속에 품은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소망을 가슴속에 담아 본다.

그렇게 한참을 하늘이 내준 해돋이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려 할 때 누군가가 애국가를 부르자고 제안하고,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여 큰 소리로 애국가를 함께 부른다.

토함산 정상에서의 해돋이를 하면서 속세의 잡념은 사라지고, 올해는 저절로 운수대통 할 것이라는 망상에 젖어본다.

2011년 토함산에서 내일의 희망을 떠오르는 해와 함께 가슴에 담을 수 있어 가슴 뿌듣하고 행운이다.

해돋이 후 내려오는 길은 오를 적보다 더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사정없이 뺨을 후려쳐 혹시 코는 제대로 붙어있나 확인을 해야했지만, 마음만은 날아갈 듯하고 행복하다.

 

 

 

 

 

 

 

돌아오는 길 땡땡얼은 추위속에서도 불국사, 감은사를 거쳐 대왕암에 이른다.

대왕암앞에 서서 '죽어 동해의 용이 되어 왜의 침입을 막겠다'며 뼈를 묻은 문무왕의 역사성보다는 겨울바다의 낭만에 즐거워한다.

 

 

 

 

 

 

 

감포항에서는 집채만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파도가 포말을 그리며 우리에게로 달려온다.

그곳 겨울바다를 배경삼아 싱싱한 막회에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이란다) 한잔을 걸치니 다시 지혜가 샘솟는 신라인의 예술성이 숨막히게 엄습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