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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라, 맨발을 즐겨라(문화일보 신세미기자 )

맨발나그네 2011. 5. 26. 10:46

 

벗어라, 맨발을 즐겨라

문화일보 | 신세미기자 | 입력 2011.05.20 15:31

 

 

신발이 내몸을 망친다 / 다이엘 호웰 지음, 성기홍 옮김 / 청림life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의 산림욕장에는 등산화를 벗고 평평하게 정리된 흙길을 걸을 수 있는 맨발 코스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그렇지만 실생활에선 맨발의 등산애호가가 튀는 기인으로 TV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등, 맨발이란 일상에서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다. 실내서도 양말을 신은 채 맨발을 드러내지 않다보니, 도심서 맨발에 Y자 끈의 조리샌들을 신고 다니는 모습조차 지나치게 편해 보인다.

어린 시절 흙마당에서 맨발로 뛰어놀던 중장년과 달리 현대 도시인들은 피서지 물속에서도 물신발을 챙겨 신을 정도로 좀처럼 맨발 체험의 기회를 갖기 어렵다. 맨발로 걷다니, 비위생적이고 다칠 위험이 있다며 금기시된다. 정장차림의 공식모임은 말할 것도 없고, 집 주변이라도 맨발로 다니다간 이웃에게 비문화적이거나 무례한 사람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맨발로 걷고 뛰기만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도 없다며 맨발 체험을 일깨운다. 맨발에 대한 터부, 신발에 대한 과신이 발건강, 크게는 심신을 상하게 만든다며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을 즐겨 보라"고 조언한다.

신발이 발을 보호하며 특히 운동할 때는 꼭 신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저자는 미국 리버티대 생물학과 부교수다. 인간해부학, 생리학 등을 강의하는 그는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맨발로 지내자며 맨발걷기여행모임을 이끌고 있는 맨발옹호론자다. 현대 도시생활에선 신발 없이 지내기가 불가능하게 여겨질 정도지만 그는 발이 튼튼하고 여러 상황에서 적응력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한다. 발 보호차원에서 신발을 찾기보다 건강을 위해서도 틈틈이 맨발로 걸으며 자연을 느껴보라는 이야기다.

저자는 신발이 발의 모양을 변화시키며, 발의 기능을 역행시키는 부자연스러운 장치라고 지적한다. 신발 디자인이 기능보다 미감에 지우쳐, 발이 신발 모양대로 기형화하고 있다는 것. 신발 중독이란 기현상이 확산되면서 일부 여성은 발볼을 좁게 하거나 발가락을 짧게 하는 수술까지 받는등, 신발이 발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발을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발이 발의 정상적인 구부림과 비틀림 등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발을 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신발을 발의 깁스로 표현한다. 엄지발가락이 틀어지는 무지외반증, 꽉 막힌 습기 찬 신발 내부서 번지는 무좀부터 골반 무릎 허리 통증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맨발 생활을 통해 평온하고 단순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됐다는 등 '신발을 벗고 난 뒤 행복해진 사람'들의 체험담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 맨발 생활의 실천 노하우로 '천천히 시작하라''집안을 맨발로 다니는 지역으로 만들어라''앉아있는 동안은 신발을 벗으라''가벼운 활동을 할 때는 신발을 피하라'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원 딸린 주택보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서 살아 흙을 접할 기회가 드문 한국의 도시인으로선 자연속 맨발 체험이란 평소보다 주말이나 휴가 때 마음먹고 시도해봄직한 일상의 일탈행위처럼 느껴진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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