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푸른나무 맨발산악회원들과 맨발로 걸은 광교산

맨발나그네 2011. 5. 30. 20:07

푸른나무 맨발산악회원들과 맨발로 걸은 광교산

 

산 행 지 : 광교산 형제봉( 경기 수원시 448m   )

● 산행일시 : 2011년 5월 29일 (日)               

● 누 구 랑 : 푸른나무 맨발산악회 회원들이랑

● 산행코스 : 반딧불이 화장실-새천년약수터-형제봉-백련수약수터-문암골

                  -반딧불이화장실-화성 장안문~화홍문구간

● 사진촬영 : 아드반님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천국을 맛보기 위해 오늘도 한무리의 사람들이 모였으니 그 이

름 '푸른나무 맨발 산악회'이다.

내가 이들을 만난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처음 만날 때부터 처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친구들이

다.

이들을 나의 조강치처 광교산으로 초대를 했다.

 

 

 

 

광교산 입구 반딧불이화장실 근처 광장에서  산행교육도 받고 준비 운동을 마치고 모두가 맨발이

 된다.

모두들 맨발걷기로 효과를 보았거나, 맨발로 걸으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시작한 맨발걷기이

지만 이제는 그 자체를 즐기는 마니아들이다.

모두 맨발바이러스에 중독되어 벗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이다.

 

 

 

하긴 태초에 인류는 모두 맨발이었다.

그후 신발이라는 것이 생겨 발을 감싸게 된게 기원전 2천년이라고 기록되어 전해진다고 한다.

신발의 초기 형태인 샌들(Sandal)의 어원이 그리스어로 널판지를 뜻하는 산달리온(Sandalion)에

서 온 것을 보더라도 우리 인류가 신발을 신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뉴욕 스토니브룩스대학의 월리엄 런거스 교수는 "인류가 직립 보행을 한 역사가 수백만 년이나 되

지만 이 가운데 99%는 신발 없이 살았다. 인류의 발은 약 약 200만 전 사냥감을 쫓으면서 장시간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라고 말한다.

미국 리버티대 생물학과 부교수이며 인간해부학, 생리학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많은 시간을 맨발

로 지내자며 맨발걷기여행 모임을 이끌고 있는 맨발옹호론자인 다이엘 호웰은 그의 저서 <신발이

 내몸을 망친다>에서 신발이 발의 모양을 변화시키며, 발의 기능을 역행시키는 부자연스러운 장

치라고 지적하고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을 즐겨 보라"고 조언한다.

이 저자는 신발 디자인이 미감에 치우쳐 발이 신발 모양대로 기형화하고 있어 신발이 발을 보호하

는 차원에서 벗어나 발을 망가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발을 신고 걷든 타고난 맨발로 걷든 걷기는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천국을 맛보는

 일'임에 틀림없다.

독일 작가인 '크니케'는 그의 저서 <인간과의 교제에 관하여>에서

"걷는 것이 확실히 여행하는 가장 편안한 방법이다.

걸어가면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의식하지 못한채 모든 종류의 사람들과 섞일 수 있다.

그리고 걷지 않으면 체험하지 못할 것들을 관찰할 수가 있다.

걸으면 구속감을 느끼지 않는다.

가장 좋은 날씨와 가장 아름다운 길을 선택 할 수 있다.

원할 때면 어느 곳에서도 멈출 수 있고, 돌아 올 수도 있다.

걸으면 육체가 튼튼해 진다.

옷을 간편하게 입어도 되고 차의 덜컹거림에 고통을 받을 필요도 없다.

식욕이 생기고 잠이 잘 온다.

그리고 피곤과 배고픔 때문에 어떤 음식이나 자리에도 쉽게 만족한다."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도 오늘 작가가 말한 모든 것을 체험한 하루였다.

 

 

내게 있어 광교산은 종교이자 평생의 반려자인 조강지처이다.

그녀 광교산은 어릴적 응석부리던 나를 안아주던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고, 언젠가 꿈속에서 안

아 보았던 절세 미인의 품안처럼 따듯하다.

그런 그녀의 품에 나 혼자가 아니라 한꺼번에 열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덤벼들었으니 놀

라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청명한 날씨 만큼이나 즐겁고 상쾌한 길이다.

 

 

 

오늘도 광교산 형제봉에 오르는 동안 오르 내림을 계속하며 정상으로 향한다.

우리네 삶을 이어가는 인생길도 이와 같아 헤르만 헤세는 "인생의 길이란 급히 가건 느리게 가건

 앞길에 허다한 길이 있고, 재물은 악한 방법으로 모으던 좋은 방법으로 모으던 죽음에 이르러서는

 결국 빈 것이 되고 만다"라고 말한다.

우리네 인생길은 정말 산길과 닮은 점이 많다.

숨가쁘게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내리막도 나오고, 그저 그런 밋밋하고 평탄한 길이 계속되기도 한

다.

인생길의 오르막길에서 보자면 자기 인생의 가장 황금기이며 계속 될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내

리막길로 접어들어 죽을 듯 힘들고 아파하기도 한다.

하긴 이곳이 정상인가 싶었는데 앞을 보니 더 높은 곳이 있어 죽기 기를 쓰고 올라야 하는 경우도,

 이곳이 내리막길의 끝인양 싶었는데 조그만 둔덕 밑으로 숨어있는 더 깊은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인생길이 되었건 산길이 되었건 가끔씩 접하게 되기도 한다.

내게 있어서도 내가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아본

 젊은 날도 있었지만, 그 모두가 허세이고 일장춘몽이 아니었던가?

이제 남은 인생길에 만나는 모두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고 싶다.

사랑은 너무 꽉 쥐고 있으면 가장 빨리 잃게되고, 남에게 사랑을 퍼 주는 것이 사랑을 얻는 가장 빠

른 길이라고 한다.

산이 주는 교훈을 항상 머리에 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남은 인생길을 살아가고 싶다.

 

 

.

나의 삶에서 산과의 만남은 큰 행복이다.

나의 가슴에 새겨긴 산들의 흔적을 되씹으며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보배로운 것이

 산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산을 만나러 떠나는 길은 항상 즐거움이다.

조강지처 광교산이 되었건 나의 연인들인 만산(萬山)이 되었건....

그저 묵묵히 나를 반겨주는 산의 매력적인 모습에 난 항상 반해 버린다.

이러저런 어려움에 처한 인생길 굽이마다, 그리움이 사무쳐 몸 둘바를 몰라 방황 할 때도, 항상 자

상한 미소로 날 반겨준 건 산이었다.

이 지상에서 내가 만난 가장 탁월하고 행복한 선택은 바로 산이었다.

내 마지막 숨을 몰아 쉴 때까지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할 존재, 바로 산이다.

 

 

 

맨발나그네 되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푸른나무맨발산악회원들과 함께한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