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신선이 되어 천상 화원을 노닐다 온 맨발나그네

맨발나그네 2011. 6. 7. 14:34

 

신선이 되어 천상 화원을 노닐다 온 맨발나그네 

 

● 산 행 지 :방태산 깃대봉 (1436m, 강원도 인제~홍천)

● 산행일시 : 2011년 6월 5일 (日)               

● 누 구 랑 : 수원하늘채산악회

● 산행코스 : 한니동 입구 - 한니동계곡 - 갈림길 - 깃대봉 - 깃대봉과 배달은산 중간 갈림길 - 갈림길 - 한니동계곡 - 한니동 입구

● 사진은 ? : 수원하늘채산악회 회원여러분

 

강원도 인제는 산과 군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이야 도로가 잘 닦여져 멀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옛날에는 정말 먼 곳이었다.

군인들은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며 넋두리를 해대곤 하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제에 가면 좋을시고, 원통에서 살고싶네"라고 바뀌었다나 뭐라나.

 

산은 또 어떤가?

<강원총람>에 의하면 1,000m가 넘는 산중 설악산, 향로봉, 응봉산, 점봉산, 대암산, 방태산, 소뿔산, 주억봉, 구룡덕봉, 가칠봉, 안산, 가리봉등  96개가 인제에 모여 있다고 하니 정말 산악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뿐아니라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곰배령, 박달령, 북암령, 조침령, 광치령등의 내노라하는 고갯길도 인제땅에 있다. 

그런 인제의 백두대간의 한복판에 솟아있으며, 대간꾼들을 설레이게 하는 울창한 원시림을 갖고 있어 마지막 청정지대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방태산과 운우지정을 나누러 떠난다.

조강지처 광교산을 두고 떠난 길이서서 점직하긴 하지만 새로운 여인(山)과의 만남은 항상 우릿하고 사랑옵다.

 

 

 

하지만 사랑의 길은 항상 멀고도 험한가 보다.

내 총각시절 아내와의 데이트를 위해 그녀가 교사로 근무하던 충남 서천을 찿아 기차를 타고 버스로 갈아타며 가는데 서너시간 돌아오는데 서너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방태산과의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도 장장 왕복 9시간을 길에서 보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뇌속 '미상핵'에서 '도파민'이 마구 마구 방출되는데야 도리가 없다.

열정적인 사랑을 불러 일으키는 호르몬인  '도파민'은 참 맹랑하다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면 눈은 반짝이고 입술에는 미소가 그득하며 뺨은 홍조로 붉어진다고 한다.

아마도 애인(山)을 만나러 가기전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3일 연휴여서 막히는 길을 4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방태산이다.

방태산은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등산로가 여럿일 수 밖에 없는데 오늘 우리는 한니동 입구에서 출발한다.

한니동계곡을 따라 깃대봉 정상을 향한다.

 

 

 

 

 

 

 

 

 

방태산이 감싸고 있는 한니동계곡은 푸근하다.

규모가 작은 폭포들과 그 주변의 초록색 이끼들은 청량감을 선사한다.

계곡 주변의 음지식물들과 이름모를 꽃들조차 밝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가끔씩 길을 막고 있는 고사목들은 방태산의 또다른 깊이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우거진 숲은 대낮인데도 짙푸른 그늘을 선사한다.

오늘 날씨가 무척 따가운 햇살로 더운데도 계곡을 흐르는 물과 원시목이 선사하는 그늘로 서늘할 정도로 시원한 명지바람이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가끔씩 진동하는 더덕냄새는 배고픈 우리의 코를 미치게 만든다.

아마도 음이온 측정기로 측정해 보면 음이온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 것이다.

음이온은 숲속에 있는 계곡물이나, 물방울이 튀는 폭포 등 식물의 광합성이 활발한 곳에서 만들어 진다.

음이온의 효과는 피로한 몸에 쌓인 양이온을 상쇄시켜 자율신경을 진정시키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인체가 요구하는 음이온량의 입자수는 700정도 인데, 산야에서는 700∼800, 숲속에서 1,000∼2,000 정도라고 하니 오늘은 음이온의 과잉 섭취이다. 

인체는 피로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양이온을 많이 방출하고,  이것을 배출 하지 않으면 신경통과 신경장애 등을 가져온다고 한다.

 

 

 

 

피톤치드 또한 맘껏 흡입해본다.

산림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fitontsid)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테르핀(terpene)이라한다.

수목에서 뿜어내는 화학물질이 인체에 해로운 균을 살균작용으로 없애버리기 때문에 좋다고 한다.

이것은 사람의 몸에 무리없이 흡수되며 수목의 향기나 수액에 포함된 테르핀 물질이 치유효과를 가져온다.

주로 피부 자극제, 소염,소독완화제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숲속에 들어서면 기분이 좋아지고 심신이 맑아지며 피로가 풀리는 것은 피톤치드가 가져다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다만 9부능선까지 이어지는 길은 자갈길 아니면 너덜길로 이어져 맨발인 이 나그네를 괴롭힌다.

아마도 왕복 13km중 3~4km정도의 길을 빼면 모두가 자갈길이요, 너덜길이다.

그래도 고통을 즐기기 위해 맨발걷기에 나선다고 큰소리쳐 왔으니 고통을 감내하는 수 밖에 없다.

다만 올라가는 길 8부능선부터 펼쳐진 철쭉꽃 파노라마만이 우리 모두에게 행복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모두들 철쭉꽃잎을 애만지며 여인의 속살보다 더 보드랍다며 그 느낌을 가슴에 새겨 두며 가파른 고개길로 헐떡이는 가슴을 달랜다.

 

 

그래도 정상 부근에서 차린 늦은 점심은 푸짐하다.

노루귀님표 직석 골뱅이 무침에 황산이 준비한 얼음 슬러시 반야탕은 올라오는 길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준 철쭉꽃과 배달은산으로 이어지는 철쭉꽃 파마노라와 어울려 우리를 천상의 화원을 노니는 신선이 되게 하기에 충분하다.

천상화원!

천상화원을 노니는 신선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하지만  '一日靑閑一日仙(일일청한일일선)'이라 했다던가.

하루라도 마음이 깨끗하고 편하면 그 하루는 신선이라고 한단다.

세상사 얽매임에  몇시간이 되었던 반나절이 되었건 벗어나 관조하며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신선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던지 신신이 되고도 남는 일이니, 오늘 철쭉꽃으로 뒤덮인 천상화원에서 골뱅이 무침을 안주삼아 반야탕을 한잔하니 신선이 바로 나인가 하노라.

   

 

 

 

 

천상화원에서 신선이 되어 방태산 깃대봉의 품에 안겨 뒹굴다 다시 하산길을 재촉한다.

이제 신선놀음을 마치고 인간세계로 하산을 해야할 시간이다.

더 못 머뭄이 아쉽기는 하지만 인간세계에서 기다리는 잡다한 일상사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재촉하여야 할 시간이다.

깃대봉과 배달은산 중간으로 해서 꽃폭탄으로 인해 꽃분화구로 변한 천상화원속을 한참 더 거닌뒤 인간세계로 하산한다.

천상화원을 벗어나는 순간 다시 너덜길로 이어져 이 맨발나그네의 달콤한 신선놀이 꿈을 깨게 만든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인간세계로 빨리 못가 안달을 하며 길을 재촉하는 일행을 따라 붙자니 너덜길, 자갈길이 맨발나그네의 발바닥 세포들을 마구 흔들어 댄다.

그동안 맨발나그네되어 떠돌기 삼년여.

제법 단련되었다고 생각하였건만 아직도 수련이 부족한지 고통의 강도를 더해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배낭속 등산화를 신어 말어'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맨발나그네되어 그녀 방태산의 품에서 하루를 보낸다.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신선이 되어 부유한 천국의 화원을 거닐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이글에 쓰인 순우리말과 반야탕 소개) 

점직하다 : 약간 부끄럽고 미안한 느낌이 있다

우릿하다 : 진한 감동을 느끼다

사랑옵다 : 마음에 꼭 들도록 귀엽다

 

명지바람 :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

애만지다 : 소중히 여겨 어루만지다

반야탕(般若湯) :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