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비경에 행복과 환희가 함께한 용봉산

맨발나그네 2013. 2. 26. 10:12

 

비경에 행복과 환희가 함께한 용봉산

 

산 행 지 : 홍성 용봉산( 381m )

산행일시 : 2013224()

누 구 랑 : 7000 산악회

산행코스 : 주차장-병풍바위-악귀봉-노적봉-용봉산정상-최영장군 활터-용봉가든식당

사진은 ? : 7000 산악회 회원 여러분

 

 

 

 

 

오늘 산7000산악회가 시산제 지낼 곳으로 잡은 곳은 홍성의 용봉산이다.

홍성은 내포(內浦)의 열 고을 중 하나로 옛이름은 홍주이다.

내포(內浦)의 사전적의미는 바다나 호수가 육지 안으로 휘어 들어간 부분을 말하는 보통명사이나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아산만과 천수만의 바다를 위아래로 두고 금북정맥의 가야산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진 열 고을인 해미, 결성, 태안, 서산, 면천, 당진, 홍주, 덕산, 예산, 신창을 내포(內浦)라 지칭한 후 고유명사가 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서는 홍주는 호서의 거읍(巨邑)이고 그 땅이 넓고 기름지며, 그 백성이 번성하여 난치(難治)의 고을로 불려왔다고 적고 있다.

 

 

 

 

 

또한 홍성은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였다는 고려의 충신 최영,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청산리전투의 영웅 김좌진이 태어난 충절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많은 예술인이 이 고장 사람들이었고, 최근에는 충남도청까지 용봉산을 진산으로 하여 옮겨왔으니 아마도 용봉산이 명산임에 틀림없다.

용봉산(龍鳳山)은 금강과 나란히 달리던 금북정맥이 서해로 기어들기 전 살짝 몸을 일으킨 산으로 용의 형상에 봉황의 머리를 얹어 놓은 형국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도선국사는 용봉산 아래는 명승지라 했고, 정감록에는 용봉산 아래 400년 도읍지가 된다고 기록돼 있다고 한다.

 

 

(병풍바위에서 바라 본 용봉산 전경)

 

 

용봉산은 381m로 낮지만 기암괴석이 무진장으로 널려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이러한 명산에서 산7000산악회 시산제를 지낸다고 하니 아마도 산악회의 발전은 물론 회원 모두에게도 많은 복이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용봉산이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든 산악회의 시산제 모습이 눈에 띄는 것만 대충 헤아려도 무려 십여개이상이니 말이다.

 

 

 

주차장을 들머리로 해서 병풍바위로 방향을 잡는다.

사실 병풍바위는 용봉사 쪽에서 올려다 봐야 제격이다.

밑에서 올려다 보면 넓은 화폭처럼 펼쳐진 바위가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용봉사에서 올려다 본 병풍바위, 2010년)

 

(병풍바위에서 내려다 본 용봉사)

 

그 곳 병풍바위에서 내려다 본 용봉사가 고즈넉하다.

그 전에 용봉사에 들렸을 때 병풍바위를 등지고 있는 절터가 범상치 않았는데 오늘은 코스상 직접 용봉사와 마애석불(보물 제355)에 들리지 못함이 아쉽다.

용봉사는 조선 후기까지는 인근에 있는 수덕사에 버금가는 큰 절이었다는데 절터에 조상묘를 쓰려는 세도가의 횡포로 절이 헐리고 지금의 절터로 옮겨 지어졌다고 한다.

 

 

(악귀봉)

 

병풍바위를 떠나 악귀봉으로 향한다.

계절은 성큼 봄에 닥아가고 있다.

등산로 주변의 잔설이 아니라면 그냥 봄이라 우겨도 손색이 없는 날씨이다.

그런 등산로를 인파에 떠밀리다시피 걷고 있다.

일행들과도 떨어져 혼자 걷다 보니 어느새 악귀봉이다.

 

 

(맨 왼쪽의 바위가 두꺼비바위)

 

서쪽으로 수덕사, 덕산까지 이어지는 풍경과 홍성, 예산으로 이어지는 들녘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악귀봉은 봉우리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수놓은 수석전시장이다.

거대한 바위들이 어우러져 웅장한 멋을 풍긴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두꺼비바위는 말그대로 거대한 두꺼비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자세 그대로이다.

그곳에서 한참을 머문후 다시 노적봉으로 향한다.

지금으로부터 24년전인 1989년 이곳 용봉산을 찾았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어렵게 걸었던 등산로였다.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 난간과 계단이 설치되어 한결 쉽게 용봉산과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너무 쉽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어서 그런가 악귀봉에서 노적봉에 이르는 길도 넘쳐나는 등산객들로 나그네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래간만에 산의 품에 안긴게 행복해 천천히 수석전시장의 아기자기한 바위 사이로 내 논 길을 따라 걷는다.

길은 오르 내리기를 몇차례 이어간다.

가을에 벼를 쌓아놓은 노적가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노적봉 주변의 바위들과 그 바위틈을 비집고 생을 이어가고 있는 소나무들의 아름다움이 자꾸 나그네의 발걸음을 잡아 당겨 더디게 만든다.

 

 

 

 

(2010년 4월에 들렸던 용봉산)

 

악귀봉에서 노적봉에 이르는 아름답고 재미있는 암릉길이야 말로 용봉산 산행길의 하이라이트이다.

바위마다에는 전설과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있으니 촛대바위, 장군바위, 사자바위, 부엉이바위, 매바위, 어머니바위, 삼형제바위, 마당바위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바위들이 제각각 그 위용을 뽐낸다.

노적봉 오르는 계단 왼쪽의 행운바위에 돌 하나 던져 올릴 엄두도 못낼 정도로 사람들 틈에 끼어 걷고 있지만 주변의 아름다움에 취해 인파로 인한 불편함까지 즐겨본다.

산행내내 주위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조망처마다 들려 맘껏 주변을 둘러보는 호사를 누린다.

발길은 다시 용봉산의 정상으로 향한다.

 

(인산인해가 따로 없는 정상석 주변)

 

그렇게 다시 세월아 네월아 걷다보니 어느세 용봉산 정상이다.

용봉산 정상의 정상석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 발도장 찍은 것으로 만족하고 사진 한 장 남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그리고 그곳 정상 직전의 갈림길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해바라기 하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이 또한 재미가 쏠쏠하다.

 

 

 

그곳에서 다시 일행 몇 명을 만나 최영 장군 활터를 향한다.

용봉산 밑 홍북 출신으로 이곳에서 활을 쏘며 호연지기를 길러 훌륭한 장군이자 충신으로 절개를 지키다가 위화도 회군으로 정권을 잡은 이성계와의 권력다툼에서 밀려나 최후를 마친 최영 장군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잠시 머문다.

 

 

 

 

(1시방향으로 충남도청과 그 옆으로 새로이 조성되고 있는 내포 신도시)

 

그리고 청소년수련관을 향해 내려오는 중에도 눈은 계속 지나온 악귀봉~노적봉~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을 향한다.

웅장하고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 전체가 아름답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용봉산을 2의 금강산이라고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설악산이 따로 없고, 금강산이 따로 없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오른쪽 사진은 육선녀에 둘러쌓인 맨발나그네 ㅋㅋ)

 

 

(1989년 1월의 용봉산)

 

(2010년 4월 용봉산에서의 맨발나그네)

 

용봉산이라는 멋진 여인()을 만나 옛날 몇차례 그녀의 품에 안겼을 적을 되씹으며, 그녀가 다시 내준 품에 안겨 놀멍 쉬멍 걸으며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벌써 시산제가 끝나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야 도착이다.

비록 시산제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매력적인 그녀 용봉산의 품에 안겨있는 동안 느꼈던 행복과 환희는 다음번 여인()의 품에 안기는 그날까지 이어질 것이다.

 

 

(참치 한마리가 통째로 오른 산7000산악회 시산제 모습)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시산제를 즐감하고 미혼탕(迷魂湯 : 사람의 지혜를 흐리게 하는 물, 즉 사람의 혼을 미혹하게 하는 음료)에 젖어 하루를 마감한다.

올해 정월 초하루날 울산의 대왕암에 들려 해맞이를 하며 웰 에이징(Well-Aging:사람답게 늙는것)에 이어 웰 다잉(Well-Dying : 사람답게 죽는것)까지 소원했었는데 이렇게 미혼탕에 혼미해지다가는 주어진 명을 제대로 살기도 바쁠 것 같으니 큰일도 아주 큰일이다.

 

 

 

 

 

미혼탕이 아닌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인 셈이다)으로 마셔보려 하지만 항상 통제가 안되는 이유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자리에서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자위해 보지만 이유로는 좀 옹색하지 아니한가?

 

 

(답글 )

  • 후리지아

    용봉산 참 좋은곳 다녀 오셨네...작지만 큰산 용봉은 어느산보다 멋지더라구요. 참치가 통으로 오른 제상도 보기좋네요. 2013.02.26 12:40

  • 뱅뱅이

    재미있는 산행후에 반야탕으로 뒷풀이하는것이 더 좋아요. 저는..용봉산 산행기 정말 즐기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2013.02.27 13:45

  • 싸이

    참 푸짐한 시산제네요. 용봉산이나 오르시고들 치르셨는지 궁금..몇번가본 용봉산 정말 멋지더라구요.
    산행기 내내 즐거웠네요.
    2013.02.28 13:08

  • 소희

    참치가 통으로..ㅎㅎㅎㅎ, 저 참치 너무 좋아하는데...또 언제시산제 따라가고파...
    사실은 나그네님과 같이 산행을 하면 넘 재미있을것 같아요.
    2013.02.28 13:26

  • 달파란마을

    용봉산은 정말 멋진 바위들이 많더라구요. 나그네님의 재미있는 산행기를 읽으면서 회상하니 더욱 멋진 산같아요. 또가고 싶네요. 2013.03.01 10:57

  • 야호만만세

    용봉산은 그리 높지 않아도 들어가보면 참 웅장하고 아기자기하고 어느산 못지 않지요.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2013.03.01 20:34

  • 환상소미

    반야탕을 먹지 않아도 산세에 취하고 기암절벽에 취하여 하루를 보낼만한 곳이 용봉입니다. 너무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2013.03.02 15:44

  • 풀피리

    푸짐한 제상에 머리를 숙이네요. 참치..통으로..아주 통이 크시네요. 용봉산은 그리힘들지 않고 큰산을 갔다온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지요. 산행기 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13.03.04 12:46

  • 이원

    산좋고 물좋아도 먹는게 남는거라고 먹는게 푸짐하면 모두가 용서되고 마음도 너그러워지지요. ㅎㅎㅎ
    용봉의 멋진 산행기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2013.03.06 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