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험난했던 기암괴석 암능길 묘봉~상학봉

맨발나그네 2013. 5. 28. 08:14

 

험난했던 기암괴석 암능길 묘봉~상학봉

 

산 행 지 : 묘봉(874m)~상학봉(862m) (충북 보은과 경북 상주)

산행일시 : 2013526()

누 구 랑 : 7000산악회

산행코스 : 용화정류소-주차장-미타사-북가치-묘봉-855-상학봉-운흥리회관

사진은 ? : 소리새, 따스한 마음, 매탄공, 카봇 

 

 

▲ 충북 알프스의 일부 구간(속리산 주변)

 

 

▲ 묘봉~상학봉 산행 개념도

 

 

상학봉~묘봉이 위치한 곳은 충청북도 보은군과 경상북도 상주군의 경계이다.

보은군청은 충청북도 남부에 위치한 군으로 보은군청 홈페이지에 의하면 속리산을 기점으로 삼강(낙동강, 금강, 남한강)이 발원하는 산자수명한 천혜의 고장이며 정신문화의 요람이라 자랑이 대단하다.

지금이야 청원~보은~상주간 고속도로가 2007년 개통되면서 접근이 쉬워진 고장이 되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동쪽에는 백두대간에 위치한 속리산의 여러 험준한 봉우리가 솟아 있고 서쪽에는 한남금북정맥의 산지가 뻗어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쉽지않은 고장이었다.

 

상주시청 홈페이지는 닫혀있어 어떤 자랑을 늘어놓았는지 알 수 없으나 상주시는 경상북도의 서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19세기까지는 상주목사가 경상감사를 겸해서 영남의 중심도시였다고 한다.

경상(慶尙)도라는 이름이 경주와 상주의 앞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인 것만 보아도 상주의 위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부선이 상주를 비켜나 김천을 지나면서 상주가 지방의 중소도시로 전락하게 되었다.

 

 

 

 

속리산은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구봉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속리산을 봉우리 아홉이 뾰쪽하게 일어섰기 때문에 구봉산이라 했고,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돌의 형세가 높고 크며 겹쳐진 봉우리의 돌끝이 다 볼록하게 모여서 처음피는 연꽃같고, 또 횃불을 멀리 벌려 세운 것 같기도 하다.

산밑은 모두 돌로 된 골이 깊게 감싸고 돌아서 여덟구비 아홉 돌림이라는 이름이 있다라고 적고 있다.

문헌비고는 산세가 웅대하여 기묘한 석봉들이 구름위로 솟아 마치 옥부용(玉芙容:아름다운 연꽃)처럼 보이므로 속칭 소금강이라 한다라 한다.

그러니 우리가 크게 속리산이라고 함은 속리산에 속해있는 여러 봉우리를 아우르는 이름으로 묘봉과 상학봉도 여기에 포함된다.

 

 

▲ 2012년 11월 문장대에서 바라 본 관음봉~묘봉~상학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 2012년 11월 천왕봉에서 바라 본 서북암능길, 저멀리 문장대가 보인다

 

작년 11월 대목골~천왕봉~비로봉~입석대~신선대~문수봉~문장대~화북탐방지원센터로 이어지는 멋들어진 속리산의 주능선을 걸었던 기억( http://blog.daum.net/yooyh54/448)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행복했던 기억이 채 사그러들기도 전에 다시 속리산줄기의 또다른 산인 묘봉~상학봉을 찾아 걷게 되었다.

보은군은 충북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관이 빼어난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를 충북 알프스로 정하고, 2000년 특허청에 충북알프스로 출원 등록하였다 한다.

43.9km라 하니 대략 3~4일은 걸어야 될 듯하니 항상 일상에 찌든 맨발나그네에겐 언감생심이니 그 중 전국의 명산들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히는 암봉코스를 지닌 묘봉~상학봉 코스를 산7000산악회를 따라 걷기로 한 것이다.

 

 

▲ 2009년 11월 상학봉을 찾은 맨발나그네

 

 

사실 이 코스는 2009년 11월 활목고개~미남봉~매봉~상학봉~묘봉~절골~운흥1리 코스로 걷기위해 갔다가 날씨가 좋지않아 중간인 상학봉에서 하산하여 언젠가는 다시 한번 들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던 곳인데 마침 기회가 된 것이다.

 

▲ 미타사 주차장에서의 단체사진

 

 

오늘의 들머리는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운흥2리이다. 운흥2리에서 절골을 거쳐 미타사에 이른다

 

 

▲ 미타사 오르는 길 농촌풍경 

 

▲ 미타사 오르는 길옆 오미자 밭 

 

▲ 미타사 오르는 길에 본 풀띁는 소 - 그런데 너무 말랐다. 소도 사람도..... 

 

미타사까지는 시멘트포장도로인데 꽤나 급경사여서 오늘 산행이 쉽지 않음을 경고하는듯 하다

 

 

미타사에서 숨을 고른후 770m봉을 향해 오른다

 

 

숲은 이제 연두에서 짙푸른 초록으로 변해가고 날씨는 오월 답지않게 30도를 넘나들고 바람조차 없다

 

 

▲ 급히 결성된 '거시기파', 아랫줄 우측이 회장으로 추대된 조폭님, 좌측이 행동대장 진도개 ㅋㅋ

 

 

▲ 감히 '거시기파'회장님을 모시고 한컷 찍은 맨발나그네

 

 

그나마 조폭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회원과 함께여서 후미그룹 10여명을 거시기파로 엮어 조직을 만든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걷지 않았다면 더 힘든 길이었을 것이다.

 

 

▲ 묘봉 정상에서의 맨발나그네

 

묘봉에는 산악인 고 고상돈 산악인을 기리는 팻말이 오가는 이들을 맞고 있다

 

▲ 묘봉에서 본 상학봉, 매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파노라마

 

그렇게 북가치를 거쳐 묘봉(妙峰, 874m)에 다다른다.

정상은 동남북 삼면이 천길 수직절벽이어서 오금이 저려오지만 풍경만은 절경이다.

추풍령방향으로 내닫던 백두대간이 속리산에서 서북 방향으로 가지를 친 지능선에 솟아있는 묘봉은 문장대와 상학봉사이에 있으니 조망이 일품이다.

거친 암봉인 상학봉과 그 뒤로 문장대~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와 조항산을 거쳐 희양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파노라마가 되어 닥아온다.

 

 

▲ 조물주가 그린 진경 산수화

 

그리곤 곧 이어 펼쳐지는 묘봉~상학봉의 능선은 공룡의 등허리처럼 많은 기묘한 바위들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조물주가 미의식을 갖고 빚어논 예술품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보은군청 홈페이지의 소개에 보면 묘봉 주위에는 옛날 어떤 사람이 돈을 몰래 만들었다는 주전봉, 감투바위, 낭바위, 덤바위, 말바위, 병풍바위, 애기업은 바위, 장군석, 치마바위 등이 자리하고 있고, 상학봉 주변에는 공룡바위, 돼지바위, 문바위들이 펼쳐져있어 지루한줄 모르고 산행을 할 수 있다고 적어놓고 있다.

 

 

▲ 아름답지만 험난한 묘봉~상학봉

 

 

 

그러나 이곳을 처음 찾는 나그네에게는 어느것이 어느것인지 분간이 안가니 기묘한 바위들에 그저 감탄사를 연발하며 걷는 수 밖에 없다.

 

감탄사도 잠깐이다.

묘봉에서 상학봉까지는 거리가 1km 남짓이지만 전국의 산들중 손에 꼽히는 암봉코스이다.

 

 

 

▲ 2009년 5월 진도 동석산의 암능                   ▲ 2011년 3월 사천 와룡산의 암능 

( http://blog.daum.net/yooyh54/24)            ( http://blog.daum.net/yooyh54/354)

 

 

 

▲ 2012년 5월의 해남 달마산 암능                 ▲ 2013년 5월의 통영 사량도 지리산

( http://blog.daum.net/yooyh54/419)                        (☞  http://blog.daum.net/yooyh54/480)

 

 

작년 이맘때 해남 땅끝에서 만난 달마산의 바위꽃이 일품이 일품이었고, 지지난주 만난 통영 사량도 지리산의 칼날 능선도 절경이었다.

2009년 진도에서 만난 동석산의 암능도 아름다웠으며, 2011년 사천에서 만난 와룡산도 잊혀지지 않는 암능길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걸었던 암능 코스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묘봉~상학봉의 능선은 험악하다.

그만큼 짜릿하지만 힘이드는 코스이니 초보자는 따라나설 일이 아니다.

 

 

▲ 급경사 계단이건만 로프에 비하면 반갑기 그지없다

 

여기저기 로프가 늘여져 있는 난코스들이다

 

정말 장쾌하고 거친 바윗길이다

 

 

▲ 짜릿하지만 위험한 로프코스

 

로프로 오르내려야 할 곳이 너무 많다

 

▲ 하지만 계속되는 군대시절 유격훈련보다 더한 로프타기를 해야하는 코스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로프구간

 

로프에는 철사도 같이 연결되어 있고, 개중에는 마디사이를 스프링이 함께 장착되어 있어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기가 수월하지 않다.

철사야 혹시 모를 로프 끊어질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라지만, 스프링은 왜 필요한 것인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주변 풍경은 노송과 바위들이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만들고 있으니 딴 때 같으면 선경이 어쩌구 저쩌구, 신선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사설을 늘어 놓아야 마땅할 맨발나그네가 오늘은 힘에 부친다.

 

 

 

 

상학봉 조금 못미쳐 스핑크스바위가 그나마 맨발나그네를 위로한다

 

 

정상부근에 상급의 학들이 많이 모였었다고 해서 이름지어진 상학봉(上鶴峰,861m)에 도착이다

 

 

상학봉에서 건너다 본 강단바위

.

정상에서의 조망도 훌륭하지만 그동안 묘봉~상학봉 암능을 거쳐 오면서 계속 눈이 즐거웠으니 인증샷 한 장 남기고 바삐 상학봉을 떠나 고단한 발길을 이어간다.

 

 

상학봉에서 하산길에 만난 바위굴

 

비록 폭은 1m 남짓이지만 깊이가 10m나 되어 건너 뛰기가 쉽지 않은 침니 구간

 

계속되는 암능에는 제법 긴 석굴도 만나게 되고 오금이 저려 통과가 쉽지 않은 폭 1m 남짓의 침니를 만난다.

꼭 빙하지대의 크레바스처럼 생긴 침니는 깊이 또한 10m나 됨직한 대 침니이니 바짝 긴장하여 뛰어 건넌다.

겨우 사람하나 빠져 나갈수 있는 바위틈을 지나야하기도 한다.

 

 

묘봉이 키워낸 분재

 

 

주변은 분재같은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져 선경이지만, 신선놀음을 하기에는 지쳐있다

 

묘봉~상학봉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견뎌낼 수 있었던 맨발걷기였다

 

카메라 꺼낼 힘도 없다던 소리새가 토끼봉 주변의 절경에 다시 카메라를 꺼내들고 풍광을 담는다

 

그곳을 걷고 있는 후미그룹 맨발나그네와 소리새 그리고 델타님은 점점 발걸음이 늦어진다.

거기다 암능구간을 어느정도 벗어나니 이제 급경사 마사토구간이어서 맨발인 나그네를 괴롭혀온다.

그예 날머리인 운흥1리를 약2km 남겨둔 능선에서 신발을 찾아 신는다.

그런데 오늘따라 등산화가 아닌 샌달만이 배낭속에 있으니 이또한 난감한 일이다.

그렇게 진터골을 거쳐 운흥1리 마을에 거의 도착할 무렵 산7000의 이규범회장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으니 늦어짐을 채근하는 전화였다.

 

 

식당인 '묘봉 두부마을'에서 두부김치로 뒤풀이를 한 후 묘봉~상학봉의 힘든 산행을 마무리 한다

 

힘든 산행이었지만 아름다운 비경에 취할 수 있었음은 행복이다

 

 

( 댓 글 )

 

  • 병태

    속리산이 구봉산이라..오래도록 속리산을 오르내렸지만 나그네님의 글을 통해서 첨 알았네요.
    멋진사진과 글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2013.05.29 12:13

  • 은미

    이런 험한 산길을 맨발로?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묘봉, 상학봉의 속살들을 두루 섭력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2013.05.29 12:20

  • 이대로

    문장대에서 저만큼 내려다 보이는 돌무더기 봉우리...보기보담 멋지고 아름답네요. 나그네님의 글솜씨 때문.. 2013.05.30 12:24

  • 진수

    완전 암릉이군요. 괴암과 명품나무들로 눈이 호강할듯..가지 않았어도 선하도록 글 잘보고 갑니다. 2013.06.01 08:20

  • 소미

    문장대에서 아래를 바라보다가 항상 가보고 싶던 봉우리..그게 묘봉이었네요. 아주 즐감했습니다. 2013.06.02 06:52

  • 숙녀

    바위덩어리만 가득하던 묘봉으로 알았는데 참 멋진 산해코스네요. 문장대만 가지말고 묘봉도 가봐야 하것네요. 즐감합니다. 2013.06.03 09:17

  • 문희

    멋지게 쓰신 묘봉 산행기 즐감합니다. 건강하세요. 오래도록 맨발로.. 2013.06.06 17:27

  • 아름다운그대

    멋찌다^^ 모두 건강하시구 사진으로만 눈요기 하고갑니다^^ 2013.06.07 12:16

  • 유진

    나그네님의 산행기는 공짜로 보기가 미안해..잘보고 갑니다. 2013.06.10 10:50

  • 상희

    묘봉 두부마을 회식이 너무 흥겨워버입니다. 저도 그속에 있어보고 싶네요. 2013.06.11 13:19

  •  

    아름다운 13.05.28. 19:17
    우와~~~~~맛갈스런 산행기 언제나 즐거워요
    처음부터 끝까지 함게해서 정말 행복했답니다~~
    멋진 사진들 감사합니당~~~~
     
     
    풍류 13.05.28. 21:11
    조폭이 뇨자 엿네 ㅋ
     
     
    따스한마음(회장) 13.05.28. 22:14
    ㅎㅎㅎ 앞력으로 이름석자 담으셨네요 ㅋ감사합니다
    함께하는 산행 언제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백치아다다 13.05.29. 10:32
    힘든 산행을 하신 후에도 이렇게 요목조목 잘 정리하신 글과 산행사진을 보며 읽는 산행후기는
    지난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늘 감동과 기쁨을 줍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산7000 산행후기를 쭈~~욱 써주시길 바라며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카봇 13.05.29. 13:12
    맨발형님 후기는 한편의 여행기 작품같습니다... 다시한번 산행의 감동이 살아나는것 같아요..
    감사드립니다..

     

     

    김영희(고31) 13.05.29. 10:59
    선배님의 설명이 있어서 재밌게 봅니다...덕분에 가보고 싶은 산들이 많아 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