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별유천지(別有天地) 월출산에서 일일선(一日仙)되다(1)

맨발나그네 2013. 6. 10. 21:16

 

 별유천지(別有天地) 월출산에서 일일선(一日仙)되다(1)

 

산 행 지 : 영암 월출산(809m)

산행일시 : 201368()

누 구 랑 : 수원문화원산악회

산행코스 : 천황사지-구름다리-천황봉-바람재-향로봉-억새밭-도갑사

사진은 ? : 소리새

 

 

▲ 산행 개념도

 

 

 

▲ 수원문화원산악회 회원들과

 

 

오늘은 월출산의 품에 들기위해 길을 나선다.

월출산은 전남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영암(靈巖)이라는 지명도 월출산의 구정봉 아래에 있는 3개의 동석(흔들바위)신령스러운 바위에서 유래하여 월출산 아랫마을을 영암이라 불렀왔다고 한다.

영암군 홈페이지에 의하면 그 신령스러움 때문인지 영암에서 유난히 많은 인물들이 나왔는데, 백제 제14대 근구수왕(서기 375~384)때 태어난 왕인박사를 꼽는다.

그는 백제 17대 아신왕 때 일본 응신천왕의 초청을 받아 논어 열권과 천자문 한권을 가지고 도공, 야공, 와공 등 많은 기술자들과 함께 도일하여 일본인들에게 글을 가르쳐 학문과 인륜의 기초를 세웠으며, 일본가요를 창시하고 기술, 공예를 전수함으로써 일본인들의 큰 자랑으로 여기는 아스카문화와 나라문화의 원조가 되어 일본 사회의 정치 경제와 문화예술을 꽃피웠다고 한다.

그로부터 500년후 영암군 군서면 구림리에서 다시 걸출한 인물이 태어나니 도선국사(827~898)이다.

도승(道僧)이었으며 한국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은 어머니 최씨가 빨래터에서 떠내려오는 오이를 먹고 수태해서 얻었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도선이 태어난지 80여년이 지난후 같은 마을에서 또 한명의 걸출한 인재가 태어나니 최지몽이다.

최지몽은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 등장하여 세상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는데 최지몽은 삼한이 통일 될 때까지 왕건의 곁에서 각종 조칙 작성, 군사조련법, 전투준비, 현지정찰, 작전계획을 세워 고려 태조 왕건에게 조언하였다 한다.

명필 한석봉도 구림마을에서 글을 익히며 성장하였으니, 석봉이 어머니와 떡썰기와 글쓰기 겨루기를 한 곳도 이 곳 영암이다.

이이, 송익필 등과 함께 8문장으로 불린 조선 문필가인 최경창도 영암 태생이다.

그 외에도 가야금 산조의 틀을 만든 김창조, 조훈현국수, '영암아리랑'의 가수 하춘화 등이 영암 태생이다.

 

 

영암땅에는 이런 걸출한 인재를 태어나게 한 기를 지닌 영산(靈山)이 있으니 월출산이다.

월출산은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친 호남정맥의 끄트머리에 있는 산으로 남원의 지리산, 장흥의 천관산,

부안의 변산, 정읍의 내장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명산이자 전국의 국립공원 중 가장 면적이 작은 산이다.

그 월출산의 품에 26년만에 다시 안기기 위해 천황사지 주차장을 들머리로 해서 걷기 시작한다.

 

 

 

▲  해발 50m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바위틈을 비집고 설치해 논

계단으로 뒤덮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황사쪽은 평균경사 37도라니 이보다 가파른 산이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

 

 

▲  바람골에서 올려다 본 월출산 구름다리로 월출산 12경중 제10경이다.

 

 

▲  계단들을 어렵게 어렵게 오르니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에 이른다

 

 

▲  매봉과 사자봉을 이어주는 지상 120m, 길이 54m, 1m로서 구름이 왕래할 정도로 높고 아찔한 곳에

설치되어 있어 구름다리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상고가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 한다.

 

 

 

▲   매봉에서의 주변 풍광에 탄성이 절로 난다

 

 

▲  매봉에서 내려다 본 영암뜰이 그림처럼 펼쳐져 나그네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있다

 

 

▲  토요일이어서 인지 등산인구밀도도 높지 않아 제법 여유롭게 걸으니

주변의 환상적인 경관에 눈이 즐겁고 마음이 행복하다

 

 

▲  수직을 방불케하는 철계단의 연속이니 녹록지 않은 산길이다

 

▲  거기에다 산 전체가 예술품이니 맨발나그네의 발걸음을 자꾸 더디게 한다

 

▲  나중에 보니까 중부지방 날씨는 30도를 웃돌고, 불쾌지수는 78이나 기록했다고 한다

 

▲  누군가는 이 더운 날씨에 그늘 하나 없는 월출산을 산행지로 잡았느냐고 투정이다.

그러나 일행들과 즐겁게 걷다보니 더운줄도 모르겠고 불쾌지수는 0다.

 

▲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덧 통천문이다.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통천문을 통과하여 별유천지로 들려 한다.

 

 

▲  통천문을 통과하여 조금 더 걸으니 월출산의 주봉인 천황봉이다

809m로 크고 작은 군봉을 거느린 천황봉은 신라시대 이래 국가 차원의 천제를 올리던

소사지(小祀址)터가 남아 있으니 지금까지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산아래 동네의 영암과 드넓은 들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  월출산은 영산강을 낀 너른 들판에 갑자기 용솟음친 산으로 한 마리의 용이 동쪽으로 나아가는 형상이라 한다

 

 

▲  천황봉을 머리로 해서 구정봉과 향로봉, 노적봉이 몸통이고 주지봉과 문필봉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  그런 천황봉은 월출산 12경중의 제1경이니 황봉유존(皇峯唯尊 : 홀로 우뚝하니 남녘의 천황일세)이로다

 

 

▲  월출산은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화승조천(火乘朝天 :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의 지세를 지녔음)'이라고 높이 손꼽을 정도로 기가 센 산이다.

산이 꿈틀댄다. 장쾌한 바위능선들 모두가 석화성이다.

넘쳐나는 기를 주체못하는 월출산을 맨발나그네가 맨발로 영적에너지를 받으며 걷는다.

 

   

▲  조선시대 시인이며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은

남쪽 고을의 한 그림 가운데 산이 있으니,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 오르더라라고 노래했다.

 

 

▲  입만 열면 시가 되고 문장이 되었다는 고려 명종 때의 시인 김극기는

월출산의 많은 기이한 모습을 실컷 들었거니,

흐림과 맑음 추위와 더위가 서로 알맞도다.

푸른 낭떠러지와 자색의 골짜기에는 만 떨기가 솟고 

첩첩한 봉우리는 하늘을 뚫어 웅장하며 기이함을 자랑하누나

하늘이 영험한 자라로 하여금 세 개의 섬을 짊어지고,

지상으로 황홀하게 옮겨 놓게 했구나라고 노래하였다.

 

 

▲  그런 월출산을 보길도로 유배를 가던 윤선도는 <산중신곡>에서 

 월출산 높다더니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황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니,

두어라 해 펴진 후면 안개 아니 거두리라고

월출산을 제대로 보지못한 심회를 자신의 귀향살이 심경을 빗대 표현하였다.

 

 

▲  그렇다. 월출산은 <신증독국여지승람>에 백제 때는 월나악(月奈岳),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는 월출산(月出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예부터 불려오던 지명이나 시, 노래에서 보듯 월출산은 달이 뜨는 산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전동강대학교의 조강봉교수는 월간에 연재한 [조강봉 교수의 지명이야기]에서

삼국시대의 월나악(月奈岳)은 우리말을 적을 수 없는 시대적 배경을 들어 이 산이 금강산처럼

기괴한 암석들이 솟아난 아름다운 산이기에 돌이 솟아 나온 산이란 의미일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달이 뜨는 산으로 보는 견해가 더 많으니 지켜볼 일이다.

 

 

▲  비록 월출산의 제2경인 해오름과 제3경인 운무를 볼 수 없어 안타깝기는 하지만 기기묘묘한

수석전시장을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을 수 있음은 행복이다

 

 

 

▲  천태만상 기암괴석중의 하나이다.

안내표지판이 있긴 있었는데 ....(저팔계바위 였던가?)

 

 

▲  월출산에는 12대 기암이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남근바위이다.

 

 

▲  천황봉과 향로봉 사이의 바람재는 숨멎을듯 아름다운 풍광과 시원한 바람으로

나그네들을 맞고 있으니 일일선(一日仙)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으름을 피우며 발걸음이 점점 늦어진다.

 

 

▲  바람재에서 뒤돌아 본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몽환적이다.

그동안 소금강이라 불리우는 곳을 많이 보았고 많이 가보았지만

진정 소금강이라 이름 붙일 곳은 월출산 뿐인것 같다.

 

 

▲  남근바위 건너편의 베틀굴이다. 

임진왜란 때 이곳으로 피란한 여인들이 베를 짠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다른 이름으로 여근바위로 불리기도 한다.

조금 떨어진 남근바위와 조화를 이루어 월출산은 음양의 기가 넘쳐나는 산이라 사람들은 말한다.

남근바위, 베틀굴(여근바위), 통천문 이외에도 12대 기암에는 사랑바위, 만삭바위, 삼장법사바위,

손오공바위, 저팔계바위, 사오정바위, 말바위, 고인돌바위,여인바위가 있다고 하나 이제 겨우

두번째로 월출산을 찾은 맨발나그에겐 그저 모든 바위가 보물덩어리일 뿐이다.

 

▲  장군바위라 한다든가. 자연이 빚어낸 수많은 바위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내 생전에 또다시 월출산을 찾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아마도 앞으로 월출산을 찾는다면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로 아쉬움을 달랠 것이다.

그래! 보름달이 휘엉청 뜨는 날 영암 곳곳에 입소문 나있다는 월출산 전망 포인트를 찾아

바라보는 것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오늘 눈에 담고 가슴에 담은 월출산을 상상하면서...

 

 

▲  월출산의 제2고봉인 향로봉을 지나 이제 도갑사를 향한다.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동양화 한폭이다.

그곳 월출산의 기를 맨발로 걸으며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선계에서 인간세상으로 떠나야 한다.

 

▲  도갑사를 향하던중 마왕재 억새밭과 만난다.

영암 평야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그동안 흘렸던 땀을 식혀준다.

 

 

▲  마왕재 억새밭은 이제 초여름이어서 억새가 한참 돋아나고 있지만, 

1987년 11월 이곳에 들렸을 때는 억새가 지천이었다.

벌써 26년전이니 아스라히 생각나는 옛추억이 되어 버렸다.

밤10시에 수원을 출발하여 새벽 4시반부터 시작된 산행은 헤드랜턴에 의지해 그 험한

월출산 천황사지~도갑사 코스를 걸었다.

마왕재 억새밭에 도착했을 때는 제법 아침해가 떠 억새밭에서 추억을 만들었다.

 

 

▲  천황사지를 떠난지 6시간여만에 도착한 도갑사이다.

신라의 4대 고승 가운데 한 분이신 도선국사께서 창건하신 대가람 유서깊은 고찰이다.

 

 

▲  이런저런 연유로 중수가 계속이어졌다고 한다.

대웅보전도 26년전에 들렸을 때는 단촐한 건물이었는데 그 후 2009년 낙성식을 갖여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바라옵건대 건물의 외양만큼이나 창건자인 도선국사의 뜻을 받들어

불교문화의 성지로 자리 매김 하였으면 한다.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월출산이 내준 품에 안겼다 나온다.

계속되는 난코스 맨발걷기이다.

지난달 수원문화원산악회와 같이한 통영 사량도 지리산이 그랬고, 7000산악회와 함께한 충북알프스 묘봉~상학봉이 그랬다.

오늘 월출산도 맨발로 걷기에는 여간 고된 코스가 아니다.

하지만 가파른 산길을 맨발로 걸으며 온 몸으로 산의 지기를 받아 들이다 보면 몸은 피곤한데 심신은 편안해 짐을 느낀다.

  오르고 다시 오른 것 만큼 반납하며 내려가고, 다시 오르기를 여러번 하며 산수화속 조물주가 빚어 놓은 수석전시장 사이를 걷는다.

우리네 인생길도 오르 내리기를 반복하는 삶이건대, 오늘 월출산처럼 힘들지만 좋은 것만 보이는 세상이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함이 아쉽다.

앞으로의 남은 인생길은 오늘의 월출산처럼 뒤돌아 보아도 항상 멋있는 삶이기를 바랄 뿐이다.

어째거나 이렇게 매주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들을 찾아 걸을 수 있는 건강과 시간이 아직 남아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26년만에 다시 찾은 월출산이니 내 생전에 다시 월출산을 찾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혹여 월출산을 찾는다고 해도 천황봉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걸을 수 있는 건강이 그때까지 허락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여러 산우님들과 함께 걸은 추억까지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갑장 소리새가 훌륭한 솜씨로 남겨준 사진들이 있으니 가끔씩 열어보며 월출산의 힘찬 기운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오늘도 월출산의 아름다움과 소리새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있어 후희가 길어지는 우를 범했다마는, 뭐 대수겠는가?

 

( 댓 글 )

 

 

  • 훈희

    나그네님 오래오래 이땅에 맨발로 굳게서서 아름다운글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즐감하고 인사드립니다. 2013.06.12 12:25

  • 순희

    산만 올랐지 유래나 뒤얘기는 잘모르잖아요. 나그네님의 글을 읽으면 너무 재미 있어요. 잘보았어요. 2013.06.12 12:43

  • 미수다

    월출산이 이렇게 아름다울줄은 예전에 미처 몰랏지요. 황홀한 여행입니다. 2013.06.13 10:54

  • 은순이

    한번 신선이 되면 그냥 쭉 신선이지요. 오래도록 신선으로 남아주시길... 2013.06.14 12:15

  • 선머슴

    돌로다 마무리져진 산..월출을 맨발로 올라가심...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월출의 속사정도 겉사정도 잘 훑고 갑니다. 2013.06.17 11:12

  • 이하니

    물에 떠내려오는 오이?를 먹고 아이를 가졌다.. 넘 재미있는 산행기 즐감이요. 2013.06.21 11:17

  • 수수녀

    그림같으네요. 사진도 글도..아주 즐겁게 감상했네요. 2013.06.22 08:15

  • skd7290

    덕분에 눈구경 잘했어요.. 현장에서는 정말 가슴 이 벅찼을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아요!!! 감솨감솨 ^^ 2013.07.05 13:03

     

  • zmtksxlvp2

    맞아요..예전엔 정말 억새가 많았어요...월출산 네발로 기어서 올랐던 기억이..ㅜ.ㅜ 2013.07.22 15:14

  • 고암선사

    월출산은 언제봐도 아름답습니다. 2013.07.24 09:06

  • Whoru

    와,우연히 들른 곳인데 제 고향에 다녀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부끄럽게도 전 월출산 꼭대기까진 못가봤습니다. 오히려 외부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죠. 덕분에 구경 잘했습니다. 저희집은 월출산 아래쪽 왕인박사 태어나신 곳 근처네요. 좋은 추억 오래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부럽네요. ^^ 2013.07.25 22:48

  •  

     

    이분재 13.06.12. 07:56
    26년전 사진이 인상적이네....
    좋은 공기가 뼈속까지 스며들 것 같네.
     
     
    김병학 13.06.12. 20:01
    윤희야 좋다
    멋져요

     

     
    박후영21 13.06.13. 08:47
    사진으로 자주보니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동네 형님같습니다.산행하시기에 좋은 체격인것같습니다.만수산행하십시요.
     
     
    김영희(고31) 13.06.14. 16:38
    26년전보다 더 젊으신것 같은데요...멋진산이네요...선배님도 멋지고요...만수산행하십시요2. ^^
    답글 | 신고

     

    따스한마음(회장) 13.06.11. 21:30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속에 마음을 달래고자 열심히 옛추억을 그리며 읽습니다
    역쉬 명산은 명산입니다 다시한번 산행에 매료되어 봅니다 ㅎㅎㅎ
     
    조폭 13.06.12. 18:43
    지두 정말 가고픈 산이였는데....전 올해 꼭 가볼까 합니다 정말 멋있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