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다시 한 번 아침가리골의 품에 안기다

맨발나그네 2014. 7. 13. 15:33

다시 한 번 아침가리골의 품에 안기다

 

● 산행일시 : 2014년 7월 12일                

● 누 구 랑 : 수원문화원산악회

● 산행코스 : 방동약수-임도-조경동교-아침가리골 계곡-진동리주차장(약 6시간 30분)

● 사진은 ? : 소리새, 향남둥지산악회 산이랑님

 

 

▲   Tranggle GPS에 기록된 인제 아침가리골 트래킹

 

 

▲   Tranggle GPS에 기록된 인제 아침가리골 트래킹

 

▲   본격적인 계곡트래킹에 앞서 조경동교 다리에서 

 

  오늘은 강원도 인제에 있는 아침가리골과 재회를 하기 위해 떠난다. 아침가리골은 한자로는 조경동(아침 朝, 밭갈 耕, 마을 洞)이라 한다지만 순우리말인 아침가리골이 정답다. 얼마나 첩첩산중이면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새 져버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강원도에는 예언서인 정감록에 난리를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최고의 피난처로 ‘3둔4가리’가 있는데 ‘3둔’은 산속에 숨은 세곳의 평평한 언덕으로 홍천군 내면의 살둔, 달둔, 월둔을 말한다. ‘4가리’는 밭을 갈아 일굴 수 있는 땅덩어리가 있는 네곳으로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를 말하는데, 사방으로 잘 발달된 도로 덕분에 오지라는 표현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침가리골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메어 터진다.

 

 

▲   2009년 아침가리골과의 꽃잠자리 모습 (1)

 

▲   2009년 아침가리골과의 꽃잠자리 모습 (2)

 

▲   2009년 아침가리골과의 꽃잠자리 모습(3) 

 

▲   2009년 아침가리골과의 꽃잠자리 모습(4) 

 

▲   2009년 아침가리골과의 꽃잠자리에서의 맨발나그네

 

  아침가리골과 꽃잠자리를 치룬게 2009년 7월이었으니 벌써 5년전이다. 작년 이맘때는 다시 한 번 그녀 아침가리골과 데이트를 해보기 위해 찾았건만 그녀는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장마로 물이 불어 도저히 트래킹을 할 수 없어 그녀의 품에 안기는 일을 접어야 했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한 번 그녀 아침가리골에 안기기 위해 떠난 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침가리골과의 꽃잠자리가 너무 강렬하게 나의 뇌와 심장에 각인되어서 인지 좀 부족한 트래킹이었다. 그건 아마도 가뭄이 계속되어 수량이 적기에 스릴과 서스펜스가 줄었기에 그렇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   방동약수터

 

오늘도 들머리는 방동약수이다. 지금부터 약 300여년전 어느 심마니가 산삼을 찾으러 부근을 돌아다니다가 지금의 약수터가 있는 자리에서 '육구만달'(60년생의 씨가 달린 산삼으로 신비의 명약이라 함)을 캐냈고, 그 캐낸 자리에서 약수가 용출되기 시작했는데 이 약수가 바로 방동약수이다. 방동약수는 톡 쏘는 맛이 있는 탄산성분 외에 철, 망간, 불소등이 함유되 있어 위장병에 특효가 있고 소화기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단다. 이 약수로 밥을 지으면 파랗게 되고 밥맛도 좋다고 한다. 그곳 약수터에서 약수로 목을 축이고 길을 떠난다.

 

 

▲   아침가리골 계곡 트래킹의 시발점인 조경동교

 

  ▲   가뭄 끝이라 수량이 적긴 하지만 계곡 트래킹의 진수를 맛보는데는 이상무이다

 

▲   아침가리골과 만나고 있는 트래커들 

 

▲   아침가리골과 만나고 있는 트래커들 

 

   아침가리골의 계곡 트래킹을 즐기기 위해서는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약 2km에 이르는 포장된 임도를 따라 오르고, 다시 비포장도로와 포장도로를 약 2km 정도 내려가야 만나지는 곳이 아침가리골 계곡 트래킹의 시발점인 조경동교이다. 오름 끝에는 최근 개발된 백두대간 트래일의 안내센터가 있는데 그 옆에 지난번 왔을 때 없던 간이상점이 생겨 음료수와 막걸리를 팔고 있고, 조경동교 옆에도 간이상점이 생긴 걸 보니 이곳도 조용히 오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힘든곳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거나 그곳 다리 밑에서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배낭의 모든 내용물을 큰 비닐주머니에 담아 갈무리 한 후 본격적인 계곡 트래킹을 시작한다. 구룡덕봉(1,388m)에서 발원한 물은 약 20여km의 아침가리골을 만들며 방대천으로 흘러들고 이 방대천은 내린천으로 합류된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걸어야 할 계곡길은 그중 일부인 조경동교부터 진동2교가 있는 진동주차장까지의 약 8~9km에 이르는 길이다. 다만 5년전에 비해 수량이 적어 약간은 실망한채 걷는다.

 

 

▲   아침가리골과 만나 즐거워하는 트래커들 

 

▲   아침가리골에서 물놀이 중인 트래커들 

 

▲   소가 깊은 곳에서는 이렇게 다이빙도 즐긴다 

 

  도심은 연일 30여도를 오르내리는 가뭄과 폭염으로 불볓더위이건만 이곳 아침가리골은 물속에 몸담그기가 주저스러울 만큼 서늘하다. 일행들 중 이곳을 처음 찾은 이들은 아침가리골의 비경과 물 속을 거니는 행복감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진다. 어느 젊은 여 산우님께서는 계곡물 속의 물고기들을 보고는 계속 탄성을 질러댄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고 가뭄으로 수량이 적어 계곡의 돌들에는 이끼가 끼어있어 미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명성이 자자한 아침가리골은 아침가리골이다. 비록 물살이 빠르고 깊어 서로 서로 손을 맞잡고 인간밧줄이 되어 힘들게 건너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부족한게 흠이긴 하지만 그건 이미 아침가리골과의 강렬한 꽃잠자리를 치룬 나에게나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모두들 행복하게 트래킹을 즐긴다.

 

▲   아침가리골 트래킹

 

▲   아침가리골에서 일행들과  

 

 

▲   향남둥지산악회 총무님과 만나서 한 컷 

 

  ▲   아침가리골 트래킹 

 

 ▲   아침가리골 트래킹 

 

  그렇게 계곡 옆으로 난 오솔길을 걷기도 하고. 계곡을 가로지르기도 하고, 계곡물에 잠겨 걷기도 한다. 그렇게 열댓번 계곡을 가로지르며 걷다보면 어느덧 날머리인 진동리 주차장이다. 약 12~13km에 이르는 트래킹 길을 쉬는 시간 포함하여 6시간반 동안 맨발로 걸은 길이다. 포장도로와 자갈 투성이인 비포장도로, 그리고 자갈과 바위 투성이인 계곡길을 맨발로 걷기가 쉽지 않았다. 물속 자갈과 바위는 이끼가 많이 끼어 무척 미끄러워 맨발로 걷고 있는 이 나그네를 시험에 들게 한다. 하지만 오늘도 적당히 고통을 즐기고, 주변 풍광과 시원한 계곡의 바람이 있어 해낼 수 있었던 맨발걷기이다. 날머리에서 버스를 이용하여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산악회가 준비한 감자탕에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으니 오늘도 방태산 기슭의 아침가리골을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거닌 행복한 하루가 마감된다.

 

 

▲   아침가리골에서의 맨발나그네 

 

▲   아침가리골에서의 맨발나그네 

 

  위에서 이번 아침가리골이 좀 부족한 듯 표현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가리골은 지금까지 여름이면 다녀 본 계곡들 중 베스트임에는 틀림없다. 그전보다 많이 오염되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청정계곡으로 분류해도 이상이 없을 듯 하고, 계곡 주변으로 펼쳐진 심산유곡의 원시림도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자연미인 비경이다. 그야말로 화장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아름다운 여인이 아침가리골이다.

 비록 그녀와의 데이트가 꽃잠자리 만큼 흥분되고 설레이지는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꽃잠자리 때보다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덜 솟을 것이고, 심장박동 또한 꽃잠자리 만이야 하겠는가. 엔돌핀은 물론이요 모르핀의 200배에 달하는 진통효과가 있다는 아미노산 복합물인 ‘뉴러펩티드’의 생성도 꽃잠자리 만큼은 안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옥시토신의 분비 또한 줄어들었을 것이다. 옥시토신은 운우지정이 절정에 달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미국의 뇌 전문가인 프라이어에 의하면 ‘나는 당신 것이고, 당신은 나의 것이다'라는 친밀감을 느끼게 해 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신비한 작용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올 여름 다시 한 번 그녀의 품에 안긴 건 탁월한 선택이다.

 5년전에도 소망해 보았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했는데 이제 그녀 아침가리골과 데이트를 한다면 맑은 계곡에 비친 단풍의 그림자가 그려지는 낙엽 붉게 물든 가을이었으면 한다. 그 가을에 고즈녁한 아침가리골 계곡을 걸으며 고독을 즐기고 싶다.

 

맨발나그네가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세상을 걷는 이야기 (  http://blog.daum.net/yooyh54/524 )

 

( 댓 글 )

따스한마음(회장) 14.07.13. 17:31
옛추억이 새록 새록 돋아나네요 ㅎㅎㅎ
시원함이 느께옵니다 부럽습니다

 

브레드 14.07.13. 22:31
곧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참을수가 없네요. ^*^
 
새별 14.07.13. 22:55
손잡고 물건너 가는 사진이
가장 인상적이네요.

 

노원 14.07.14. 07:19
시원한 계곡 코스네요 풍덩 풍덩 ,,,,,,,그런데 발바닥 괜찮은가요? 저는비포장도로로 너머 갔다 왔거든요 너무 더웠답니다

 

수원 문화원 산님들께서 트레킹 하신다는 이야기듣고 당일 이동중 선배님의 언제쯤 도착하는지의 안부 문자에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며 트레킹중 잠시지만 선배님께 인사 드릴수 있어서 좋았어요.
선배님의 좋은글 감사 드립니다.
 
후리지아(김현숙) 14.07.14. 10:07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인증샷까지... 언제나 건강하시고 즐거운 걸음 되시기 바랍니다

 

좋은친구 14.07.17. 03:45
보기만해도 시원합니다
어느 여름날의 방태산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 라이언

    보기만하여도 시원..올 더위야 물러꺼라.. 2014.07.14 05:50

  • 소영

    아주 재미있게 쓰셨네요. 즐감입니다. 2014.07.14 11:19

  • 범수

    한여름 무더위를 싹가시게하는 최상의 코스입니다. 2014.07.14 16:30

  • 쉰세대

    나그네님의 팀에 합류하고프네요. 즐감입니다. 2014.07.15 08:12

  • 나유미

    멋진 산행기네요. 들여다보면 한편의 아름다운 수필이네요. 2014.07.15 18:05

  • 아리수

    아이들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나그네님 팀원들..너무 부럽습니다. 2014.07.16 07:49

  • 사샤

    한여름 무더위에는 이보다 더좋은 코스는 없을듯하네요. 2014.07.16 08:01

  • 훈남

    아이들과 같이가면 참 좋을듯.. 2014.07.17 08:02

  • 땡중

    너무 시원합니다. 즐감입니다. 2014.07.17 18:56

  • 고시네

    가족끼리 다녀오고 싶은 곳입니다. 2014.07.18 07:48

  • 황정승

    올여름 피서지로 꾹.. 2014.07.19 06:41

  • 순돌이

    정말 가고잡다..멋있어요. 시원해요. 2014.07.19 06:50

  • 티쳐

    멋진곳입니다. 즐감. 2014.07.20 06:22

    문희

    올여름 피서지로 낙점입니다. 2014.07.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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