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거닌 화양구곡
● 산 행 지 : 충북 괴산 화양구곡
● 산행일시 : 2014년 7월 8일
● 누 구 랑 : 가고파산악회
● 산행코스 : 경천벽>운영담>읍궁암>금사담>첨성대>능운대>와룡암>학소대>파천
▲ Tranggle GPS에 기록된 괴산 화양구곡 트래킹
충북 괴산은 백두대간이 남으로 뻗어가며 풀어놓은 산들이 30여개가 감싸 안은 형국이며 산이 높으니 당연히 골이 깊고 물이 많아 심산구곡이 일품인 고장이다. 전국의 40여개 구곡 가운데 20여개가 충북에 있고 그 중 7개가 괴산에 있어 예로부터 괴산은 산과 계곡이 신선들의 정원이라 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오늘은 그곳 괴산의 구곡들 중 하나인 화양구곡을 걸어보고자 길을 떠난다.
화양구곡은 조선 중기 우암 송시열 선생이 산수를 사랑하여 이곳에 은거한 곳으로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화양동계곡의 9명소를 화양구곡이라 이름지은 곳이다.
화양 제1곡은 경천벽(擎天壁) 이다. 그러나 화양동계곡 주차장보다 아래쪽에 위치해 그냥 버스를 타고가며 감상하는데 그쳐 사진이 없다.
기암이 가파르게 솟아 있어 그 형세가 자연의 신비라고나 할까 산이 길게 뻗히고 높이 솟은 것이 마치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듯하여 경천벽이라 한다. 이 바위에는 華陽洞門(화양동문)이라는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한다.
▲ 화양동계곡 초입의 느티나무
▲ 화양동계곡 초입의 탐방로
버스에서 내려 산악회에서 주어진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내가 화양구곡을 다녀간 것이 25여년전이니 9곡까지 다녀올 심산으로 발걸음을 빨리한다. 탐방센터를 지나니 오른쪽으로 오솔길이 나있다. 그곳에는 나이먹은 느티나무 여러 그루가 맨발나그네를 맞는다. 우리나라 마을 곳곳에서 쉽게 만나지는 나무가 느티나무이다. 박문각이 출간한 『시사상식사전』에 의하면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자생수종으로 1천년 이상을 생존한다고 한다. 국내 어디에나 분포하고 해발 1200m의 고지에서도 자랄 수 있는데다 정자목으로 많이 이용돼 마을의 안녕과 화합,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느티나무는 수령 1백년 이상의 보호수 9천7백1그루 중 58% (5천6백23그루)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15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소나무와 은행나무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또 문학소재로도 소나무와 버드나무, 복숭아나무에 이어 네번째로 자주 등장하는 나무다. 특히 괴산에는 영험한 나무로 여겨지는 느티나무들이 유난히 많고, 느티나무 괴(槐)자를 쓰는 괴산의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전해진다.
▲ 화양 제2곡 운영담(雲影潭)
경천에서 약 400m 북쪽의 계곡에 맑은 물이 모여 소를 이루고 있다.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하여 운영담이라고 한다.
▲ 화양 제3곡 읍궁암(泣弓巖)
▲ 읍궁암비
화양 제3곡 읍궁암(泣弓巖)
운영담 남쪽에 희고 둥굴넓적한 바위가 있으니 우암 송시열이 제자였던 임금 효종이 죽자 매일 새벽마다 이 바위에 올라 엎드려 통곡하였다 하여 후일 사람들이 읍궁암이라 불렀다. 읍궁암 옆에는 친명 반청주의자였던 송시열이 임진왜란 때 조선에 파병을 해준 명나라 신종과 의종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던 만동묘가 있다.
▲ 화양서원
읍궁암 오른쪽에 우암을 모신 화양서원이 있다. 우암 송시열이 누구 이던가? 조선왕조실록에 3천 번 이상 등장하고, 전국 23개 서원에 제향된 사람으로 조선을 통털어 정치와 학문에 영향을 많이 미쳤던 인물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효종과 함께 북벌정책을 입안하고 행동에 옮기려 했으나 정치적 동지인 효종의 급서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낙향한 곳이 이곳 화양동이다. 그는 이곳에서 1666년부터 1688년 까지 기거하며 학문을 닦고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현실정치에도 참여를 하여 당파의 성패에 따라 복권과 실각을 거듭하다 1689년 83세를 일기로 제주도에 귀양갔다 오던 길 정읍에서 사약을 받고 죽게 된다. 하지만 그가 기거하면서 이름 지은 화양구곡의 명승지들과 그의 얼은 오늘도 많은 탐방객들에게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 화양 제4곡 금사담(金沙潭)
▲ 암서재(巖棲齋)
화양 제4곡 금사담(金沙潭)
맑은 물 속에 보이는 모래가 금싸라기 같다하여 금사담이이라고 한다. 읍궁암 동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골짜기를 건너면 바로 금사담으로서 화양구곡의 중심이며 가족 단위의 물놀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1666년 송시열이 바위 위에 암서재(巖棲齋)를 지어놓고 학문을 연마하고 후진을 양성했다.
▲ 화양 제5곡 첨성대(瞻星臺)
화양 제5곡 첨성대(瞻星臺)
도명산 기슭에 층암이 얽혀 대를 이루었으니 제5곡이다. 경치도 좋을 뿐더러 우뚝 치솟은 높이가 수십 미터이고 그 아래 "비례부동"이란 의종의 어필이 새겨져 있으니 이름하여 첨성대라 했다. 또한 평평한 큰 바위가 첩첩이 겹치어 있고 그 위에서 성진을 관측할 수 있다하여 첨성대라 한다.
▲ 화양 제6곡 능운대(凌雲臺)
화양 제6곡 능운대(凌雲臺)
큰 바위가 시냇가에 우뚝 솟아 그 높이가 구름을 찌를 듯하여 능운대라 한다.
▲ 화양 제7곡 와룡암(臥龍巖)
화양 제7곡 와룡암(臥龍巖)
첨성대에서 동남쪽으로 1㎞ 지나면 이 바위가 있다. 궁석이 시내변에 옆으로 뻗혀 있어 전체 생감이 마치 용이 꿈틀 거리는 듯하고, 그 길이가 열길이나 되어 와룡암이다.
▲ 화양 제8곡 학소대(鶴巢臺)
화양 제8곡 학소대(鶴巢臺)
와룡암 동쪽으로 조금지나면 학소대이다. 바위산 위에 낙낙장송이 오랜 성상의 옛일을 간직한채 여기저기서 있는데, 옛날에는 백학이 이곳에 집을 짓고 새끼를 쳤다 하여 이름을 학소대라 하였다.
▲ 화양 제9곡 파천(巴串)
▲ 화양 제9곡 파천에서의 맨발나그네
▲ 화양 제9곡 파천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젊은이들
화양 제9곡 파천(巴串)
개울 복판에 흰 바위가 펼쳐 있으니 티 없는 옥반과 같아서 산수경관을 찾아 이곳에 오는 관광객은 누구나 이 넓은 반석 위에 거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학소대 북쪽으로 조금 지나면 이 반석이 오랜 풍상을 겪는 사이에 씻기고 갈리어 많은 세월을 새기고 있다.
▲ 화양 제8곡 학소대에서의 맨발나그네
▲ 화양 제9곡 파천에서의 맨발나그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권하는 친구를 따라 나선 화양구곡과의 만남이다. 왕복 7.4km에 이르는 길을 2시간에 걸쳐 걷는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칩거지로 잡은 조선의 주자가 되고 싶었던 송시열 까지는 아니드라도 이곳을 찾은 시인묵객들의 흉내라도 내볼 양이면 시간을 충분히 갖고 살펴봐야 하건만 주마간산으로 훝어본 화양구곡과의 만남이 못내 아쉽다. 더군다나 탐방로는 모두 아스팔트 포장 아니면 보도블럭으로 치장되어 있으니 자연을 벗삼고 싶은 맨발나그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구곡에 맞추려다 보니 더 많은 아름다운 경관들을 놓친듯 하니 그 아름다움은 문화재청이 명승지로 지정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거닌 화양구곡이었다.
맨발나그네가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세상을 걷는 이야기 ( ☞ http://blog.daum.net/yooyh54/524 )
( 댓 글 )
( 댓 글 )
'맨발나그네 > 맨발걷기 경험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특집) 계곡 산행 모음 (0) | 2014.07.17 |
---|---|
다시 한 번 아침가리골의 품에 안기다 (0) | 2014.07.13 |
두 기인(奇人) 수리산을 걷다 (0) | 2014.06.30 |
멀티오르가즘으로 맞아준 내연산 12폭포와의 운우지정 (0) | 2014.06.23 |
스릴 만점의 슬랩구간과 씨름하며 오른 완주 장군봉 (0) | 2014.06.16 |
티파니
화양동을 여러번 놀러 갔어도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알고 논적이 없네요. 이바위가 저바위고..그냥 보기 좋구나..그런정도였지요. ㅎㅎㅎ 2014.07.11 22:05
날센돌이
사뭇 다른 해설로 아주 좋아요. 이제는 화양에 가면 순서대로 찾아볼까합니다. 2014.07.12 06:24
은순이
선경이 따로없ㄴ느 곳이군요. 아름다운 곳곳을 잘 설명해주셔서 다음에는 꼭 둘러보고 싶네요. 2014.07.12 12:37
문희
화양계곡을 한번 가봤느데 참 좋았지만 저렇게 많느 볼것이 있다는 것은 첨 알앗네요. 2014.07.12 12:43
황정승
화양계곡에 이런 숨은 명소가 많다니..감사합니다. 덕분에 잘보고 이번여름 찾아가 볼게요. 2014.07.13 08:17
이루미
옛날 양반들은 경치좋은 곳에만 살으셨네요. 멋있다. 2014.07.13 20:05
미리내
화양동은 더 멋있어요. 올여름에 함 가보세요. 2014.07.13 20:13
라이언
화양구곡에서 묻혀 산다면 일일선이 아니라 우화등선 최고 신선의 반열에 오를수 있을것 같네요. 나그네님... 2014.07.14 05:51
소영
요기는 내가 가본곳..근데 구곡중 반도 못봤네요. ㅋㅋㅋ 2014.07.14 11:20
쉰세대
화양동도 참 좋던데..구곡 제대로 본게 없네요. ㅎㅎ 2014.07.15 08:13
아리수
함 가봐야지요. 화양구곡으로...올여름에는 꼭.. 2014.07.16 07:50
훈남
물맑고 경치좋고 참 좋은 여름 피서지이지요. 즐감입니다. 2014.07.17 08:03
고시네
잘보고 갑니다. 덕분에 가볼까 합니다. 2014.07.18 07:49
쥬라기
화양동 가긴 갔었는데 구곡이란 첨 듣는소리 같아요. 다시가거든 잘 보아야지요. ㅎㅎㅎ 2014.07.23 07:56
하늘사랑
정말 조은곳이내요^&^
담엔 화양계곡으로 가보고싶내요 2014.08.15 17:16
yellowtulip1
우와~ 멋지네요 .. 사진 잘보고 갑니다. 2014.08.18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