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어화둥둥 내사랑! 광교산(2)

맨발나그네 2014. 8. 10. 17:55

어화둥둥 내사랑! 광교산(2)

 

● 어 디 를 : 광교산

● 언 제 : 2014년 8월 9일(土)

● 누 구 랑 : 김남규

● 코 스 는 : 반딧불이화장실-백년수약수터-형제봉-비로봉-토끼재-시루봉-노루목-억새밭-절터약수터-상광교 버스정류장

 

 

▲   오늘 운우지정을 나눈 코스

 

 ▲   오늘 운우지정을 나눈 기록 

 

▲   형제봉에서

 

 

 

  오늘도 조강지처 광교산이 내 준 품에 안기기 위해 집을 나선다. 함께할 산우는 벌써 몇주째 산행을 함께하고 있는 김박사다. 그는 핵융합에너지를 연구하는 국가핵융합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중학교 후배인데 요즘들어 자주 함께 산을 찾는 친구가 되었다. 핵하면 북한이 가졌다는 핵무기와 원자력발전소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던 나에게 더 이상 지구를 훼손하지 않고,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며 핵융합에 의한 크린에너지를 상용화하겠다는 결연한 마음을 전하는 멋있는 산친구다. 항상 함께하던 산7000의 이규범회장이 집안 행사로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둘이서 반딧불이 화장실을 들머리로 하여 길을 떠난다. 태풍의 간접적인 영향 때문인지 한여름 날씨답지 않은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은 힐링이다.

 

 

 ▲   시루봉에서

 

  그렇게 1시간여 남짓 걸어 도착한 곳은 형제봉이다. 그곳에서 얼려 준비해간 맥주를 팔달문정류장 근처에서 사서 백련수약수터에서 씻은 자두를 안주 삼아 들이키니 신선이 부럽지 않은 광경이다. 하긴 내가 산의 품에 드는 날은 일일선(一日仙)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나팔을 불고 다녔으니 오늘도 김박사와 나는 세속적인 일들을 접어두고 신선이 되어 광교산이라는 무릉도원에 빠져 허우적댄다. 그렇게 한참을 광교산 형제봉에서 시간을 보낸 후 형제봉 정상석앞에 포즈를 취해 본다. 마침 지나가는 산객님에게 사진을 찍어줄 것을 부탁하고는 자연스럽게 함께 걷는다. 광교산이 꽃잠자리라고 하니 광교산을 조강지처로 둔 이 맨발나그네 말이 많아진다. 그렇게 이 산객님과는 날머리까지 함께하고, 뒤풀이까지 함께 하는 인연을 맺는다.

 

조강지처 광교산과 요즘들어 부쩍 운우지정 횟수가 늘었다. 광교산를 조강지처로 만난지 40여년이니 이제 싫증날 때도 되었건만 더욱 정이 가고 있으니 혹시 병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국 코넬대학의 인간행동심리학자 하잔 박사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열정적인 사랑의 지속 기간은 대략 18개월에서 30개월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성을 본 뒤 우리의 뇌가 매력과 호감을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50마이크로초라 한다. 150마이크로초는 십만분의 15초를 말한다. 다시 대화를 통해서 상대의 매력을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90초에서 4분가량이라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끌림이 지속되는 기간은 길어봤자 900여일이라는 것이다. 하긴 인간세상에서도 900일이라는 열정적인 사랑기간에 연애와 결혼이라는 절차를 거쳐 계속 백년해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사랑을 유지하는 방정식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기에 파경에 이르지 않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   아인쉬타인의 사랑의 방정식

 

  그럼 사랑의 방정식이란 뭐란 말인가? 과연 있기는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 뒤풀이에 떡이 된 머리로 이런 저런 자료를 뒤적여 본다. 과학기술정보 메일 매거진인 <과학향기>에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의 칼럼 '사랑도 수학으로 풀 수 있을까'에 있는 아인슈타인의 사랑방정식이 눈에 띈다. 그 내용을 소개해 보면 어느 날 물리학 강의 도중 한 학생이 아인슈타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단다. “박사님은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상대성 원리도 발견하시고 수식화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사랑도 방정식으로 표현하실 수 있습니까?” 잠시 생각하던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사랑 방정식을 만들어 냈다.

 

LOVE = 2□ + 2● + 2V + 8<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단다.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을 마지못해 떠나가며, 못내 아쉬워 뒤돌아보는 그 마음! 갈 수 없는 길인데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라고...

 

▲   심장형(Cardioid) 방정식 : 17x²-16|x|y+17y²=225

 

▲   여러 심장형(Cardioid) 방정식

 

  그 다음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사랑방정식은 2004년 방영된 SBS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에서 로맨티스트인 수학영재 승재(윤계상)이 여자친구 유민(정다빈)에게 "17x²-16|x|y+17y²=225 이 먼줄 알아? 사랑방정식이야. 왜 사랑방정식인 줄 알아? 저 방정식으로 그래프를 그려보면 하트모양의 그래프가 나온대~”라며 마음을 전했다는 방정식이 있다. 이 방정식은 심장형 방정식이라 하는데 영어로는 Cardioid(Cardio는 심장을 뜻한다)라 하며 하트모양을 그려내는 방정식이다.

 

 

▲   광교산에서 

 

  그 외에도 여러 심장형(Cardioid) 방정식이 있지만 그 대부분이 하트모양의 곡선을 그리기 위한 방정식이다. 어느 방정식을 쓰든 하트모양이 달라질 뿐 사랑의 본질에 접근하긴 어렵다. 하긴 처음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놈을 방정식으로 풀어보고자 한게 한계다. 그것보다는 부부갈등전문가인 미국의 존 고트만 박사가 오랫동안 여러 부부들을 관찰해 발표한 5대1 사랑의 방정식이 더 현실적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상대방을 한 번 비난했을 경우 다섯 번 칭찬해줘야 부부가 오랜 기간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방정식이다.

 

 

▲   광교산에서 만난 풍경

 

  이제 의학의 발전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놀라울 정도로 수명이 길어졌다. 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은 부부가 예전보다 더 많은 기간을 함께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예전에 30~40여년이던 결혼기간이 작금에는 60~70여년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지구상에 완벽하게 다른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남자와 여자라고 하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이자 부부상담전문가인 존 그레이는 심지어 남녀는 서로 다른 별에서 왔다고 할 만큼 다르다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두 남녀가 오래동안 파경없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5:1의 법칙인 사랑방정식에 신경써가며 서로를 배려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   지동시장에서의 뒤풀이 

 

▲   바쁜 와중에도 함께한 벗들 

 

  조강지처 광교산이 고마울 뿐이다. 40여년간 이런 저런 사랑방정식 따위에 신경쓰지 않아도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주고 있으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없다. 그 조강지처 광교산이 내 준 품에 안겨 서너시간 운우지정을 나누니 절로 옥시토신이 마구 마구 분출된다. 그 여세를 몰아 뒤풀이로 팔달문 근처의 지동시장 순대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소주를 털어 넣는다, 술자리는 길어져 산7000산악회 회장을 불러내고, 또 야간산행 취재를 다녀오고 있던 송수복 산악대장까지 불러내여 판을 벌리니 광교산과의 운우지정보다 뒤풀이가 더 길어진 오늘이다. 하지만 즐거운 이들과 함께 한 잔 술을 기울이며 한담(閑談)을 나누는 즐거움 또한 산과의 운우지정 못지않게 행복한 일이다.

 

( 댓 글 )

 

브레드 14.08.10. 20:08
수학은 복잡한데 사랑방정식은 웬지 더복잡할것 같습니다. 아니 사랑이 더 복잡한것 같아요 서로 끌리면 그것이 사랑이겠죠

 

천진대경 14.08.12. 17:37
멋있는 산행과 후기 잘보았습니다.

 

랑탕밸리 14.08.10. 21:12
즐감하고 갑니다..산행후 맥주한잔 최고죠..수고 많으셨읍니다.

 

따스한마음(회장) 14.08.11. 16:11
얼결에 찬조출연...!!
불러 주심에 감사 드리구요 잘먹고 즐겁고 행복 했습니다 ㅎㅎㅎ

 

이분재 14.08.17. 17:46
아직도 맨발은 살아있다.........

 

박건원(중18) 14.08.17. 23:27
넘 행복해 보입니다...수고하셨습니다...........................

 

  • 티파니

    19금 2탄이 발사...정말 즐감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2014.08.11 06:00

  • 나그네

    ㅎㅎㅎ
    티파니님
    이 정도 글은 이제 15금 정도로 낮추어도 되는 세상이지 않을까요?
    하여튼 즐감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08.11 08:07

  • 나유미

    때아닌 아인슈타인 사랑의 방정식이 ...이런사랑 저런사랑이 판을 쳐도 산을 사랑하는 산사랑이 제일?이랍니다.
    나그네님의 광교사랑도 가히 일품입니다. ㅉㅉㅉ
    2014.08.11 12:27

  • 나그네

    나유미님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고 계셨네요~~
    이 사랑 저 사랑 중에 산사랑 만한 것이 있으리요
    물론 그중에서도 광교산과의 사랑이 최고랍니다
    2014.08.11 12:49

  • 연아

    사랑도 방정식이 있으리라고는 도무지 생각도 못했네요. ㅎㅎㅎ 2014.08.11 19:09

  • 순희

    산행도 그리운 사람을 만나 같이 가는것이 좋지요. 그리고 뒷풀이가 더욱 좋고요. 산행기 정말 감미로웠습니다 2014.08.11 19:13

  • 나그네

    연아님
    사랑에는 방정식이 잘 안맞는거 같습니다.
    그저 서로 배려하는 것만이 사랑의 파국을 막는 길이져~~

    순이님
    혼자여도 좋고 여럿이어도 좋은게 산과의 만남입니다. 뒤풀이가 있으면 더 좋고요~~
    내가 후희라 우기는 산행기를 쓸수 있어 더욱 좋고,
    훌륭하신 독자님들의 답글이 있어 더 행복한 산과의 운우지정입니다.
    2014.08.11 23:16

  • 은순이

    조강지처...사십년을 묵묵히 기다려준 보람?이 있나 모르건네요. ㅎㅎㅎ. 산행기 반갑습니다. 2014.08.12 07:33

  • 나그네

    은순이님
    아마 내가 조강지처라 우기는 광교산은 내가 더이상 산을 찾을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그날까지
    기다려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나그네는 ~~~ ㅎㅎㅎ
    2014.08.12 08:10

  • 미수다

    나그네님은 조강지처가 늘 기다려 줄것이라고 믿지는 않겠지요? 현실에서 말에요. 2014.08.12 10:54

  • 나그네

    미수다님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하지만 저는 광교산 조강지처가 되었던 실제 조강지처가 되었던
    끝까지 기다려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14.08.12 11:20

  • 쥬라기

    ㅎㅎㅎ. 웃음이 나옵니다. 요즘엔 시앗을 보면 그날로 보따리 쌉니다. 2014.08.12 13:25

  • 나그네

    쥬라기님
    그래서 OECD가입국가중 한국의 이혼율이 1위라 하더이댜
    하지만 14년전 하늘나라로 떠날때~~~
    하늘나라 오는날까지 기다린다고 했는데~~

    2014.08.12 14:23

  • 가을여자

    누가 나그네님의 상처를 헤집나요? 조강지처 광교산이라도 있어 다행입니다. 2014.08.12 19:04

  • 나그네

    가을여자님
    상처라고 할 게 있겠습니까
    누구나 할 것 없이 인생길이라는 여행을 하다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가야하는 길이지요
    누구는 조금 일찍가고 누구는 조금 늦게 갈뿐~~
    아니 그곳 입장에서 보면 오는 것이 이르고 늦을뿐이지요
    2014.08.12 21:25

  • 상철희

    삶과 죽음의 경지를 초월하여 진짜 산과 하나가 된 산사나이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2014.08.13 08:07

  • 나그네

    상철희님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인생길을 걷다보니 마음먹은대로 되지않더이다
    해서 쉬는날만이라도 일일선이되어
    경허스님의 시구 '아사세갱하의'를 되뇌며 살려고 합니다
    참고로 '아사세갱하의' 뜻은 '내가 티끌세상을 버렸으니
    다시 무엇을 바라랴'라고 합니다
    2014.08.13 14:30

  • 지영이

    마음을 비우시니 세상이 좀 다르게 보이던가요? 일일선이라도 구도의 길을 가시는 맨발나그네님의 발자취라도 따라보고 싶어집니다. 2014.08.14 08:06

  • 순돌이

    멀리 떠나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조강지처에게 머문다면 그것도 순애보네요. 2014.08.14 13:32

  • 나그네

    지영이님
    과찬이십니다
    구도의 길이라니요......
    그저 살다보니 어느날 세상의 아웃사이더가 되있더이다
    해서 그저 산길을 걷고, 어느날 부터인가 그것을 운우지정이 어떻고 저떻고...
    마셔댄 술을 반야탕이네...... 신선들이나 마신다는 유하주네.....
    그렇게 읊조리며 살고 있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어느날 부터인가 산과의 운우지정을 글로 남겨
    온라인상으로나마 여러 독자들과 만남이 즐거울 뿐입니다

    2014.08.14 21:19

  • 나그네

    순돌이님
    누군가의 노래중에 '있을때 잘해'라고 하더이다.
    몸과 마음받쳐 사랑해야 할 사람............
    바로 조강지처이지요..........허허허
    2014.08.14 21:20

  • 스노맨

    요즘 사랑은 방정식으로 도저히 만들수 없는 난해.복잡.헝끌어진 복합굴절 사랑일걸요? ㅋㅋㅋ 2014.08.15 11:21

  • 쉰세대

    말장난스럽지만...그래도 사랑이라니 소중한 것이지요. 사랑의 방정식. 2014.08.16 08:39

  • 범수

    산행친구들도 정들면 XX친구처럼 되는군요. 멋진 산행기 즐감입니다. 2014.08.18 09:40

  • 라이언

    사람은 누구나 감춰진 사연들이 많지만 좀체로 드러내지 않지요. 그게 남자들의 모습... 2014.08.19 08:11

  • 땡중

    멋진 산행기 즐겨읽고 갑니다. 님의 산행기를 묶어 책으로 내셔도 좋을듯 합니다. 2014.08.20 07: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