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나그네 맨발되어 백두대간에 서다

맨발나그네 2014. 8. 28. 07:58

나그네 맨발되어 백두대간에 서다

 

● 산 행 지 : 구룡령~갈전곡봉~연가리골

● 산행일시 : 2014년 8월 24일 (日)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구룡령~구룡령옛길정상~갈전곡봉~연가리골 갈림길~연가리골~연가리골탐방센터

● 사진은 ? : 코난, 노루귀, 자스민, 미루, 따스한마음

 

 

▲   출발에 앞서 

 

 

▲   Tranggle GPS에 기록된 구룡령~연가리골

 

  ▲   Tranggle GPS에 기록된 구룡령~연가리골

 

 

 강원도는 참 복받은 지방이다. 물론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흔히 수도권이라 일컽는 서울,경기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하늘이 내린 곳이요, 꿈이고 바램이다. 그곳에는 우리에게 동해안이라 불리우는 바다는 물론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치악산 등 기라성 같은 산들이 경치를 뽐내고, 북한강, 낙동강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전체 면적의 약 82%가 산지이다. 그러니 사계절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울창한 숲이 태고의 신비를 내보이는 높은 산과 청정함을 간직한 계곡이 많아 사람들에게 휴식과 힐링을 제공한다. 그러기에 매주 주말이면 교통체증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원도로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곳 강원도의 백두대간의 일부를 걸어보기 위해 오늘도 집을 나선다.

 

 

▲   들머리인 구룡령

 

▲   산경표에 의한 대간 정맥 

 

▲   남한쪽 백두대간 

 

▲   강원도의 백두대간 

 

 오늘의 들머리는 구룡령이다. 구룡령은 양양과 홍천을 연결하는 고갯길로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목이다. 백두대간이 무엇이든가? 일제에 의해 1900년초 일본의 지리학자 고토 분지로라는 인물이 한국의 광물자원을 조사하면서 ‘산맥’개념의 지도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각종 지리부도에는 사용되고 있다. 지질구조에 기반한 산맥체계와는 달리 지표 분수계(分水界)를 중심으로 산의 흐름을 파악하고 인간의 생활권 형성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산지인식 체계가 백두대간이라고 산림청 홈페이지는 설명하고 있다. 이 백두대간은 여암 신경준의 ‘산경표’,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나와있는 것을 1980년대에 산악인들에 의해 되찾아 사용하고 있다. 다만 1980년대 발견되어 사용되오던 ‘산경표’영인본에는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나뉘어져 있어 산림청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많은 곳이 이를 따르는데 나중에 발견되어 규장각에 있는 ‘산경표’진본에 의하면 1대간, 2정간, 12정맥이라고 하니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듯 하다.

 

 

▲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 산7000산악회 회원들

 

 백두대간은 북쪽 백두산에서 출발하여 두류산, 금강산을 거쳐 남쪽 설악산에 이른다. 이 산줄기가 오대산~태백산~속리산~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데 이 산줄기를 우린 백두대간이라 부른다. 총거리 약 1,400km에 이르는 장대한 우리 국토의 등뼈를 이루는 중심 산줄기이다.

 설악산에 이르른 백두대간은 진부령~미시령~마등령~한계령~조침령을 거쳐 오늘 들머리로 삼은 구룡령에 이르고 다시 진고개를 향해 내달려 가니 구룡령은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의 고개이다.

 

 

▲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 산7000산악회 회원들

 

 지금이야 버젓이 56번 국도가 지나가는 구룡령이지만 옛날에는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상품 교역로였고, 양양,고성 지방 선비들이 과거를 치르러 한양으로 갈 때 산세가 평탄하여 이 고개를 많이 이용하였다고 한다. 명칭에서 유래하듯 용의 영험함을 빗대어 과거 급제를 기원하며 넘나들던 고개라 하며, 구룡령(九龍嶺)이라는 이름은 ‘아홉 마리 용이 고개를 넘어가다가 지처서 갈천리 마을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고갯길을 넘어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전한다.

 고려 때는 구운령(拘雲嶺)이라 불렸다고 하는데 그 유래가 자못 재미있다. 고개아래 갈천마을에 살던 사내가 장가를 가지 못해 산 너머 양양에서 처녀를 보쌈하여 이 고개를 넘다가 구름이 끼어 길을 잃었는데 개가 길을 안내해서 살아 돌아왔다는 데서 유래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   구룡령옛길 정상에서의 맨발나그네 

 

 어째거나 선비들은 과거를 보기위해 이 고개를 넘었을 것이고, 홍천 사람들은 그들이 키웠을 곡물을 영동지방으로 팔러가기 위해 이 고개를 넘었을 것이고, 양양 사람들은 그들이 잡은 건어물을 나르기 위해 이 고개를 넘었을 삶의 애환이 깃든 고개이다. 양양의 총각이 홍천 처녀에게 장가가기 위해 넘었던 고개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의 자식들은 외갓집을 다녀오기 위해 이 고개를 넘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와중에 산적들은 이 고개를 넘나들던 사람들을 약탈하기 위해 고개마루 어디엔가 숨어서 넘나드는 길손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야말로 민초들의 발자국이 선명한 구룡령에 이 맨발나그네는 숲의 향기를 맡기위해,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지친 삶을 힐링하기 위해 발을 들여 놓는다.

 

 ▲   지나 온  길은 얼마이며 가야 할 길은 얼마나 남았던고....

 

 구룡령은 해발 1,013m이니 아마도 그동안 많은 산과의 운우지정 속에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하는 운우지정(산행)이 될 듯 싶다. 초입부터 가파른 계단이어서 어제 벌초에 이어 모임에 참석하여 마셔댄 미혼탕에 혼미해진 정신이 번쩍 든다. 약 100m 정도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어느덧 마루금에 이르고 마루금을 따라 걷다보니 구룡령옛길 정상이라는 표지목이 나타난다. 그곳으로부터 다시 계단으로 된 길을 따라 걷는다. 길은 1,000m내외의 고도를 가진 봉우리들을 계속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니 지루하기 짝이없다. 어디 그뿐인가. 숲이 울창하고 깊어 도대체 주변 경관을 감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   여름 백두대간을 걷기가 쉽지 않다 

 

 ▲   쉬고 또 쉬고~~ 

 

  백두대간 구룡령~갈전곡봉~연내봉~조침령에 이르는 코스는 그 거리가 대략 18km이다. 그 중 우리는 오늘 구룡령~갈전곡봉~연가리갈림길에 이르는 11km의 백두대간 길을 걷는다.

오늘 산행을 같이한 분들중에도 꽤 많은 분들이 백두대간 전 코스를 걸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그 분들에게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겨우 11km 밖에 안되는 길을 걸으며 재미없고 힘들다고 투덜대고 있건만 남한쪽 구간 700여km의 길을 묵묵히 1달이상 걸어야 한다는 것은 고행이다. 계속 걷는게 아니고 주말을 이용하여 걷는다면 반년이상을 걸어야 마칠 수 있는 코스이니 정말 초인이 아니고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다 정간, 정맥, 기맥, 지맥까지를 꿰뚤고 또 걸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러울 뿐이다. 지금은 막혀있지만 통일이 되어 북한쪽 백두대간이 열리면 그곳으로 달려갈 사람들을 생각하니 입가에 절로 웃음이 배어든다.

 

 

▲   갈전곡봉 정상 

 

이런 저런 상념속에 걷다보니 갈전곡봉(1,204m)에 도착이다. ‘칡넝쿨 밭’이란 뜻의 갈전곡봉(葛田谷峰)은 홍천군과 양양군, 그리고 인제군의 경계다. 구룡령을 떠나 겨우 4km 남짓을 걸었을 뿐이다. 날머리로 삼은 진동리 418번 도로까지 16km이니 겨우 4분의 1을 걸었을 뿐인데 힘에 부친다.

그곳 갈전곡봉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주변풍광이 있는 것도 아니요, 무더운 날씨속에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려야 하니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길이다.

 

 

▲   금강초롱

 

▲   투구꽃

 

▲   눈빛승마

 

▲   흰진범

 

▲   궁궁이

 

▲   자주조희풀

 

 

▲   취나물꽃

 

 

 

 

 

 ▲   물봉선

 

 

 ▲   새며느리밥풀꽃

 

 ▲   마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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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을 걷다 만난 버섯들

 

 

 

 다행인 것은 산행길 주변의 숲과 자주 눈에 띄는 야생화가 있고, 그 야생화에 대해 우리가 야생화 박사라 칭하는 노루귀님의 설명이 있기에 그나마 지루함을 조금 덜어낸다. 금강초롱을 제외하면 들어도 또 잊어버릴 이름들이지만 투구꽃, 눈빛승마, 흰진범, 궁궁이, 자주조희풀, 새며느리밥풀꽃 등 노루귀가 풀어놓는 야생화 이름들을 입속으로 되뇌이며 걷는 것은 백두대간 길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행복이다. 거기에다 이름까지는 다 모르겠는 버섯들과의 만남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   연가리골 갈림길

 

▲   연가리골을 걷고 있는 회원들

 

 

▲   연가리골에서 신사도를 발휘하여 봉사활동중인 맨발나그네

 

 

▲   연가리골

 

 

▲   연가리골

 

▲   연가리골

 

 그렇게 11km를 걸어 도착한 연가리골 갈림길이다. 앞으로 직진하면 조침령이지만 우린 좌측의 연가리골로 내려선다. 예언서인 정감록에 난리를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최고의 피난처로 3둔( 홍천군 내면 산속에 숨은 세곳의 평평한 언덕, 살둔, 달둔, 월둔) 4가리(밭을 갈아 일굴 수 있는 땅덩어리가 있는 네곳으로 인제군의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한 곳인 바로 그곳 연가리이다. 나무는 울창하고 며칠전 내린 비로 물도 풍부하여 계곡 트래킹으로 부족함이 없건만 모두들 지친 몸을 추수르기에 바쁘다. 원래 산행 예정시간인 5시간반을 훌쩍 넘기고 있으니 주변풍광에 눈길 줄 새없이 발걸음을 빨리한다.

 

 

▲   연가리골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백두대간 길 겨우 11km와 연가리골 5km를 포함하여 총 16km를 휴식시간 포함하여 8시간이 걸린 운우지정이다. 집을 나선 시간이 새벽 6시 반이요, 집에 도착한 시간이 밤 12시 반이었으니 그야말로 무박2일인 운우지정이다. 날씨와 장소, 몸상태 등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 어려운 산행을 맨발로 진행하였으니 쉽지 않았던 산과의 운우지정이다. 그러나 몸은 고되고 피곤하건만 정신만은 맑아진다. 빼곡이 들어선 나무에서는 항염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피톤치드가 넘쳐나고 계곡에서는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음이온이 넘쳐난다. 그뿐 아니라 계곡물 소리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는 뇌 활동을 안정시켜 스트레스 호르몬인 크르티솔을 감소시킨다고 하니 정신이 맑아지지 않을 수 없다. 정도전은 그의 삼봉집에 산길을 걸어 정신을 피로하게 하고 근육을 수고롭게 한 뒤에야 즐거움을 얻는다고 했다. 해서 또 다른 날 오늘의 육체적 어려움을 잊은채 나는 배낭을 짊어지고 기꺼이 그녀(山)으 품에 안기러 떠날 것이다.

 

맨발나그네가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세상을 걷는 이야기 (  http://blog.daum.net/yooyh54/524 )

 

( 댓 글 )

 
따스한마음(회장) 14.08.28. 15:22
그날에 추억을 되살리며 생각에 나래를 폅니다
하염없이 걸으며 대자연속으로 흠뻑 빠저본 날이였습니다
힘은 들었어도 왠지 뿌듯하고 뭔가를 가득 얻은 느낌 이랄까요
나그네님에 산행후 산행기가 있어 더욱 기억되는 산행 이였던거 같습니다
함께함에 즐거움은 배가되었고 언제나 행복하답니다 진심으로 감사 또 감사 드립니다 ㅎㅎㅎ
 
  코난 14.08.29. 12:20
멋지십니다.
야생화꽃 이름도 재미있구요
걷고 또 걷고...............
 
경인-송수복 14.08.29. 15:52
맨발로...힘드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노원 14.08.29. 17:15
멋지시네요 맨발로..왕성한 활동을 하십니다..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꾸뻑

 

좋은친구 14.09.02. 11:27 new
이름모를 야생화와 버섯들이 넘 이뻐요^^
앉아서 마음으로 함께 한 산행이었습니다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고요.

 

짱~가 14.09.01. 11:03
즐산을 축하드립니다~~~

 

miran 14.10.26. 08:59
산행이 왜 좋은지를 알게해주는 글입니다 ㅎㅎㅎ
 
도요새의 눈 14.09.02. 16:16 new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 미수다

    일일선을 이루기가 여간 힘드는게 아니군요. 덕분에 백두대간의 대장정이 얼마나 힘드는줄 조금은 알게 됩니다. 2014.08.28 14:46

  • 산울림

    버섯이 많네요. 버섯산행도 참 재미있는데..멋진 산행기 잘보고 즐기고 갑니다. 2014.08.28 16:43

  • 동이

    주변에 아름다운 나무, 바위, 풀, 야생화들로 힘든줄 모르셧을듯..너무 아름다워요. 2014.08.29 08:06

  • 순돌이

    저런 험하고 높은 산을 맨발로 산행을 하셨다니 믿기지 않네요. 근데 사진에 맨발로 나오니 참..고생하셨네요. 발님이요. ㅎㅎㅎ 2014.08.29 16:13

  • 범수

    나무 숲길만 보고 오고간 지루한 여정이었네요. 그래도 길옆의 야생화..버섯등에 위안을 받았을듯도 합니다. 2014.08.30 05:45

  • 라이언

    정감록도 나오고 ..이땅의 숨겨진 내면을 파내 밝히시며 맨발의 장점을 은근히 펼치시는 나그네님의 산행기 즐감입니다. 2014.08.30 20:14

  • 티파니

    천이백고지를 넘나드는 강행군이네요. 멋진 산행기 즐감합니다. 2014.08.31 06:30

  • 땡중

    산행기의 아름다움 속으로 푹 빠졌다 갑니다. 2014.09.01 05:52

  • 미리내

    험한계곡도 맨발로 걸으시면 발은 어케되나요? 불상해라.. 2014.09.01 17:40

  • 쉰세대

    멋진 산행기 즐감이요. 2014.09.02 08:03

  • 가을여자

    일일선이 되는길은 그저 고행일 따름인져..그중 맨먼저 발이 제일이라.. 2014.09.03 08:03

  • 사샤

    어서 통일이 되어 백두산도 맨발로 등정하시길 빌께요. 2014.09.04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