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가평 연인산과 사랑을 나누다

맨발나그네 2017. 2. 5. 15:56

가평 연인산과 사랑을 나누다

 

어 디 를 : 가평 연인산(1,068m)

언 제 : 2017122()

누 구 랑 : 7000산악회

코 스 는 : 마일리 국수당 주차장-우정고개-우정봉-연인산 정상-소망능선-백둔리

사 진 은 : 소리새, 미루, 혁이아빠, 따스한마음, 노루귀



▲  함께한 산7000산악회


▲  연인산 등산 안내도


▲  GPS 기록(미루님 제공)


▲  당일 가평 연인산 날씨 예보(기상청)


 

  춥다. 이 맨발나그네가 살고있는 수원지방의 수은주도 영하10도 이하로 내려가 있고, 더군다나 오늘 사랑을 나눌 가평의 연인산은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영하14~영하17도 사이라고 하니 떠나야하나 말아야하나 난감하다. 하지만 손길 뻗어오는 차가운 유혹을 견딜 수 없어 옷을 두텁게 찾아 입고 언제나와 같이 길을 나선다. 아니 겨울 여인()의 유혹에 가슴 벅찬 설레임을 안고 초례청이 차려진 연인산정상을 향해 몽유병 환자가 된 듯 떠난다.

 

  가평에 위치한 연인산(戀人山)은 원래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무명봉이었고, 산 아래의 마을 사람들은 우목봉이요, 조선시대 문헌에는 산 위로 달이 떠오른다 하여 월출봉이라 불리우기도 했다한다. 그러던 곳이 산기슭에 있는 지명인 아홉마지기유래인 화전민이었던 길수와 김참판댁 종으로 있던 소정이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http://farm.gg.go.kr/sigt/116 연인산도립공원 홈페이지)을 모티브로 1999년 가평군 지명위원회에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옛날 이곳의 주인공이된 선남선녀와 같이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소망을 기원하기 위하여 연인산(戀人山)이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고 2007년에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하니 이름 덕을 톡톡히 본 산이라 하겠다.














 

  오늘의 들머리는 마일리 국수당 주차장이다. 예보된 날씨에 비하면 견딜만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나마 바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출발한 일행이 우정고개까지는 눈길을 걷느라 좀 힘들지만 여럿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걷고 있으니 별 어려움이 없다. 우정고개에서 잠시 쉼을 가진후 다시 길을 떠난다. 오르는 길 우측으로 아름드리 잣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며 우리를 환영한다.













 

  우정봉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우정능선은 정말 가평 주변의 산줄기를 무제한 감상하는 능선길이다. 거기다 설화와 상고대가 제법 만발한 천상의 화원이다. 눈꽃은 나뭇가지에 눈이 쌓이면 설화(雪花), 쌓였던 눈이 얼면서 얼음 알갱이가 줄기에 매달리면 빙화(氷花)로 불린다. 안개나 습기가 나무에 얼어 붙어 마치 하얀 산호처럼 피어난 것은 상고대라 한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상고대는 영하 6이하, 습도 90% 정도, 바람이 초속 3m 이상일 때 잘핀다고 한다. 오늘 가평의 예보된 날씨에 의하면 기온 영하17~영하14, 습도30~40%, 풍속 12~13m이니 최적의 조건은 아닌 듯 싶지만 이 정도면 금상첨화이다. 하긴 올해도 추위를 무릅쓰고 천상의 화원인 겨울꽃을 기대하며 제왕산, 태백산의 품에 안겨봤건만 실망만 한 운우지정이었다




 

 

  그렇게 눈부신 은빛 설원을 걷다 정상을 몇백미터 남겨놓고 점심상을 펼친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은빛 설원 속에서의 떡라면과 유하주(신선들이 마시던 술) 한잔은 이 나그네를 또다시 일일선(一日仙) 모드로 바꾸어 놓는다.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걷는 길은 꿈길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길이다. 영롱한 눈꽃들은 마음을 가리고 있던 혼탁한 꺼풀을 벗겨내고 맑은 마음으로 만들어 준다. 맑은 마음을 안은채 천상의 화원 눈꽃밭을 사각사각 발자국을 남기며 걷다보니 연인산 정상이다. 항상 그렇지만 나목상태에서 눈이 뿌려진 겨울산은 일망무제다. 정상에서의 환희를 맘껏 맛보곤 소망능선을 따라 백둔리로 향한다. 겨울산이어서 예정보다는 조금 더 걸렸지만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으로서 행복한 하루였다.




 

  겨울산과의 운우지정이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겨울산과의 운우지정은 백미인 눈꽃속을 황홀하게 걷는 것인데 언제나 만나지는 것이 아니니 누구를 탓 할 수도 없다. 그야말로 신의 보살핌이 있어야 맞게 되는 행운이다. 그런데 이번 연인산 운우지정에 천상화원을 헤맬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이 나그네에게 주어진 행운이다. 내 인생에 있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눈꽃이 만발한 천상화원과의 데이트를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떠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맨발나그네의 블로그 가기☞  맨발나그네가 세상을 걷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