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몸과 마음을 위로 받으며 걸은 호명산

맨발나그네 2016. 3. 1. 08:05

몸과 마음을 위로 받으며 걸은 호명산

어 디 를 : 가평 호명산 (632m)

언 제 : 2016228()

누 구 랑 : 7000산악회

코 스 는 : 호명호 제1주차장-호명호-장자터고개-기차봉-호명산정상-전망대-청평유원지

사 진 은 : 소리새, 미루, 따스한마음, 본인


▲  호명산 들머리에서


▲  호명산 트랭글GPS 기록


▲  호명산 트랭글GPS 기록


 

  오늘도 나는 길을 떠난다. 오늘 만나는 곳은 가평군의 호명산이다. 가평은 3(, , ) 3(인심, , 공기)의 고장으로 불리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면적의 84% 가량이 산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1,468m)을 비롯하여 명지산(1.267m), 석룡산(1,147m) 등 아름답고 기라성 같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고장이다. 이밖에도 유명산, 축령산 등이 가평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평을 일컬어 녹색 향의 산소탱크라 말한다. 이렇게 산이 높고 많으니 계곡이 깊고 많고 그 계곡엔 물이 넘쳐난다. 특히 전체 조림지의 70% 이상이 잣나무 숲을 이루고 있어 백림의 웅자함을 더해 준다. 가평군의 잣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40%라고 하니 가히 그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40여년전 제3하사관학교 생도 시절 가평의 목동사격훈련장에서의 맨발나그네

(국방색 물이 다 빠져 하애져 버린 훈련복 때문에 빨치산이 따로 없다)


▲  가평의 제3하사관학교에서 분대훈련중인 맨발나그네

 

  이런 가평에 나도 6개월간 생활한 적이 있으니 40여년 전 군입대와 동시에 가평에 자리잡은 제3하사관학교라는 곳으로 차출되어 육군단기하사로 임관되기 위한 교육을 받은 인연이 서린 곳이다. 그 시절 어찌나 훈련이 고되던지 가평쪽을 바라보고는 거시기도 보지 않겠노라고 전우들과 농담을 나누던 곳이지만, 지금은 녹색 향의 산소탱크가 그리워 가끔씩 들리는 고장이 되고 말았다.


▲  주차장에서 호명호까지는 약 3.8km를 1시간 정도 포장도로를 걷는다


▲  호명호 오르는 길 산7000의 부회장과 함께....


  호명산은 가평의 기라성 같은 산들에 묻혀 대접을 제대로 받지못하고 있지만 한국 최초의 양수발전소인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에 물을 저장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조성한 호수인 호명호가 호명산의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기에 가평군은 가평팔경(加平八景) 2경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매력적인 국내여행지 1,001곳을 소개한 대백과사전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 1001(최정규, 마로니에북스, 2010)에 호명산 정상에서 한눈으로 담는 북한강의 모습은 처음 찾는 사람에게 새로운 느낌의 감흥을 주며, 정상에 서면 용문산, 축령산, 대금산 등의 봉우리가 형제처럼 어우러지고 거대한 물웅덩이인 청평댐의 웅장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고 소개하며 호명산을 경기도편에 올려놓고 있다.


▲  호명호 호숫가에 만들어 논 호랑이 형상


▲  가평8경 중 제2경인 호명호


 호명산(虎鳴山)은 옛날 산림이 우거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을 때 호랑이가 많이 살아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대부분의 소개서나 현지의 안내판에는 설명되어 있으나, 다른 설로는 호명산 건너편 뾰루봉 사이를 흐르는 북한강물이 청평댐이 들어서기 전 빠른 물살로 나는 소리가 호랑이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해 범울이가 됐고, 범울이를 한자로 옮겨 호명(虎鳴)이 되었다고 하는데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어째거나 호명호 제1주차장을 들머리로 호명산 정상을 향한다.


▲  호명호에서 호명산정상으로 이어지는 명지지맥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  호명호에서 호명산정상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명지지맥


  포장도로를 따라 대략 3.8km1시간 남짓 걸어야 호명호가 보인다. 가평팔경 중 제2경으로 가평군청 홈페이지에는 설명되어 있지만, 겨울철 121일부터 익년 315일까지는 개장이 되지않아 버스도 운행되지 않으니 호명산을 찾는 사람들 만이 거쳐가는 곳이기에 우리 일행도 설렁설렁 지나친다. 그리고 호명호와 기차봉 중간지점 능선에서 간단히 간식들을 먹고는 기차봉을 거쳐 호명산 정상을 향한다. 호명호부터 정상에 이르는 3km 길은 모두들 아름답고 멋진 길이기에 사랑받기에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 관계로 주변의 시야도 선명하지 못하고 여름의 초록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눈길을 걷는 것도 아니니 좀 무미건조하다.


▲  호명산 정상


▲  기차봉


▲  하산길 만난 북한강과 청평수력발전소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  전망대에서 본 청평수력발전소와 북한강


▲  하산길 만난 아름다운 오솔길


  호명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다시 오늘 날머리로 잡은 청평유원지 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전망대가 있고 그곳에서 보니 북한강과 어울린 청평수력발전소가 자태를 뽐내지만 날싸가 흐려있어 선명하지 못하다. 그렇게 들머리부터 10km를 걷다보니 어느덧 날머리인 청평유원지이다.


▲  호명산과 열애에 빠진 맨발나그네


  각자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에 호명산을 넣어야 하느냐 마느냐는 각자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오늘 내게 보여준 호명산의 풍광은 조금 부족한 듯 하다. 하지만 대수랴. 산을 인연으로 만난 벗들과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며 산 속을 걷는 일은 즐거움이다. 힐링이다. 시간과 일에 쫓겨 병든 나의 몸과 마음을 자연에 맡겨 연인()으로부터 위로 받으며 걸은 길이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김영길지음, 사람과사람)에서 저자는 현대의학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는 여러 질병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걷기, 호흡, 웰빙식품을 기본으로 마음과 영혼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한다. 500만 년 동안 걸으면서 진화해온 인간은 한 곳에 머무르면서 불안, 우울,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걸으면서 호흡을 조절하라고 전한다. 걷기예찬(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에서 저자는 수많은 철학자와 문인, 순례자들을 예를 들면서 길위에서 삶의 불안, 고뇌를 치료하고 새로운 영성(靈性)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첫걸음을 떼라고 한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고 설파한다. 걷는 행복(이브 파칼레 지음, 하태완 옮김, 궁리)의 저자는 걷기는 행복의 화학이며, 나아가서 연금술이라 예찬하며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언제고 향정신성의 힘을 만끽할 수 있는 마약이며 환각제라고 선언한다. 걷기야 말로 쾌락이라고 까지 말한다.


▲  호명산에서 열린 산7000산악회 시산제


▲  산7000산악회 시산제를 축하하기 위해 내려 준 춘설


▲  춘설이 만들어 준 동화속 나라를 즐기고 있는 일행들


▲  산7000산악회 집행부 기념사진인 줄도 모르고 흥에 겨워 주책을 부린 맨발나그네

(왼쪽부터 부회장 백치아다다. 총무 노루귀, 부총무 김현정, 회장 따스한마음, 부회장 그린나래)


  4시간에 걸친 마약 복용으로 환각상태가 되어 호명산과의 꽃잠자리를 마치고 날머리인 청평유원지에 도착하니 산7000산악회의 2016년 시산제는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나도 일행들 틈에 끼어 올 한 해도 연인()들과 연애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건강을 주시라고 호명산 산신령께 기원을 하고는 산악회가 준비한 음식과 제수로 음복을 한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춘설인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산7000산악회 시산제를 축복해 주고 우리들에게는 멋진 추억의 앨범을 장식할 사진을 남겨 주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춘설이 만들어 준 동양화 속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으나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오는 창 밖을 내다보니 이문세의 나는 행복한 사람’이 콧노래가 되어 절로 흥얼거려진다.

 ‘그대()를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뚜루루루 루


▲  산길을 걷고 음복을 하였으며 춘설과 만나 환각상태에 빠져 행복을 만끽하는 일행들

 

  비록 오늘도 음복을 빙자하여 반야탕으로 시작된 술을 미혼탕으로 변하도록 마셔댄게 볼썽사납기는 하지만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의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이 맨발나그네의 행복한 하루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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