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한산행려(寒山行旅)되어 거닌 안면도 자연 휴양림

맨발나그네 2016. 1. 30. 23:42


한산행려(寒山行旅)되어 거닌 안면도 자연 휴양림


어 디 를 : 안면도 자연 휴양림

언 제 : 2016124()

누 구 랑 : 7000산악회

코 스 는 : 자연 휴양림 한바퀴-백사장항

사 진 은 : 따스한마음, 노루귀, 소리새




▲  강추위속에 안면도 자연 휴양림을 찾은 산7000산악회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전국에는 며칠째 한파특보가 발효되고 있으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24일 오전 서울지방 최저 기온은 영하 18도이고, 이는 2001년 영하 18.6도 까지 내려간 이후 15년 만의 추위라고 한다. 이런 기상 이변은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워싱턴은 100년만의 폭설로 도시가 마비되고, 중국 대륙도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패왕급(覇王級)’ 한파라 한다. 이런 강추위의 원인은 북극의 찬공기를 가둬두는 보호막을 하는 것이 제트기류인데 지구의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바다가 따듯해지면서 띠 모양의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그 틈을 뚫고 한파가 내려 온 것이란다.


▲  설경속의 안면도 자연 휴양림

 

  이런 한파속에 산7000산악회의 1월 정기산행이 오늘로 잡혀 있으니 대략난감이다. 어느 집이건 가족들은 이런날 산행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 말리건만 그래도 예약자의 70% 정도가 새벽 칼바람을 무릅쓰고 참석을 하였으니 대단한 열성이다. 이에 산악회 집행부도 원래 계획되었던 평창의 박지산(두타산) 산행계획을 취소하고 안면도 자연 휴양림으로 버스 머리를 돌린다.

  안면도(安眠島)는 글자 그대로 편안하게 쉬는 섬이다. 원래 섬이 아니었는데 조선 인조 때 삼남지역의 세곡을 운송하기 위해 지금의 안면읍 창기리와 남면의 신온리 사이를 파내 이 때부터 섬이 된 곳이다. 대략 200여리의 뱃길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아마 우리나라 운하의 효시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지금은 안면대교가 놓여져 섬이라 불러야 할지 육지라 불러야 할지 망설여 지는 곳이다. 그 안면도에는 안면도 전체 면적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 숲이 있으니 안면도 자연 휴양림이다. 이 소나무들은 안면송이라 불리우는데 고려시대부터 궁궐의 목재로 사용되었고, 조선시대에는 73곳의 봉산(나라에서 나무를 베는 것을 금지하는 산)중 하나로 지정해 궁궐과 선박 목재 공급처로 중요하게 관리되던 곳이었다. 자연휴양림 한쪽에는 2002년 안면도에서 국제꽃박람회를 개최하면서 만든 한국정원 등의 여러 테마정원과 야생화 꽃길 등이 있지만 오늘 같은 추위와 눈속에서는 언감생심이다.



▲  설경속의 안면도 자연휴양림


▲  2010년 7월 초딩동창들과 소풍으로 다녀온 안면도 자연 휴양림


 

  어째거나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도착한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휴양림을 한바퀴 돈다. 이 추운날 휴양림을 찾은 우리를 매표소 직원조차 의하해 할 정도로 추운날씨이다. 추위를 무릅쓰고 찾은 휴양림의 설경은 환상이다. 특히 20107월 초딩동창들과 소풍을 와서 은은한 솔향을 맡으며 즐겁게 하루를 지낸 곳이기에 더 반갑다. 사실 집을 나서기까지는 망설임이 많았는데 눈 앞에 펼쳐진 설경을 대하고 나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옥설개화(玉雪開花 : 꽃이 피어 있는것 같이 나무에 눈이 내린 모습)한 소나무 사이로 난 사잇길을 회원들과 함께 걷는다. 귀거래사의 시인 도연명은 그의 시 사시(四時)에서 동령수고송 (冬嶺秀孤松 : 겨울의 산마루에 서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수려하구나)이라 했는데 그 소나무 여럿이 모여 군락을 이루니 그 수려함이 더한 길을 기분좋게 한산행려(寒山行旅 : 차가운 산길을 여행하는 나그네)가 되어 모두가 함박 웃음을 터트리며 걷고 있자니 이곳이 바로 선계(仙界)이다. 그러하니 이 맨발나그네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  안면도 백사장항




 

  그렇게 옥설개화(玉雪開花)한 안면도 자연휴양림에서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두어시간 시간을 보낸 후 백사장항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곳 또한 작년 7월 태안 해변길 5코스인 노을길을 맨발동호회 회원들과 걷기위해 찾았던 곳이기에 낯설지 않은 곳이다. 그 곳에서 산7000산악회가 추위를 무릅쓰고 참석해 준 회원들을 위해 통크게 한 턱을 쏜 덕분에 다시 반야탕이 아닌 미혼탕에 허우적거리게 된다.



 

  여행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여행지의 풍광이 아름다워야 하고, 먹거리가 좋아야 하고, 동반자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오늘의 여행은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설경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백사장항에서의 생선회와 반야탕( 이 맨발나그네는 너무 넘쳐 미혼탕이 되고 말았지만....)은 차고 넘치는 먹거리였으며, 함께한 산7000산악회와는 벌써 8년째 함께하고 있어 모두가 반가운 얼굴들이니 그야말로 여행의 행복조건 3가지를 다 갖춘 삼위일체 여행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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