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門의 영광

柳라는 한자에 대한 자료

맨발나그네 2009. 12. 23. 15:29

라는 한자

 
옥편에 보면 柳자는 버드나무, 별자리 이름, 모이다([手변에 酋]=모을 추), 卯와 통하여 昧(어둡다)의 뜻, 상여를 꾸미는 덮개([雨머리에 留]), 폭이 넓은 수레, 오음(五音)의 하나인 우(羽)의 딴 이름, 그리고 성(姓)으로 쓰인다고 나온다. 여기서 별자리 이름이라는 것은 동양에서 적도대(celestial equator) 부근의 별자리들을 28개를 정한 것을 28수(宿)라 하는데, 그 중 하나를 柳라 부르는 것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순화([亨鳥]火)이며, 천구의 남쪽에 있으며 서양의 Hydra(바다뱀자리)의 δ별을 중심으로 한 바다뱀의 머리부분에 해당한다. 봄철의 별자리이며, 북두칠성의 국자 밑바닥 쪽으로 내려가면 사자자리가 나오고 그 아래에 길게 늘어선 것이 바다뱀자리이다. (이 글 맨 아래의 조선시대의 천상열차분야지도 그림 참조.)

그러나 역시 柳자는 거의 대부분 버드나무의 뜻으로 사용된다. 본래 柳자가 나타내는 버드나무는 좁게는 수양버들(垂楊-)이며 넓게는 버드나무를 총칭한다. 글자 해제(解題)를 보면 柳의 원래 글자는 이며, 뜻을 나타내는 木에 음을 나타내는 (卯의 고문)가 합쳐있는 형성(形聲)문자이다. 그런데 왜 卯가 '류'의 음을 나타내는 것일까.

일본 서적 "자통"(字統, 저자 白川靜, 平凡社)에 보면 가 "유"로 발음이 난다고 표기하면서, 留자를 일부 생략한 글자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살펴보니 留자 자체가 또 형성문자로서 역시 卯가 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田이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田은 밭, 발바닥 등을 상형한다.) 따라서 여전히 卯가 '류'의 음을 나타내는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卯자를 살펴보자. 이것은 상형문자인데 갑골문은 모양이고 소전은 모양이다. 그 뜻의 설명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卯는 (교; 움, 움막을 뜻함)의 원래 글자이며 음식을 저장하기 위해 땅에 파 놓은, 입구는 좁고 내부는 넓은 구덩이 즉 움을 형상한 것이라는 설이다. 두 번째는 칼로 어떤 것을 갈라놓은 모양이라는 설이다. 이것은 劉자의 설명과 잘 맞는다. 즉 劉자의 본뜻은 '죽이다'인데 그 의미가 卯자 하나에 다 들어 있다. 그런데 卯자가 넷째 지지(地支)로 주로 쓰이면서 '가른다‘라는 본래 의미가 퇴색되었기 때문에 쇠 금(金)자와 칼 도(刀)자를 집어넣어 그 뜻을 강화한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가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서 문짝이 좌우로 열리는 모양을 본뜬 것이라는 설이다. 만물이 겨울의 문 혹은 땅의 문을 열고 나오는 때가 음력 2월이라 卯는 음력 2월을 지칭하기도 한다.

한편 "설문(說文)"에는 " ,古文酉"라 하여 "卯자가 고문에서 酉"와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酉자를 살펴보면 이것 역시 상형(象形)문자이며 술두루미(두루미=목과 입구가 좁고 배는 크고 둥근 병)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이며, 소전은 이며, 고문은 이며 卯의 고문과 같다.

이상을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柳자의 형성은 그 고문 를 가지고 더듬어 볼 수 있는데, 뜻은 木이고, 음은 이며, 이것은 술두루미와 움 같은 모양을 형상한 것이다. 그리고 는 후에 酉자와 卯자로 모양이 바뀌었고, 酉자는 여전히 술두루미와 연관된 뜻(주로 술의 뜻이며, 여기서 술은 가을에 기장[곡식의 일종]이 익은 뒤에 빚으므로 성숙, 노숙 등의 뜻)을 갖고 있고, 卯자는 그에 추가하여 문의 형상, 나누어 있는 형상을 또한 나타내고 있으므로 그에 관계되는 의미들을 또한 갖게 되었다고 추측된다. 는 원래 '유'(酉, 楢, 猶), '류'(柳, 留, 劉), '료'(聊), 또는 '교'( ) 등의 계통의 음을 갖고 있었을 것이고, 卯는 또한 '묘'(昴, [山머리에 卯], [水변에 卯], [草머리에 卯])의 음을 갖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 간단히 결론을 내린다면 柳자는 뜻을 나타내는 木과 음을 나타내는 卯의 부분이 합해져서 이루어진 형성문자인데, 여기서의 卯는 지금 읽는 것('묘')과는 달리 원래 '류' 계통의 음으로 읽힌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류'는 중국인들이 버드나무를 부르는 명칭이다. 왜 그렇게 불렀을까? 이런 질문을 하고 나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버드나무를 '버드나무‘라 불렀을까하는 얘기부터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무쪽은 옛말이 '남ㄱ'나 '나모' 같은 형태인데 '나다'(生)의 뜻인 '남'에서 나온 것이라 추측된다고 알려져 있다. '버드', ‘버들’ 쪽은 문헌을 보면 어원미상이라 나온다. 그러나 어쩌면 버드나무의 가지가 죽죽 늘어진 것에서 ‘벋다’(伸)의 뜻과 연결될 것도 같다.
그런데 다시 왜 '나다'와 ‘벋다’ 같은 것들이 지금의 뜻을 갖게 된 것일까. 이런 질문은 끝이 없고 많은 경우 실은 정답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간의 발성기관의 발달에 기인한 발성 능력의 향상과 두뇌의 발달에 기인한 판별 능력의 향상이 맞물려 언어가 가장 간단한 형태로부터 점점 발달해 왔을 것이기에 인간의 발성기관의 모양, 청각인식의 방법 등의 인자들이 우연성과 함께 중요한 인자로 작용해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방마다 인종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었기에 세상에는 그렇게 많은 언어들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버드나무의 중국 명칭 '류'로 다시 돌아와서, 이것도 우연히 지어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무-남, 버드-벋다와 같이 말들 사이에 어떤 연관이라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법이다. 중국어에는 지식이 많지 않지만, '류'의 발음으로 나는 단어들에 흐르다(流), 미끄러지다(溜), 천천히 거닐다([책받침에 留]) 등이 눈에 뜨인다. 이들은 아마도 'l(ㄹ)'발음의 느낌에서 생긴 단어들일 것이다. 그런데 "본초(本草)"의 이시진(李時珍)의 설에 의하면 "柳枝弱而垂流故謂之柳" 즉 "버드나무 가지가 연약하고 수직으로 흘러내려(流) 그 나무를 柳라 부른다"라고 하여, 곧 흐른다는 뜻의 流자와 동음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보면 流자가 먼저 있었고 그 후에 柳자가 명칭이 없던 나무의 명칭으로 그 의미와 통하기에 그 음을 따서 붙여진 것이라는 해석이 된다. 한자가 있기 전에도 버드나무에 대한 이름이 있었고 후에 그 이름에 적합한 글자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하면 이런 해석은 후대에 붙여진 것일 수도 있지만, 흐른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버드나무의 중국명칭 '柳'가 만들어졌었을 것이라는 말은 그럴 듯하게 들린다.

이렇게 보면 우리 명칭 '버드나무'나 중국명칭 '류'가 그 나무의 형상, 즉 그 가지들이 온통 드리워진 모습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화류씨의 柳자가 버드나무와 관련되어 선택되었을 가능성도 다분히 있음을 생각하면 버드나무의 이미지와 문화류씨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다.

한자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것이 있어서 덧붙인다. 일본 사람들은 이별할 때 자주 개구리 인형을 준다고 한다. 개구리는 일본말로 카에루(かえる)인데 이 말에는 '돌아오다'라는 뜻이 또 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 재회하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동양화나 한시에는 이런 식으로 유사음을 가지고 표현한 것이 많다. 이별을 다룬 작품에 버드나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버드나무는 柳인데 이 음이 留와 통한다. 그래서 머무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또 이별의 상징으로 버들가지를 꺾어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버들가지는 봄을 상징한다는 것과 그것이 꺾꽂이가 가능해서 가져다가 심어서 뿌리를 내리게 하여 우정과 사랑 역시 변치 말기를 바라는 염원에 근거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한시에 가장 많이 나오는 식물이 바로 버드나무라 한다.


- (c) 채하 류주환 (대승공 36세손), 200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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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28수의 하나인 별자리 柳 (붉은 네모 칸으로 표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