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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
맨발나그네 건달산과 꽃잠이루다.
● 산 행 지 : 건달산(경기 화성 336m )
● 산행일시 : 2010년 5월 1일 (土)
● 산행코스 : 흰돌산 기도원 - 건달산 정상 - 기천저수지 - 초당골 뒷산 한바퀴 (약3시간 반)
영국의 T.S.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읇었다.
그래서 그런건지 올해는 유독 잔인했던 것 같다.
100여년만의 이상기후가 그렇고, 초계함 침몰, 헬기 추락등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던 달이다.
그 4월을 보내고 새로 맞이하는 계절의 여왕 5월의 첫날이다.
밖은 화창한 날씨여서 사무실 안에 앉아 일을 보자니 좀이 쑤신다.
'금강산 식후경'이 아니라 '식후 건달산경'라도 해야 할까보다.
그래서 점심후 하던 업무를 뒤로 미루고 집에 들러 배낭을 짊어지고 무작정 나서본다.
오늘은 오랬동안 별러왔던 내고향 경기도 화성시에서 제일 높다는 건달산과 운우지정을 나눠보기로 했다.
내고향 화성시의 최고봉이건만 아직 한번도 그녀와 데이트를 나눈 적이 없으니 나에겐 처녀지이다.
(들머리에서 본 건달산)
건달산!
한반도의 중심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달려가다 속리산에서 한남금북
정맥을 낳았고,
이 정맥은 안성의 칠현산에 다다라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한남정맥은 다시 용인의 부아산과 수원의 광교산을 거치고, 김포평야를 거쳐 문수산성까지 이어진다.
한남정맥에 속한 군포의 오봉산이 수리산으로 솟기전 안양베네스트CC 근처에서 남진하여 서봉지맥을 이루는데,
이 서봉지맥은 칠보산, 고금산, 태봉산,서봉산,덕지산(명봉산)을 거쳐 평택시 현덕면 계두봉으로 이어진다.
이 서봉지맥이 샘골고개를 지난 봉우리에서 서남쪽으로 가지친 산이 건달산이다.
화성시에서 최고봉이라 하나 그 높이가 겨우 336m이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겠지만,
내고향 화성시는 바다를 가까이 두고 있어 모두가 밋밋하고 부드러운 육산들이다.
그래도 이름만은 건달산(乾:하늘 건, 達:통할 달)이니 하늘과 통할 정도로 격이 높은 산이란 의미 일 것이다.
하긴 건달(乾達)은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이란 뜻도 있으니 과연 맨처음 이 산의 이름을 붙인 분은 어디에 더 비중을 두었을까?
'건달'은 간다르바[乾達婆, Gandharva]에서 온 말이다.
고대 인도의 신으로 별자리를 관장하며 향(香)만을 먹고 사는 신이라 한다.
긴나라(緊那羅)와 함께 제석천(帝釋天)을 모시며 기악을 연주하는 신으로,
술, 고기를 먹지 않으며, 다만 향을 찾아 다닐 뿐이라 한다.
서역(西域)에서는 속배우(俗俳優)를 간다르바라고 하였는데, 그들은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
다만 음식에만 관심을 갖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걸식을 하였기에 그렇게 불리었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마 이런 연유로 '건달'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으리라 추측한다고 한다.
이 건달이 되었건, 저 건달이 되었건 나야 그냥 건달산과 만나 꽃잠(신랑신부가 만나 첫날밤에 자는 잠을 이르는 순우리말이라 함)을 자며, 운우지정을 나누면 그만이다.
(초당골정류장에서 본 건달산)
건달산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흰돌산기도원, 수원여자대학 혜란캠퍼스, 기천리1리, 기천3리를 들머리로 할 수 있다.
오늘은 흰돌산기도원을 들머리로 삼는다.
기도원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약 1km 남짓 포장도로를 걸어 올라가면 흰돌산기도원이다.
그곳에서 신발을 벋어 배낭에 챙긴다.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다.
기도원 주차장 입구에서 왼쪽으로 시멘트포장된 길을 따라 오르면 반남박씨가능골종중묘원 안내석이 있고,
그 길을 따라 그리 가파르지 않은 순한 오름길을 오르면 안부에 오를 수 있다.
좌측으로는 기천1리, 우측으로는 정상가는 길이다.
그곳에서 골재인지 석재인지를 채취하기 위해 파헤쳐진 몰골 사나운 절개지를 만난다.
명색이 화성시 최고봉이 볼썽사납다.
하긴 어디 이뿐이겠는가.
내고향 화성시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발전속도 전국 1위라는 명예는 명예가 아닌 멍에가 분명하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오르면 오를 수록 심기는 더욱 불편해진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산중턱은 물론, 호수 주변까지 모두 공장에 파묻힌 안스러운 모습 뿐이다.
안부부터 마루금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들머리부터 약 30~40여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은 펑퍼짐한 평지로 되어 있는데 1821년(순조21년)에 축조된 봉수대가 있던 터였기 때문이리라.
화성시의 최고봉 답게 주변 조망이 일품이다.
(정상에서의 인증샷<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한참을 기다렸음...ㅎㅎㅎ>)
(정상에서 본 기천저수지와 발안저수지)
(정상의 시설물들, 오른쪽이 봉화대에 대한 설명임)
날씨가 더 좋았더라면, 서해에 둥둥 떠 있는 아름다운 섬들과 인천 앞바다까지 훤히 보이는 명산이라 하는데 오늘은 옅은 안개가 끼어 어스름하게 보일 뿐이다.
그래도 가까이에는 발안(팔탄?)저수지와 기천저수지도 맵시를 뽑내고, 그 뒤로 가끔 오르던 서봉산 팔각정도 선명히 모습을 드러낸다.
북쪽으로는 수원시내를 뒤로 하고 내 조강지처이자 종교인 광교산도 팔난봉꾼 맨발나그네가 그녀(건달산)를 만나 꽃잠을 이루는 신방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머무른후 기천저수지가 있는 기천3리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던길을 약 400m정도 되내려오다 우측으로 방향표지석을 따라 내려오면 된다.
내려오는 길은 된비얄이어서 몸의 균형잡기가 쉽지 않지만 그리 긴 거리가 아니다.
된비얄이 끝나는 지점에 다시 기천3리 윗마을과 아래마을로 길이 갈리는데 나는 윗마을로 향한다.
그래야 거기 기천저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방향표지판부터 윗마을까지는 그야말로 편한 길이다.
연두빛 물감을 뿌려놓은 듯 모두들 신록의 계절 5월을 맞을 준비로 부산하다.
그곳 한모퉁이에 아직 길을 떠나지 못한 산벚꽃과 만난다.
가는 길이 아쉬워서일까? 아님 아직 사랑을 덜 나눈 애닯음일까?
길모퉁이 피워있는 야생화는 계절의 여왕 5월임을 다시 한번 알린다.
그녀 건달산과의 꽃잠자리를 마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덧 날머리인 기천저수지에 도착이다.
버스를 타기위해 초당골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던중,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가장 높아 보이던 태행산이 생각났고,
언젠가 어느분이 건달산을 거쳐 태행산으로 걸은 기록을 본 듯하여 나도 초당골정류장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 본다.
한참을 오르니 임도길이 끝나고 실날 같은 산길이 나타난다.
무조건 오른다.
(낙엽으로 덮힌 산길과 밤까시 지뢰밭<고생하고 있는 내발이 쬐금보이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운우지정에도 정도가 있는 법,
겁도 없이 전희(사전조사)도 없이 오르가슴(태행산 정복)을 느끼려 했으니 잘못되도 한참은 잘못이다.
탈렌트 서OO도 아니면서 멀티 오르가슴을 기대했던게 잘못이었나.
우선은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산길이어서 밤까시 지뢰밭이 따로 없어 이 맨발나그네를 마구 공격해 온다.
수북히 쌓인 낙옆속에 있는 밤까시는 나를 더욱 괴롭히고 있다.
시간상으로도 좀 부족할 것 같다.
그래서 첫봉우리에 올라 멀리 태행산(?)을 바라보고는 포기를 결정한다.
그래도 밤까시 폭탄을 무릅쓰고 한바퀴 돌아 내려오니 다시 초당골정류장이다.
이렇게 후희(산행기 쓰기)를 즐기는 동안에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조강지처야 혹시 전희가 좀 짧았다 한들,
또다른 그녀의 성감대를 찾아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꽃잠자리 그녀에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그래서 다짐한다.
앞으론 긴 전희없인 그녀들(山)을 안지 않겠노라고.......
비록 태행산과의 꽃잠자리는 실패하였지만,
건달산과의 성공적인 꽃잠자리에 감격해 하며, 행복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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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애로가 백지장 한장 차이건만................
그래서 고상함과 애로사이에 번민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아슬아슬 해 질렵니다...............ㅎㅎㅎ
올해는 내고향 화성시의 이곳 저곳을 두루 두루 거닐어 보려 합니다...
다음 편은 칠보산이고요....
나도 별르고 별러서 그예나 이번에 한번 올랐습니다....
고향을 그곳에 둔 저도 꽃잠자리 할 걸요 뭘......ㅎㅎㅎㅎ
낙엽속에 뱜이 있을까봐 그것도 은근히 걱정되었지요..............ㅎㅎㅎ
그런데 오늘 보니 많이 괜찮아 진것 같으니........
아마 내발도 나같은 놈 만나 포기하고 열심히 자가치료를 하나 봅니다..............ㅎㅎㅎ
경인-송수복 10.05.03. 12:07
맨발로 산을 오르시지는 않지요
글을 독특하게 쓰시네요.
감사합니다.
날씨가 허락하는 한 모두 맨발로 걷지요.........
저는 맨발로 시멘트 바닥도 잘 걷지를 못하는데....
무척 건강하실 거 같네요.
황토흙길이 가장 좋겠지만 그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피마들과의 열애를 주제로 끄적거려 볼려 해도
낙시는 문외한이니 어쩌죠????? ㅎㅎㅎㅎㅎㅎ
하늘과 통하는 곳이니 안성 맞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산 중턱에는 아직도 산신각이 있으며,
또한 주변에 기도원을 비롯한 종교시설이 많이 있답니다...
아마 건달산이기 때문일 것 입니다.
새하얀 앵화 잎새에
저무는 봄날
가슴엔 그늘지는데
5월의 노래여....
<전재승>시인님의 <5월의 노래>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아직 길 떠나지 못한 산벚
그걸 보고 있는 각자의 마음은 따로 따로 일 거고요..........ㅎㅎㅎ
전재승 시인님의 <5월의 노래>도 가슴 한켠에 담아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