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 건달산 ( ☞http://blog.daum.net/yooyh54/265 )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2)> 칠보산 ( ☞http://blog.daum.net/yooyh54/266 )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3)> 동탄무봉산 (☞ http://blog.daum.net/yooyh54/267 )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4)> 삼봉산-지내산-태행산 (☞http://blog.daum.net/yooyh54/280)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5)> 서봉지맥(태봉산-서봉산-천석산-주산봉)(☞http://blog.daum.net/yooyh54/286)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6)> 남양무봉산(☞ http://blog.daum.net/yooyh54/287)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7)> 유봉산-초록산(☞ http://blog.daum.net/yooyh54/291)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8)> 서신 구봉산과 당성(☞ http://blog.daum.net/yooyh54/306)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9)> 송산면 공룡알화석 산지 (☞ http://blog.daum.net/yooyh54/307)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0)> 태안읍 융건능 (☞ http://blog.daum.net/yooyh5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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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2)> 오두산-천덕산-등고산 (☞ http://blog.daum.net/yooyh54/412)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3)> 화성우리꽃식물원 (☞ http://blog.daum.net/yooyh54/413)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4)> 왕자봉-남이장군묘-해망산(☞ http://blog.daum.net/yooyh54/416)<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5)> 잃어버린 오래전의 나를 찾은 건달산
(☞ http://blog.daum.net/yooyh54/452)<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6)> 융건백설
(☞ http://blog.daum.net/yooyh54/455)<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7)> 태봉산-상방산-서봉산-명봉산 (☞ http://blog.daum.net/yooyh54/467)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2)>
청복(淸福)을 누린 칠보산과의 데이트
● 산 행 지 : 칠보산( 경기 화성시와 수원시 경계 238.8m )
● 산행일시 : 2010년 5월 2일 (日)
● 산행코스 : 개심사-개심사 갈림길- 칠보산정상-제2전망대-통신대-제3전망대-천천IC(약2시간30분)
( 칠보산 등산코스 )
오늘도 날씨가 화창하다.
어제 내고향 건달산과의 꽃잠으로 적당히 피곤하다.
태행산과 꽃잠을 청해보고자 헤메이다 찔린 밤까시로 발바닥 여기저기가 얼얼하다.
그래도 화창한 날씨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집을 나선다.
오늘은 칠보산이다.
사실 수원에 살면서도 광교산을 조강지처라며 칠보산을 너무 홀대한 것이 사실이다.
멀리서 본 칠보산은 산 축에도 못 낄것 같기 때문이었다.
물론 걷기를 즐기는데 산의 높고 낮음이 별 의미가 없을진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 높낮이로 산의 명성을 평가하곤 한다.
높은 산이 별로 없는 화성시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제 다녀온 건달산이 300m를 넘을 뿐, 다른산들인 서봉산, 칠보산, 초록산, 쌍봉산은 모두 300m급 이하이다.
칠보산은 원래 화성시 매송면에 속해 있던 산이었으나, 1987년 행정개편으로 산의 일부가 수원시로 편입되었다.
그래서 수원의 칠보산이 아닌, 내고향 화성시의 칠보산을 걸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선다.
하긴 얼마나 칠보산을 내 마음속으로 푸대접하였으면 그녀 칠보산과도 오늘 꽃잠자리 이겠는가.
( 칠보산을 걷고 있는 사람들 )
조선 초기의 문장가인 김일손은 '두류산 기행' 에서
“선비로 태어나서 덩굴에 달린 박이나 외처럼 한 곳에만 매어 사는 것은 운명이다.
천하를 두루 구경하여 견문을 넓히지 못할 바에는 자기 고장 산천이라도 두루 탐방해야 하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매사가 어긋나기를 잘해서 항상 뜻을 두고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십중팔구는 된다.“ 라며 근처에 있는 두류산(지리산의 또다른 명칭)도 자주 못 찾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보다 더해, 이런 저런 이유를 달며 아예 걸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라고 일찍이 말씀하셨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걷는 것은 청복(淸福)"이라 했으니 곧 맑은 즐거움이라는 말씀일게다.
어디 그뿐인가?
플럼 빌리지(틱스님이 이끄는 영성 수행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의 수도승 틱낫한은 그의 저서 <걷기명상>에서
"저의 걷기 명상 수행(행선.行禪)부터 이야기 하지요. 중국 당나라의 혜조(慧照)선사는 땅 위를 걷는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떻게 그게 기적일 수 있을까요? 자유 때문입니다. 어떤 자유냐고요?
고민과 두려움 외로움, 그리고 계획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그러면서 땅과 발의 접촉을 즐깁니다. 그리고 온몸으로 호흡을 즐기지요.
단 한 발자국으로도 우리는 부처님의 정토로, 신의 왕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단 한 발자국으로 우리는 현 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걸음걸음이 무척 즐거운 일일 것입니다.
걸음을 옮기면서 호흡을 마음 속으로 따라가고, 부드럽게 미소 짓습니다.
전신을 편안하게 풀어주고, 경쾌하고 신선한 기분을 계속 유지합니다. 사실 우리 인간은 매순간 목적지에 닿고 있는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 예찬>이라는 책에서
"보행은 가없이 넓은 도서관"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수많은 철학자들이나 작가들이 걷기를 통해 자유로운 사색, 추리, 논증을 이뤄냈기 때문이다"라며. 그 예로 키르케고르와 니체를 들었다.
키르케고르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라고 말하였으며,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에서
"심오한 영감의 상태. 모든 것이 오랫동안 걷는 길 위에서 떠올랐다"라고 한다.
이렇게 모두들 한 목소리로 걷기를 예찬한다.
얼마전 입적하신 '무소유'의 스님 법정은 '그냥 걷기만 하세요'라고 말하신다.
아마 법정스님은 삶의 길을 말씀하셨겠지만, 삶이나 산이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그냥 걷기만 하세요
법정스님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 걸음을 떼어놓고 또 걷고,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 버리면 그만인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 발자국
가져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다 짊어지고 그 복잡한 짐을 어찌 하겠습니까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 번 천 번 편안한 일입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다시 밀려 나가고 나면
자취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애써 잡으려 하지 마세요
없어져도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의 발자국은
여전히 그대로 일 겁니다
앞으로 새겨질 발자국 삶의 자취도
마음 쓰지 말고 가세요
발길 닿는대로 그냥 가는 겁니다
우린 지금 이 순간 그냥 걷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다.
더 늙기전에 시간나는대로 고향땅 화성시의 이곳 저곳을 두루 들러보다 보면,
행보(行補)도 얻어 질 것이고, 청복(淸福)도 얻어 질 것이다.
걷기 명상 수행(행선.行禪)의 경지에 까지는 이르지 못하겠지만,
미소지으며, 전신을 편안하게 풀어주며, 경쾌하고 신선한 기분을 계속 유지해주면,
걸음 걸음이 무척 즐거운 일일 것이다.
거기다 맨발로 대지와 호흡을 하다보면,
고민과 두려움 외로움, 그리고 계획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어제 건달산의 품에 안겼고, 오늘 칠보산은 화성시의 산이라 우기며,
그녀의 품에 안겨보려 한다.
( 오늘 나의 들머리인 개심사와 오름길 )
칠보산의 들머리는 여러 곳이다.
오늘은 원래 칠보약수터를 들머리로 하려 하였으나 초행인 관계로 버스를 잘못 내려 개심사를 들머리로 한다.
개심사 입구에서 맨발이 된다.
어제 찔린 밤까시를 채 다 빼내지 못해 그곳이 대지와 닿으니 통증이 전해 온다.
그래도 걸을만 하기에 앞으로 나아간다.
개심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난 제1전망대를 들를까 하다가 우측 정상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늘 못가보면 다음에 가보면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소나무 숲사이로 완만하게 뻗은 마루금을 걷는다.
코스가 완만하여 가족단위나 노약자들도 많이 눈에 띈다.
아기를 들쳐업은 젊은 엄마의 모습도 보이고, 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꼬맹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아주 가끔은 나와 같은 맨발족도 만난다.
어느분은 아예 일가족이 모두 맨발이다. 물론 양말을 신은채 걷는거지만...
정상이다.
칠보산에는 238m의 정상을 비롯하여, 군부대(통신대)가 있는 234m봉, 잠종장 뒤의 185m봉,
개심사 뒤의 165m봉, 오룡골 뒤의 187m봉 등 5개 봉우리가 있다.
정상에는 칠보산에 얽힌 유래를 적은 안내판도 있고 약간 넓은 휴식공간도 있다.
그러나 나무에 가려 조망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잠시 쉼을 가진후 제2전망대를 거치고 통신대를 거쳐 제3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의 조망이 훌륭하다.
다만 화창한 날씨이기는 하나 옅은 안개가 끼어 있어 멀리 서해를 조망해 볼 수는 없었다.
그 옅은 안개로 나의 조강지처 광교산이 바로 옆집 칠보산과의 데이트를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아 다행이라면 다행일게다.
아니 이것은 나만의 착각일게다.
그녀 광교산이 너그럽게 이 팔난봉꾼을 이해해 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3전망대를 지나 하산한다.
용화사 쪽이나 오목천동 쪽으로 하산하면 교통이 편하겠지만, 화성시의 산하를 걷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므로 화성시 쪽의 천천IC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천천IC 거의 다 내려와 논두렁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조팝나무꽃이 내 발목을 잠시 잡는다.
눈꽃처럼 환한 미소로 순백의 아름다움을 맘껏 뽑내고 있다.
그런데 2주전 '광교산 가는길 훔쳐본 꽃들의 사랑 (http://blog.daum.net/yooyh54/262) '을 쓴 이후 그 미소와 그 아름다움이 오로지 종족보존을 위한 생식기로 만 보이니 큰일이다.
그래도 오늘은 여기서 멈추려 한다.
조팝나무의 꽃말이 '단정한 사랑'인 이유도 있지만,
어제 건달산 이야기( http://blog.daum.net/yooyh54/265)에 이어 더 나아갔다가는 3류 애로 칼럼니스트가 되겠기에 말이다.
자칭 '맨발 도보여행 칼럼니스트'를 자처하기로 했는데 꾹 참아야 하는니라.... ㅎㅎㅎ
그렇게 나홀로 맨발로 놀멍 쉬멍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며 2시간 반 걷다 보니 천천IC 옆 시내버스 정류장이다.
오늘도 행보(行補) 까지는 몰라도 청복(淸福)은 분명 누렸으니 이 또한 행복 아닌가한다.
집으로 오는길 집앞 수원천변은 이제야 만개한 튤립과 여러 꽃들이 수줍은 듯 나를 맞는다.
(댓글 보기)
러브튼 10.05.03. 21:31
"그저 걷기만 하세요"
ㅎㅎㅎㅎ
하긴 혼자 서너 너덧시간을 묵언수행을 하며 걷다 보면
세상사가 다 부질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곤 하지요...........
고통의 끝나락은 쾌락이라지요..........
어줍잖게 이유랍시고 달아 놓은 페이지(http://blog.daum.net/yooyh54/220)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명지바람이란 이름을 좋아합니다...
이 계절이 되면 명지바람이 더욱 그리워지지요...
남실바람도 어감이 무척 좋군요.........
저는 작은 돌조각 하나만 밟혀도 아프다고 난리를 부리는데....맨발 나그네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초록산이 있다구요
다음에 초록산에 가시면 사진 부탁 드립니다
제 블로그의 '맨발걷기 자료실'에 가면 맨발걷기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스크랩되어 있습니다..
참고 하시어 맨발바이러스에 감염된 초록내음님의 모습을 보고 싶어 지네요...
제가 유년시절을 보낸 화성시의 오지인 양감초등학교 뒷산이 초록산입다. 사진이 몇장 안되기는 하지만 이곳에 가면 보실 수가 있답니다 http://blog.daum.net/yooyh54/31
화성시청 홈페이지도 초록산에 대한 설명과 몇장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시면 6월중에는 다시 한번 초록산을 걸을 계획을 갖고 있고요....
시간내셔서 걷다보면 청복까지 누리시게 될 겁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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