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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3)>
명지바람과 함께한 무봉산
● 산 행 지 : 무봉산( 경기 화성시 동탄면 258m )
● 산행일시 : 2010년 5월 5일 (어린이날)
● 산행코스 : 중2리 마을회관-청려수련원- 전망대-무봉산정상-전망대-99고개-헬기장-만의사 갈리길- 만의사-중2리 마을회관(약2시간30분)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원래 형제들이 부모님이 계신 화성시 양감면의 고향집에서 모이기로 한 날이었는데,
누군가가 사정이 있어 5월 9일로 변경되었다 한다.
그래서 또 길을 나선다.
내고향 화성시의 또다른 애인(山)과의 운우지정을 나누기 위해 ...
(중2리 마을회관 옆의 안내판)
오늘은 무봉산의 품에 안겨보련다.
한반도의 중심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달려가다,
속리산에서 한남금북정맥을 낳았고,
이 정맥은 안성의 칠현산에 다다라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이 한남정맥이 용인 보개산과 수원 광교산으로 나아기가 전 수유현(水踰峴)을 넘어 일으킨 산이 무봉산이다.
이 무봉산은 화성시 동탄면 중리와 목리, 신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봉황이 춤을 추는 모습이라서 무봉산(舞鳳山 : 258m)이라 한다고 한다.
만의사 등산로 입구에 세워져 있는 '무봉산 유래'에 의하면
'<신증동국여지승람> [산천] 기록에 의하면 일명 만의산(萬義山)이라는 기록이 보이고,
1831년(순조31년)에 발간된 <화성지(華城誌)>에서도 동북면에 있으며 일명 만의산이라는 기록이 있다.'이라 하고,
대동여지도에도 만의산이라 적혀있다고 하니, 아마도 신라 때부터 있었다는 만의사가 산 동남쪽에
있었기에 그렇게 불리우다 그후 누군가에 의해 산이름이 바꿔 불리게 된것같다.
다만, 나는 건달산(336m)이 화성시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 알고 있었는데,
'무봉산 유래'라는 표지판에 의하면 '화성시에서 가장 높고 (362m) 큰 산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건달산의 높이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무봉산 유래'에 표기가 잘못된것인지 말이다.
뭐 비금 비금한 산의 높이 가지고 왠 극성이고 힐책이냐고 할런지 모르겠지만,
명색이 화성시에서 가장 높은 산을 가리는 문제이니 우습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닌것 같다.
화성시 남양면 북양리에 또다른 무봉산이 있고, 이곳 무봉산과 가까이인 평택시와 오산시 경계에도
또다른 무봉산이 있어 이 또한 헷갈리니 동탄의 무봉산을 찾을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대개의 경우 산길을 걷기위해 집을 나설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 만의사를 가본 적이 있는 나는 그곳이 교통이 무척 불편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자가용을 이용하여 들머리인 중2리 마을회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어 부치고 맨발이 된다.
물론 무봉산하고도 꽃잠자리 이다.
꽃잠자리 신부(山)와 만날 때는 전희(사전조사)를 충분히 해야 제대로 된 오르가슴(산행의 즐거움)을 맛 볼 수 있건만,
오늘도 그 전희가 부족하여 원래 마음 먹었던 루트가 아닌 청려수련원 건물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청려수련원과 그곳에 서있는 안내판)
그래도 그곳 청려수련원 입구에서 만난 조팝나무 꽃의 향연은 꽃잠자리를 환영하는 연희로써 손색이 없어 보인다.
조팝나무 꽃 향기 또한 먼발치에 있는 이 맨발나그네의 코끝을 간지럽히니 우릿하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께 여쭤까지 보았건만, 창호지 문틈으로 꽃잠자리 구경에만 신경을 쓰신건지,
수련원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안 알려 주시고, 왼쪽 능선으로 오르라 알려 주신다.
하긴 꽃잠자리부터 너무 능숙하면 그녀(무봉산)에게 의심을 살 일이니,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기왕 가시버시가 된 무봉산이니 자주 와서 그녀의 품에 안기면 되는 일을...
그렇게 조금 오르니 어디선가 목탁소리와 불경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만의사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리라.
보통은 소음으로 들릴 법도 한데, 목탁소리와 함께 심연넘어 단전에서 부터 끌어 올리는 듯한 불경 읽는 소리가 청아하게 듣기 좋다.
목탁소리와 불경소리에 마음을 헹구며 그곳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들과 대화를 나누며 걷다보니 전망대와 만난다.
그리고 이곳이 그녀의 최고의 성감대(정상)가 아님을 직감한 나는 할 수 없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그녀의 성감대를 찾아 길을 나선다.
산위에서 살펴보니 들머리에서 기흥CC 옆으로 해서 능선길을 따라 올라 오던지,
청려수련원 우측으로 해서 올라와야 제대로 정상에 다다를 수 있고,
만의사 쪽으로 하산할려고 마음을 먹었으니 전망대에서 정상을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그녀 최고의 성감대인 정상이다.
엉성한 돌무더기 옆으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놓여 있고, 남쪽으로 탁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요즘들어 화성시의 산하를 훌터 보겠다고 몇개의 산의 품에 안겨 보았는데, 모두들 낮지만 한가닥하는 운치있는 산들이다.
그곳 정상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내고향 산하, 아니지 그곳 정상에서는 서쪽을 빼고는 어쩌면 평택시와 용인시가 더 많이 눈에 들어오겠지만, 그곳들과 눈맞춤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정말 무봉산이 사랑옵다.
(아흔아홉고개)
다시 오던길을 되돌아 전망대를 거쳐 아흔아홉고개로 향한다.
아흔아홉고개.... 뭔가 내용이 있을 법한 고개 이름이건만 어디를 뒤져봐도 설명이 되어 있는 곳이 없다.
다만 그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만의사를 만나게 되는데, 나는 그냥 직진하여 더 가 볼 요량이다.
비록 꽃잠자리라고는 하나 밤새 껴안고 뒹글어도 시원찮을 그런 날 아니던가? ㅎㅎㅎ
길섶 에는 철이른 철죽까지 꽃을 피워 꽃잠자리를 환하게 비춘다.
고요한 산속 명지바람 이 얼굴을 간지럽히는 얄푸른 소로길을 홀로 걷는다.
산길 조차 육산이어서 발에 닿는 촉감이 아주 좋다.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힘들지 않게 걷는다.
목탁과 불경은 시간을 정해 틀어 주는 것인지 끝난지 오래다.
바람은 명지바람이건만, 바람타고 닥아온 고독이 가슴속에 잠시 머물다 떠난다.
고독의 옆자리에 외로움이란 놈도 함께 머물다 바람결과 함께 떠난다.
애절한 그리움이 밀려와 텅빈 가슴을 휘저어 놓고 떠난다.
이름모를 새한마리 내 곁에 다가와 위로하고는 그마져도 떠난다.
때 묻고 지쳐 무거운 마음 헹구러 왔는데 마음속은 더 헝크러져 있다.
이래서 아마도 인간은 길을 가면서 동반자가 있기를 소망하나 보다.
인생길이 되었건 산길, 들길이 되었건 마음에 드는 사람과 같이 걸을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이리라.
길이 평탄하고 좋으니 별 생각을 다한다. 그냥 즐기면 될 것을....
고독을 즐기고, 고통을 즐기자!
무봉산이 열어준 길을 따라 그녀가 허락한 시간동안 그녀의 깊은 가슴선을 따라 잠깐 안겼다가
다시 헤어질 뿐이니, 생각을 접고 그녀 품안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맘껏 즐기자!
그렇게 헬기장에 도착하여 주변을 한참 조망하고, 그리고 약 800여m를 다은 햇살을 받으며 내려오니
체력단련장이 있고 조금 더 내려와서는 중2리 마을회관으로 직접내려가는 길과 만의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난 오래간만에 만의사를 들려보기 위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정말 천천히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내려오는 길이다.
꽃잠자리인 무봉산의 모든 것을 느끼기 위하여 이곳 저곳에 눈길을 주고 보듬어 주며,
클라이막스의 여운을 느끼며 그렇게 천천히 내려온다.
마치 후희를 하듯이....
(만의사의 이런 저런 풍경, 절집 뒤로 무봉산 마루금이 보인다)
만의사!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의 말사이다.
942년(고려 태조 25) 남대사(南大師)가 창건하였다.
조선 세조(재위: 1455∼1468)의 명으로 중창한 바 있다.
설화에 따르면, 세조가 이 부근을 지나다가 이 절에서 물을 마셨는데, 물맛이 매우 좋아 샘 이름을 감로천(甘露泉)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절을 중창하도록 명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우물은 임금이 마신 물이라고 해서 마을 사람들은 어정(御井)이라고 불러왔다.
현재의 절은 19세기 말 인근에서 옮겨온 것이라 한다.
원래 만의사가 있던 동탄면 신리의 옛터에는 현재는 이런저런 역사적 사실을 겪고는 태고종 사찰인 원각사가 들어서 있다고 한다.
만의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시간이 날때 다시 한번 자세히 더듬기로 한다.
다만 만의사 약수터는 그런 전설과 역사를 지녀서 인지 요즘도 인가가 높다.
하긴 12~3년전 나도 한때 이곳 약수터에서 약수물을 길어다 식수로 쓴 적이 있을 정도이니 그 명성이야 더 이야기 할게 없다.
만의사에서는 매일 점심때면 불공을 드리러 온 분이나 심지어 배낭을 맨 등산객에게도 점심공양을 하고 있다.
2년전인가 관악산 연주암에서 점심공양을 받아 볼까하다가 긴줄에 엄두가 안나 포기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제대로 공양을 받는다.
식당에는 휴일이어서 그런지 내가 보기엔 신자보다 등산객 차림이 더 많아 보인다.
메뉴는 비빔밥에 씨레기국인데, 국에 들깨가루 까지 넣어져 있어 아주 맛있게 먹었다.
거기다 디저트로 과일 몇쪽까지 제공되니 제대로 된 코스요리다.
다만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설겆이를 하여야 함을 명심하자.
그렇게 점심공양을 받았으니, 만의사 구석구석을 가슴에 담는 보시를 하고서야 만의사를 떠나 차량이 있는 중2리 마을회관으로 걸어 나온다.
이번에도 꽃잠자리임에도 전희(사전조사)가 부족하여 점직하긴 하지만,
그렇게 오늘도 화성시의 산하인 동탄 무봉산과의 꽃잠자리를 하고,
다음번 만날때는 더 애만지게 안아 줄 것을 약속하며 행복한 하루를 마감한다.
단미인 그녀(산)가 있음이 내겐 정말 큰 행복이다.
(이글에서는 아름다운 순 우리말들이 있길래 써 보았습니다.)
비금비금하다 : 견주어 보아서 서로 비슷하다
꽃잠 : 신부 신부의 첫날 밤
우릿하다 : 진한 감동을 느끼다
가시버시 : 부부의 옛말
사랑옵다 : 마음에 꼭 들도록 귀엽다
길섶 : 길의 가장자리
명지바람 :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
얄프르다 : 옅게 푸르다
다은 : 따사롭고 은은한
점직하다 : 약간 부끄럽고 미안한 느낌이 있다
애만지다 : 소중히 여겨 어루만지다
단미 : 달콤한 여자. 사랑스러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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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시선이 가시는 곳 마다 따라다니겠네요
아름다운 순 우리말 감사히 잘 배웠습니다.
지난번에 명지바람이 좋다고 하셨는데 무슨뜻인지 몰랐거든요.
메모지에 옮겨 적으면서 한번씩 읽어보니 어감이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처음엔 남의 눈이 조금은 의식되지요...
명색이 동방예의지국에서 맨살을 보여야 하니까요....
그러나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지죠...
지금은 가끔 집에서 부터 맨발로 나서기도 하고...
맨발산행이 끝나고 씻을 곳이 마땅하지 않으면 맨발로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기도 하지요...
그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따스한 햇살에 파룻파릇한 잔디를 밟으니 발에 느껴지는 감촉이
온 몸에 느껴지는 햇살 만큼이나 감미롭더라구요.
감사드립니다. ^^
건강미가 멋지십니다
맨발나그네님 덕분에 앉아서 명지바람과 함께 무봉산 산행
상큼한 오월의 자연의 노래가 들리는 것 같고...
초록향이 코끝을 스치는 것 같고...
무봉산과 만의사 유래 특히 고운 순수우리말 정보 대단히 감사하고 우릿합니다
다은한 오늘 되시길요...
그러나 맨발나그네가 되어 홀로 산길을 걷는 재미는 쏠쏠하죠...
초록내음님도 그렇고, 아도로님도 그렇고...
우리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들으면 모두 좋다고 하시지요...
그러나 찾아 쓰는데는 모두들 인색한 것 같드라고요....ㅎㅎㅎ
저도 마찬가지 이지만요...
지지난번 글 부터인가 우연히 우리말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조금씩 글속에 녹여보고 있는 중입니다........
남실바람이나 초록내음이나 어감이 좋은 우리말들이네요....
그런데 아도르는 그리시엘라 수사나가 부르고 패티김이 번안해 부른 그 아도로(Adoro)???............ㅎㅎㅎ
네...맞습니다...Adoro
순수 우리말이 아니라서 죄송하고요...
아도로얌
주말 잘 보내
제가 한글을 관장하는 우주의 신도 아니고...ㅎㅎㅎㅎ
그런데 아! 도로아미타불의 준말 같으니 어쩌죠.........ㅎㅎㅎ(농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