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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4)>
삼봉산-지네산-태행산과 나눈 찐한 사랑
● 산 행 지 : 삼봉산( 화성시 봉담읍, 270m ) -지네산-태행산(화성시 비봉면, 295m)
● 산행일시 : 2010년 5월 8일 (土)
● 산행코스 : 장안대- 삼봉산- 지네산- 태행산- 비봉면 쌍학3리 (약4시간30분)
한반도의 중심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달려가다 속리산에서 한남금북
정맥을 낳았고, 안성의 칠현산에 다다라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한남정맥은 다시 용인의 부아산과 수원의 광교산을 거치고, 김포평야를 거쳐 문수산성까지 이어진다.
이 정맥이 군포의 오봉산에서 수리산으로 치솟기전 안양베네스트CC 근처에서 분맥하여 서봉지맥을 이루는데, 화성시의 거의 모든 산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구봉산 칠보산 서봉산 주산봉 덕지산 오봉산 무성산 옥녀봉 계두봉으로 이어지는 맥을 우리는 서봉지맥이라 부르며,
칠보산과 서봉산의 사이의 샘골고개에서 삼봉산 태행산 염티고개 다락고개 사강의 구봉산 이봉산 승학산 와룡으로 이어지는 맥을 태행지맥이라 한다.
(점선: 알바, 청선:운동화를 신고 걸은 길)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부모님이 계신 내고향 화성시 양감면 요당리에서 내일 형제들이 모이기로 했으니,
오늘은 친구 자녀 결혼식에 참석한 후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를 해볼 요량이다.
삼봉산과 태행산과의 운우지정을 나눌려고 한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승용차는 되돌아 올 때의 교통편을 감안하여 오목천동에 주차해 두고,
시내버스로 43번 국도를 따라 장안대 앞에서 하차한다.
오던길을 되짚어 약간 되돌아 오다 보면 웃골 낙시터를 만나고 그곳에서 조금 더 상리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삼봉산 들머리를 만난다.
(들머리에서 만난 안내도)
그곳 등산 안내판 앞에서 오늘도 맨발이 된다.
그리고 그리 험하지 않은 등산로를 따라 삼봉산 정상으로 향한다.
잔인했던 4월의 날씨를 멀리하고 5월의 문턱인 오늘은 날씨가 벌써 초여름을 맞이하는 듯 더워, 꽤 땀을 흘리며 오른다.
(삼봉산 정상에 세워진 삼봉산 유래)
(정상의 정자에서 앞으로 걸어야 할 지네산, 태행산을 바라보다)
삼봉산은 세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삼봉산이라 한다.
많은 이들이 구글, 네이버, 야후, 다음 등 많은 인터넷 지도등에 산봉산이라 표시된 산과 삼봉산을 동일시 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삼봉산과 그 산봉산은 다른 산임이 분명하다.
등산로는 조용하여 들머리에서 정상에 이르는 동안 마주친 분은 모두 3명에 불과하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2.2km이고, 대략 40여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정상에서 동서남북을 조망한후 다음 목적지인 태행산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한 4~50m 정도 내려오니 상리와 내리(지내산)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고,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등산객에게 태행산을 가면 어느쪽이 좋겠느냐고 물으니 내리 쪽으로 가라며 태행산이 쉽지 않을 거라 한다.
이세상에는 참 많은 길이 있다.
동물들이 다니는 길도 있고,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오솔길도 있다.
차량이 다니는 신작로도 있고 기차가 다니는 기찻길도 있다.
배가 다니면 배길이라 하고, 비행기가 다니는 길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들 인간의 삶을 이어가는 인생길도 있다.
우리네 인생길이야 걷고 싶지 않아도 걷지 않으면 안될 운명을 타고 났겠지만,
그렇지 않은 길들을 걷기는 쉽지 않다.
걷기란 장소를 이동하기 위해 걷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장소 이동이 목적이라면 너무나 많은 탈 것이 존재하고, '시간이 금'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걸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주변 풍경을 구경하기 위해 걸을 것이다.
나같이 육체적 고통을 통해 쾌락에 도달하기 위해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째거나 모두 걷기가 주는 즐거움이다.
티벳어로 인간은 '걷는 사람'이라 한다.
“걸어라! 그래야만 사람은 스스로 그 자신의 주인이 된다!” 1786년 슈네펜탈(Schnepfenthal)의 범애교(汎愛敎 Philanthropin)의 보고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오늘도 혼자가 되어 길을 걷는다.
낮선 길을 걷는다.
낮선 길을 걷는 즐거움 또한 크다.
누군가가 걸었을 길이지만, 나에겐 처음인 낮선 길을 혼자 걷으면 짜릿한 흥분이 온 몸을 감싼다.
독일 뭔헨대학교에서 ‘시간의 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는 칼하인츠 A 가이슬러(55)교수가
쓴 <시간>이란 책을 보면 괴테의 시 귀절이 나온다고 한다.
'숲에서 혼자 그렇게 걸었다.
아무 것도 찾지 않으면서,
그것이 내 의도였다' 라고.
일에 지치고 정신이 피곤할 때 그녀(山)를 찾아 걷는다.
나 자신이 고독하거나 삶이 메마르다고 생각이 들 때도 그녀의 품에 안긴다.
그렇게 혼자 낮선 길을 혼자 걷다 보면 자연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자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자연의 정기가 느껴지기에 그녀의 품에 안겨 있노라면 마음이 가벼워 지고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표지판 하나 없고, 만나지는 사람 하나 없는 화성의 산하인 삼봉산에서 태행산에 이르는 길을 걷는다.
아무도 없는 산길의 두려움을 즐긴다.
그녀(山)들과 숨결을 나누며,
온 몸으로 그녀들의 품에 안겨 외로움을 즐기고 고독을 즐긴다.
산이라는 위대한 철학자로 부터 무언의 가르침을 받는다.
안내 표지판 하나 없는 길을 걷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된다.
삼봉산-태행산 코스도 꽃잠자리이니 전희(사전조사)를 충분히 갖었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전희가 부족하여 그녀 삼봉산~태행산의 품에 안기는데 어려움이 많다.
삼봉산에서 내리 쪽으로 한참을 내려온 고갯길에서 다시 직진하여 다음 봉우리를 향한다.
선답자들이 매어 놓은 리본이 유일한 안내판 구실을 한다.
그것도 오래된 것들이어서 글자는 모두 바래고 지워져 그냥 빈 리본만이 달려 있을 뿐인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지네산 정상과 그곳에서 조망한 건달산)
그렇게 오른 곳 지네산으로 보여지는 봉우리이다.
소나무 두그루가 외로이 이 맨발나그네를 맞이한다.
주위 조망이 훌륭하다.
화성시에서 최고 높음을 자랑하는 건달산이 한 뼘 가까이 있고, 지나온 삼봉산도 지척처럼 보인다.
(아마 문정남이 4363번째로 오른 산(?)임을 알리는 리본인 것 같다)
그런데 지네산(내가 지네산으로 생각한 곳이 확실한지 모르겠지만..)을 지나 다음 봉우리에서 기어이 사단이 난다.
전희가 부족함을 절실히 느껴야만 했다.
그래서 오전에 5만분의 1 지도라도 한장 사볼까 하고 시청 주변을 뒤젔건만, 열려 있는 지도 판매소가 없어 그냥 떠난 길이다.
서쪽으로 보이는 것이 태행산이 분명해 보이는데 등산로를 찾을 수 없어 선답자들의 리본을
따른다는 것이 좌측 남서쪽 능선을 향하는 바람에 족히 40~50여분의 알바를 한다.
(알바하는 동안 만난 주변의 풍광들)
한참을 헤메고 백합고개(이곳도 안내 표시판이 없으니 그저 그러려니 할 뿐임)로 다시 원위치 하여 태행산을 향한다.
하긴 홀로 산길을 가다 좀 헤메면 어떤가.
그 헤메는 길에 만난 산천도 다 나의 스승인 것을....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고인돌 비슷한 돌을 만난다.
만약 고인돌이라면 여지껏 가만 뒀을리 만무이니 아닐꺼라 여기면서도 카메라 샷다를 누르게 된다.
태행산 정상 못미쳐 헬기장에서 자안리 쪽의 넓은 들녁을 잠시 조망하고 정상에 오른다.
정상이래야 안내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군부대에서 설치한 민간인 출입금지를 알리는 낡은 안내판이 하나 있고,
군용 안테나로 보이는 쓰러진 안테나가 1기 있을 뿐이다.
태행산!
조선 500년 내력의 풍수비기를 다룬 < 손감비결(고제희 편역, 다산초당 발행,2008년)>에 의하면,
'화성시 비봉면에 있는 태행산(太行山(295m)에는 이성계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이성계는 자기의 태를 묻기 위해 명산을 찾던 중 이산의 양지바른 곳에 태를 묻었다.
그후 이성계는 자기의 태를 묻은 산이란 뜻에서 태행산이라 이름 지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물론 조선 이성계의 태실은 임금이 되기전 함흥 땅에 비장되었던 태를 금산군 추부면
만인산으로 이장하였다고 문헌에 나타나 있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려운 전설이긴 하지만,
작가가 원래 이분야에 일가를 이룬 분이니 혹시 아는가?
명색이 화성시에서 건달산(336m)에 이어 2번째 높은 산인데,
군사 보호구역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너무 푸대접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경기 북부의 많은 산들도 군사보호구역에서 개방되는 추세이니, 태행산도 상징성이나 역사성으로 보나 군사 보호구역을 조정하여서라도 산을 걷고 싶은 사람들 품에 돌려줘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삼봉산-지네산-태행산을 걷는다면, 태행산이 화성시에서 3번쨰로 높고,
삼봉산이 그 뒤를 잇는 산이니, 정말 멋진 트레킹 코스가 되리라고 단언한다.
높지 않으면서도, 3~4시간 걸으며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정다운 산하인 것이다.
다만 태행산의 높이가 적어 놓은 곳마다 구구 각각이니, 이또한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지네산에서 태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이제 태행산 정상의 품에도 안겼으니, 내려가야 한다.
비봉 쌍학리 쪽이 수원가는 교통편이 좋을 것 같아 민간인 출입금지 팻말을 보고도 못본척 우측 능선을 따라 걷는다.
빨간 군용 삼각깃발도 걸려 있고, 몇군데 더 출입금지 팻말이 있는 걸로 봐서 정규 산행길은
아닌 듯 하나 태행산에서 사강의 구봉산으로 이어 걸은 선답자들이 내논 길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그곳도 예외아니게 밤까시 지뢰가 도처에 깔려 있어 이 맨발나그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할 뿐 아니라, 밤까시에 여기 저기 찔려 고통을 가해 온다.
(쌍학3리에서 본 태행산)
(쌍학3리 마을회관, 마을에서 1km 남짓 걸어내려와 있는 버스정류장. 수원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다시 1km 남짓 걸어야 한다)
그렇게 태행산 밑 비봉면 쌍학3리에 도착한 시간이 6시 30분이니 장안대학을 떠난지 4시간 30여분 만에 날머리에 도착이다.
밭일을 하는 분께 여쭤보니 3km를 더 나가야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고 알려 주신다.
그곳에서 흐르는 시냇물에 대충 발을 씻고 운동화를 찾아 신는다.
그리고 30여분을 걸어 39번 국도로 나와 시내버스에 몸을 실고 집을 향한다.
오늘도 그렇게 맨발나그네 되어 화성시 산하의 삼봉산-지네산-태행산과의 찐한 사랑을 나눈 하루였다.
(댓글 보기)
남실바람 10.05.11. 01:15
아마 지네가 많아 지네산은 아닌지??
산길! 두렵지요...... 산짐승을 만날 수 있고, 고약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하긴 힘들게 산속까지 찾아와 강도짓을 할리 만무하지만....ㅎㅎㅎㅎㅎ
그래서 쉬는 날이면 기를 쓰고 자연의 품에 안기려 하지요....
모두들 높아야 좋은 산인 줄 알드라고요...
그래서 작심하고 이번에 내 고향인 화성시의 산하를 걸어 볼 요량입니다...
맨발의 고통도 즐기고, 혼자인 외로움과 고독도 즐기고... ㅎㅎㅎㅎㅎ
뭔가 벗긴 벗어야 겠지요.........ㅎㅎㅎㅎㅎㅎㅎㅎ
글을 읽는 내내 제 가슴에 신선한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산행을 왜 혼자서 하세요
옆지기님이랑,직장 동료랑, 지인님들이랑 하시면 더 좋으실 거 같은데요.
옆에 누가 있으면 산과의 찐한 사랑 나누기가 힘드나요
초록은 동색이라... 자신이 밝다고 생각해야 남도 밝아 보일테니까요...ㅎㅎㅎㅎ
하여튼 칭찬 같으니 고맙습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 카페에 발을 들여 놓은 후는 혼자 산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전에는 많은 분들과 함께 걸은 이야기도 많이 늘어 놓았지요....
아!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네요....
옆지기가 항상 하늘나라 별이 되어 같이 걷고 있으니까요.............ㅎㅎㅎㅎ
모두들 그렇게 묻지요....
뭐 이제 한 십여년 지나다 보니까 무덤덤 해지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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