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지리산숲길을 맨발나그네되어 걷다(1)

맨발나그네 2010. 6. 11. 23:21

지리산숲길을 맨발나그네되어 걷다(1)

 

2009년 5월 16일 지리산숲길을 걸은 이야기 1 ( http://blog.daum.net/yooyh54/22)

2009년 5월 17일 지리산숲길을 걸은 이야기 2 ( http://blog.daum.net/yooyh54/23)

 

어 디 를 : 지리산숲길 금계~동강구간, 동강~수철구간

● 언 제 : 2010년 6월 5일 (토) ~ 6일 (일)

● 누 구 랑 : 화성시등산연합회

● 어 떻 게 :   첫 날 : 금계~동강구간중 일부 (추성동 주차장-서암정사-벽송사-서암정사 주차장. 송전(세동)마을-운서마을-동강마을) (약 7km)

이튿날 : 동강~수철구간 ( 동강마을-추모공원-상사폭포-쌍재-고동재-수철마을(11.9km, 5~6시간)

사진은 ? : 따스한마음, 정겨운님, 풍류

 

첫날 금계~동강 구간을 걸은 이야기

 

(지리산숲길 개통구간)

 

(지리산숲길 금계~동강구간) 

 

 

 

 

지리산의 옛 이름은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이라 부르며 섬겨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리산의 또다른 이름은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니 '꽃봉우리같은 산봉우리들과 꽃받침같은 골짜기들이 백두산으로부터 면면히 흘러내려와 솟구쳤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누군가는 지리산속에 백두산이 머물러 있는 형국이라 하여 두류산(頭留山)이라 하기도 한단다.

지리산(地理山)이라는 이름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 지리산은 전북 남원시와 전남 구례군 및 경남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 등 3개도에 걸쳐 있는 산이다.

지리산은 한반도에서 그 품이 가장 넓다고 한다.

높고(1915m), 넓고(동서50km, 남북32km, 둘레 320km), 깊은 산을 합쳐 놓은 것이 지리산이다.

삼남 땅을 감싸는 큰 지붕이 곧 지리산이다.

 

 

나는 항상 광교산이 내 조강지처요,

그 외의 많은 산들을 애인삼아, 그들과의 만남을 운우지정을 나누는 것으로 표현하곤 하였다.

그러나 지리산은 그럴 수 없었으니, 지리산이야 말로 어머니의 산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김종직은 유두류록(1472년)에서 "성모묘(聖母廟)에 들어가 성모에게 잔을 올렸다."라고 적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에는 성모묘가 있었으니, 박혁거세 어머니 선도성모를 지리산신으로 모신 것이라는 설과 태조 왕건의 어머니 위숙왕후를 산신으로 모신 설 등이 있다고 한다.

지리산 천왕봉의 '성모'는 노고단에 이르러 '노고(老姑)'가 되고 백무동에서는 '8도 무당의 원조'가 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지리산의 '어머니 젖가슴'이 지리산 자락들을 비옥하고 풍요로운 곡창지대를 만든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쫓기는 온갖 생명들을 품어 주었으니, 남과 북, 좌와 우가 나누어 골육상쟁을 벌일 때에도 아파하면서 묵묵히 그들을 감싸 안아 주었던 어머니의 산이다.

그 어머니의 품에 안겨 보고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리산 숲길을 찾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박목월은 '강나루 건너 밀밭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며 나그네의 달관속의 유유자적함을 노래한다.

나는 한 술 더떠 2년전부터 맨발나그네가 되어 우리나라 산하와 소통하고 있다.

 유랑자(流浪者), 방랑자(放浪者), 여행자, 보헤미안이란 말들이 서로 비슷한 뜻을 가졌겠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나그네라고 하는 우리말이 정감이 간다.

그 나그네가 되어 길을 걷는다.

 맨발이 되어 걷는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라고 하였으며, 다산 정약용은 자연속에서 한가로이 걷는 것을 청복(淸福:맑은 즐거움)이라 하였다.

플럼 빌리지(틱스님이 이끄는 영성 수행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의 수도승 틱낫한은 그의 저서 <걷기명상>에서

'자유 때문입니다. 어떤 자유냐고요? 고민과 두려움 외로움, 그리고 계획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그러면서 땅과 발의 접촉을 즐깁니다.

그리고 온몸으로 호흡을 즐기지요.'라며 걷기에 대해 말한다.

나도 맨발나그네되어 그런 자유를 누려 보기 위해 걷는다.

청복을 누려보기 위해 걷는다.

행보를 얻기위해 걷는다.

맨발로의 고통을 즐기기 위해 걷는다.

 

 

 

(지리산숲길을 찾아가던중 만난 오도재)

 

우리나라에도 많은 길들이 있다.

걷기 열풍을 몰고 온 원조 '제주 올레길'이 있고, 예전에 걸어 보았던 '대관령 옛길'이 있는가 하면,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걷기 길을 조성하고 있다.

'퇴계 오솔길', '남한산성길', '백제길', '산막이옛길', 등등... 물론 오늘 걷고자 하는 '지리산 숲길'도 그중의 하나인데, 작년 5월, 이틀에 걸쳐 1,2구간(그 당시에는 1.2구간 약 20km만 개설되어 있었음, 현재는 인월~금계,금계~동강구간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음)을 걸었다.

이번에 또다시 기회가 되어 금계~동강구간의 일부와 동강~수철구간을 걷고자 길을 떠난다.

 

(지리산 숲길 걷기에서 만나는 표지판들)

 

지리산숲길 금계~동강구간의 초입인 추성동주차장에서 하차한 일행은 칠선계곡 입구의 한 음식점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서암정사와 벽송사코스를 걷는다.

아마도 금계~동강구간중 백미이리라. 이 코스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 이구간을 걸은 이야기(http://blog.daum.net/yooyh54/23)가 있으니 건너 뛰려한다.

다만 벽송사~소나무쉼터까지의 구간을 작년에는 '산사람길'이라는 애칭을 달고 있는 이길을 즐겁게 걸었는데, 이번에는 단체이용객들의 무분별한 농작물 채취등 주민피해가 빈번해 '미개통구간'으로 통행 할 수 없게 되어 안타까울 뿐이다.

그냥 작년 걸었던 이야기를 들춰보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그리고 버스로 작년 2구간의 종점이었던 송전(세동)마을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지리산숲길 금계~동강구간 걷기에 나선다.

세동마을-운서마을-구시락제-동강마을 코스는 옛선인들이 천왕봉을 오를 때에도 거쳤다는 길이다.

 포장된 농로이지만 좌측으로 계속되는 엄천강을 내려다 보며 걷다보면 작은 산골 마을 운서마을에 다다른다.

그 운서마을 고갯길에서 잠시 쉼을 가진후 동강마을로 향하다 보면 구시락제를 만나게 되는데, 이 고갯길은 조선말 유학자인 김종직 선생이 지리산을 오르고 쓴 [유두류록]에 나오는 옛길이다.

 

(지리산숲길에서 만나는 쉼터)

 

구시락제를 지나 운서바나실쉼터에 들려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다시 쉬엄쉬엄 걷다보면 금계~동강구간의 종점인 동강마을이다.

엄마인 미소님을  따라나선 중학교 1학년 아들내미는 친구와 뭐가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꼭 붙어서 걷고 있다.

엄마인 노루귀를 따라 나선 대학새내기 딸내미도 나에게 과제물때문에 대학생활이 놀 틈이 없었다며 즐겁게 걷는다.

이번 팀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풍류 김정중님이다.

풍류님은 그의 딸과 함께 이번 지리산숲길을 걷기위해 왔다.

학생도 아닌 직장생활을 하는 딸로서, 어머니도 아닌 아버지와 함께 1박2일을 지내기 위해 함께 온 것이 부러울 뿐이다.

더군다나 저녁 늦은 시간까지 어른들의 싱얼롱에 참석하고서는 아빠를 다시 한번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는 마음씨 고운 딸을 둔 풍류님이 정말 부러웠다.

싱얼롱이라고는 하지만 모두들 노래가사 첫머리를 부르고는 이내 가사를 몰라 노래부르기가 끝나지만, 노래방기계를 탓하며 모두들 즐거워한다.

소나기가 지나간 밤하늘은 별빛으로 뒤덮혀 '별이 빛나는 밤'을 연출한다.

이렇게 지리산숲길 걷기 첫날도 저물어 간다.

 

(댓글 보기)

 

 아도로 10.06.13. 16:27

맨발나그네님~~~!!오랜만에 뵙습니다안녕빵긋^-^
이번엔 명산 지리산에 다녀 오셨군요!!
산행에서 만난 분들과의 멋진 사진도 지리산의 소중한 사진도...
특히 여전히 건강미가 철철 넘치시는 맨발나그네님의 맨발....모습이
참 좋습니다...^.^
산행을 마친 후의...한 잔....형언할 수 없는 환상의 맛인데...
마음으로나마 따라 마셔봅니다ㅎㅎㅎ
감사하고요...건강한 모습 자주 보여주셔요...사랑1러브*.*
 
아도로 10.06.13. 16:28
홀로 산행이 아니여서 더더욱 행복해 보이십니다...*.*^.^
 
맨발나그네 10.06.13. 21:37
ㅎㅎㅎ 혼자는 혼자여서 좋고...........
여럿이면 여럿이어서 좋지요...........
언제 걸어도 좋은 지리산숲길입니다...........
 
유 리 비 10.06.14. 11:06
맨발 나그네가 되어 걷는 발자취를 뒤를 따라 걷다보니ㅎㅎㅎ운서 쉼터에 앉아 목을 축이고 싶어집니다 ㅎㅎ
지리산...언젠가 꼭 정상을 향해 떠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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