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지리산숲길을 맨발나그네되어 걷다(2)

맨발나그네 2010. 6. 16. 22:20

지리산숲길을 맨발나그네되어 걷다.(2)

 

2009년 5월 16일 지리산숲길을 걸은 이야기 1 ( http://blog.daum.net/yooyh54/22)

2009년 5월 17일 지리산숲길을 걸은 이야기 2 ( http://blog.daum.net/yooyh54/23)

2010년 6월 5일 지리산숲길(금계~동강구간)을 걸은 이야기(http://blog.daum.net/yooyh54/289)

 

어 디 를 : 지리산숲길 금계~동강구간, 동강~수철구간

● 언 제 : 2010년 6월 5일 (토) ~ 6일 (일)

● 누 구 랑 : 화성시등산연합회

● 어 떻 게 :   첫 날 : 금계~동강구간중 일부 (추성동 주차장-서암정사-벽송사-서암정사 주차장. 송전(세동)마을-운서마을-동강마을) (약 7km)

이튿날 : 동강~수철구간 ( 동강마을-추모공원-상사폭포-쌍재-고동재-수철마을(11.9km, 5~6시간)

사진은 ? : 따스한마음, 정겨운님, 풍류

 

이튿날 동강~수철 구간을 걸은 이야기

 

 

 

 

 

 

 

 

 

 

 

 

 

 

 

 

 

 

 

지구촌 곳곳에 유명한 걷기 길이 있다.

대표적인 길이 칠레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이고, 히말라야의 트레일코스일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뉴질랜드등은 그야말로 트레일의 천국이라한다.

미국은 국립트레일시스템법까지 만들어 대자연을 즐기는 총 4,000km의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영국은 국토관리국과 산림청, 국립공원청이라고 하는 연방기관이 관리하는 약80,000km가 넘는 트레일이 있다고 한다.

일본은 장거리자연보도를 통해 국토를 종단, 횡단, 순환하면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도록 만든 길이 총 25,000km에 이른다고 한다.

프랑스의 랑도네는 전부 180,000km가 개설된 자연길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국토의 북쪽에서 남쪽을 있는 총 1,200km의 도로를 코스의 거리와 난이도에 따라 단거리, 장거리, 하이킹, 최장거리 코스 등으로 분류하여 걷기을 즐기게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제주 올레길 231km가 성공한 이후 여기저기에 '걷는 길'이 만들어 지고 있다.

지리산숲길도 그중의 하나로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자금)을 지원 받아 한참 조성중이다.

총길이 약300km중 현재는 약71km가 만들어져 있다.

그 길을 작년에 먼저 만들어진 매동마을~세동마을을 이틀에 걸쳐 걸었고, 올해 지난해 걸었던 구간중 백미인 서암정사, 벽송사가 포함된 금계~ 동강구간을 어제 걸었으며, 오늘은 동강~수철구간을 걷는다.

 

  

2010년 지리산숲길 걷기 이튼날이다.

오늘따라 아침 일찍 눈이 떠져 산친구인 따스한마음과 새벽 산책에 나선다.

작년 지리산둘레길을 걸을때 지나왔던 창원마을까지 새벽 공기를 마시며 걷는다.

 

창원 마을 어귀에 있는 당나무에 들른후 다시 숙소인 '지리산롯지'로 향한다.

새벽 산책길에 일행인 여럿을 만난다.

모두들 오래간만에 만난 지리산숲길을 음미하기 위해, 어머니의 품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기 위해 새벽공기를 가른다.

아침식사후 지리산숲길을 걷기위해 들머리인 동강마을로 향한다.

 

 

 

 동강마을에서 방곡마을까지는 포장도로이다.

지리산줄기를 휘감고 흐르는 엄천강을 좌로 하고, 우로는 농토들이 지리산자락의 한 품에 자리하고 있다.

그 논밭에 아침녘 농부들의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누구는 모심기후의 뜬모를 심기위해 논에 있고, 누구는 양파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어느분이 이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서 심어논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감상할 요량인지, 마가렛꽃이 언덕배기를 꽉 채우고 있다.

그 꽃속에 노루귀와 또다른 한분이 파묻혀 한떨기 마가렛이 된다.

마가렛의 꽃말이 '진실한 사랑/사랑을 점친다'라던데, 설마 같이 걷고 있는 그녀의 딸내미의 진실한 사랑의 만남을 기대하기 위해 엄마가 대신 꽃속에 파묻힌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천천히 걷다보니 방곡마을이다.

시골 산속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건물과 만나는데 바로 '함양산청사건추모기념관'이다.

6.25동란중이던 1951년 이틀간 국군의 공비 토벌작전중 산청군과 함양군 주민 700여명이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 기념관으로 다시 한번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끌어 안고 있는 어머니의 산 지리산을 생각하게 한다.

추모관 옆 정자나무 밑에서 쉼을 가진후 다시 길을 떠난다.

추모공원이 있는 방곡마을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그 산길 입구에 작은 매점이 있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칠 수 없어 몇몇이 다시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인 셈이다) 한잔씩을 비운다.

어디까지나 지혜로운 머리와 가슴으로 어머니의 품인 지리산과 본격적으로 만나기 위해...

반야탕까지 한잔 걸치고 걷는 지리산숲길이 정답다.

산길 주변의 꽃들도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동의보감의 고장이라고 자랑하는 산청군 금서면 주위는 그래서 그런지 남달라 보인다.

길가에는 마 넝쿨이 흩어져 있고, 이런저런 산나물들도 눈에 띄는 비옥한 땅을 갖고 있어 보이고, 활엽수가 많아 피톤치드 또한 진하게 뿜어대고 있으니, 허준이나 유의태 같은 명의가 아니라도 산천만 바라보고 있어도 병이 절로 나을 것 같은 그런 고장이다.

 

 

 

 

 

 

방곡마을에서 1.8km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상사폭포와 만난다.

사모하던 여인에게 말 한번 제대로 못하고 이곳에서 떨어져 죽은 총각의 구구 절절함이 담긴 작은 폭포이다.

맨발이다 보니 계곡에서의 휴식시간에는 그냥 발을 담글 수 있어 좋다.

그곳에서 다시 휴식을 취한후 길을 떠난다.

 

 

 

(자녀들과 함께한 일행들)

 

어제는 계속하여 포장된 도로를 걷느라 맨발인 나로서는 약간 애를 먹었는데, 오늘은 정말 기분좋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초여름 녹음 우거진 산속 오솔길을 걷다보면 소나무 잣나무등이 내뿜는 향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딸과 같이온 엄마들이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 가 없다.

딸과 같이 온 풍류님이 또다시 부러워진다.

아들과 같이 온 미소님이야 아들내미가 그 친구와 꼭 붙어 걷는 바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겠지만, 같이 1박2일을 걷는 동안 이심전심으로 주고 받은 마음이 얼마나 크겠는가?

어머니의 품인 지리산 산허리를 좋은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는 것은 정말 청복(淸福)이 아니고 무엇이랴.

 

오늘도 많은 안내판과 이정표들과 만난다.

언젠가 혼자 산길을 걷다 만난 이정표들을 보면 누군가 그녀들의 성감대를 표시해 논 것 같아 기쁘기 그지 없다고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어머니의 품속에 안겨 걷고 있는 중이니 가당치 않은 이야기이다.

 

 

 

 

 

 

 가는길 쌍재 못미쳐에 간이 매점이 있다.

참새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른다.

그리고 또 반야탕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즐겁게 걷다보면 쌍재와 만난다.

쌍재는 왕산과 왕등재 사이의 고개로 예전에 함양 휴천쪽에서 산청으로 가던 길로 상당히 큰 대로가 있었고 쌍재에는 주막과 제법 큰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쌍재를 지나 걷는 길도 정말 좋다.

자연의 정취를 맘껏 느끼며 느리게 느리게 걷는다.

거짓말 조금 보태 20분 걷고 10분 쉬기를 한다.

자연속에서 자연이 되어 즐긴다.

숲을 걷다 보니 어느새 나 자신이 그 숲에 동화된 숲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두들 행복에 넘치는 표정이다.

산불감시초소 조금 못미쳐 숙소였던 지리산롯지에서 싸온 주먹밥을 먹는다.

한덩어리에 3,000원씩이어서 좀 비싸다 싶었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하여 다행이다.

 

 

 

 

 

 그리고 지리산숲길 동강~수철구간의 가장 높은 곳인 산불감시초소와 만난다.

높기도 하려니와 날씨도 좋아 조망이 좋다.

4~5시방향으로 오늘 구간의 들머리인 동강마을과 추모공원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산청 읍내도 멀게 보인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지리산의 능선들이 진경산수화와 같은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렇게 쌍재를 떠나 남쪽으로 걷다 보니 고동재와 만나고 그곳부터는 포장된 임도이다.

고동재는 수철리에서 방곡리로 가는 고개로 고동형으로 생겨 고동재라 한다고 한다.

고동재에서 수철리에 이르는 약 3.5km는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이다.

어제에 이어 약 19km를 맨발로 걷고 있는 나를 다시 시험에 들게 한다.

그래도 주변의 경관에 취해, 아직은 덜 핀 상태이지만, 밤꽃 향기에 취해 걷다보니 수철리이다.

가야왕국이 마지막으로 쇠를 구웠다는 전설이 있어 무쇠점 또는 수철동이라 한다고 한다.

이렇게 5시간에 걸쳐 12km에 이르는 지리산숲길 동강~수철구간 걷기를 마친다.

어머니의 품인 지리산 산줄기를 때 묻은 마음도 헹구고, 응석도 부리며 걸었다.

 마음 속 권태는 지리산 능선 어디인가에 묻어 두고 간다.

같이한 이들과 나눈 이야기이며, 숲속의 나무와 꽃들과 나눈 이야기는 만리장성을 쌓고도 남는다. 

오늘도 대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빠져 힘찬 용기와 활력소를 한아름 안고 떠나간다.

아마도 며칠이 지나면 푸른 자연과 높은 하늘, 그리고 시원한 공기가 그리워 다시 산을 찾아 나서지 못해 안달이 나겠지....

 

(댓글 보기)

 

삔녀 10.06.17. 16:54

맨발로 지리산을....참말로 멋져브러~ 지리산에 올라가본지가 수십년이 흘렀네요...저는 이리 늙어 버렸는데 지리산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늘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들을 보듬어 줄 준비를 하고 있네요...
 
맨발나그네 10.06.17. 22:39
ㅎㅎㅎ 참말로 멋져브러???????
ㅎㅎㅎㅎㅎ
지리산!! 말만 들어도 우리의 로망이죠...........
어머니의 품인 지리산!!!
그렇습니다......... 그 지리산이 묵묵히 그 자리에서 늘 새로운 모습으로 늘 우리들을 보듬어 줄 준비를 하고 있더이다.........
그 어머니의 품에 잠시 안겼다 왔습니다..........ㅎㅎㅎㅎ
 
아도로 10.06.21. 12:59
맨발나그네님과 함께 한 지리산 산행...!!
환상 그 자체입니다...와우~!!우왕굳므흣

산과 사랑을 나누시는 분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맨발 나그네님은 한층 더 산에대한 사랑이 깊은 것 같습니다...^.^

상사폭포에 발 담고고 계신 옆에 살며시 앉아보며
오늘의 이 무더위 식혀봅니다...감사하고요...사랑1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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