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쇠뿔바위봉과 안개속에 나눈 사랑

맨발나그네 2010. 5. 26. 10:15

 

(비룡상천봉~쇠뿔바위봉의 겨울) ( http://blog.daum.net/yooyh54/400 )

 

쇠뿔바위봉과 안개속에 나눈 사랑

 

● 산 행 지 : 비룡상천봉(445m, 전라북도 부안군)-쇠뿔바위봉(475m, 전라북도 부안군)

● 산행일시 : 2010년 5월 23일 (일)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우슬재-비룡상천봉-와우봉-쇠뿔바위봉-지장봉-새재-투구봉-사두봉-청림리(약 13km, 약 5시간)

● 사진은 ? : 산7000 산악회 회원 여러분

 

  

그저께 부처님 오신날은 화성시 남양의 무봉산, 어저께는 화성시 양감면의 초록산과의 운우지정으로 몸도 피곤한데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어도 계속되어 쇠뿔바위봉과의 데이트가 꽤가 난다.

그러나 약속되어 있는 데이트이니 길을 나설 수 밖에...

다른 때보다 1시간 이른 새벽 5시 40분쯤 집을 나선다.

그리고 수원시청앞에 가보니 다른 날보다 사람들이 적다.

아마도 호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때문이리라.

그래서 집행부에서는 부랴부랴 차량을 두대에서 한대로 줄인다.

그렇게 출발한 쇠뿔바위봉과의 데이트 길이다.

 

 

 

 

쇠뿔바위봉과의 데이트는 북쪽 우슬재에서 시작한다.

산7000 산악회의 8년의 역사에서 우중 산행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그런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날씨가 그만그만 하다.

차량 두대를 한대로 줄였고, 그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우중의 사고를 걱정하며 데이트를 포기하는 바람에 대략 25명 정도가 산행길에 나선다.

나도 바위산이고, 비에 젖어있어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냥 맨발이 되어 그틈에 끼어본다.

선답자들의 평에 의하면 변산국립공원내에 위치한 바위산으로 우람한 쇠뿔바위가 매우 인상적이며, 주능선이나 쇠뿔바위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전망이 좋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움 속에서도 아슬아슬한 바위봉들이 솟구쳐 다른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아주 약하게 나마 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짙게 끼어 그런 호강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모두들 오늘같은 날이 등산하기는 좋다며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헬기장지나고 비룡상천봉을 지난다.

풍수적으로 보아 등룡에서 비룡을 거쳐 하늘로 거슬러 오르는 기운의 산세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리고 안개 때문에 흐릿한 산길을 한참 걷다 보니 이 산행길의 백미라 하는 동쇠뿔바위봉과 서쇠뿔바위봉 사이의 고래등바위에 도착한다.

고래등바위 정면과 우측으로 그저 안개속으로 흐릿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들이 있으니,  어렴풋이 쇠뿔바위봉들이려니 한다.

산 남쪽 마을에서 쳐다볼 경우 두개의 봉우리가 흡사 불끈 솟은 쇠뿔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고래등처럼 생긴 긴 암능에 내려서서 점심 먹을 곳을 물색한다.

몇몇은 그예나 동쇠뿔바위봉 정상을 밟아 보겠노라고 길을 떠난다.

가봐야 주위 조망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난 생략하고 점심상 앞으로 얼굴을 내민다.

정말 아쉽다.

이 고래등을 타고 주위의 기암괴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을텐데 말이다.

비록 이슬비와 안개로 그 모습이 선명하진 않지만, 400m급 산으로 이렇게 깊은 맛이 나는 산은 많지 않을 것이다.

뭐랄까? 젊지만 원숙미가 넘치는 여인, 뭐 그런 산이 쇠뿔봉이 아닐까 싶다.

아니 바위가 많으니 아름답지만 깐깐한 여인, 거기다 이슬비와 안개로 접근을 어렵게 하고 속내를 감추고 있어 더 몸을 달구게 하는 그런 재주를 가진 여인이 쇠뿔봉이다.

그래서 더 매혹적인 그녀이기에 그녀와의 꽃잠자리가 황홀하다.

오늘도 긴 세월동안 기다려준 그녀의 품에 안겨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운우지정을 나눈다.

고래등 바위 왼쪽 멀리 백제의 마지막 항거지인 우금산성이 남아있는 우금암의 경관도 일품이라던데....

점심식사후 오른쪽 홈골계곡으로 해서 서쇠뿔봉으로 오르는 것은 안전한 산행을 위해 포기하고 오던길을 되돌아 서쇠뿔봉을 향한다.

서쇠뿔봉에는 어느 산악회에서 '서쇠뿔봉'이라 써서 코팅을 해 달아놓은 손바닥만한 표시가 전부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지장봉이다.

해발 225m.

그러나 웃습게 보았다간 큰코 다친다. 우리팀도 약간의 알바를 한다.

바위는 미끄러워 일행들 모두 엉금엉금 기어 오른다.

맨발인 나야 더 할 나위없지만 이 상황을 즐긴다.

미끄러운 바위를 걷기 위해 나의 발에 있는 26개의 뼈(우리몸의 총206개뼈 가운데 약1/4인52개가 양쪽 발에 모여있음)와 38개의 관절과 107개의 인대, 19개의 근육들이 긴장을 하며 뇌에서 지시하는 대로 친구인 나를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난 그저 맨발나그네되어 유유자적  자연을 벗삼아 걸으면 된다.

오늘의 애인 비룡상천봉~쇠뿔바위봉이 연두빛 성장을 입고 내 귓가에 향기로운 입김을 불어 넣으며 속살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녀의 애교 넘치는 눈빛과 연두빛 사랑에 난 그녀의 사랑의 포로가 된다.

아마도 오늘밤 쇠뿔바위봉의 연두빛 사랑에 혼이 나가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녀가 속살을 더 내보이기 위해 안개도 걷어가 제법 풍만한 그녀의 속살을 감상할 수 있다.

아마도 오늘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마음이 항상 내마음에 새겨져 나로 하여금 그녀 쇠뿔바위봉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게 만들기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투구봉을 거쳐 사두봉에 도착이다.

조금 내려오다보니 그곳에는 한 10m쯤 되는 직벽에 가까운 릿지에 외로이 밧줄하나 매달려 있다.

바위는 젖어있고, 직벽인데다가 밧줄마져 허술한 것 같아 집행부의 애를 태운다.

모두들 조심조심,  그곳을 내려온다.

그 와중에도 밧줄 중간에 매달려 있던 겨울이슬비님이 멋진 포즈로 카메라맨의 샷타를 누르게 만들고, 아름다운님은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맨을 부른다.

 

 

 

 

오늘도 13~4km에 이르는 긴 여정이다.

5시간에 걸친 비룡상천봉~쇠뿔바위봉과의 꽃잠자리였다.

비록 날씨가 좋지않아 그 아름답다고 하는 변산반도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그녀와의 사랑을 확인하는데는 충분하였다.

정다운 산7000 식구들과  산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날머리인 청림리에 도착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가오리무침에 반야탕이 준비되어 우리를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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