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솔향 그윽한 안면도로 소풍을 가다
● 언 제 : 2010년 7월 3일 (토)
● 어 디 로 : 안면도
(1966년의 양감초등학교 졸업기념 사진-졸업앨범에서)
오늘은 소꼽친구 양감초등학교 35회 초딩동창들과의 소풍날이다.
코흘리개 소꼽친구로 만난지 어언 50여년이나 되는 묵은지 같은 친구들과의 만남은 항상 즐겁다.
이런 친구들과 매년 3~4차례의 모임을 갖는데, 오늘은 매년 한차례씩 이루어 지는 소풍날인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이야 학교 근처의 명봉산 덕지사가 단골 소풍 장소였고, 5~6학년이 되면 인원 관계상 두 학년이 합쳐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절반 정도 밖에 그 대열에 끼질 못했다.
그래서 매년 한차례씩은 꼭 버스타고 원족을 가자고 입을 모아 오늘도 20여명이 모여 버스를 타고 안면도로 소풍을 간다.
모두들 50여년전의 그 시절로 돌아가 며칠전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기다리다 때때옷으로 갈아 입고, 소풍을 떠나는 것이다.
총무인 정례가 밤새 마련한 김밥과 겉절이 그리고 보쌈, 순대공장을 하고 있는 원준이의 푸짐한 순대, 부회장인 기호가 해온 인절미가 안면도 가는 길 버스 안을 즐겁게 한다.
친구들 등살에 아침부터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이란다)의 세계에 입문한다.
그렇게 도착한 안면도이다.
안면도(安眠島), 글자 그대로 편안할 안, 쉴 면, 섬도이다.
편안하게 쉬는 섬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라 한다.
그러나 1970년 태안군과 안면도를 이어주는 다리가 놓여져 이제는 육지와 이어졌다.
하긴 안면도는 원래부터 섬이 아닌 반도였다고 한다.
조선 인조 때 삼남지역의 세곡을 운송하기 위해 지금의 안면읍 창기리와 남면의 신온리 사이를 파내 이때부터 안면곳이 섬이 되어 안면도가 되었다고 한다.
안면도란 글자 그대로 곳이 되었든 섬이 되었든 편안하게 쉬기 좋은 곳이라 그런지 안면대교를 지나서 부터는 많은 팬션이 눈에 뛴다.
이국적인 팬션이 줄지어 있는 해안 도로를 따라 2km정도 달리니 오늘의 목적지인 안면도 자연 휴양림이다.
코끝 간지럽히는 바다내음과 함께 알싸한 솔향이 우리를 맞는다.
버스에서 내려 올려다 본 자연휴양림은 커다란 소나무에 둘러쌓여 장관을 이룬다.
아름답게 하늘로 쭉쭉 뻗은 날씬한 자태에 모두들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많은 소나무를 봐 왔지만 안면송처럼 잔가지가 없이 나무 기둥의 위아래 굵기가 같고 곧게 뻗은 미인송은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이 안면송은 고려시대부터 궁궐의 목재로 사용되었고, 조선시대에는 73곳의 봉산(나라에서 나무를 베는 것을 금지하는 산)중의 하나로 지정해 궁궐과 선박 목재 공급처로 국가에서 특별 관리를 해왔다 한다.
이처럼 천여년 전부터 조상 대대로 애지중지 아끼고 보호해왔기에 오늘날 내가 이곳에 소꼽친구들과 함께 서서 혈통좋은 미인송을 감상하고 그들 품에 안겨 숨결을 느끼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리라.
휴양림내에는 '숲속의 집'이라는 숙박시설이 있어 며칠 묵으며, 마음껏 산림욕을 즐기며, 쉬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오늘은 잠시 잠깐 안면도 미인송들과 함께 했음을 감사하고 행복해 할 뿐이다.
산책길은 산림전시관을 거쳐, 배수지고개-숲속의 집-잔디광장-삼해봉-새조개봉-바지락봉-모시조개봉-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오늘도 맨발이 되어 이름조차도 정다운 해발 100여m 미만의 낮은 봉우리와 구릉을 친구들과 천천히 걷는다.
배낭에는 넉넉히 반야탕까지 준비하고 걷는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길들을 맨발로 걸어 왔지만 이곳 휴양림처럼 곱디 고운, 푹신한 길은 처음인 듯 싶다.
높아야 해발 100여 m이니 경사가 심할 리 없다.
은은한 솔향은 코끝을 스치고, 시원한 바람은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50여년지기 소꼽친구들과 숲속을 거닐며 어릴적 그 시절로 되돌아 간다.
안면송 산책길 곳곳에 적당히 벤치가 놓여 있다. 그곳에 쉬며 여유를 즐기면 좋으련만, 쉼터를 만나면 반야탕의 세계를 맛보기 위해 상을 펼친다.
하긴 '지혜의 물'인 반야탕을 맛봐야 이 미인송들과의 데이트가, 아니 소꼽친구들과의 데이트가 더 빛나리라.
그렇게 산책을 끝내고 주차장에 도착하면, 그 입구에 굴다리를 만나는데 그 굴다리를 지나면 수목원과 연결이다.
안면도 수목원은 안면송 향기 그윽한 공간에 조성된 정원이다.
숲 속의 고요함과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공간이라 한다.
한국의 전통정원으로 거듭난 아산정원이 있고, 교육적 활용도가 뛰어난 생태습지원, 지피원, 식용수원 등의 테마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손자손녀들을 거느린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데다가, 일부는 반야탕의 세계에 너무 심취한 남어지 수목원 초입의 고갯길을 넘어 있는 쉼터에 눌러 앉는다.
그리고 소풍을 왔으니 보물찾기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여야 하지만 그냥 존희 친구가 준비한 게임으로 대신한다.
간호원 박수치기에 이은 풍선터트리기는 압권이다.
모두들 개구장이 초딩, 동심으로 돌아가 풍선터트리기에 열중이다.
그렇게 재미있는 하루를 보내고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고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오는길 도고에서 목사님으로 사역중인 동창 이건열 목사님 댁에 들른다.
모두들 반야탕의 세계에 헤메이다 도착하여 조금은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바빠서 소풍에 참여하지 못했노라고 꼭 들렸다 가라는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들른 길이다.
반야탕의 세계에서 노니느라 빨개진 볼은 어찌할 수 없어도 엄숙하게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옛날 초딩시절로 돌아가 이야기 꽃을 피운다.
(댓글 보기)
'맨발나그네 > 맨발걷기 경험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속의 미인들과 함께 한 광교산과의 데이트 (0) | 2010.07.25 |
---|---|
맨발 동행이 있어 즐거웠던 광교산과의 데이트 (0) | 2010.07.20 |
아늑한 조강지처 광교산의 품에 중국역사속 미인을 생각하다 (0) | 2010.06.29 |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7)>마음속의 미인들과 함께 걸은 유봉산~초록산 (0) | 2010.06.24 |
지리산숲길을 맨발나그네되어 걷다(2) (0) | 2010.06.16 |
그저 대단하시다는 말씀밖에...
저도 올 봄에 졸업후 처음으로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었답니다.
몇 십년이란 긴 공백은 불과 몇 분만 느낄뿐...
어느새 코흘리게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가더군요...
맨발나그네님의
우린 시골의 초등학교여서 위의 졸업사진이 1학년 부터 6학년까지 함께했던 친구들이지요..
그러니 더 애틋할 수 밖에요....
풍선게임도
가슴이 떨리진 않으셨는지요
어릴적엔 손도 못 잡아서 지우개 끝을 마주잡고 스포츠 댄스 추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동창님들과의 모임에도 맨발이신 나그네님 멋지십니다
풍선게임 마지막 사진은 춤추는 사진이 아니고 둘씩 짝을 지어 가슴에 풍선을 안고 터트리기 게임이었답니다...
뭐 하도 자주 보던 친구들이어서 가슴 떨림까지는..........ㅎㅎㅎㅎ
남자 보는 눈은 영 아니시네요..........ㅎㅎㅎㅎ
저의 어린 시절은 그냥 ?로 남겨 둘까 합니다.........ㅎㅎㅎㅎ
만약 아니라면 앞줄 맨 오른쪽 학생
어째거나 55동심님의 눈썰미가 대단 하십니다...ㅎㅎㅎㅎ
누구는 구구단을 못 외워서 남어지 공부를 해야 했고...
누구는 항상 코가 흘러 11자를 만들어 다녔지만.....
지금은 그 친구들이 모임에 와서 밥값도 내고 찬조금도 많이 내고 하지요......
암튼 일년에 서너차례씩 만나고 있는데 항상 기다려지는 모임중 하나입니다...
멋진 드라이브도 하고
어깨동무하고 데이또도
언젠가는 수학여행도 함 가봐야겠지요...........ㅎㅎㅎㅎ
나이가 드니 초딩 동창들이 찾드라구요.
안면도는 지척인지라 자주감니더.
낚시 삼매경에 빠지곤 하죠.
저는 바다와 운우지정을 나누죠.때론 알몸으로,,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