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본 계곡(1)> 아침가리골(2009년 7월) ( ☞ http://blog.daum.net/yooyh54/143 )
<내가 가본 계곡(2)> 칠선계곡 (2009년 8월) ( ☞ http://blog.daum.net/yooyh54/144 )
<내가 가본 계곡(3)> 조무락골 (2010년 8월) ( ☞ http://blog.daum.net/yooyh54/308 )
<내가 가본 계곡(4)>
강산이 두번반이나 변한 후 만난 옛애인~도일봉과 중원계곡
● 산 행 지 : 양평 도일봉(864m)
● 산행일시 : 2010년 8월 22일 (일)
● 산행코스 : 중원산주차장>도일봉>갈림길>중원계곡>주차장
● 사진은 ? : 산7000 산악회 회원 여러분
1987년 8월 15일 직장산악회의 일원으로 이곳 중원계곡을 다녀 갔으니 대략 23년만에 다시 찾는 발걸음이다.
그때야 거의 우리 팀이외는 없었지만, 오늘은 마지막 발악을 하는 여름 더위를 피해 많은 등산객과 휴가객이 합쳐져 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하긴 주차장에서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이렇게 멋있는 폭포와 계곡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
중원산(800.4m)과 도일봉(864m) 사이에 소 구유통처럼 길게 약 6km에 이르는 계곡을 중원계곡이라 한다.
수도권 계곡치고 한산한 곳이 있을리 없지만, 이곳 중원계곡도 주차장부터 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도착한 중원폭포는 그동안 내린 비로 우렁찬 소리를 내며 쏟아지면서 하얀 포말을 끊임없이 토해낸다.
높이야 채 10m가 안되보이지만 폭포 주위로 병풍을 두른 듯 수직 기암절벽이 펼쳐져 맵시를 뽐내니 동양화 한폭이 따로 없다.
사람들은 폭포 줄기 모습이 처녀 댕기를 닮았다고도 하고, 밥지을 때 쓰는 조리를 닮았다고도 하지만 내보기엔 영락없이 용이 바위를 훑고 지나가며 하늘로 승천하는 그런 모습처럼 보인다.
어째거나 폭포가 폭포다울려면 폭포 밑의 담(潭)이 그럴 듯 해야 하는데 중원폭포야 말로 제법 아름다운 담까지 가진 폭포이다.
이런 빼어난 담을 가졌으면 옥녀니 선녀니 하는 탕이름 하나 갖을 만한데 그냥 중원폭포이고 중원산이다.
아마도 옛날 산골에는 삼원<三元이란 음력 1월 15일인 상원(上元), 7월 보름인 중원(中元), 10월 보름인 하원(下元)을 일컫는다>에 해당하는 날에는 마을 뒷산이나 성황당에 산신령께 제사를 지냈는데 그렇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 아닌가 싶다.
폭포 밑의 담은 널찍함은 물론 제법 깊기까지 하여 깊은 곳은 초록이요, 가장자리는 옥색으로 빛난다.
그곳에서 맨발나그네는 신발을 벗을 필요도 없이 담 가장자리에 발을 담가 본다.
서늘하기가 천연 에어컨이 따로 없다.
이런 날이면 그냥 폭포나 계곡에 발 담그고 편히 쉬다 오면 좋으련만 배낭을 메게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제 취(取)한 반야탕의 후유증이 아직까지 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가평 석룡산 조무락골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무더위 속에서도 계곡을 뒤로 하고 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여 가니 병도 큰 병이다.
사람들은 그저 중원폭포가 다인양 그곳까지만 오르니 그 이후의 발걸음은 사람들이 많지않아 편해져 빼어난 미모를 지닌 계곡을 음미하여 그녀의 품을 더 깊숙히 파고 든다.
중원폭포에서 갈림길까지도 돌다리와 징검다리를 몇번 건너야 하는 무릉도원이 펼쳐진다.
그렇게 시원한 계곡을 맨발나그네되어 걷고 있자니 중원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을 지나 싸리재와 도일봉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을 맞고, 그곳에서 싸리재쪽 계곡을 버리고 도일봉을 향한다.
사실 컨디션 난조에 중원폭포 아래에 터잡은 일행들이 부러워 소리새에게 싸리재쪽 계곡이 좋다고 하니 가는데까지 가다 내려오자고 꼬득여보지만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핀잔만 듣고는 도일봉을 향한다.
큰 계곡은 이제 실계곡으로 바뀌었고, 제법 가파른 골짜기를 거슬러 오른다.
무슨 '악'자 들어가는 산도 아닌데 등산로는 그동안의 비로 흙은 모두 떠내려가고 바위돌들만 남겨두었고, 아닌 곳도 너덜지대가 많은데다 물기를 머금고 있어 이 맨발나그네의 도일봉과의 운우지정을 괴롭힌다.
오죽했으면 지난번 비슬산에서 제법 긴 코스를 맨발이 되었던 원리쌈닭님이 오늘은 맨발이 된지 얼마 안되 등산화를 다시 신는다.
그래도 8부능선에 이르자 주위 중원산등 조망도 있고, 그동안 골짜기를 오르는 동안 흐르던 땀을 시원한 바람이 몰려와 씻어주고 떠난다.
도일봉 못미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그녀의 품을 파고 든다.
도일봉의 정상석은 자연석에 누군가 볼 품없게 '도일봉봉'이라 표시해 놓았는데 그게 더 정겹다. 그 정상석위에 오르니 날씨 때문에 조망은 좀 그렇지만 시원하기가 그지없다. 오대산에서 출발하여 계방산(1577m), 오음산, 용문산, 유명산을 거쳐 양수리에서 마감하는 한강기맥 줄기의 웅장함이 눈앞에 흐릿하나마 쫘~악 펼쳐져 있다.
정상을 뒤로하고 조금 내려오니 다시 갈림길이다.
직진을 하면 싸리재, 중원산으로 이어지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중원계곡 주차장이니 오늘의 코스인 좌측길로 내려선다.
이곳도 올라 올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된비얄이고, 젖어있어 맨발나그네가 도일봉과 나누는 운우지정을 방해하고 있다.
그래도 계곡물이 그리워 일행을 뒤로 하고 조금 발걸음을 빨리한다.
그렇게 급경사인 고개길을 내려오니 다시 갈림길을 만나는데 싸리재와 주차장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다.
그곳에 별유천지가 펼쳐져 있다.
넓은 계곡에는 가끔씩 사람들이 몇명씩 모여 피서를 즐기고 있긴 하지만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계곡, 시원스런 물줄기가 넋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나도 옷을 입은채로 계곡물에 뛰어든다.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는 동안 흘렀던 땀방울은 어디로 가고 냉기에 온 몸이 오싹 오므라든다.
그렇게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선녀인지 옥녀인지를 그리워 할 즈음 후미팀이 오니, 다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정말 떠나기 싫은 무릉도원이건만, 기다리는 일행이 있으니 가야만 한다.
이렇게 계곡과 울창한 숲이 멋드러지게 어우러진 길은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걸으며 음미하여야 하는데 항상 시간에 쫏긴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와 이야기를 하며 서두루지 않고 터벅 터벅 맨발로 한걸음 한걸음 옮긴다면 마음도 맑아지며 몸도 가벼워 질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아쉬워한다.
나의 애인 산(山)은 지친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주는 '자연의 의사'라는데, 그 의사 선생님을 뒤로 하고 떠나자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애인 산(山)은 우리의 정신에 힘과 기쁨을 주는 '우주의 목사'라는데, 그 목사님의 설교를 다 듣지 못하고 떠나자니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의 모습)
(23년전 모습)
아니 23년전 꽃잠자리이후 그녀(중원계곡)와 오래간만의 해후인데 이렇게 건성 건성 그녀를 안아 준다는 것이 오래기다린 그녀에게 미안할 뿐이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이글을 쓰며, 23년전 사진을 꺼내보다가 소리새가 하산길 바쁜 와중에 찍은 치마폭포인지 아님 어느 이름 모를 와폭인지 풍경이 낮이 익어 비교해 보니 바로 그 장소이다.
강산이 두번반이나 변했건만, 자연은 묵묵히 그자리에서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23년전의 꽃잠자리를 못잊어 그 자리에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을리 만무하지만 왠지 머리 허연 중늙은이가 되어 첫사랑 애인의 젊었을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핀다.
어째거나 23년간을 한결같이 기다려준 도일봉과 중원계곡의 품에 안겨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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