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가야산 만물상에서 맨발 신선이 되어 노닐다.

맨발나그네 2010. 9. 29. 22:00

<가야산(1)> 가야산 (2009년 3월22일) ( http://blog.daum.net/yooyh54/10 )

 

<가야산(2)>  

가야산 만물상에서 맨발 신선이 되어 노닐다.

 

● 산 행 지 : 성주 가야산 만물상코스

● 산행일시 : 2010년 9월 26일 (일)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백운주차장>옹기골>백운사지>서정재>상아덤>만물상>백운주차장

● 사진은 ? : 산7000 산악회 회원 여러분

 





 

가야산!

백두대간에 슬쩍 비껴 앉아 있음에도 명산으로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산이다.

하긴 국보 팔만대장경을 품고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를 품고 있으니 그 명성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어디 그뿐인가? 가야산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500여년전 대가야와 금관가야를 안고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신라말 좌절한 지식인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는 산, 대가야의 마지막 태자 월광대사가 가야의 종말을 슬퍼하며 마지막 안식처가 되었던 산, 바로 그 산이 가야산이다.

이중환은 그의 <택리지(擇里志)>에서 "임진왜란 때 금강산, 지리산, 속리산등이 모두 왜적의 화를 면치 못했으나 오직 오대산, 소백산, 가야산은 왜적이 들지 못한 예로부터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라고 하였고, 풍수지리에서는 해동 10승지로 유.불.선이 공존하는 성지요, <정감록>에서는 도읍지의 기운이 한양을 거쳐 계룡산으로 옮겨가고, 종국에는 가야산으로 들어간다고 예언하기도 하였다한다.

 

 


런 가야산을 작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찾은 이유는 가야산의 약 3km에 이르는 만물상 구간을 올 6월에 38년만 개방하였기에 그 곳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가야산 만물상은 총 1만가지의 다양한 바위들이 늘어서 있어 만물상 구간이라 불리운다고 한다.

하긴 조선후기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가야산은 끝이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선 모양새가 흡사 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 하다'고 적고있다고 한다.

이름하여 석화성(石火星)이라 하는데, 가야산 전체를 총칭하기도 하지만, 특히 만물상 구간이 석화성의 백미라 하니 가보지 않고는 좀이 쑤셔 견딜 재간이 없으니 떠나 본다.

거기다 오늘은 중학교이후 같이해온 친구 오바마(김용승)와 함께이니 더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추석연휴의 뒤끝임에도 석화성인 가야산 만물상을 걷기위해 전국 팔도에서 모두 몰려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주차장은 물론 도로변까지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뒤엉켜있다.

가야산 만물상 구간의 들머리인 탐방지원센타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한 5분이나 올랐을까? 줄 서 있는 대열이 꼼짝하지 않는다.

아마도 등산로의 어딘가에서 지체현상이 일어난 것이 후미인 이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는데 선두였던 진도개 산행대장이 안되겠다 싶었는지 되돌아 내려갈 것을 명한다.

그렇게 해서 원래 코스의 반대방향으로 다시 길을 잡아 오른다.

백운1~4교를 거쳐 백운암지를 거치고 서성재 못미쳐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모두 가져온 음식을 내놓으니 잘차려진 부페가 따로 없다.

 


 

다행히 서성재에 이르러 그곳에 있는 국립공원 관리인들에게 물으니 만물상코스로의 하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서성재에서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상아덤 안내판이 서있다.

상아덤의 어원은 '상아'는 여신을 일컫는 말이고 '덤'은 바위를 지칭한다고 하니 '여신이 사는 바위'를 상아덤이라 한다.

상아덤은 대가야국과 금관가야의 건국신화가 전해오는 곳이다.

아주 먼 옛날 가야산에는 가야산의 모습과 같이 높고 성스러운 기품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정견모주'라는 여신이 살고 있었다.

가야연맹 내에 있는 많은 산신들이 주인처럼 높이 받들 뿐아니라 이 지역 내에 사는 백성들이 가장 우러러 믿는 신이었다.

그 모습과 같이 곱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여신은 백성들의 갸륵한 소망을 들어 살기 좋은 터전을 닦아주려고 마음먹고 큰 뜻을 이룰 힘을 얻기위해 밤낮으로 소원을 빌었다.

그 정성을 가상히 여긴 하늘 신 '이비하'는 어느 늦은 봄날 오색구름 수레를 타고, 상아덤에 내려 앉았다.

'정견모주'는 목욕재계하고 잠자리 날개 같은 옷깃을 아지랑이처럼 나부끼며 맞이한다.

천신 '이비하'와 산신 '정견모주'는 성스러운 땅 가야산 상아덤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다.

형은 아버지 '이비하'를 닮아 얼굴이 해와 같이 둥그스름하고 불그레했고, 아우는 어머니 '정견모주'를 닮아 얼굴이 갸름하고 흰 편이었다.

그래서 형은 뇌질주일(惱窒朱日), 아우는 뇌질청예(惱窒靑裔)라 하였다.

형 뇌질주일은 자라서 대가야국의 첫임금 '이진아시왕'이 되었고, 아우는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되었다고 한다.

이 내용은 최치원의 <석순응전>과 조선조에 쓰여진 <신증동국여지승람>제 29권에 전해지고 있다.

 

그 상아덤에 오르니 눈아래 수려한 암봉들의 전시장이 펼쳐진다.

기암괴석의 향연이다.

기암괴석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자연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듯 하다.

끝없이 펼쳐진 기암괴석들이 각자 자기가 이세상에서 제일 잘 났다고 뽐내고 있다.

 

작년 이맘때 설악산 공룡능선을 걸은 적이 있다.

 그 공룡능선은  대여섯 시간을 족히 올라야 우리 앞에 아름다운 암봉을 펼쳐 보인다.

공룡능선은 거대하고 웅장한 화려함이 있지만 가까이 닦아가면 그저 밋밋한 바위벽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야산 만물상은 서있는 자리 가까이에서 오손도손 바위들이 맵시를 뽐낸다.

앞을 봐도 절경이요, 뒤를 돌아봐도 절경이다.

이제 되었다 싶어 앞으로 나가 보면, 바로 그곳에 또다시 삼라만상의 형상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아직 이름이 정립되어 있지 않지만, 이제 누군가에 의해 많은 이름들이 붙여질 바위들이 그곳에 있다.

어느 것은 방금 전투에 나갔다 돌아와 쉬고 있는 가야병사가 벗어놓은 투구를 닮았고, 어느 것은 쌍둥이 바위라고 불러야 될지 아니면 방금 물을 박차고 나온 돌고래라고 이름 부쳐야 할지 모를 바위도 있다.

어느 것은 면벽 수도승이요, 또다른 것은 두꺼비임에 틀림없다.

어느 것은 코끼리를 닮았고, 어느 것은 영락없는 촛대이다.

또다른 것은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전장에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는 가야여인이 기도하는 모습을 빼닮은 바위도 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개구멍바위나 틈새바위를 지나야하기도 하고, 이 오케스트라의 교향악을 잘 들을 수 있는 쉼터바위이며, 전망바위들이 곳곳에 준비되어 이 맨발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그 전망바위에서 한참을 머물며 그들이 벌이는 향연을 감상하고도 못내 아쉬어 뒤를 다시 되돌아보서야 발걸음을 옮긴다.

 

이 아름다움을 우린 38년간이나 기다려 오늘에야 대면하게 되니 길이 좀 막히면 어떤가?

그저 이 아름다움을 더 오래동안 눈에 담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을...

 이제 많이 내려와 더 이상 바위들이 들려주는 교향악을 들을 수 없다 싶어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깔끔한 대가람이 눈에 들어온다.

신라고찰이었으나 여러번에 걸쳐 소실되었다가 최근 새로 지었다는 심원사이다.

정말 기암괴석들이 벌이는 한판 향연을 감상하고 나니 맨발인 발바닥은 얼얼하지만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맑아지는 듯 하다.

그들이 벌이는 오케스트라 연주로 교향악을 들으니 귀가 맑아지는 듯 하다.

그뿐아니라 깨벗쟁이 친구 오바마와 함께여서 더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항상 저작권료도 없이 좋은 사진 맘대로 퍼다 써도 좋다는 갑장 소리새와 함께여서 더 행복한 하루였다.

또다른 갑장 명동거리가 수술후 아직 몸이 완쾌되지 않아 같이 산과의 데이트를 못함이 못내 아쉽다.

그가 빨리 완쾌되어 삼천리 방방곡곡의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같이 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런 행복을 지금 가야산 어딘가에 산신령이 되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을 최치원이 지은 시 '산꼭대기 우뚝한 바위'을 감상하며 끝맺고자 한다.

 

산꼭대기 우뚝한 바위

                                     최치원

 

만고의 자연이 만든 모습 사람이 갈고닦은 것보다 나아

높고 높은 꼭대기에 푸른 소라처럼 섰구나.

계곡 물살 따위야 영영 범접할 수 없고

한가로운 구름만이 자주 스쳐가네.

높은 그림자 바다에 돋는 해 늘 먼저 맞고

위태로운 모습은 꼭 밀물에 떨어질 듯 하네.

아무리 옥을 많이 품은들 누가 돌아볼까

세상 모두 제 몸만 돌볼 뿐 변화(卞和)를 비웃었지.

 

(주: 변화(卞和)는 초나라 사람으로 좋은 옥을 구별하는 재능이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의 재능을 몰라 보았다고 한다.)

                         <출처 : 새벽에 홀로 깨어(최치원 선집), 김수영 편역, 돌베게>



























 

(댓글 읽기)

 

소리새 10.09.30. 10:12
갑장의 애쓴 흔적이 오롯이 묻어나는 정감어린 산행기 잘 보았소이다.. 필력이야 타고 났겠지만 역사의 뒤안길을 수소문 하자면 많은 수고가 뒤따를터.. 게다가 포토퍼니아까지.. ㅎㅎ
 
따스한마음 10.09.30. 10:27
산행후에 기다려지는 나그네님의 산행기 이번에도 즐감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쌩쥐 10.09.30. 19:26
역시 나그네 형님의 산행후기 ........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감동입니다.......
 
카봇 10.09.30. 22:54
와~ 나그네형님의 산행후기는 정말 짱입니다....

 

무소가 10.09.30. 03:15
좋은 글과 산향기....같이 하지는 못하고 아쉽게도 그냥 눈으로만 즐깁니다.^^
 
채린 10.09.30. 19:23
늘 해박함과 아름다운 자연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10월도 늘 건강한 산행 하소서.^^
 
아도로 10.10.03. 12:32
가야산에 올라본적이 있기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맨발나그네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전히 산사랑에 빠져계심은 잘 지내고 계심이고...^.^
시간내어 다시 한 번 즐감하겠습니다.

최치원님의 시도 정말 오랜만에 접해보고요.
감사합니다.가을엔 더 진한 사랑을 하시겠지요?
자연과함께 행복해보이시는 모습에서 저도 힘얻어가고요.*.*
 
마음천 10.10.03. 12:36
너무나 멋있네여 나도가보고싶은데용기도 시간도 없네여 너무어쉬워여 뭐이리사는것이 박바한지,,,,,,,,,,,,,,,,,,,,,,,,,,,,

 

이원수중21
10.09.30. 09:03
정말 멋지십니다.부럽구요.감상 잘 하고 갑니다.
 
김정중(22-23회) 10.09.30. 11:36
텔레비죤에 나오셧내여 ㅋㅋㅋ
 
홍순근18.19 10.09.30. 12:35
멋지고 재밋게 구성하셨어요...
높은것보다는 돌산이라서 무게가 느껴지는산 입니다...소낭구도 멋지고...ㅎㅎㅎ
 
김용승(16,17) 10.09.30. 13:25
고소공포증과 헉헉 헥헥하느라 만물상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제대로 감상도 못했는데,
맨발나그네는 베테랑 답게 맨발등산하며 볼 건 다 보고 다녔구나...
 
이규범(2021) 10.10.07. 21:44
선배님이 함께해야만 이런 산행기도 잼나지라 ㅎㅎㅎㅎ
 
홍순근18.19 10.10.13. 20:20
멋집니다...
용승 선배님도 함께 하셨군요...
이젠 외국메스컴에도 뜨시고...ㅎㅎㅎ 즐감했습니다...

 

 

  • 돌쇠

    나그네님의 해박한 역사지식에 압도되고 뛰어난 글솜씨에 매료되어
    맨발 나그네님의 산행기는 한번이 아니라 두세번 읽는답니다. 즐산하세요.
    2012.10.14 21:45

  • 싸이

    가야산을 아주 재미있고 쉽게.. 그리고 심오하게
    그려주셔서 즐감합니다. 갑장님도 어서 쾌차하셔서 맨발의 수를 늘리시기를.. .
    2012.10.14 22:02

  • 영희

    가야산 산행기 즐겁게 보고 갑니다.
    맨발님 즐산안산하시구요. 감사합니다.
    2012.10.15 07:28

  • 달파란마을

    가야산의 만물상이 보통이 아니네요. 넘 멋져요. 맨발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읽는데 시간가는줄 모르겠고요.
    2012.10.15 21:20

  • 러브리숙

    구수한 야담을 읽는것같은 흥이 납니다. 재미있게 즐기고 가네요. 항상 안산하시길... 2012.10.16 21:50

  • 효리

    나그네님의 산행기 흥미진진하게 읽고 즐감하고 갑니다.
    항상 안산즐산 하시길 기원합니다.
    2012.10.17 08:26

  • 아스라히

    모월모시에 만물상에 맨발의 신선이 출연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리라...
    넘재미있게 읽은 산행기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네요. 안산하세요.
    2012.10.18 09:46

  • 핑크쭈니

    가야산 산행기를 읽고 사진을 보니 가봐야겠다는 욕구가 강렬해지네요.
    덕분에 좋은 구경 잘했네요.
    2012.10.19 11:56

  • 밀키스

    가야산은 볼때마다 다른 느낌이 듭니다.나그네님의 산행기를 읽으니
    또다른 감흥이 납니다.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고 가네요.
    2012.10.19 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