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끊을 수 없는 유혹 ~ 맨발로 걷기

맨발나그네 2010. 12. 5. 19:26

끊을 수 없는 유혹 ~ 맨발로 걷기 

 

● 산 행 지  : 광교산 형제봉-시루봉( 수원시 )

● 산행일시 : 2010년 12월 5일 (일)

● 누 구 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반딧불이화장실-형제봉-양지재-종루봉-토끼재-시루봉-노루목-상광교버스터미널

 

 

어제 제법 잘나가던 탈렌트가 마약 복용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을 접하며 정말 세상에는 끊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새삼 느꼈다.

마약, 담배, 경마, 노름등등

하긴 중독성있는 것들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나에게는 비록 위에 열거한 것들에 대한 유혹은 없으나 맨발걷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않다.

지난주 옥순봉, 구담봉에서는 영하의 날씨에 등산로까지 얼어 있어 맨발이 되어 볼 엄두를 낼 수 없었는데, 오늘은 제법 맨발로 걸을 수 있겠기에 나의 조강지처 광교산의 들머리인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맨발이 되어 본다.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광교산은 인산인해가 따로 없다.

그 길을 한참 걷고 있는데 대학 후배가 "선배님"하고 부른다.

가족 모두가 광교산을 걷고 있었다.

아이들이 있어 조금 같이 걷다가는 이내 헤어져 발걸음을 빨리한다.

형제봉을 거쳐 양지재 조금 지나 다시 아는 이를 만나니 대학 동기다.

서울 잠실에 살고 있는 그 친구는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수원에 와서 경기대부터 하오고개가 있는 원터마을까지 걷곤한다고 한다.

친구와 같이 걸으며 시루봉에서 인증샷도 남기고, 좀 더 걷다가 노루목대피소에서 작별을 고하고 나는 상광교 버스종점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후에 약속되어 있는 친구와의 만남을 위해 아쉽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나홀로 걸으며 고독을 씹고잡았는데 정다운 후배와 벗을 만나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오늘도 조강지처 광교산이 내준 품에 안겨 맨발나그네 되어 두서너시간을 보내다 보니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온 몸을 감싼다.

마음이 밝아지고 투명해짐을 느낀다.

한주일동안 일에 얽매여 고심하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 낼 수 있었다.

비록 맨발 바이러스에 중독현상까지 내비치지만 점점 추워지는 계절을 맞아 얼마나 더 맨발로 걸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조금씩이라도 꾸준이 걸어 서릿발도 맨발로 걸어보고, 눈위도 맨발로 걸어보려고 한다.

참을 수 있을 정도까지만....

그러면서 인간이 신발장수들의 꾐에 빠져 신발에 중독된 것은 아닌가 하여 여기 언젠가 내 글속에서 인용했던  '원숭이 꽃신'이라는 정휘창님의 창작동화를 옮겨본다.

 

 

           원숭이 꽃신 

 

 

원숭이는 입을 벌리고 연달아 하품을 했습니다. 잣을 싫도록 까먹고 배가 부른 것입니다. 눈시울이 무거워지고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습니다. 원숭이골에는 먹을 것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봄이면, 겨울 동안 절여 삭은 망개열매가 있고, 조금 지나면 덩굴딸기가 익어갑니다. 여름이 되면 머루, 다래에 으름도 있습니다. 가을이 들면서 잣이 영글면 원숭이의 먹이는 더욱 많아집니다.

원숭이골에 먹을 것이 많다는 소문은 널리 짐승 세계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음, 그렇게 해서 고 원숭이놈의 먹이를 홀딱 뺏는단 말이다. ˝

굴 속의 오소리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 좋아서 꼬리를 한참 휘두르고서 침을 꼴딱 삼켰습니다.

얼마 후에 원숭이는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원숭이 나으리, 단잠을 깨워서 죄송합니다. ˝

오소리는 점잖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오, 난 또 누구시라고, 오소리 영감이 아니오.˝

원숭이는 겉으로는 반겼으나 속으로는 의심이 덜컥 났습니다.

´이놈이 아무래도 내 먹이를 뺏으려고 온 모양이다. ´

원숭이는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원숭이 나으리, 이거 마음에 드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선물로 드립니다. ˝

오소리는 보자기를 풀었습니다. 알록달록 오색 빛이 원숭이의 눈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게 뭐지요? ˝

˝아하, 이건 꽃신이라는 겁니다. 자, 발에다 끼워 보십시오. 발이 폭신할 겁니다. ˝

오소리는 꽃신을 원숭이 발에 끼웠습니다.

˝.........˝

원숭이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야, 이러고 보니 정말 점잖게 보입니다. 자, 걸어 보십시오. 이것은 선물로 드리는 것이니 조금도 걱정하시지 말고 신으십시오. ˝

오소리의 칭찬과 아양에 원숭이도 우쭐해졌습니다.

˝오소리 영감이 신지 않고 나를 주십니까?˝

˝아이구, 나는 발이 본래 야만으로 생겨서 이렇게 좋은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이니 앞으로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

˝고맙기는 한이 없습니다마는 무엇으로 갚아 드려야될지?‥‥‥˝

오소리는 속에서 타오르는 기쁨의 불길을 억지로 가누며,

˝원 천만에,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서로 사이 좋게 지내는 것뿐입니다. ˝

연신 꼬리를 휘저으며 콧잔등 가득히 웃음을 피웠습니다.

원숭이는 오소리로부터 받은 꽃신을 신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발이 좀 찝찝하기도 하고, 나무에 오를 때는 오히려 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서덜(돌밭)을 치달리거나 작은 개울을 건너뛸 때면 발바닥이 아프지 않고 편리했습니다.

가을이 다 가고 찬바람이 가랑잎을 굴릴 무렵에 오소리가 또 찾아왔습니다.

˝원숭이 나으리,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오소리는 언제나처럼 꼬리를 휘저으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아, 오소리 영감님. 참, 그 꽃신은 잘 신었소.˝

˝아이구 천만에, 사실은 가을도 가고 신도 다 떨어졌을 듯해서 다시 새 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

오소리는 또 하나의 신을 내놓았습니다.

˝원숭이 나으리, 발을 한번 봅시다. ˝

오소리는 헌 신을 벗기고 새 신을 신겼습니다. 겨울철에 신는 푹신한 꽃신을 신고 원숭이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오소리 영감, 이건 변변하지 못하지만 내 성의니 받아 주시오. ˝

원숭이는 잣 열 개를 오소리에게 주었으나 오소리는 굳이 받지 않았습니다.

원숭이는 새 꽃신을 신고 겨울을 지내니 여간 편리하지 않았습니다. 차디찬 눈위를 걸어도 발이 시리지 않았습니다.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오소리의 은혜를 무엇으로 갚을까? ´

원숭이는 굴 속에서 잣을 까먹으면서 오소리를 생각했습니다.

봄이 돌아오자 두 번째 꽃신도 바닥창이 다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원숭이는 이제부터 옛날처럼 맨발로 다니기로 했습니다. 떨어진 꽃신을 벗어버리고 오랜만에 맨발이 되었습니다.

˝아얏! ˝

원숭이는 개울을 건너뛰다가 하도 아파서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사이 꽃신을 신어서 발바닥의 굳은살이 다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이구 아이구, 이거 큰일났구나. 이젠 꽃신을 안 신고는 걸을 수가 없구나. ˝

원숭이는 아픈 발을 만지고 있는데 언제 나타났는지 오소리가 와 있었습니다.

˝원숭이 나으리, 왜 이러시오? ˝

˝아이구, 오소리 영감 마침 잘 오셨습니다. 내가 발이 아파서 못 견디겠으니 그 꽃신 한 켤레만 주시오.˝

원숭이가 애타는 얼굴로 바라보자 오소리는 전에 없던 거만스러운 태도로 달라졌습니다.

˝하, 그것 안됐구먼요. 도와 드릴 수는 있지만 언제까지나 공짜로 드릴 수는 없습니다. ˝

˝예, 알겠습니다. 저 잣을 드리겠습니다. 얼마나 드릴까요? ˝

˝하, 아주 헐합니다. 다섯 개만 주시오. 여기 꽃신을 가져 왔습니다. ˝

원숭이는 잣 다섯 개를 주고 꽃신을 사 신었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올 무렵, 원숭이의 꽃신은 다 낡았습니다. 이번에는 원숭이가 오소리를 찾았습니다.

˝오소리 영감 계시오? ˝

˝그 누구요? 지금은 낮잠 자는 시간이니 좀 기다려 주시오. ˝

원숭이를 밖에서 한식경이나 기다리게 했습니다.

˝원숭이 나으리, 어떻게 오셨소?˝

˝저 꽃신이 다 낡아서 새로 하나 구하러 왔습니다. ˝

˝예, 도와 드리지요. 그런데 요새 값이 올랐습니다. 잣을 열 개만 주시오.˝

´열 개라? ´

원숭이는 아직도 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이 또 흘러갔습니다. 원숭이의 발바닥도 더욱 보드랍고 약해졌습니다. 이제는 잠시도 신을 벗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또 신이 다 낡았습니다.

˝이제부터 내가 신을 만들어 보자.˝

원숭이는 칡덩굴 껍질이며 억새풀 마른 것 따위를 가지고 신을 삼아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재주있는 원숭이라도 되지 않았습니다. 원숭는 오소리에게 배우러 갔습니다.

˝오소리 영감, 신 삼는 법 좀 가르쳐 주시오.˝

원숭이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 부탁해도 오소리는,

˝바쁩니다. ˝ 할 뿐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그럼 또 신을 하나 주시오. ˝

˝잣 스무 개를 내시오. ˝

˝오소리 영감, 어째 자꾸 비싸집니까?˝

˝허, 비싸면 맨발로 다니면 될 게 아니오.˝

오소리는 귀찮다는 듯이 눈을 남고 낮잠을 청했습니다.

˝할 수 없다. 이번만 사 신고 다음에는 내가 만들자.˝

원숭이는 잣 스무 개를 주고 신을 샀습니다.

겨울이 닥칠 무렵 또 신을 사야 했습니다.

˝이건 겨울 신이니 더 비쌉니다. 잣 백 개만 주시오.˝

˝............˝

원숭이는 말문이 막히고 분한 마음이 칵 치밀었습니다.

˝하아, 왜 말이 없소? 우리는 남이 싫어하는 짓을 안하는 법이오. 싫거든 맨발로 다니십시오.˝

원숭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잣 백 개를 오소리 앞에 가져다 바쳤습니다.

˝이번 신은 더 좋은 것이오. 자, 여기 있소. 우리는 남을 돕기를 좋아하오. ˝

오소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숭이는 겨울 동안 어떻게 하든지 제 손으로 꽃신을 만들어 볼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굴 속에서 연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좀체 되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다 가도록 만들지 못했습니다.

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또 오소리한테 가서 신을 사 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 잣이 없습니다. 그래도 신은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

오소리는 수염을 만지작거라며 말했습니다.

˝신을 새로 사야 하겠는데 잣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발 좀 도와 주십시오. ˝

원숭이는 맥이 풀리고 침이 말랐습니다.

˝하아, 도와 드리지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가을에 가서 받기로 하는데 일 년에 네 켤레를 드릴 테니 가을에 잣 오백 개만 주시오.˝

˝예? ˝

원숭이는 기가 막혔습니다.

˝왜 대답이 없소?˝

˝잣을 다 거두어도 오백 개가 안 됩니다. ˝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잣은 삼백 개만 주시고, 그 대신 원숭이 나으리께서 날마다 우리 집 청소를 하고, 내가 이 개울을 건널 때는 업어 주셔야 합니다. ˝

˝내가 종이 되라는 것이군요. ˝

˝천만에, 종이라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남의 권리를 존중합니다. 서로 맡은 일을 다하는 것이지요.˝

˝‥‥‥ ˝

오늘도 원숭이는 오소리의 굴을 깨끗이 청소해 주었습니다.

˝청소가 잘됐소. 자, 그러면 나를 업고 개울을 건네주시오. ˝

원숭이는 오소리를 업고 걸었습니다. 이마에서 땀이 솟고 숨결이 고달파졌습니다. 바삭바삭 바삭바삭 꽃신을 신은 원숭이의 두 발이 개울가 모래밭을 밟고 갑니다. 오소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 없이 웃었습니다. 원숭이는 개울물에 비친 제 꼴을 내려다보며 명치끝이 아리고 아픈 것을 느꼈습니다.

´내 손으로, 내 손으로‥‥‥´

원숭이는 꽃신이 디디는 발자국마다 다짐을 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