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신라 천년의 역사를 품은 맨발나그네

맨발나그네 2012. 3. 21. 07:43

(토함산1) 맨발이 되어 올라본 토함산( 2008년10월25일 http://blog.daum.net/yooyh54/7)

( 토함산2 ) 2011년 새해 일출을 토함산에서 보다 (2011년 1월 1일  http://blog.daum.net/yooyh54/342 )

 

신라 천년의 역사를 품은 맨발나그네

 

● 산  행  지 : 경주 남산 (금오봉 468m, 고위봉 494m)

● 산행일시 : 2012년 3월 18일 (日)               

● 누 구 랑 : 따스한마음, 한스맥, 금탑내외와 함께

● 산행코스 : 삼능골 - 상선암 - 금오봉 - 이영재 - 신선암 - 고위봉 - 이무기능선 - 용장리 

● 사진은?  : 따스한마음

 

 

(신라 천년을 품은 맨발나그네의 코스)

 

우리 역사에서 신라 만큼 화려한 역사는 없을 것이다.

그 신라의 태동부터 지켜보며, 신라와 흥망성쇄를 천년이란 세월동안 함께한 곳이 경주 남산이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난 나정이 남산의 품안에 있으며, 경애왕이 후백제 견훤에 의해 종말을 맞은 곳인 포석정 또한 남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신라의 역사가 시작되기전 진한시절부터 신라의 6村 세력이 남산 주변에 촌락을 이루며 신라성립의 터전을 마련하였고, 신라 그 이전에도 남산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았으니 결국 남산이 경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주 남산)

 

 

이렇듯 신라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남산은 신선들이 노닐었으며, 바위 마다마다에는 신들이 깃들어 있어 민초들의 신앙이요, 위안처였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신라에 불교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법흥왕 이후 부터 신라인들에 의해 남산은 불국(佛國)이 되었다.

남산의 품안에는 왕능이 13기, 절터가 150여기, 불상과 탑이 각각 100여기에 달해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노천 자연박물관이다.

삼국유사는 신라의 수도 금성의 모습을 '절은 별처럼 흩어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가 줄지어 나는듯 하다(寺寺星張 塔塔雁行)'이라고 묘사했다고 하는데 이는 남산을 일컫는 말로 많은이들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별처럼 흩어져 있는 절을 짓고, 기러기 줄지어 나는듯 많은 탑들을 건립하는데 동원된 민초들의 애닯은 삶과 애환을 생각하노라면 마냥 편하지 않으니 나혼자만의 단상이런가.

 

내가 경주를 드나든 것이 중학교 2학년 시절인 1968년 부터이니 꽤 오래전 일이다.

그 후 몇차례에 걸쳐 이런 저런 일로 경주를 드나들었으며, 2008년인가는 송창식님의 '토함산'을 흥얼거리며 불국사와 토함산을 맨발로 걸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 여정이었다.

사람들은 남산을 보지 않고 경주를 봤다고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동안 몇번의 경주 여행에서 남산을 올라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경주 남산은 경상북도 경주시의 남쪽을 둘러싸고 남북으로 솟은 산이다.

북의 금오봉(468m), 남의 고위봉(494m)를 중심으로 동서 4km, 남북 10km 되는 타원형의 산으로 한 마리의 금자라가 경주벌 깊숙이 들어와 앉은 형상이라 한다.

비록 그 높이 500m미만이지만 40여개의 계곡은 골이 깊고, 능선은 변화무쌍하며,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이루는데다 세계문화유산이니 남산이 곧 경주라 해도 허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남산의 품에 안겨보고자 길을 나선다.

신라 천년을 품은 맨발나그네('해품달'이 아닌 '신품맨')가 되어보고자 나선다.

이번 길도 대여섯시간 동안 남산의 한쪽 품에만 안기게 되니 점직하긴 하지만 송창식님의 '토함산'의 노랫말 속 '토함산'을 '남산'으로 바꾸어 흥얼 거리며 맨발나그네되어 그녀 남산의 속살을 꽁닥꽁닥하는 마음으로  들여다 보기위한 여정이다.

 

 

(삼능골 초입의 솔숲)

 

 

(삼 능)

 

 오늘의 들머리는 삼능계곡입구 서남산주차장에서 시작이다.

삼능계곡은 신라의 유적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길이어서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솔숲이다.

낙락장송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으니 압권이 아닐 수 없다.

낙랑장송들의 아름다운 자태속에 신라 왕능 3개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으니 이른바 삼능이다.

삼능은 아달라왕, 선덕왕, 경명왕의 능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석조여래좌상)

 

(선각육존불)

 

 

(석불좌상)

 

 

(상선암)

 

삼능을 거쳐 삼능계곡을 오르는 동안 10여기의 불상과 만나게 되는데 초입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은 비록 목이 없으나, 풍만하면서도 늠릉한 기상이 더더욱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어지는 선각육존불은 두개의 바위면에 여섯 부처님이 음각으로 그려져 있다.

붓으로 그린 듯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부처들은 현세의 기복을 염원하는 문수-보현보살과 내세의 영생을 염원하는 아미타부처 여섯분이라 하는데 이들 부처앞에 합장을 하고 기도하는 여승들은 무엇을 염원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어지는 선각여래좌상, 석불좌상을 보며 오르니 작고 아담한 절집 상선암에 이른다.

느릿느릿 천년 신라의 품에 안겨 그 매력을 충분히 탐닉하면 좋으련만, 언제나 그렇듯이 일정에 쫓겨 건성 건성 그녀들의 품에 안기니 항상 불만이다.

 

 

(마애석가여래좌상)

 

약수에 목도 축이며 잠깐 쉼을 가진후 다시 길을 떠난다.

원래 드라마 선덕여왕의 첫장면을 장식한 마애석가여래좌상을 거쳐야 하나 그냥 먼발치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길을 재촉한다.

남산의 불상중 좌불로는 가장 크며, 구름위에 둥둥 떠있는 형상이라는데 말이다.

그렇게 상선암을 떠나 상사바위를 지나 금오봉에 도착한다.

날씨 관계로 주변 조망이 좋지않아 신라 전체를 관망할 수 없음이 못내 아쉽지만 어쪄랴.

거기까지가 나의 복인걸.....

금오봉 정상 아래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함께한 산우님들, 좌로부터 한스맥, 따스한마음, 금탑내외, 맨발나그네)

 

 

(신선암에서 내려다 본 칠불암)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자세히 보기)

 

능선길을 따라 이영재를 지나고 봉화대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칠불암 갈림길이다.

칠불암에는 마애석불과 마애보살 반가상이 있는데 시간관계로 칠불암과 마애석불은 먼발치에서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마애보살반가상으로 향한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칠불암 마애석불군은 국보 312호로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말이다.

어째거나 칠불암 뒤로 높이 솟은 암벽에 신선암 마애(磨崖) 보살 (菩薩) 반가상(半跏像)이 선각으로 새겨져 있다.

바위를 얕게 파서 감실을 만들고 그 안에 보살상을 모셨는데, 입체감이 느껴지도록 도톰하게 새긴 고부조(高浮彫)이다.

반가상 앞으로는 아찔한 절벽이 자리 잡고 있어 여유로운 보살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뚜렷한 이목구비, 자연스러운 옷주름 등 표현이 섬세하고, 양감이 두드러지는 것이 통일 신라 후기의 작품으로 보인다고 한다.

보물 제199호 이다.

 

 

(한폭의 동양화인 이무기능선)

 

 

 

(이무기능선을 내려오고 있는 맨발나그네)

 

마애보살반가상의 여유로운 모습과 달리 갈길이 바쁜 우리는 다시 길을 재촉하여 봉화대, 백운재를 거쳐 고위봉에 이른다.

고위봉에서는 용장리 쪽으로 방향을 잡아 암릉지대인 이무기능선을 따라 내려온다.

이무기능선은 한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건만 올해들어 첫 맨발인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발바닥에 전해오는 알싸한 아픔까지도 남산 구비구비마다 신라 천년의 부처들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맞아주니 아픈척 할 수가 없다.

골골히 전해오는 전설과 절터와 유적들이 그저 경외로울 뿐이다.

무형의 바위에 혼을 불어넣은 신라인들의 불심에 그저 탄복할 따름이다.

 

 

(경주 남산에서의 맨발나그네)

 

 

암릉지대인 이무기능선을 동양화를 감상하며, 때로는 외로이 걸려있는 밧줄을 벗삼아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날머리인 용장리이다.

올해들어 첫 맨발산행이니 꽤 오래간만에 맨발이 되어서 인지 암릉지대가 부담스러웠지만 정다운 산우님들과의 즐거운 산행이어서 좋았다.

경주의 속살 품에서 바위에 새겨진 신들과 부처와 길동무가 되고, 무형의 바위에 혼을 불어넣은 신라인들의 예술성에 감탄하며 맨발나그네되어 걸었으니 이 또한 행복한 일이다.

항상 좋은곳으로 안내하고 좋은 사진들을 한아름 안겨주는 따스한마음님의 따듯한 마음이 고맙고, 가끔씩 길동무가 되어주곤 하는 금탑내외분과 한스맥에게도 고맙기 그지없다.

 

(그외 사진들)

   
                 

 

 

 

 

 

 

 

 

 

 

 

 

 

 

 

 

 

 

 

 

 

 

 

 

 

 

 

 

 

 

 

 

 

 

 

 

 

 

 

 

 

 

 

 

 

 

 

댓글 읽기

♣겨울이슬비♣ 12.03.21. 16:54
산행을 다녀온것처럼 풍경이 그려지네요..
 
따스한마음(회장) 12.03.21. 18:00
우와~~~~~~~~~
맨발 나그네 님이랑 함께하는 산행중 또하나에 보너스 산행후기
신라의 역사 보배만큼이나 값진 추억의 산행기 입니다
진심으로 고맙구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12.03.21. 21:15
맨발을 보니 봄은 봄인가봄니다~~~언제나 멋진 산행기 너무 멋있습니다 담에는 지도 댈고 가주세요~~
 
왕눈이 12.03.22. 04:47
글을 보면 지금 나그네님이랑 같이 걷고있는것 처럼 착각을해봅니다....
 
카봇 12.03.22. 19:27
언제나 맨발형님의 산행후기가 최고인듯합니다...
 
한스맥 12.03.30. 09:46
나그네님 위 아래 두편 때리고 갑니다....
글 잘보고 항상 "맨발" 조심하세요.

 

김정모(중20) 12.03.21. 16:44

토함산 수학여행으로 한번쯤은...
새롭게 기억하고 싶어집니다
역시 선배님은 맨발이시군요.ㅎ

잘보구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규범(2021) 12.03.21. 18:15
선배님과 함께하는 산행후 또하나에 보너스 ...!!
즐겁고행복한 산행이였습니다
그날에 추억이 새롭게 돋아 납니다 고맙습니다
 
백운석18 12.03.22. 07:50
좋은곳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송진석(29,30회) 12.03.22. 19:49
저도 가보려구 계획중 입니다^^ 즐감 했어요.
 
홍순근18.19 12.03.23. 19:44
토함산은 수학여행 코스중 해돗이 보는곳으로 유명하지요...
선배님 맨발산행 다시 시작 하셨군요,,,늘 그모습 잘보구 있습니다...
올해도 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