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화성앓이(12)> 오두산, 천덕산, 등고산과 사랑을 나누다

맨발나그네 2012. 4. 3. 21:25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 건달산 ( )http://blog.daum.net/yooyh54/265)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2)> 칠보산 (   http://blog.daum.net/yooyh54/266)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3)> 동탄무봉산 (http://blog.daum.net/yooyh54/267)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4)> 삼봉산-지내산-태행산 ( http://blog.daum.net/yooyh54/280)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5)> 서봉지맥(태봉산-서봉산-천석산-주산봉)( )http://blog.daum.net/yooyh54/286)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6)> 남양무봉산(http://blog.daum.net/yooyh54/287)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7)> 유봉산-초록산(http://blog.daum.net/yooyh54/291)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8)> 서신 구봉산과 당성(http://blog.daum.net/yooyh54/306)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9)> 송산면 공룡알화석 산지 (http://blog.daum.net/yooyh54/307)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0)> 태안읍 융건능 (http://blog.daum.net/yooyh54/377)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1)> 철마산-서학산 (http://blog.daum.net/yooyh54/403)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2)> 오두산-천덕산-등고산 (http://blog.daum.net/yooyh5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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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9)> 이봉산-승학산-와룡산 (http://blog.daum.net/yooyh54/470)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20)> 응봉산-천등산 (http://blog.daum.net/yooyh54/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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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22)> 청명산~해운산 (http://blog.daum.net/yooyh54/530)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12)>

오두산, 천덕산, 등고산과 사랑을 나누다

 

● 어 디 를  : 오두산(140m,화성시)-천덕산(134m,화성시)-등고산(126m,화성시)

● 언     제 : 2012년 4월 1일(일)            

● 누 구 랑 : 나홀로

● 코 스 는 : 43번도로 발안성당사거리-오두산-천덕산-등고산-우리꽃식물원

 

 

(백두대간과 정맥)

 

 

(산경도<화성시를 중심으로>)

 

 

(오늘 화성앓이를 한 코스)

 

한반도의 중심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달려가다 속리산에서 한남금북정맥을 낳았고, 이 정맥은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에 다다라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한남정맥은 다시 용인의 부아산과 수원의 광교산을 거치고, 김포평야를 거쳐 문수산성까지 이어진다.

이 정맥이 군포의 오봉산에서 수리산으로 치솟기전 안양베네스트CC 근처에서 분맥하여 서봉지맥을 이루는데,  구봉산 칠보산 서봉산 주산봉 덕지산 오봉산 무성산 옥녀봉 계두봉으로 이어지는 맥을 가르킨다.

칠보산과 서봉산의 사이의 샘골고개에서 삼봉산 태행산 염티고개 다락고개 사강의 구봉산 이봉산 승학산 와룡산으로 이어지는 맥을 태행지맥이라 부른다.

삼봉산과 태행산 사이에서 남서쪽으로 오두산 대남산 봉화산 불로산 보금산으로 이어지는 맥은 오두지맥이라 부른다.

서봉지맥 서쪽의 산들은 모두 이 3지맥에 포함되거나 이 지맥과 연결된 산들인데  오늘은 오두지맥의 일부인 오두산(140m,화성시팔탄면지월리,고주리)~천덕산(134m,화성시팔탄면월문리)~등고산(126m,화성시팔탄면매곡리,해창리)을 걷기위해 집을 나선다.

 

 

 

원래 이 세개의 산은 지금으로 부터 90여년전인 1919년 제암리사건의 배경이 된 3.1만세운동의 주요거점인 제암리와 고주리를 품고 있다.

그때 화성시의 많은 선각자들은 태극기와 독립선언문을 가슴에 품은채 이 산들을 넘나들었을 것이다.

아니 많은 민초들이 발안장으로 만세를 부르러 가기위해 이 산등성이를 넘나들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으며, 가옥이 불태워진 선조들의 한과 넋이 서린 산이기에, 비록 그들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발자취라도 더듬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3월1일 걸을 계획이었으나, 여의치않아 오늘에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젓몸살을 앓고 있는 오두산의 진달래)

 

들머리는 발안천주교회앞 사거리이다.

돌아올 때의 차편을 고려하여 그곳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떠난다.

지월리를 거쳐 오두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꽃은 일러 아직 피지 않았지만, 볕은 따뜻한게 영락없는 봄이다.

지난주 제천의 신선봉에서 철 잃은 눈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지만, 산속에서 만나는 철쭉이나 진달래는 꽃눈이 돋기도 하고 어느 놈은 곧 꽃을 피워내지 않으면 못견디겠다는 듯 젓몸살로 퉁퉁 부어있다.

어디 그뿐인가.

냉이는 벌써 자기의 소임을 다했다는 듯 꽃을 피울려고 하고, 쑥은 이제 자기 세상이라고 배시시 웃으며 싹을 튀어내고 있다.

 

 

(오두산 정상에서 한가로히 해바라기 중인 맨발나그네)

 

오두산 정상에는 흉물스러운 고압선 철탑이 자리잡고 있다.

그곳부터 맨발로 걸어 볼 요량으로 신발을 벗고 해바라기를 한다.

따뜻한 햇살과 꼬물꼬물한 봄바람은 내 가슴까지 밀려와 한아름 옛 추억을 안기곤 떠난다.

맨발에 밟힌 대지는 얼마전 온 봄비로 말랑말랑하다.

그곳에 한참을 쉬며

봄을 바라보며...

봄을 들으며...

봄을 느껴본다....

 

그리고 다시 나그네되어 길을 떠난다.

하지만 30여m도 못가 등산화를 찾아 신는다.

사람의 왕래가 없는 곳이어서 낙엽이 많이 쌓여  있고 그 낙엽속에는 밤까시 지뢰가 널려 있는데다 낙엽속 상황도 여의치 않아 맨발산행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아니 몇년전 서봉지맥을 맨발로 걸으며 찔린 밤까시를 밤새 파내며 아파한 경험이 등산화를 꺼내 신게 만들었다.

 

 

(팔탄면 덕우리에서 만난 매실농장)

 

그렇게 고주리를 거치고 서해안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걷는다.

걷다보니 덕우리 어느 산기슭의 매실과수원과 만난다.

꽤 넓은 농장에 주인은 없고 내외로 보이는 객만이 열심히 지천으로 깔려있는 냉이 캐기에 여념이 없다.

다시 그곳에 한참을 머물며 매실나무와 대화를 나눈다.

 

금새 터질듯한 매실 꽃망울을 보고 있자니 머리 희긋희긋한 나에게도 젊음이 생각나게 한다.

쫓기듯 살아온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삶이다.

하지만 가슴 한켠 설레이고 그리워하던 젊음시절이 있었음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남은 생을 준비하는 수 밖에 더 있는가?

 

 

(덕우리 산기슭에서 만난 천덕산, 등고산 안내판)

 

그렇게 젊음을 회상해보곤 다시 길을 떠난다.

왼쪽 산비탈을 조금 오르니 천덕산과 등고산 안내판과 만난다.

화려하진 않지만 꽃잠자리 맨발나그네에겐 성감대를 표시해 논 것보다 더 반갑다.

등산로도 제법 잘 닦여있다.

그곳에서 다시 등산화를 벗어 챙긴다.

그리고 맨발나그네되어 길을 걷는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홀로 걷는다.

루소는 '내 몸이 움직이고 있어야 그 속에 내 정신도 담긴다'라고 했고, 니체는 '나는 손만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발도 항상 한몫을 하고 싶어한다'라 말했다 한다.

키에르케고르는 '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을 얻게 되었다'라고 했다.

심지어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제자들과 함께 걸으며 사색하며 교육하였기에 그와 그의 제자들을 소요학파(逍遙學派)라 한단다.

그들 철학자 흉내내기는 아니지만 고요한 산속을 홀로 맨발로 걷다보면 발에 자극을 주어 내 감정과 정신에 자극을 준다.

호젓한 산길을 온 몸을 감싸는 넉살좋은 봄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노라면 그 바람을 타고 고독이 잠시 가슴속에 머물다 떠난다.

고독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외로움이란 놈도 함께 머물다 바람결과 함께 떠난다.

애절한 그리움이 밀려와 텅빈 가슴을 휘저어 놓고 떠나지만 난 그런 고독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산길을 홀로 걷는다.

 

(천덕산 정상 전망데크에서)

 

그렇게 걷다보니 천덕산 정상이다.

뭐 100m 남짓한 봉우리를 정상으로 부르긴 점직하지만, 그래도 내고향 화성시에서는 아마 20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산이다.

여러가지 운동시설도 잘 갖추어 놓았건만 찾는 사람이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다시 그곳에서 쉼을 갖는다.

다시 길을 떠나 약 1.5km정도를 걷다보면 등고산이다.

 

(등고산 정상 전망데크에서의 맨발나그네)

 

 

(등고산에서 바라본 우리꽃식물원)

내고향 화성시는 높다고 해봐야 최고봉인 건달산이 300m를 넘을 뿐이고 모두가 300m이하로 올망졸망 비금비금하다.

그래서 더 정겹다.

그러나 산업화의 물결에 떠밀려 여기 저기 파헤쳐지고, 헐뜯겨져 있음이 안타깝다.

그 안타까움에 더 늦기전에 내고향 산하를 걸어보고자 마음 먹은지 오래건만, 진도가 별로 나가지 못함은 아쉽다.

 

오늘도 나는 그녀들 오두산, 천덕산, 등고산이 내준 가슴선을 따라 그녀들의 품에 안겨 하루를 보냈다.

그녀들의 품은 따듯했고 포근했다.

겨울을 이겨낸 연두빛 치장을 한 그녀들의 아름다움과 향기로운 봄내음으로 속살거리는 그녀들의 웃음을 들으며 걷고 있자니, 가슴은 두근거리고 마음은 따듯해 진다.

다은 햇살과 명지바람에 물든 즐거움이고 행복이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걷는 것은 청복(淸福)"이라 했으니 곧 맑은 즐거움이라는 말씀일게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라고 일찍이 말씀하셨다.

정말 누군가가 이야기하였듯 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천국을 맛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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