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도심속 오아시스를 찾아 떠난 맨발나그네

맨발나그네 2012. 4. 10. 10:28

 

도심속 오아시스를 찾아 떠난 맨발나그네

 

● 어 디 를 : 서울 구로구 지양산(138m)-매봉산(110m) 숲길

● 언     제 : 2012년 4월 8일 (일)               

● 누 구 랑 : 푸른나무맨발산악회

● 코 스 는 : 온수역-지양산-매봉산-오류역

● 사 진 은 : 푸른나무맨발산악회의 아드반님

 

 

                                      (지양산에서 매봉산으로 가는 길 만난 안내 표지판)

 

수도권이라 불리는 서울, 경기, 인천의 거대한 도시들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전부인 사막이다.

그 사막속에 무려 우리나라 전인구의 절반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삭막한 도시속에 크고 작은 산들이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게다.

오늘 걸어 볼 구로 지양산 숲길도 서울시에서 걷기 좋은 숲길 30선에 올려 논 산으로 높이래야 비록 100여m 남짓하지만 수많은 오솔길을 품고 넓게 뻗어 있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실 옛날에는 걷는다는 것은 그냥 생활의 전부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렵을 하기 위해서도 걸었고, 곡식과 열매를 채취하기 위해서도 걸어야만 했다.

총각처녀들이 이웃마을 배필을 만나기 위해서도 걸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수렵이나 곡식과 열매 채취를 하지 않아도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더군다나 가마와 마차가 생기고 더 발달된 자전거와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탈것이 생긴 이후 걷는 것을 일부러 마음먹고 해야만 하는 행위로 바뀌어 놓았다.

<걷기예찬>을 쓴 프랑스의 학자 다비드 르 브로통은 ‘길의 문화는 달라져서 여가로 변했다. 보행자란 특별히 할당해 놓은 지역에서만 걷는 것에 만족하는 경우 이외에는 시대착오적인 인물로만 생각되는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걷기가 선택이 되어버린 세상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걷기 위해 떠난다.

선택이 되어 버린 걷기를 위해 자유 의지로 떠난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산티아고 가는 길' 이후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위해 떠나고, 제주도의 놀멍 쉬멍 걸으멍 간세다리가 될 수 있는(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게으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올레길을 걷기위해 떠난다.

전남 신안군 증도, 완도, 청산도 등 슬로 시티라 이름 붙여진 곳으로 걷기위해 떠난다.

그밖에도 많은 지자체들이 자기 고장으로 걸으러 오라고 걸을 수 있는 길을 닦아 놓고 기다린다.

오늘 걷게될 지양산~매봉산도 '구로 올레길'이란 이름을 붙이고 잘 정비해 놓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전국적인 걷기 열풍이 아닐 수 없다.

 

(지양산을 걷고 있는 푸른나무 맨발산악회 회원들)

 

오늘 오래간만에 푸른나무 맨발산악회 회원들과 함께한 자리다.

여러 산악회 모임에 참석해 보았고, 지금도 몇몇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즐기곤 하지만, 내가 푸른나무맨발산악회를 만난건 행운이다.

그동안 나혼자만 즐겼던 맨발걷기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맨발산악회에 참여하게 된 사연이나 동기야 제각각이지만, 모두들 즐겁게 참여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중 몇몇 분을 소개하자면, 아마 이 모임의 가장 연장자인 정삿갓(정태륭)님은 예전엔 기자이셨고 지금도 왕성하게 글을 쓰며 노익장을 과시하신다.

아직 칠순이 안되신 분이니 노익장이란 말을 쓰기 약간 거시기하긴 하지만....

오늘도 본인은 결혼식 때문에 걷기에 참석을 못하시면서도 온수역까지 본인이 쓴 '제밀댁이야기'라는 단편소설집을 가지고 오셔서 친필싸인과 함께 한부씩 선물해 주신다.

그 책속에 '맨발 마니아를 위하여'라는 논픽션이 있는데 본인이 맨발로 10년간 걷게 된 사연이 수록되어 있다.

오늘 함께 걸은 새별님, 오솔길따라님 등도 맨발마니아들이시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곰발바닥님과  아드반님의 맨발걷기 사랑은 누구도 따라 갈 수 없다.

이밖에도 휘페리온, 일곱빛깔무지개, 카르페디엠 등 이삼십대의 젊은 청춘들도 수두룩한데 그들 모두가 맨발로 걷기를 사랑한다.

모두들 맨발걷기 예찬론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푸른나무 맨발산악회는 정상 정복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

그저 걷는다. 맨발로.....

요즈음은 걷기 중에도 '느리게 걷기', '느림의 미학'이 대세이다.

'느림'은 사색이고,

'느림'은 곧 아름다움이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을 쓴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에세이 작가 피에르 쌍소는 느림의 삶을 받아들이는 여러가지 태도 중 첫번째를 '한가로이 거닐기'로 꼽았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이라고 까지 말한다.

맨발로 걷게 되면 자연히 느려지게 되어있다.

느리게 걸으며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다.

자연이 주는 산소와 피톤치드를 선물로 받는다.

인생길을 걸으며 욕심으로 더럽혀지고 소진된 심신의 에너지를 산길을 걸으며 충전한다.

같이 걷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더군다나 구로 올레길 여기저기에는 시도 있고, 도서열람함도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 느리게 만든다.



 

 

그중에는 용혜원 시인이 읊은 이 계절과 딱 맞는 시도 있어 소개해 본다.

 

봄이야        -용혜원-

 

봄이야,
만나야지.
바람 불어 꽃잎을 달아주는데
너의 가슴에
무슨 꽃 피워줄까?

봄이야,
사랑해야지.
춤추 듯 푸르른 들판이 펼쳐지는데
목련은 누가 다가와
가슴 살짝 열고 밝게 웃을까?

봄이야,
시작해야지.
담장에선
개나리꽃들이 재잘거리는데
두터운 외투를 벗어버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꽃피워야지.

 

 

그렇게 걷는다.

명지바람을 맞으며 다은 햇살을 받으며 걷는다.

도심속 오아시스를 맨발꾼들과 함께 걷는다.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을 떠나 아나로그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다.

 

관망과 관조의 즐거움이 있기에 기꺼이 걷는다.

정신적인 고통을 육체적인 고통을 가해 치료받기 위해 걷는다.

그걸 사람들은 에코힐링(Eco-Healing:자연치유)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걷다보니 내 자신도 되돌아 보게되고 새로운 삶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

 

그래서 다음 주말에도 나는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이다.....

 

 

( 답 글 )

 

  • 수박

    오늘도 걷는다마는 청처없는 이발길...유행가 가사처럼은 아니지만 맨발족들의 충만한 삶을 보네요. 2013.03.21 08:58

  • 주전자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걷다보니 내 자신도 되돌아 보게되고 새로운 삶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그래서 다음 주말에도 나는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이다...맨발나네님의 맨발철학... 2013.03.21 15:26

  • 풀피리

    걷기 위해 떠나는 맨발의 나그네...자유의지로..그것도 사람들이 산으로 이름부르기조차 꺼려하는 작은 뒷동산..
    산과 풀과 나무와 바람과 동화되고 소통하는 법을 일찌기 깨우치고는 우리들에게 넌즈시 손짓하는 ....나그네님 재미있게 보고 읽고 갑니다.
    2013.03.24 08:33

  • 만병초

    느림의 미학...요즘세상에서 느린행보를 보이면 도태되기가 일수? 하지만 끝에서는 거기서거기일듯.. 2013.03.25 08:56

  • 야화

    걷기운동..맨발의 나그네님의 걷기는 여러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듯해요. 저도 실천중이거든요. ㅎㅎㅎ 2013.03.25 10:07

  • 병태

    저도 맨발이고 싶어요. ..부드러운 흙을 밟아보고 싶네요. 2013.03.26 14:22

  • 유진

    맨발 나그네님 아주 즐기고 갑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2013.03.28 09:08

  • 진수

    부럽군요. 맨발로 유유자적 산길을 걷는 모습이... 2013.03.29 11:26

  • 별이

    맨발의 나그네...가장 가난한 방법으로 가장 부유한 풍요를 누리시는분...... 2013.03.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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