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우뚝한 바위산 올산과의 데이트

맨발나그네 2012. 4. 25. 20:52

 

우뚝한 바위산 올산과의 데이트

 

● 산 행 지 : 충북 단양군 올산(858m)

● 산행일시 : 2012년 4월 29일 (일)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올산리> 올산(858m) > 620봉 > 719봉 > 512봉 > 사방댐 > 미노교

 ● 사진은 ? : 회원여러분

 

 

 

 

 

단양에는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사인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등의 단양팔경 있고, 고수동굴, 온달동굴, 노동동굴, 천동동굴등이 자리잡고 있다.

그뿐아니라 자태가 아름다운 소백산, 말목산, 황정산, 제비봉, 도락산, 계명산, 금수산, 덕절산등이 이곳 단양에 있다.

그러기에 충북 단양은 풍류명현들이면 한 번쯤 그림을 그린다던지, 시문이나 기행문을 남겨 경승을 칭송하던 고장이다.

김홍도, 정선, 최북, 이방운등의 조선시대 화가들은 단양의 명승을 그림으로 남겼으며, 이황, 이이, 정약용, 권섭, 김병연, 김정희 등은 시문과 기행문을 남겨 단양의 경승을 칭송하여 그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삼았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남한강을 바라보는 여러 동굴과 유적에서는 선사시대 유물들이 쏟아져 한반도에서의 인류역사와 함께한 고장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지로 오랜 기간 대치하였던 슬픈 역사를 간직하기도 한 곳이다.

단양은 삼국시대 초기에는 백제의 영향권에 있었고, 고구려가 남하하면서 고구려의 영토가 되었다가 후에 신라의 영토가 된 곳이다.

혹자는 충청도 사람들이 말이 느린게 이때의 영향이라고 한다.

삼국의 군인들이 자주 바뀌다 보니 어느 나라 군인인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해서 말을 느리게 했다나 뭐라나....

 

 

 

 

 

그곳  충북 단양군 대강면 올산리에 형형색색의 기암괴석과 암봉, 암릉, 암굴로 이루어진 암산이 있으니 바로 우뚝할 올(兀)자를 쓰는 올산(兀山)이다.

올산은 원래 주변에 기라성같은 많은 산들에 가려져 있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북쪽으로는 단양팔경의 비경을 자랑하는 사인암을 품은 덕절산, 그 뒤로는 두악산이 자리잡고 있으며, 북서쪽으로는 도락산, 황정산, 수리봉이 자리잡고 있다.

백두대간과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소백산 능선을 이어주는 장쾌함을 멀리서 조망할 수 있는 산이 올산이니 올산이 지닌 가치야 말로 무한하다.

지난달 산7000산악회와 함께한 신선봉이 제천 청풍호의 비경과 함께한 산행이라면, 올산은 단양의 명산들을 조망하며 걷는데 안성마춤인 산이다.

아니 올산 자체가 지닌 비경만으로도 아름답고 포근한 암산이다.

 

 

(올산에서의 주변 조망)

 

 

그런 올산과의 데이트 길은 며칠전 부터 예고된 비 소식에 갈까말까 망설여 진다.

일기 예보는 일요일 오후까지 비 소식을 전한다.

산악회 집행부는 문자로 전화로 비가 오면 충주호 유람선을 태워 주겠다지만, 아직 이른 봄인지라 비 속의 산행은 반갑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11년차 산7000산악회 산행일에 비가 온 적이 없다나 뭐라나.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단양지방은 비가 개어 있어 또다시 전통을 이어가게 되었다.

 

 

 

들머리는 올산리 고갯마루로 잡아 미노리 미노교까지의 종주코스로 한다.

채석장 폐건물이 있는 너른 공터에서 등산화를 벗고 맨발이 된다.

그리고 30여분 꽤 경사가 심한 된비얄을 오르니 올산 정상이다.

정상은 정상석이 있기에 망정이지 참나무류에 가려 주변 조망이 시원치않다.

정상에서 인증샷들을 남기고 다시 길을 떠난다.

정상을 벗어나면서 주변 조망이 터진다.

 

 

 

 

 

길은 마사토인데다 비온 바로 뒤여서 미끄럽고, 마사토 사이사이의 보드러운 흙들이 씻겨 내려가 입자가 굵은 마사토만 남아 겨우내 양말속에 꼭꼭 숨겨졌던 맨발나그네의 발바닥에 고통지수를 한껏 고조시킨다.

고통이 지나치면 쾌락이 된다고 했던가?

신경생물학적으로 볼 때 우리의 뇌는 고통 뒤에 오는 쾌락을 한 세트로 받아 들인다고 한다.

고통이 클 수록 더욱 크게 찾아오는 이완과 평온함은 일종의 쾌락이 되어 대상을 옭아 맨다고 한다. 

영국의 철학자 벤담은 쾌락의 총량에서 고통의 총량을 뺀 것이 순수한 쾌락(행복)이라 한다.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의 량에 비례하여 정신적인 쾌락의 량이 더 커진다면 맨발걷기에 중독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독이라는 고리는 한 번 형성되면 풀리지 않고 내성에 의해 점점 더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고 하니 조심할 일이다.

하긴 산과의 운우지정에서 맨발 좀 벗었기로 이를 마약이나 노름등과 함께 도매금으로 중독 운운할 일은 아닐지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마사토 길을 맨발로 걷다보니 별 어쭙잖은 생각을 잠시 해보다가는 이내 올산의 거대한 암릉과 암벽에 현실로 돌아온다.

암능 여기저기에는 밧줄이 늘여져 있어 맨발나그네를 긴장시킨다.

하지만 화강암으로 빗어놓은 자연의 비경에 모두들 취해 즐거워한다.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보면 웅대한 산 능선들이 이어져 있어 조망미가 일품이다.

 

 

 

 

 

모두들 즐겁게 걷다보니 620봉과 719봉을 거쳐 산부인과바위다.

좁은 바위굴을 일부는 통과하고 일부는 우회하며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에 또 한번 감탄한다.

바위굴을 통과한후 512봉을 거쳐 좀 더 내려오니 사방댐과 조우한다.

그 사방댐 한 귀퉁이에서 맨발이었던 발을 씻자니 청량감이 더해 온다.

 

 

 

 

 

깊고 푸른 물에 주변의 버드나무까지 푸르름을 더해 새삼 봄날임을 실감한다.

봄날의 산촌은 조용하다.

맨발을 닦고 신발을 챙겨 신다보니 그 조용한 산촌의 길을 일행과 떨어져 혼자가 되어 걷는다.

봄꽃들은 수줍은 미소로 맞아주고,

길옆의 냇가를 흐르는 시냇물은 봄의 환희를 노래하며 맞아준다.

봄바람은 꼬물꼬물 걷어 부친 팔뚝을 간지럽히곤 제갈길을 가버린다.

암능길이 아니다 보내 이내 머리 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끼어든다.

 

 

 

 

 

그래도 좋다.

비온 후 봄내음이 그리운 이에게서 맡아 보았던 향을 닮아 좋다.

포근하고 따뜻함이 그리운 이의 품같아서 더 좋다. 

그 길을 그리움으로 걷는다.

그 길을 반가움으로 걷는다.

생명이 움터오는 길을 한동안 홀로 걷는 행복이라니...

 

그렇게 걸으며 미노교 근처까지 오니 좌측 산등성이에 두꺼비 바위의 환송을 받으며 오늘 올산과의 데이트를 마감한다.

 

 

(그밖의 데이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