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푸른여신 조강지처 광교와 원없이 나눈 사랑

맨발나그네 2012. 5. 30. 08:53

 

푸른여신 조강지처 광교와 원없이 나눈 사랑

 

(첫째날)

● 산행일시 : 2012년 5월 26일 (土)               

● 누 구 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반딧불이 화장실 - 형제봉 - 문암골 (약 6km, 18:00~20:00)

 

(둘째날)

● 산행일시 : 2012년 5월 27일 (日)               

● 누 구 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반딧불이화장실-형제봉-반딧불이화장실(약 7km, 18:00~20:00)

 

(셋째날)

● 산행일시 : 2012년 5월 28일 (月 ,석가탄신일)               

● 누 구 랑 : 나홀로

● 산행코스 : 반딧불이화장실-형제봉-종루봉-토끼재-상광교종점(약 7km, 10:00~12:30)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오월의 3일간 이어지는 연휴이지만 그림의 떡이다.

토,일요일로 이어지는 지인들의 자녀 결혼식에 꼭 참석하지 않으면 안되니 말이다.

그래서 저녁무렵을 이용하여 종교이자 조강지처 광교의 품에 안겨본다.

나의 종교이자 조강지처인 광교산이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어느 계절에 찾는다 해도 정말 좋은 여인(山)이지만 5월의 광교산은 산이름처럼 광채가 난다.

푸른여신은 나의 조강지처 광교의 오월을 두고 이른 말 같다.

반딧불이화장실을 떠나 형제봉으로 오르는 길 사랑을 끝낸 아카시 꽃들이 떨어져 바스러진채 산행길 언저리를 하얗게 수놓고는 향내를 진동한다.

푸르름이 더해가고 있는 숲으로 부터 전해지는 싱그러운 내음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오월은 정말 밝고 맑고 순결한 계절이다.

 

(광교의 품 - 봄<2011.5>)                          (광교의 품 - 여름<2009.7>)

(광교의 품 - 가을<2010.11>)                          (광교의 품 - 겨울<2010.2>)

 

 

피천득은 1959년 지은 그의 시 <오월>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중략)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중략)

유월이 되면/ 원숙한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라고 5월을 노래했다.

나홀로 맨발나그네가 되어 걷고있자니 과연 내 인생에 있어서 5월은 언제였을까? 아니 5월이 있기는 있었던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땅에 떨어져버린 아카시꽃을 보고 있노라니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청춘일 때는 그 청춘이 마냥 머물러 줄 것으로 착각하며 산 세월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덧없음만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청춘이란 나이를 먹는다고 소멸되는 것이 아닐지니, 열정을 가지고 삶을 대한다면 마음을 시들게 하지 못할 것이다.

 

샤무엘울만은 그의 시 <청춘>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미빛 뺨, 앵두같은 입술, 하늘 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한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하략)'

라고 읊었다.

계속되는 그의 시에서 '7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라고 한다.

이어서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 영원의 세계에서 오는 힘/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젊음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끝귀절에 '영감의 안테나를 더 높이 세우고 희망의 전파를 끊임없이 잡는 한/ 여든의 노인도 청춘으로 죽을 수 있네'라고 노래한다.

내 나이 여든이 되려면 까마득히(?) 남은 듯 하니 걱정일랑 붙잡아 매고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를 가지고 청춘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해어스름의 광교산)

 

혼자 해어스름에 조강지처 광교의 품속을 파고 들자니 별 생각이 다 난다.

사람이 별로 없는 산길을 혼자 걷다보니 고독이라는 놈이 봄바람과 함께 내 어깨위에 내려 앉는다.

밀물처럼 향수가 가슴 속으로 밀려든다.

볼 수 없어 더 그리운 사람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오월이라서 더 그리운가 보다.

오월은 왔다가건만 ...

하지만 오월은 계절의 여왕임이 분명하다.

노천명 시인은 그의 시 <푸른 오월>에서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포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하략)'

라고 노래한 후 우리는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불러왔다.

고독과 향수의 시인인 노천명조차 오월이라는 계절이 고독과 향수에만 젖어있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기에 정감있고 화사한 언어로 노래하지 않았는가?

나도 그의 시귀대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서러운 노래도 불러본다.

명색이 맨발나그네가 조강지처 광교의 품, 그것도 오월에 고독과 향수에만 젖어 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광교산 형제봉에서)

 

그렇게 걷는다. 

백년수약수터를 지나 문암골로 내려오는 길가의 찔레꽃이 상현달속에 더 하햫게 빛나며 향기롭다.

그 하얀 찔레꽃이 사랑의 열병에 춘정을 발산하는 관능으로 닥아온다.

뻐꾹새인지 뭔 새인지 모를 새의 울음소리조차 시어(詩語)가 되어 가슴 가득 안겨온다.

길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은 사랑의 밀어가 되어 귓가를 간지럽힌다.

잔잔한 밤바람이 부는 듯 마는 듯 꿈을 퍼 나른다.

 

'풀잎은 풀잎대로 / 바람은 바람대로 /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하략)'

이해인수녀가 읊은 <오월의 시>다.

며칠안남은 이 오월에 꿈을 꿔 보련다.

이해인수녀가 <오월의 시>에서 일러 준 대로 싱싱한 사랑을 가슴속에 퍼 올리련다.

아니 오월이 떠나가고 6월이 온다해도 나는 청춘이 되어 꿈을 꾸고 사랑을 구하련다.

 

오월엔

마음껏 그리워하고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사랑하리라.

오월엔

많은 꿈을 꾸고

많은 아름다움을 구하고

그리고 시(詩)처럼 살아보리라.

올 오월이 간다고해도

내년 오월이 다가오고 있으니

내겐 모두가 오월이자 청춘이므로....

 

그렇게 조강지처 광교산과 첫날을 보낸후 다음날이 되니 또다시 보고 싶어지는 광교산이기에 결혼식에 다녀와서는 다시 그녀의 품에 안기고 또 안긴다.

오월은 산도 아름답고 여성도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라 한다.

이 오월의 마지막 문턱에서 조강지처 광교산과 원없이 사랑을 나누었으니, 한동안 다른 여인(山)들을 만나 사랑을 나누더라도 그녀(광교산)는 충분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댓글 읽기

부산공주 12.05.30. 13:04
넌 산하고 결혼 한것 같애~~~

 

지기호 12.05.30. 15:34
여신 조강지처와 보금자리라도 차리게나!ㅋㅋㅋ

 

김영희(고31,원예과) 12.05.30. 18:47
선배님 대단 하세요!!! 저도 그저께 운동장을 걷는데, 쓰레기 버린끝이라 슬리퍼신고 걸으려니 불편하길래 용기를 내어서 맨발로 걸었습니다.
선배님의 맨발산행기가 아니였다면 생각도 못했을 거에요. 따끔 따끔한 느낌...고슬고슬한 느낌...그러고 몇바퀴 걸었더니 힘들어서 집에 오려고 신발을
신었는데, 발바닥이 폭신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더군요!!! 참! 맨발로 걸을때의 느낌은 알수없는 희열을 느껴서 어둠속에서 실없는 미소를 띄우고 걸었습니다.
선배님의 산행기에 시를 곁들이니 정말 좋습니다. 선배님 늙지 않는 청춘의 샘을 발견 하신걸 축하드립니다.^-^
 
애지중지 사랑하는 조강지처랑 3일간의 데이트 이보다 좋은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요
마냥 부러울 따름입니다 ㅎㅎㅎ

 

광교산은 내품안에 조강지처 저도 원없는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간지럼을 많이타서요.
백사장에서도 몸이 오싹하거든요.
근데 느낌은 좋을것같아요.
담엔 도전을....ㅎ
그리움 12.05.31. 16:09
또봐도 넘넘 멋집니다. 2009년 7월달 사진보니 ...저도 십여년전에 여름내내 광교산에서 산적이 있거든요.
출근하듯이 저녁도시락까지 챙겨서 어둑어둑해지면 집으로 오곤 했었죠!!! 

 
좋은친구 12.05.31. 14:41
형제봉에서의 홀로서있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최강일47 12.05.31. 16:12
광렬이 딸네미 결혼식 귀가후 갔다는 얘기네.

 

브레드 12.05.30. 17:42
노을배경이 멋 있습니다.
 
엘도라도 12.05.31. 07:40
시인이전하는 연인산 아름답네요
 
아드반 12.06.01. 00:39 new
맨발나그네님 언제 광교산 함 초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