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그녀와의 데이트

맨발나그네 2012. 6. 2. 10:09

 

그녀와의 데이트

 

 

정말 즐거운 데이트이다.

지난 어버이날 아주 특별한 데이트 신청을 받았었다.

딸내미가 함께 영화구경을 가자고 해서 수원역 애경백화점내의 극장에 가서 영화 '코리아'를 관람하였었다.

'코리아'는 1991년 남북 단일팀으로 46일간에 걸쳐 함께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탁구라는 공통분모로 선수들이 나눈 진한 우정에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영화였다.

 

어제는 그때의 답례로 내가 딸내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였으니 수원청소년문화센터에서 공연하는 소리꾼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 '판소리 브레히트-사천가' 의 관람이다.

이 작품은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바탕으로 21세기 한국적 상황에 맞춰 재구성되어 창작 판소리라는 장르로 2007년 초연되어 계속 공연되어 지고있다고 한다.

 

(사천가 공연중인 소리꾼 이자람)

 

이자람은 1984년 '내 이름 예솔아'라는 노래로 잘 알려져있으며, 1997년 4시간에 걸쳐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했고 1999년에는 8시간 동안 춘향가를 완창해 최연소.최장기 판소리 완창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판소리브레히트-사천가2012'의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작품의 배경을 2012년 대한민국 '사천'이라는 도시에 착한 사람이 있는지, 그런 사람이 있다면 끝까지 그 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순덕, 그녀는 착하고 친절하지만 뚱뚱하고 못난 아가씨다.

하이에나 떼처럼 그녀를 뜯어 먹으려 덤벼드는 인간군상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순덕이를 통해 외모지상주의와 무한경쟁, 청년실업, 학력지상주의 등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꼬집는다.

 

오래간만에 딸내미와 공연장 맨앞좌석에 앉아 흥에 겨워 박수치며 추임새 놓으며 즐긴 밤이었다.

마냥 어린애같기만 한 딸내미이건만 이젠 데이트는 물론이요, 가끔은 '술이 너무 과하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술마시지 마라' 등등 제 어미를 대신해 바가지를 긁어대는 여인인 것이다.

아마 머지 않아 내 곁을 떠날 여인이니 자주 자주 그녀와의 데이트를 즐겨야 할 것 같다.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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