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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을 이어온 아주 특별한 만남

맨발나그네 2013. 7. 11. 04:02

 

40여년을 이어온 아주 특별한 만남

 

 

▲ 2013년 7월 3일 아주대 앞 식당 '명동칼국수샤브샤브'집에서의 '아쭈73전자'모임

 

 

▲ 2009년 7월 3일 아주대 앞 식당에서의 입학 36주년 기념 모임

 

 

 어제 73일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73학번 동기들이 입학40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입학 80명 졸업 50여명이라는 쉽지않은 여정이었다. 누구는 향토장학금의 중단으로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으며, 누구는 3회 학사경고로 학교를 떠나는 슬픔을 안아야 했다. 누구는 4년만에 졸업을 하였고, 누구는 십몇년만에 졸업을 하였다. 나 자신도 73년에 입학을 하여 812월에야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었으니 휴학과 군입대 등으로 8년만에 학업을 마친 것이다. 어째거나 우리들은 아쭈73전자동기라는 이름으로 자주 만나 소주잔을 기울여 왔다. 매년 73일이 되면 모교인 아주대 근처의 식당에 모여 앉아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소주잔을 기울여 오고 있었는데, 올해에는 입학 40주년이니 감회가 남다르다. 돌이켜 보면 20살내외의 청춘이던 시절 만나 40여년이 흘러 이제 인생을 정리하여야 할 시기까지 함께 해 온 동기들이니 만나면 반갑다. 연락처가 확인된 동기들이 40여명, 가끔씩이라도 모임에 얼굴을 내미는 동기들이 대략 20여명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1973년 여름방학 안성군 삼죽면 미장리에서의 농촌봉사활동 

 

▲ 1974년 충남 아산군 인주면 공세리에서 농촌봉사활동을 마치고 마을 주민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있슴

 

 

 73학번인 우리들의 학창시절은 파란만장했었다. 19713선개헌을 필두로 19721017일에는 국가비상사태(비상계엄령)가 선언되었으며, 1972년에는 유신헌법이 공포되었다. 이에 재야인사들과 학생들은 유신헌법 개헌청원서명운동을 벌이게 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197418일 긴급조치 1호가 선포되어 많은 재야인사들이 구속된다. 19743월부터 각 대학은 유신철폐시위가 빈발하게되니 민청학련사건을 만들어 긴급조치4호를 발표한다. 긴급조치의 내용은 일체의 유언비어 날조 및 헌법 비난행위의 금지, 학생집회 및 시위의 금지로 요약된다. 1975년에는 학도호국단 제도가 만들어져 대학은 병영화되었다. 경찰 정보요원은 아예 학교에 상주하였으며 데모를 주동할 만한 인물은 미리 군에 입대시켜 격리시키기도 하였다. 이후 긴급조치는 79127일 긴급조치 9호가 해제될 때까지 4년여 동안 지속되었으니 8백여명이 구속되어 <전국토의 감옥화> <전국민의 죄수화>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민주주의 암흑기였다. 하지만 유신체제의 몰락과 긴급조치 9호가 해제된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의해서가 아니고 197910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두환정권에 의해 일어난 791212하극상과 1980517 비상계엄령 전국 확대 실시와 신군부세력의 광주학살로 다시 민주주의의 암흑기로 이어진다.

 

 

▲ 1981년 졸업앨범에서...  군입대, 휴학등으로 후배학번들과 함께 졸업을 하게 되었다

(뒷줄 맨오른쪽이 필자)

 

 

 그 시절을 고스란히 학생과 군인이라는 신분으로 지내야 했다. 그러니 나를 비롯한 동기들의 대학시절은 반복되는 계엄령, 긴급조치, 위수령, 휴교령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복학후 어쩌다 참가한 데모에서 데모대를 가로막는 경찰의 선두에는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후 경찰에 투신한 친구와 마주해야 하는 슬픈 현실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휴교령으로 대학생활은 반토막이었다. 박정희 피살사건이 일어난 19791026일에는 휴교령이 내려진 교정을 떠나 고향집에서 벼 탈곡을 돕기위해 따라 나섰다가 탈곡기(요즘은 벼 탈곡은 모두 콤바인이 하지만) 옆에 틀어놓은 라디오를 통해 전해들었던 기억이 난다.

 

 

▲ 1975년 군입대를 앞두고 무작정 떠난 여행(부산-여수-전주-진안-무주)

 

 

 

▲ 1975년 휴학후 입대한 군대

1977년 유격장에서(뒷줄 서있는 사람 오른쪽이 필자)

 

 

 

▲ 1979년 동기이자 같은 복학생인 이신(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이와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를 떠나 계룡산으로...

 

 

 하지만 우리는 젊었다. 20대의 젊음을 발산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니 반토막 대학생활 간간히 푸른지대와 노송지대의 딸기밭에서의 미팅도 있었고, 원천유원지에서의 쌍쌍보트타기로 젊음을 달래야 했다. 중간 중간 농촌봉사활동도 다녀왔으며, 혼자 또는 친구들과 배낭을 들쳐메고 무작정 떠나보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면 술을 마셔대야 했다. 국가의 장래를 걱정해서도 마셔야 했고, 긴급조치위반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학우의 안위를 걱정해서도 마셔야 했고, 친구의 입영이 슬퍼서도 마셔야 했으며, 쌍권총을 찬 학점 걱정에도 마셔야 했다. 맨 처음 발동이야 학교 앞 허름한 대폿집에서 시작되지만, 거나해지면 중동사거리 근처의 곱창전골집으로 자리를 옮겨 시대적 아젠다에 비분강개하며 조국의 미래를 논하고, 각자가 살아 갈 미래를 그리며 각종 유언비어를 안주삼아 마셔댔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우리들은 음식점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금의 리젠시호텔 근처에 있던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양동이로 사다가 마셔야만 직성이 풀렸다. 70년대 초반 히트를 친 가수 이장희의 한잔의 술을 목청껏 외쳐대며 통음을 했다.

 

 

▲ 1992년 정월 입학당시의 학장이셨던 김현남 박사댁에 세배차

 

 

 하지만 그것가지고도 성이 차지 않으면 아주 가끔은 남문 뒷골목이나 구천동의 퇴폐(?)술집을 기웃거리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마음씨고운 누님 또래의 술집아가씨와 하룻밤 풋사랑을 나누기도 하였고, 누군가는 그 누님과 오랫동안 사랑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리고 술값으로 손목시계나 학생증을 맡기곤 다음에 그 손목시계나 학생증을 찾기 위해 고향집에 향토장학금의 증액을 요구하기가 다반사였다.

 

 오늘도 우리 동기들은 모여앉아 옛날을 추억하며 술을 마신다.

몇 명은 건강을 핑계로 술대신 음료수를 마셔야 하고, 나머지도 옛날에 비하면 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우리에겐 술이란 보편화된 문화다. 머리가 길다고 경찰들은 가위로 머리를 제멋대로 자르고, 짧은 치마를 단속하겠다고 여성들의 허벅지에 자를 들이대고, 노래가 퇴폐적이라고 제재를 가하던 시대에 젊음을 보내야 했던 우리에게 술은 유일한 낙이요 문화였던 것 같다.

 

 

▲ 2013년 입학40주년 기념 모임 

 

 

 우리 또래들은 대한민국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주역이지만 새로운 주역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세월의 뒤안길로 물러 앉아야 하는 나이들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청춘이어서 아직은 나름대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런 우리를 가르켜 누구는 애플세대(APPLE generation, Active:활발한 사회활동, Pride:강한 자부심, Peace: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와 안정, Luxury: 고급문화를 추구하는 노년층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라 한다던데 아직은 뒤방 늙은이로 대접받기를 거부하는 친구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이런 묵은지 같은 친구들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만나려 한다. 비록 박상규의 <친구야 친구>처럼 가재를 잡고 동구밖 황토길에서 공차기 하던 어릴 적 친구는 아니지만 40여년을 두어깨 맞닿은 정에 노래 즐겁던 그런 친구들이 아니던가........

 

                                                                (201374)

 

(댓글)

 

따스한마음(회장) 13.07.11. 18:40
다른 분들은 늙어 보이시는데 울 맨발 나그네님은 그때나 지금이나네요 ㅎㅎㅎ
추억이 아련 하시겠습니다 ㅋ
맨발나그네 13.07.11. 19:57
세월의 덫을 누구인들 비껴가겠습니까.............ㅎㅎㅎ
 
조폭 13.07.12. 07:47
멋찌십니다!!^^
맨발나그네 13.07.12. 08:01
어이쿠 행님..................ㅎㅎㅎ
 
백치아다다 13.07.12. 11:07
장마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에 이 글을 보니 오늘은 저도 옛추억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나그네님에 40년전 추억을 보니 세월이 한없이 빠르다는것을 느낍니다~
앞으로 40년후에도 지금에 추억처럼 다시한번 작성하여 주시길 바라며 건강하십시요~~~
맨발나그네 13.07.16. 23:14
ㅎㅎㅎ
백치아다다님이 찾고 싶은 추억은 무엇인가요?????????????
 
풍류 13.07.12. 11:38
유신헌법 매일 쇠뇌교육 ㅎ 지겹도록 들엇죠 좋은 만남 이네요 ㅋ
맨발나그네 13.07.16. 23:14
풍류님도 유신헌법을 아시나요?????????? ㅎㅎㅎ
  
아름다운 13.07.12. 21:36
역쉬 맨발 나그네님은 멋지십니다~~~~~~~~
맨발나그네 13.07.16. 23:14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ㅎㅎㅎ
 
too덜이 13.07.13. 13:13
어따 겁나 멋져부리십니다
좋은 추억 끝까지 간직 하시길!
잘보고갑니다.

  맨발나그네 13.07.16. 23:15

감쏴 합니다..............
 
 
카봇 13.07.15. 10:32
정말 멋지셔요~~~~
맨발나그네 13.07.16. 23:15
카봇님 어릴적 이야기지요?????????? ㅎㅎㅎ
그러나 이제 같이 늙어가니............
 
 
노루귀 13.07.16. 18:34
나이 들수록 있어야 할 것 순위에
추억은 몇번째일까요?
맨발나그네 13.07.16. 23:16
젊어서는 꿈을 먹고 살고 늙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지요 아마..............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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