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거닌 마니산

맨발나그네 2013. 12. 25. 10:42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거닌 마니산

 

산 행 지 :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마니산(472m)

산행일시 : 20131222()

누 구 랑 : 7000 산악회

산행코스 : 상방리매표소>314>첨성단>마니산> 큰사골(함허동천 주차장)

사진은 ? : 따스한마음, 소리새, 코난, 노루귀

 

 

▲  마니산 안내도

 

▲  함께한 일행들

 

▲  들머리에서 본 마니산

 

  마니산은 강화도에 위치한 산이다.

 강화도는 우리나라 5000여년 역사와 영욕을 함께한 고장이다. 4300여년전 단군의 제천터로 알려진 참성단이 마니산 정상에 있으며, 산 정상 북동쪽 5km 지점에 있는 정족산 기슭에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三郞城)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강화도에는 무려 150여기의 고인돌이 널려있으며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 고려시대에는 몽골의 침입을 받자 고려조정은 강화도로 천도하여 고려궁을 짓고 고종과 원종사이 39년간이나 고려의 도읍 노릇을 한 곳이기도 하다. 조선조 정묘호란 때는 인조가 옮겨왔으나 그예나 후금(청나라)와 굴욕적인 형제의 맹약을 맺은 치욕의 역사를 지켜 본 고장이기도 하다. 이후 조선조말이 되면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하여 1866년 병인양요, 1875년 운요호(운양호)사건, 1871년 신미양요 등 수난의 역사를 지켜 본 땅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화도는 역사박물관 자체라고 말한다.

 

▲  마니산

 

 그곳 강화도에 마리산(摩利山마루산·두악산(頭嶽山)이라고도 불리우는 산이 있으니 마니산(摩尼山)이다. 이 모두가 우두머리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해발고도 472m의 산으로, 강화도에서 가장 높다. 흔히 한반도의 배꼽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이 또한 마니산을 백두산과 한라산과 같은 반열의 산 임을 표현하려 함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백두산과 한라산을 일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그 중간지점은 남양주시 천마산의 어느 봉우리 쯤이라는게 통설이다. 마니산 꼭대기에는 저 먼 옛날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참성단이 있으니 그 때부터 마니산은 신령스러운 산이었던게 분명하다. 그러기에 강화군청에서는 이곳이 전국 제일의 생기처(生氣處)라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  강화 참성단

 

 

 그런 마니산에서 산7000산악회의 송년산행을 진행한다고 하니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산행으로는 제격이다. 더군다나 동지날 산행을 하게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사실 지금이야 양력, 음력으로 나누어 정월 초하루를 새해의 시작으로 보지만 중국의 역경(易經)에는 태양의 시작을 동지로 보고 복괘(復卦)11월에 배치하였다. 따라서 중국의 주()나라에서는 11월을 정월로 삼고 동지를 설로 삼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충선왕 이전까지의 고대에는 동지를 설로 삼았다고 고문헌들은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고려 충선왕 이후 지금까지 작은 설이라 불리우는 동지는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이 극에 이르지만, 이 날을 계기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양()의 기운이 싹트는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물론 크리스마스도 로마제국의 동지축제의 변형이라고 하니 동서양이 동지를 새로운 시작이라고 본 것이 다르지 않다. 이 동짓날 출범 10여년이 넘는 저력있는 산7000산악회가 또다른 시작을 알리는 송년산행이 되기를 기원하며 따라 나선 길이다.

 

 

▲  마니산 오르는 길 

 

 

▲  함께 마니산을 거닌 고향동네 바로 옆집 살던 어릴적 친구 은주

 

▲  마니산 오르는 길

 

 

▲  마니산 오르는 길

 

 오늘 마니산의 들머리는 화도면 상방리 매표소이다. 얼마전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던 고향동네 바로 옆집 친구이자 여동생 은주가 함께 산행을 하고 싶다며 참석을 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단군로를 따라 오른다. 며칠전 내린 눈으로 미끄러운 길을 옛날 추억을 이야기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314봉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315봉을 거쳐 425봉에 이른다. 아기자기한 암능길을 거쳐 계단과 데크가 반복되는 된비얄을 거쳐 465봉에 이르고 이어서 참성단이다.

 

 

▲  헬기장에서 바라 본 참성단과 소사나무

 

 

▲  참성단에서 은주와 그녀의 친구분

 

▲  천연기념물 제502호인 강화 참성단 소사나무

 

  참성단은 사적 제 136호로 단군이 쌓고 제사를 지냈다는 높이 6m의 단이다. 수천년에 걸쳐 수축과 보완이 이루어져 본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오늘날 전국체육대회가 열리면 이곳에서 성화가 채화되고, 해마다 개천절에는 개천대제가 성대히 거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참성단은 한자로 고려사나 세종실록지리지를 비롯한 많은 백과사전에서는 塹星壇 으로 쓰여있으나, 문화재청은 사적 제136호를 소개하면서 塹城壇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한자지식이 없는 우리네는 천상 문화재청이 바른 표기라고하는 참성단(塹城壇)으로 기억할 수 밖에 없다. 참성단 안에는 150여년이 되었다는 소사나무 한 그루 외로히 참성단을 지키고 있으니 천연기념물 제502호인 강화 참성단 소사나무이다. 전형적인 관목 모습에 나무갓이 단정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참성단의 돌단 위에 단독으로 서 있기 때문에 한층 돋보이며,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우리나라 소사나무를 대표한다고 문화재청은 전한다.

 

 

▲  가슴 한가득 담겨 온 개펄

 

▲  드넓게 펼쳐져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개펄

 

▲  마니산 정상목

 

 참성단을 떠나 마니산의 정상목이 서있는 헬기장으로 향한다. 강화도와 서해의 작은 섬들 그리고 햇살에 반사된 드넓은 개벌이 가슴 한가득 담겨 온다.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개펄이 참성단과 어울려 풍광이 아름답다. 그곳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 오늘이 동지날이니 팥죽을 먹어야 하나 산속이니 팥죽이 있을 리 없고 다행히 일행중에 누군가가 싸 온 호박죽으로 팥죽을 대신한다.

 

 

▲  너럭바위들이 스릴 넘치게 펼쳐져 있다

 

▲  마니산 암릉길

 

▲  일일선이 되어 마니산의 품에 안긴 산 벗들

 

▲  마니산 암릉을 걷고 있는 회원들

 

 비록 472m 밖에 안되니 평탄하고 온화한 작은 산이지만 암릉이 제법 길게 늘어져 있다. 헬기장에서 정수사와 함허동천 갈림길까지 약 1.4km정도가 암벽과 너럭바위가 스릴넘치게 펼쳐진다. 안전로프와 계단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걷기에는 불편함이 없는데, 다만 며칠전 내린 눈이 녹은 곳과 아직 얼어있는 곳이 있어 아이젠을 신은 채로 암릉 길을 걷자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도 주변 조망과 풍광이 아름답고 암릉의 스릴이 있으니 일행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허동천 야영장 쪽으로 방향을 잡아 길을 걷는다. 경허스님은 盡日遊盤石上 (진일유반석상 : 온종일 너럭바위 위에 노닐며 ) 我捨世更何希 (아사세갱하희 : 내가 티끌세상을 버렸거니 다시 무엇을 바라랴)라 했다던가.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신선놀음에 빠져 본다. 함허동천과 정수사 이정표에서 함허동천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오는 길은 낙옆이 푹신하게 깔린 육산이니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양옆으로 많은 진달래나무를 보고 걷자니 진달래 만발한 4월의 마니산이 다시 보고 싶어진다.

 

 

▲  강화토하젓국 찌개와 완도 산 굴이 일미였던 뒷풀이 

 

 

   

▲  아!   我捨世更何希

 

 

 날머리인 함허동천 야영장에서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강화 민속음식인 토하젓국 찌개에 회를 겯들인데다 여부회장인 루비님이 마련하였다는 완도산 굴이 올라오니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이어지는 연말모임의 연속이어서 제발 오늘은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한다)을 먹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건만 결과는 또다시 미혼탕(迷魂湯 : 사람의 지혜를 흐리게 하는 물, 즉 사람의 혼을 미혹하게 하는 술을 불교에서 이르는 말)의 세계를 허우적거리고 말았다. 하지만 어떠랴. 좋은 음식이 있고 정겨운 산친구들이 있어 그들과 조금 과하게 마시긴 했지만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전국에서 가장 기가 세다는 마니산과의 운우지정을 나누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오늘도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 : 하루를 맑고 욕심없이 소박하게 산다면 하루일망정 신선같은 삶을 살수 있다)이 되어 마니산과의 운우지정을 마친다. 그리고 꿈나라로 또다른 여행을 떠난다.

 

( 댓 글 )

 

이동광 13.12.30. 22:03 new
동지에 대한 해박한 지식입니다. 첨성단에서 성자의 의미는 가림토 문자로 해석하면 다 그게 그것입니다. 별과 정성의 의미~~ 소리에 기초한 가림토 문자는 한글의 전신이기도 합니다. 내년은 단기(단군기원) 42347년이 됩니다 맨발님도 건승하시는 갑오년 되시길 기원합니다. 항상 좋은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김영희(고31) 13.12.26. 09:38
고향동리 친구랑 같이 했으니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축하드려요
우리가 안갔던 코스도 있네요...마니산도 험준한 산인가봐요
선배님의 인기는 언제나 여인들을 불러모으네요ㅎㅎ새해에도 인기 꾸준하시고용 선배님 등산화 신고 있어서 안심이 됩니다.
새해에도 건강한 미소 많이 많이 보여주세요~~~

 

따스한마음(회장) 13.12.25. 19:52
한해산행을 마무리하며 회원님들과 함께한 산행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한해 수고들 많으셨 습니다 스쳐간 인연들이 좋은추억과 함께 아련합니다
산행후 산행후기 읽는 재미도 솔솔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새해에도 함께하는 산행 기대하겠습니다
 
아름다운 13.12.26. 11:41
2013년한해 맨발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맨발로 영원토록 행복 만땅 하시길~~
멋진 산행기 멋진사진 항상 감사합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소리아 13.12.26. 00:35
잘보고갑니다!
 
술에 진 사나이 13.12.26. 02:10
고맙습니다
 
도요새의 눈 13.12.26. 17:15
겨울 산행 걱정이 되어
우선 사진을 보면서 맨발나그네님 신발부터 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최강일47 13.12.26. 17:55
기좀받아왔는가?
 
유윤희 13.12.27. 00:45
엄청.............ㅎㅎㅎ
 
좋은친구 13.12.26. 19:18
멋진사진과 좋은글 감사합니다
늘 주위에는 여친들이 많군요 ^^
인기가 많으신가 봅니다
한해동안도 좋은글과 멋진사진들과 해설을 잘해주셔서
많은 도음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더욱더 멋진산행기 부탁드리며
늘 건강하시고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요

 

이길선 13.12.28. 15:00
멋져요....

 

엘도라도 13.12.27. 08:50
마니산 서해가보이는 멋진산이쥬
지난번 신도서 바라봤는데요 ㅎ ㅎ
 
새별 13.12.29. 23:53
항상 여인네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맨발나그네님~

 

  • 조랑말

    "아사세갱하희"의 마음으로 한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꿈꾸어봅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산행을 보며 마음을 가다듭네요. 감사합니다. 2013.12.25 12:36

     

  • 스노맨

    그리 높아보이지 않지만 겨울이라 힘드셨겠어요. 덕분에 즐감하네요. 2013.12.2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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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리

    산행기도 멋지구요. 뒷풀이도 멋져요. 2013.12.25 16:52

     

  • 문희

    일일선 되기도 보통일이 아닌데 그래도 쉽사리 선도를 이루셨네요. 덕분에 마니산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2013.12.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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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수다

    멋진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2013.12.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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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라치

    녹음이 우거진 한여름의 참성단의 모습이 더 멋질듯...전망도 멋지고... 2013.12.26 16:47

  • 해오름

    너무 멋진 산행을 즐기셨네요. 산행기 잘 감상하고 갑니다. 새해에 복많이 받으세요.나그네님.. 2013.12.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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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마

    민족의 성지 마니산..칠선녀들은 없어도 정다운 선녀 아줌마들과 같이한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정이 철철..부럽군요. 2013.12.30 08:43

  • 미소녀

    일일청한 일일선으로 잘도 사셧네요. 즐감합니다. 2013.12.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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