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소설속으로 떠난 여행 ~ 금병산

맨발나그네 2013. 12. 29. 23:51

 

           소설속으로 떠난 여행 ~ 금병산

 

산 행 지 : 춘천 금병산(652m)

산행일시 : 20131228()

누 구 랑 : 맨발걷기모임 늘 푸른 맨발의 행진

산행코스 : 김유정역 - 김유정생가 - 봄봄길 - 금따는 콩밭길 - 김유정역

사 진 은 : 브레드

 

 

▲  원래 계획했던 금병산 산행코스

 

▲  오늘의 산행코스(Tranggle GPS)

 

▲  오늘의 산행내용(Tranggle GPS)

 

 벌써 2013년의 끝자락이다. 2013년의 마지막 산행이 될 이번 산행은 춘천시에 위치한 금병산이다. 춘천은 한반도 중부에 자라잡고 유난히 산과 강이 많은 고장이다. 그러기에 봄의 기미를 빨리 느낄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이 춘천(春川)이다. 이름 그대로 봄내이다. 유안진 시인의 그의 시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에서 봄은 산 너머 남촌이 아닌 춘천에서 온다고 한다. 그리고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다고 노래한다. 춘천은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각인되어 있는 고장이다. 어여쁘고, 평화로울 것 같고, 항상 봄볕이 쏟아질 것 같은 도시, 그러기에 까닭도 연고도 없지만 가고 싶고, 살고 싶고, 아니 꿈속의 여인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아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꼭 가봐야 할 그곳이 춘천이다. 그렇기에 춘천시는 자기 고장을 희망이 강물처럼 흐르는 도시 춘천이라 이른다. 그곳 춘천의 금병산을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찾아간다.

 

 

▲  실레마을 작품 지도( www.kimyoujeong.org)

1. '만무방'의 노름터, 2. '봄봄'의 봉필영감 집, 3.'산골나그네' 덕돌네 주막터, 4. '산골나그네' 물레방아터, 5. '동백꽃'의 산기슭

 

 

▲  실레이야기마을 그림지도( www.kimyoujeong.org)

 

 

 금병산(錦屛山,652m)은 춘천시에서 남쪽으로 8km 지점에 자리 잡은 산으로 춘천 신동면 실레마을(증리)를 비단병풍(錦屛)처럼 두르고 있는 산이다. 또다른 이름은 옛날 병사들이 진을 쳤던 산이라 하여 진병산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춘천시를 에워싼 산들 중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대룡산(899m)에서 남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이 수리봉(645m)을 솟구친 후 그 맥이 원창고개에서 잠시 가라앉았다가 마지막으로 솟은 산이 이 산이라고 춘천시청 홈페이지는 전한다. 동백꽃》《봄봄》 《만무방》 《금 따는 콩밭등의 작가 김유정(1908~1937)의 고향 실레 마을을 품고 있는 산이며, 김유정의 소설 31편 중 12편이 이곳 실레마을이 배경이라 한다. 금병산에 둘러싸인 마을이 마치 떡시루 같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 실레마을이다. 실레는 시루의 강원도 사투리이다. 1987년 발행된 김유정 전집의 서문을 보면 ‘ ... 주위가 이렇게 시적이니만치 그들의 생활도 어디인가 시적이다. 어수룩하고 꾸물꾸물 일만하는 그들을 대하면 딴 세상을 보는 듯 하다라고 실레마을을 적고 있다. 춘천의 문인들이 그의 소설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점순이가 를 꼬시던 동백숲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산국농장 금병도원길> <춘호처가 맨발로 더덕 캐던 비탈길> <응칠이가 송이 따먹던 송림길> <응오가 자기 논의 벼 훔치던 수아리길> <산신각 가는 산신령길>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맹꽁이 우는 덕만이길> <근식이가 자기집 솥 훔치던 한숨길> <금병의숙 느티나무길>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 <김유정이 코다리찌개 먹던 주막길>등 재미난 이야기 열여섯 마당과 만날 수 있는 실레이야기길을 만들어 놓았다. 또한 금병산에는 만부방길, 동백꽃길, 봄봄길, 금따는 콩밭길, 산골나그네길 등의 이름을 붙인 정겨운 등산길이 눈길을 끈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하는 인터넷카페늘 푸른 맨발의 행진의 카페지기 브레드는 오늘의 산행을 소설속으로의 여행이라며 함께하기를 권하기에 기꺼이 동참하기 위해 따라 나선 길이다.

 

 

▲  김유정역에서(좌로부터 내일, 나나, 새별, 맨발나그네, 브레드)

 

▲  김유정역에서 본 금병산

수원에서 춘천의 금병산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6시40분에 세류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결지인 용산역으로, 다시 용산역에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ITX 청춘열차로 갈아타고 강촌역에서 내려 다시 경춘선 일반열차로 환승하여 김유정역까지 가는 여정이다. 그러나 ITX 청춘열차라고 하니 괜스레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물론 ITX'Inter-City Train eXpress'의 약자로 '도시간 급행열차'를 뜻하며, 용산~춘천 간을 운행하는 준고속열차이다. '청춘(靑春)'은 단순한 나이가 아닌 '꿈과 열정이 있는 젊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코레일은 밝히고 있다. 청춘까지는 몰라도 충분히 기차여행의 낭만을 즐기며 춘천으로 향한다.

 

 

▲  김유정 소설속의 동백꽃 = 생강나무 ( www.kimyoujeong.org)

 

   김유정역을 들머리로 하여 금병산과의 운우지정을 나누기 위해 나선다. 먼저 들른 곳은 김유정문학관과 김유정생가다. 그곳에서 소설봄봄속의 인물들 동상과 만난다. 봄봄1935<조광>지에 발표한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머슴으로 일하는 데릴사위와 장인간의 희극적인 갈등을 매우 익살스럽고 해학적으로 그린 농촌소설이다. 연못 옆에는 동백나무(=생강나무의 강원도식 표현)가 심어져 있고 소설동백꽃의 이야기인 점순이가 소년의 닭에게 해코지하는 모습이 동상으로 꾸며져 있다. 그곳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김유정의 삶과 작품 속의 여러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당대 명창 박녹주에게 열렬히 구애했으나 퇴짜 맞은 이야기부터 그가 귀향하여 야학운동을 벌인 이야기 등등 문화관광해설사님은 갈길 바쁜 우리를 붙잡고 이야기 보따리를 한정없이 풀어 놓으신다. 어째거나 1908년 태어나 1933년 처음으로 잡지 <제일선>산골나그네<신여성>총각과 맹꽁이를 발표한 이후 19373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짧은 기간동안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한국문학의 한 획을 그은 김유정의 삶에 경의를 표하고 금병산으로 향한다.

 

 

▲  금병산 오르는 길 

 

 

 마을 곳곳이 김유정의 소설 속 무대이니 정겹기 그지 없다. 날씨가 추워 인적이 드물기는 하지만 문학청년 김유정이 어린 시절 뛰어 놀았고,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고 주막에서 술을 즐겼을 마을길을 걷는다.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을 지나 한참을 오르다 동백꽃길과 금따는 콩밭길이 만나는 곳 벤치에서 커피를 한잔씩 나눠 마시며 다시 이야기 꽃을 피운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춘천의 아파트들이 한 눈에 닥아온다. 한참을 쉰 뒤 다시 금병산을 향해 봄봄길을 따라 오르는데 일행중 한 분이 심장의 고통을 호소한다. 일행이 모두 5명이었는데 그 중 한 분이 어려워 하니 금병산 오르기를 중단하고 금따는 콩밭길을 따라 하산한다. 한참을 내려와 마을에 당도하니 다시 소설속 무대로의 진입이다. 실레마을에는 김유정은 죽었지만 살아있었다. 어딘가에서 김유정이 튀어나와 술로 목을 축이고 가라고 붙잡을 것 같고, 어느 산소벌에서는 김유정이 멋들어지게 하모니카를 불고 있을 것 같은 풍경이다. 내 유년시절을 보냈던 고향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에 더 애착이 간다. 실레마을을 무대로 짧은 기간동안 12편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김유정의 문학적 체취를 흠뻑 느끼고 남춘천역 근처의 닭갈비 집으로 자리를 옮겨 닭갈비에 반야탕 한잔씩을 곁들인후 다시 ITX 청춘열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 댓 글 )

 

경인-송수복 13.12.30. 05:09
저는 화천에 다녀왔네요.
인공폭포에서 빙벽등반하는 후배들 만나러...

 

 

최강일47 13.12.30. 07:52
가보려고 생각중이었던 산이었는데 자세한 내용 고마우이. 힘든 코슨 아니지?
유윤희 13.12.30. 08:56
그냥 트래킹 코스 수준
 
따스한마음(회장) 13.12.30. 08:09
맨발모임은 계울에도 맨발로하나 궁굼했습니다 ㅋ
겨울산행은 우리내랑 똑같은 거네요 ㅎㅎㅎ
정이 묻어납니다 부럽습니다
 
풍류 13.12.30. 10:25
겨울에두맨발루 혀보시죠ㅋ

 

 

김영희(고31) 13.12.30. 08:35
부지런히 다니시니 보기 참 좋습니다.
새해에는 한두번이라도 함께할 기회가 있음
좋겠습니다. ^^
유윤희(16.17회) 13.12.30. 21:54
그러자구요
닥아오는 2014년에는 함께할 기회를 마련해 보자구요......
 
홍광표1415 13.12.30. 17:47
한세기를 가슴에 안은 실레마을 모습이 무척이나 정겹습니다.
좋은 기행 잘보고 갑니다.
유윤희(16.17회) 13.12.30. 21:55
우리네 옛 고향을 닮은 그런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김유정이라는 작가가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그런 고장이 된 것 같더군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선배님
 

 

브레드 13.12.30. 07:25
몇개월만에 정말 반가웠습니다. ^*^ 소설속으로 빠져든 것 같은 후기 감사드려요, 내년에도 이날처럼 늘 함께 하는 날이 많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그네 13.12.31. 03:14
올해 늘 푸른 맨발의 행진과 함께한 횟수가 총 여섯번이더군요
내년에는 좀 더 시간을 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별 13.12.30. 18:02
우와~ 대단하신 분~ 산에 다녀올 때마다 곧바로 산행지에 게재해도 손색이 없을 기행문이 한 편씩 나온다는 전설의 주인공~ 맨발나그네님~
나그네 13.12.31. 03:18
과찬이신줄 알지만 새별님으로부터 칭찬을 들으니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그려
춘천이 웬지 계절에 관계없이 봄처럼 보이는것 처럼ᆢ
 
임경환 13.12.31. 01:56
즐기시면서 보면서 산과 함께 하시는 신묘한 산행기에서 같이 산행한 느낌을 받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나그네 13.12.31. 03:22
제가 감사하지요
졸필이나마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 산행후 글을 남겨온지 벌써 5년ᆢ
올해도 30 여편의 글이 블로그를 채우고 있네요

 

 

그리움으로 13.12.30. 02:44
김유정이 쓴 글에 나오는 동백은 그림속의 생강나무가 아니고 산목련을 동백이라 표현하였지요.
맨발나그네 13.12.30. 07:23
김유정문학관의 문화관광해설사에 의하면 생강나무를 동백이라 한다고 하더이다...
위 사진도 (사)김유정기념사업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진이고요.......
 
도요새의 눈 13.12.31. 12:05
고생하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욱더 건강하시고
항상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지기호 14.01.01. 16:01
친구들도 만나 대포한잔 나누면서 쉬엄쉬엄 다니시게나~~~ㅋㅋㅋ

  • 와이로

    금병산이라하니 금병매 소설이 생각나니 전 아직 속물인가 합니다. ㅋㅋ.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13.12.30 05:48

  • 머스마

    김유정의 소설 밑바탕이된 멋진 고장이군요. 산행기 잘읽고 감상합니다. 2013.12.30 08:36

  • 병수리

    소설속으로의 산행 아니 여행...즐거웠습니다. 2013.12.30 14:18

  • 미소녀

    동백나무가 생강나무라니..ㅋㅋㅋ 전 소설속에 동백나무를 다른남라고는 생각도 못했읍니다. 재미있게 감상했네요. 2013.12.31 08:54

  • 이하니

    참 아름다운 고장이군요. 소설을 읽고 가보면 더욱 좋을것 같아요. 즐감하고 갑니다. 2013.12.31 10:13

  • 조랑말

    멋진 산행기 즐감하네요. 잘보고 갑니다. 2014.01.01 19:28

  • 닥터진

    김유정님의 소설은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사실일것 같은 생각이...마을을 보니 그런 생각이... 2014.01.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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