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시작 ~ 서봉산과의 운우지정
● 산 행 지 : 경기 화성시 서봉산(250m)
● 산행일시 : 2014년 1월 4일 (土)
● 누 구 랑 : 따스한마음, 풍류
● 산행코스 : 동오리 고개-서봉산 정상-동오리 고개
● 사진은 ? : 풍류
2014년 새해다. 새해 첫 주말을 맞이하여 조강지처 광교산의 품에나 안겨 볼 요량으로 준비를 하던중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산7000산악회의 회장인 따스한마음으로부터 새해 안부와 함께 뭘 하느냐고 하길래 광교산이나 갈까한다고 하니까 서봉산이나 간단히 다녀 오잖다. 혼자 걷는 길보다는 어울려 걷는게 좋을 듯 하여 OK싸인을 보내고 부랴부랴 준비를 서둘러 집을 나선다.
▲ 오늘도 걷는다 맨발나그네는 .....
따스한마음의 본가가 있는 동오리 고개마루를 들머리로 하는 원점산행으로 잡고 따스한마음, 풍류와 셋이서 길을 떠난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 2013년도 눈깜빡할사이에 지나고 새로운 해인 2014년이란다. 돌이켜 보건데 이렇다하게 이룬 일 없이 한 해 한 해 흘러 가고만 있다. 그래도 굳이 잘 한 일을 꼽으라면 산과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뭐 고향이 시골이다보니 어릴적 뛰어놀던 곳도 복숭아꽃 살구꽃 피던 들녘이었고, 마을 뒷산이 놀이터였으니 따로 등산이란 것이 필요없던 유년시절이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도시생활로 접어든 이후 나를 안식시키고 힐링시킨 것은 산이었던 것 같다.
2013년을 돌이켜 보건대 산과의 운우지정 횟수 51회, 운우지정을 나눈 산이 40여개산이고 조강지처 광교산의 품에 안긴게 10여회다. 산악회별로 보자면 산7000산악회와 10여회, 수원문화원산악회와 7회, 늘 푸른 맨발의 행진 모임과 6회로 대별된다. 2013년의 총 산행길이는 328km이니 한 회에 약 6.4km이고, 2013년 맨발로 걸은 걸이가 203km에 이르고 2008년 7월 맨발걷기를 시작한 이후 총 1,391km에 이른 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고 기록은 말해주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인생살이도 다사다난했고 내 맨발걷기도 다사다난했다.
▲ 서봉산에서 본 내고향 화성
▲ 서봉산에서 본 내고향 화성
2010년 5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내고향 화성의 산하와 사랑나누기도 올해는 100~200m에 이르는 산들인 상방산(153m, 정남), 명봉산(173m, 정남), 서신면의 봉화산(169m)~함경산(113m), 송산면의 이봉산(105m)~승학산(111m)~와룡산(108m), 응봉산(109m)~천등산(146m)과의 운우지정이 있었다. 사실 이 산들은 100여m 남짓하니 산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산들이다. 그러나 내고향 화성시는 바다를 가까이 두고 있어 모두가 밋밋한 육산들 뿐이기에 유일하게 300m가 넘는 산이 건달산(336m)이고 200m급인 산들도 태행산(295m), 삼봉산(270m), 동탄 무봉산(258m), 서봉산(250m), 칠보산(238m), 태봉산(226m), 남양 무봉산(202m) 뿐으로 모두 7개 뿐이다. 내가 내고향 산하와 사랑나누기를 계속하게된 계기는 어느 글에서 조선 초기 문장가인 김일손의 ‘두류산 기행’에 나와 있다는 그의 글을 보고서다. “선비로 태어나서 덩굴에 달린 박이나 외처럼 한 곳에만 매어 사는 것은 운명이다. 천하를 두루 구경하여 견문을 넓히지 못할 바에는 자기 고장 산천이라도 두루 탐방해야 하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매사가 어긋나기를 잘해서 항상 뜻을 두고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십중팔구는 된다.”라며 집 근처의 두류산(지리산의 또다른 명칭)도 자주 못 찾음을 안타까워 하는 구절을 보고는 더 늙기전에 내고향 산하를 맘껏 걸어보자고 마음 먹고 시작하였다. 어째거나 가슴 뿌듯한 것은 그 이후 약 20여회에 걸쳐 고향 산하와 사랑나누기를 하고 이제 제법 고향 이곳 저곳에 내 숨소리를 뿌렸다는 자부심까지 생기게 되었다.
▲ 오늘 서봉산과의 운우지정을 같이 한 산 벗들
▲ 서봉산 정상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걷다보니 어느새 서봉산 정상이다. 이곳 서봉산은 옛부터 봉황이 깃드는 산이라 하여 서봉산이라 불러 오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 산을 신성시하여 산 안팎을 중심으로 곳곳에 마을을 형성하여 살고 있고, 또한 옛날 젊은이들은 호연지기(浩然志氣)를 기르기 위하여 쉰길바위의 암벽을 오르내리며 이 곳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는 등 심신을 단련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런 서봉산에서 한 해를 보낼 충만한 기운을 받은 후 오던 길을 되돌아 하산한다.
왕복 5.8km에 이르는 길을 쉬는 시간 포함하여 1시간 40여분이 소요되었다. 스마트폰 앱인 Tranggle GPS는 오늘 소모칼로리를 1,000Kcal라고 알려 준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라고 일찍이 말씀하셨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걷는 것은 청복(淸福)"이라 했으니 곧 맑은 즐거움이라는 말씀일게다. 플럼 빌리지(틱스님이 이끄는 영성 수행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의 수도승 틱낫한은 그의 저서 <걷기명상>에서 “걷기는 고민과 두려움 외로움, 그리고 계획으로부터의 자유”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걷기만큼 자연스럽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운동이 있을까? 특히 숲길을 걷는다는 것은 질병의 예방과 치유, 건강 증진과 유지, 다이어트, 우울증 예방과 치료 등 다방면에 걸쳐 그 위력을 발휘한다.
▲ 산 벗들인 따스한마음, 풍류, 송진석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 가지 다짐을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런 저런 다짐을 해보곤 하는데 매년 똑같은 항목의 다짐이 있으니 산과의 운우지정에 매진해 보자고 하는 약속이다. 오늘도 다정한 벗들인 따스한마음, 풍류와 함께 서봉산과의 운우지정을 치룬후 토종닭볶음집으로 자리를 옮겨 풍성한 먹거리를 대하니 이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잠깐 휴식을 가진 후 저녁때 먼걸음님이 캐왔다는 20년산 더덕을 갈아넣은 반야탕에 취하고 10년산 산삼으로 담근 유하주(流霞酒 )를 털어 넣으니 또 하루가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흘러간다.
<2013년 운우지정을 나눴던 여인(山)들>
2013-12-28 금병산 ☞ http://blog.daum.net/yooyh54/507 2013-9-14 새이령 ☞ http://blog.daum.net/yooyh54/501
2013-10-27 신선봉 ☞ http://blog.daum.net/yooyh54/504 2013-12-22 마니산 ☞ http://blog.daum.net/yooyh54/506
2013-10-12 주왕산 ☞ http://blog.daum.net/yooyh54/503 2013-9-21 도봉산 ☞ http://blog.daum.net/yooyh54/502
2013-9-1 북한산 ☞ http://blog.daum.net/yooyh54/500 2013-8-25 대야산 ☞ http://blog.daum.net/yooyh54/499)
2013-08-10 덕산기계곡 ☞ http://blog.daum.net/yooyh54/497 2013-08-04 백운계곡 ☞ http://blog.daum.net/yooyh54/496
2013-07-28 어비계곡 ☞ http://blog.daum.net/yooyh54/494 2013-07-20 맨발5년 ☞ http://blog.daum.net/yooyh54/493
2013-06-29 세마대 ☞ http://blog.daum.net/yooyh54/486 2013-07-13 아침가리골 ☞ http://blog.daum.net/yooyh54/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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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8 선암사 ☞ http://blog.daum.net/yooyh54/476 2013-04-20 인왕산 ☞ http://blog.daum.net/yooyh54/475
2013-04-14 천등산 ☞ http://blog.daum.net/yooyh54/474 2013-04-13 융건능 ☞ http://blog.daum.net/yooyh54/473
2013-04-07 광교산 ☞ http://blog.daum.net/yooyh54/472 2013-03-31 와룡산 ☞ http://blog.daum.net/yooyh5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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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2 발왕산 ☞ http://blog.daum.net/yooyh54/463 2013-01-06 영인산 ☞ http://blog.daum.net/yooyh54/461
2013-01-04 광교산 ☞ http://blog.daum.net/yooyh54/460 2013-01-01 대왕암 ☞ http://blog.daum.net/yooyh54/458
( 댓 글 )
가끔 선배님의 산행 후기를 읽고있으면 제가 하는 山 과의 사랑 나누기는 어떤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보기도 한답니다
둥지에도 선배님의 많은 산행기 부탁 드립니다. 송진석 드림
산과의 운우지정에 매진~
그 다짐 분명히 이루어집니다. ㅎㅎ
2014년 첫 산행 이니만큼 의미도 크고 행복합니다
새해에도 계속되는 산행기 기대 합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좋은추억 영원히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나그네님 언제나 맛갈스런 산행기 사진 멋집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인생의 삶을
오늘도 맨발나그네였나
궁금 날도 추운데--
새해 복많이 받고 건강하고 행복한 날 가득 하시게
2월15일 서봉산시산제에서 만납시다.
고향은 발만 디뎌도 괜스리 눈물이 고이고요. 비밀스런 미소가 지어지는곳이지요.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 한잔술에 회포를 풀면 이더없이 행복한 날이 없겠지요.. 2014.01.05 19:35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모두 같지만 거기에 애틋한 추억을 나눌 친구들이 있다면 더없는 천복일것 같네요. 2014.01.06 05:30
작고 보잘것 없는 산이라도 나그네님의 산행기에 오르면 크고 우람하고 전설이 주렁주렁 열리는 멋진 산으로 변모하네요. 즐감합니다. 2014.01.06 05:35
나그네님의 산행기는 잘 빚어진 찰떡처럼 맛있네요. 2014.01.06 15:11
약보..식보...행보..깊은 속뜻이 있는듯..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2014.01.07 14:36
나그네는 곧 자유...잘보고 즐기고 갑니다. 2014.01.08 12:24
이번 산행은 맨발이 아니네여...그래도 맨발님 멋져요. 2014.01.09 12:28
고향길 정답게 걸으신자취 잘보네요. 수고하셨어요. 2014.01.09 12:40
마므리가 가장 좋았어요. 반야탕이나 유하주가요. 입맛 당깁니다. ㅎㅎ 2014.01.10 15:02
고향땅을 사랑하시는 나그네님..세월은 고향을 그리워하게 하고 또 찾게 만들지요. 잘보고 즐겼네요. 건강하시구요. 2014.01.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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