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2014년1월11일) : ‘HAPPY700평창’의 잠두산 ☞ http://blog.daum.net/yooyh54/510
시크릿가든 잠두산~백석산의 품에 들다
● 산 행 지 : 강원도 평창군 잠두산(1,244m)~백석산(1,365m)
● 산행일시 : 2014년 1월 26일 (日)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모릿재>잠두산>삼거리>백석산>삼거리>신리 마을회관
● 사진은 ? : 따스한마음, 송수복, 노루귀, 쌩쥐, 본인
▲ Tranggle GPS에 기록된 시크릿가든 잠두산~백석산
▲ Tranggle GPS의 기록
▲ 모릿재에서 출발에 앞서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흐른다고 했던가. 갑오년이라는 365일간의 새로운 날들을 선사 받은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여가 흐르고 있다. 선물로 받은 365일 중의 하루를 쓰기 위해 오늘 하루도 시작이다. 매일 매일 새로운 날들에 대한 도전이 두렵고, 흥분되고, 짜릿하기에 지루하지 않게 생을 이어갈수 있으니 다행이다. 오늘은 강원도 평창에 있는 잠두산~백석산을 이어 걸어 볼 요량이다. 사실 2주전 잠두산을 다녀왔기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산7000산악회는 산친구들이 많은 애정있는 산악회이니 회장의 적극적인 권유가 아니드라도 큰 일이 없으면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도 2주만에 다시 찾은 잠두산이니 별 기대없이 따라 나선 길이다.
▲ 저 머얼리 선자령능선을 배경으로
▲ 잠두산에서의 나그네
산과 호흡하며 산지 어언 40여년이다. 영원한 애인인 산들과의 운우지정 모두가 기억에 생생하지만 겨울산은 특별하다. 봄의 그녀(山)에게는 꽃피는 생명의 환희가 있고, 여름의 그녀(山)에게는 뜨거운 태양의 정열이 있으며,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의 그녀(山)에게는 성숙함이 묻어나는 기쁨이 있다면 흰 눈 속의 겨울의 그녀(山)에게는 적막과 고독이 있다. 그 적막과 고독을 즐기기 위해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그녀(山)의 품에 안기러 겨울산을 찾는다. 겨울산에는 적막과 고독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흰 눈에 덮힌 은빛 설원과 영롱한 눈꽃의 아름다움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오직 백색 물감 하나만을 가지고 부려 논 요술의 세상이 유혹한다. 그 유혹에 못이겨 설레임으로 그녀(山)의 품을 파고들게 되는 것이다. 백옥처럼 흰 그녀의 모습은 너무 너무 꿈처럼 아름다워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에 오늘도 그녀 겨울산과의 운우지정을 나누러 떠난다.
▲ 잠두산으로 향하는 길
▲ 고도를 높혀 갈수록 만나지는 환상적인 수묵화
▲ 신이 선사한 풍경속에 풍덩 빠진 일행들
들머리인 모릿재에서도 별로 눈이 없는 것 같아 약간은 실망한 채로 잠두산으로 향한다. 그나마 날씨가 포근하여 다행이라 여기며 고도를 높혀가는데 약 30여분 오랐을까 거기에 신천지가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잠두산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으니 회원들 모두가 기대에 차 한발 한발 눈밭속을 걷는다. 따뜻한 날씨속에 눈꽃이 녹아내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 들머리를 출발한지 1시간여, 트랭글GPS가 가르키는 고도는 1,000m이다. 이 때쯤부터 온 산이 천상의 화원으로 바뀐다. 모두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잠두산 정상에 오른다.
▲ 구름......운해.........눈꽃........그리고 우리의 강산
▲ 바다속 산호초 동산을 보는 듯한 풍경
▲ 백색꽃을 피워낸 천상의 정원
▲ 천상의 화원에서
세상이 온통 눈꽃밭이다. 아마도 천상의 정원이 이러하리라. 자연만이 그려낼 수 있고 자연만이 표현할 수 있는 예술적이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숨이 멎는다.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보아도 푸른 도화지에 단 한가지 색만으로 그려낸 그림이 몽환적이다. 신의 나라에서 천사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베르디의 개선행진곡을 연주하고 우린 그 연주곡에 맞춰 화원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착각이 든다. 지지난주에 왔을 때의 감흥에 비하면 아마 백배는 더 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아무 때나 불 수 있는 풍경이 아니기에 더 소중한 풍경이다.
(지난날의 겨울 산행 풍경들)
▲ 2009.11.15 대둔산 ▲ 2010.1.10 영인산
▲ 2010.1.24 병풍산 ▲ 2010.3.14 능경봉
▲ 2010.2.13 광교산 ▲ 2012.1.15 소백산
▲ 2012.12.30 건달산 ▲ 2013.1.12 발왕산
지금까지 많은 겨울 산과의 운우지정이 있었다. 소백산, 발왕산, 선자령, 능경봉, 주금산 등등 많은 산과의 만남이 있었지만 감히 단언컨대 잠두산~백석산과의 만남이 으뜸이다. 하긴 겨울 산행의 백미인 눈꽃은 언제나 만나지는 것이 아니니 어느 산이 낫고 못함을 논할 수는 없다. 눈꽃은 나뭇가지에 눈이 쌓이면 설화(雪花), 쌓였던 눈이 얼면서 얼음 알갱이가 줄기에 매달리면 빙화(氷花)로 불린다. 안개나 습기가 나무에 얼어 붙어 마치 하얀 산호처럼 피어난 것은 상고대라 한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상고대는 영하 6℃ 이하, 습도 90% 정도, 바람 초속 3m 이상일 때 잘핀다고 한다. 신의 보살핌으로 마침 어제 이 지역에 약간의 눈이 내렸고, 아마도 날씨도 위에 열거한 조건과 비슷해서인지 세 가지가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발생하였으니 지금까지 보와왔던 눈꽃과는 차원이 다른 흰 눈꽃의 천상화원이 펼쳐져있다.
▲ 잠두산 정상
▲ 천상의 시크릿가든에서의 가든파티가 된 점심식사 시간
▲ 유하주에 젖고 주변 풍경에 젖어 일어설 줄 모르고 즐거워했던 점심시간
▲ 순백의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다
▲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을 안은채 천상의 정원을 걷고 있다
▲ 점두산 정상에서 백석산으로 향하는 길
▲ 유하주의 힘을 빌려 천상 정원에서 촬영한 영화의 한장면
▲ 바다속도 아니건만 산호초가 만발해 있다
점두산 정상 부근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한 겨울 천상화원에서의 점심식사는 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풍경이다. 우리 팀 이외에는 찾는 사람이 없었으니 시크릿가든에서의 가든파티다. 현정님이 준비한 홍어무침에 소주를 털어넣으니 바로 유하주(流霞酒:신선주)로 변해 또다시 일일선(一日仙) 모드로 바뀐다. 사진으로는 그 백분의 일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글로도 감히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이다. 노루귀가 정성껏 준비한 만두를 넣어 끓인 떡만두라면 또한 일품이다.
▲ 신의 나라 천상 정원을 걷고 있는 일일선(一日仙)들
▲ 백색물감만을 사용하여 그린 수묵화 속을 걷고 있는 일일선(一日仙)들
▲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던 잠두산~백석산
▲ 하늘나라 바다속 산호초밭을 걷고 있는 나그네
시크릿가든에서의 파티라고 마냥 지체할 수 없으니 다시 길을 떠난다. 잠두산에서 백석산에 이르는 길이 내내 몽환적이다. 잠두산과 백석산의 고도차이가 100여m 밖에 안되니 그렇게 힘든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천상화원의 매력적인 꽃밭 속을 유하주에 젖어 일일선(一日仙)이 된 신선들이 설경을 즐기며 걷는다. 더 이상 표백해 낼 수 없는 절대 백색 물감만 쓴 수묵화 속을 걷는다. 무릅까지 빠지는 눈길 속을 귀도 마음도 눈도 즐거워져 걷는다. 황홀경의 하얀 눈꽃터널 속을 걷자니 눈 밟는 촉감과 소리가 경쾌하다.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꽃을 인 나뭇가지는 청아하다. 눈으로 보며 가슴에 담기 바쁘다. 온 천지가 백옥처럼 변해 있으니 유하주(流霞酒)에 취한 일일선(一日仙)들의 마음도 한없이 해맑아 진다. 마음을 가리고 있던 혼탁한 꺼풀이 벗겨지고 정화되니 마음이 명징(明澄)이다.
▲ 그야말로 몽환적인 백석산의 풍광
▲ 백석산 정상에 펼쳐진 파노라마
▲ 꿈틀대는 근육을 뽐내며 장쾌하게 펼쳐진 풍광
▲ 백석산 정상
▲ 백석산 정상에서의 나그네
그렇게 걷다보니 백석산 정상이다. 지금까지의 길이 수줍은 여인의 길이였다면 백석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근육이 울퉁불퉁한 남성의 모습이다. 일망무제다. 장관이다. 일설에 의하면 산 정상에 흰 바위가 있어 백석산이라 한다던데 오늘은 바위고 나무고 전부가 하얗다. 발 아래로는 울퉁불퉁한 근육을 뽐내는 능선들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으니 시원하다. 장쾌한 능선들과 눈꽃 세상에 넋을 잃는다.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이 가슴 속까지 스며들어 일상생활에 찌든 때를 벗겨낸다. 눈이 호강하고 마음이 명징해진다. 그러나 마냥 풍광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짧은 겨울해와 기다릴 일행들을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주변 풍광을 가슴에 꼭꼭 담고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 아뒤! 백석산
▲ 아쉬움을 뒤로하고 날머리를 향하여
아쉬운 발걸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려 잠두산과 백석산 사이의 삼거리까지 와서는 신리 마을회관을 향한다.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여서 쉽지 않았지만 천상화원에서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더듬으며 힘내서 걷는다. 내려오는 길 함께한 갑장 신경기님은 너무 너무 황홀하다고 한다. 난생처음 맞이한 천상화원의 모습에 감격해 한다. 차안에서도 몇 번이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꺼내 보며 즐거워한다. 어디 갑장 뿐이랴. 오늘 함께한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항상 하는 소리이지만 오늘도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 : 하루를 맑고 욕심없이 소박하게 산다면 하루일망정 신선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명심보강의 한 구절)이 되어 경허스님의 시구 아사세갱하희 (我捨世更何希 : 내가 티끌세상을 버렸거니 다시 무엇을 바라랴)를 외쳐 본다. 10여km, 5시간반에 걸쳐 눈이 호강을 하였으니 이제 입이 즐거울 차례이다. 버스로 장평의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산악회가 준비한 수육과 막국수로 입을 즐겁게한 후에 수원으로 향한다. 수원에 도착하여 이정근님이 안내한 피래미 매운탕집은 오늘의 화룡점정이다. 오늘도 욕심없이 소박하게 살자고 하면서 식탐(食貪) 과 주탐(酒貪)은 어쩌지 못한 하루였다.
P.S 아름다운 풍광을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는데 이렇게 한계가 있을 줄 몰랐다.
하긴 신의 영역인 천상의 정원을 감히 인간이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어째거나 수백장의 사진중에 그나마 독자들에게 내 가슴에 새겨진 감흥을 좀 더 진하게 전달할
사진을 찾느라 글쓰는 시간보다 사진 고르기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다면 독자들은 믿어줄까.........
( 댓 글 )
은세계의 신비
와우 감탄사가 절로---
영롱하다할까요 순백의 설경 청하하기까지 하네요 그 무었으로 표현하리요
함께함에 즐거움과 행복이 배가 되었습니다
함께한 추억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맨발나그네 > 일반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걸어 본 광교산 둘레길 (0) | 2014.02.03 |
---|---|
쌍봉산~남산~꽃당산~신술산과의 사랑 (0) | 2014.01.30 |
망망대산[茫茫大山]이 광활하게 펼쳐진 민주지산 (0) | 2014.01.21 |
‘HAPPY700평창’의 잠두산 (0) | 2014.01.12 |
2014년의 시작 ~ 서봉산과의 운우지정 (0) | 2014.01.05 |
그 위대한 문학의 문장들은 발과 머리의 합작품이라는데,
이렇게 멋진 문장과 저에게도 감동을 주시는 사진들
너무 감사합니다.
나그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