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전설이 깃든 왕방산에서의 시산제

맨발나그네 2014. 2. 25. 21:02

 

2014년 원주 감악산에서의 첫번째 시산제 http://blog.daum.net/yooyh54/517

2014년 화성 서봉산에서의 두번째 시산제 http://blog.daum.net/yooyh54/518

 

전설이 깃든 왕방산에서의 시산제

 

 

● 산 행 지 : 경기도 포천시 왕방산(737m)

● 산행일시 : 2014년 2월 23일 (日)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무럭고개>528봉>왕방산>깊이울고개>깊이울계곡>메아리 산장

● 사진은 ? : 따스한마음, 코난 , 쌩쥐

 

 

▲  왕방산 산행 개념도

 

▲  출발에 앞서

 

 

  우리에게 이동막걸리와 크낙새와 장수하늘소가 살고 있다는 광릉 임업시험장으로 잘 알려진 포천은 곳곳에 절경을 품고 있는 높은 산과 깊고 맑은 계곡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동쪽으로는 광덕산(1,046m), 백운산(937m), 국망봉(1,168m), 강씨봉(830m), 현등산(936m), 수원산(720m) 등이 화천군, 가평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서쪽으로는 지장봉(877m), 종자산(626m), 종현산(584m), 왕망산(737m), 해룡산(667m)이 있고 남쪽으로는 용암산(472m), 운산산(200m), 북쪽으로는 명성봉(477m), 종근봉(285m)이 철원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중앙에는 불수산(669m), 관모봉(584m), 금주산(568m)이 곳곳에 솟아 있다. 이들 산으로부터 이어지는 백운계곡, 광덕계곡, 상해계곡, 약사동 계곡 등은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계곡의 도시를 이룬다. 거기에다 산 중에 묻혀있는 우물 같은 호수인 산정호수까지 품고 있으니 푸근하고 품위있는 포천(抱川)은 가히 물의 도시이다.

 

 

▲  왕방산 정상

 

  포천의 많은 산 중에서도 왕방산은 포천시의 진산(鎭山)으로 불리운다. 왕방산으로 불리운 유래를 찾아보니 정말 많은 전설을 가지고 있다. 한문 표현만 보아도 왕방산(王方山), 왕방산(王防山), 왕방산(王訪山)이 있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을 상징하는 일(日)자를 덛붙여서 왕방산(旺方山)이라고 뜯어고치기까지 하였던 산이다. 지금은 포천시 지명위원회 결정에 의해 왕방산(王方山)으로 통일되었다.

왕방산으로 불리우게 된 유래 중에 가장 오래된 유래는 신라 말(872년) 헌강왕이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는 설이 있는 지금의 보덕사를 친히 방문했다 하여 산 이름을 왕방산이라 하고 절 이름을 왕방사라 부르게 됐다고 전해온다고 <봉선사본말사약지>에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기록은 신라 말 극심한 내란이 전개되고 있어 왕이 극도로 혼란했던 변경의 포천을 방문했다는 것이 허구일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보다는 철원을 도읍으로 삼고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이 지역의 지지세력을 위무하기 위해 자주 다녀갔기에 궁예가 왔던 산이란 뜻으로 왕방산이라 불렸을 것이란 견해도 있느데 이 전설이 가장 타당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또다른 전설로는 고려말에 목은 이색이 속세를 떠나 왕방산에 들어와 은신해 있었기에 고려왕이 항상 이색을 생각하며 이 산을 멀리서 바라보았다고 하여 왕망산으로 불리다가 후에 왕방산으로 변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회자되고 있는 유래가 있으니 <포천군읍지>와 <견성지> 기록에 의하면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이 산에서 무예를 익히고 사냥을 했으며, 왕위에 오른 후에도 단오와 추석에 강무(임금이 참관하는 무예시범)를 했다 하여 왕방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가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함흥에 살다가 한양으로 돌아오던 중 왕자의 난 소식을 듣고 비통한 마음을 달래고자 이 산을 찾았다는 다른 유래도 전해진다. 왕방산 주변에 이와 연관된 지명으로 왕숙천, 팔야리(이성계가 한양에 들어가기 전에 여덟 밤을 지낸 마을) 등이 남아 있다.

이 모든 전설들이 사실 여부를 떠나 산 높고 골 깊은 왕방산의 신령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왕방산 주변에는 선단(仙壇)과 어룡(魚龍)이라는 지명이 있으니, 마을 뒤편의 왕방산에 큰 바위가 있어 주민들이 이곳에 제단을 놓고 제사를 지내면 신선이 내려온다고 믿어 선단(仙壇)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는 곳이다. 어룡(魚龍)은 어변성룡(魚變成龍)의 고사에서 나온 말로,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명당터요 신령스러운 왕방산에서 오늘 산7000산악회 시산제가 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  들머리인 무럭고개

 

▲  왕방산은 육산으로 걷기 편하다

 

▲  푸근한 품을 내준 왕방산 능선길

 

▲  능선길을 걷고 있는 일행들 

 

 

▲  정상 못미쳐에서 만난 거북바위

 

  오늘 왕방산 산행의 들머리는 무럭고개이다. 무럭고개 또한 지명유래를 가지고 있으니 고려말로 올라간다. 고려말 시중을 지낸 성여완이 난세를 피해 이곳 왕방산 아래에 우거(寓居)하고 있을 때 이성계가 이 고개를 넘어 예를 갖추어 찾아와서 조정에 입조할 것을 권유했던 고개라 하여 문례현(問禮峴)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무럭고개는 문례현의 와전이라는 전설이다. 또 일설엔 낙향을 하던 장독곡 대감이란 분이 이 고개를 넘다가 왕방산의 웅자하고 장엄한 모습을 보며 “저산 이름이 무엇인고? 이 고개 이름이 무슨 고개인고?”하면서 수려하고 장엄한 산천 경개에 취해 묻고 또 물었다고 문래현(問來峴)이라 불렀다고 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무럭고개부터 시작되는 산행은 별 어려움이 없는 산이다. 완만한 경사를 가진 육산으로 푸근한 느낌을 준다. 가는 길 중턱에 거북바위가 길가는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한다. 여기저기 아름드리 소나무와 울창한 수림과 함께 품위가 엿보이니 산 이름값을 제법 하는 산이다. 일행들과 함께 걷다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능선에서의 조망은 울창한 숲 때문에 별로이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시원하다.  다만 연무인지 미세먼지인지 때문에 주변을 살필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  정상 근처의 전망대

 

▲  전망대 부근

 

정상을 떠나 다시 국사봉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온다. 날씨는 푸근한데 북사면은 얼어 있어 왕방이고개에서 아이젠을 꺼내 신는다. 항상 하는 소리이지만 배낭속의 아이젠은 4월말까지는 비상용으로 꼭 챙겨야 하는 용품이다. 왕방이고개에서 만난 된비얄은 얼어있는 길이 눈에 덮여있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게 10여분 내려오면 깊이울 계곡과 만난다. 산세가 험하고 골이 깊다하여 붙여진 이름 깊이울계곡이다. 맑은 물이 얼음 밑으로 흐르는 소리가 청량하고 청아하게 들리고 있으니 머지 않아 봄이 오겠지 싶다. 그렇게 걷다보니 깊이울만남교를 지나 깊이울저수지가 있고 곧 깊이울계곡 식당가이다.

 

 

▲  깊이울계곡에서 잠시 쉼을 갖고 있다

 

▲  청량하고 청아한 물이 흐르는 깊이울계곡

 

 

  오늘은 산7000산악회의 시산제 날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들어 3번째 시산제이다. 지지난주 원주 감악산에서의 수원문화원산악회 시산제에 이어 이번에도 독축자(讀祝者)로 나서 제사의 연유와 정성스러운 감회, 간략하나마 마련한 제수를 권하는 내용의 축문(祝文)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산7000산악회의 화합과 안녕을 빌어보고 우리 가정에 행운과 건강을 빌어 본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에 보면 ‘살아서는 포천가야 양반이고, 죽어서는 장단가야 양반’이란 말이 있어 포천에는 빼어난 인물들의 흔적이 많다고 한다. 사육신의 한 사람인 유응부와 영의정을 지낸 유순, 양사헌, 이덕형, 대한제국 말의 최익현, 이항복이 그들이라 한다. 또한 위의 무럭고개 유래에서 언급했던 성여완은 그 시절에 89세까지 천수를 누렸고, 그 아들 성석린은 86세까지 장수하였다고 포천 고을의 사찬읍지인 <견성지>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듯 포천 땅은 복 받은 곳이고, 산 높고 골 깊은 왕방산은 예로부터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던 명산이었다고 한다. 땅기운이 맑고 깨끗한 왕방산에서의 산7000산악회 시산제는 탁월한 선택이다.

 

 

▲  산7000산악회 시산제에 제물로 올려진 참치

 

▲  산7000산악회 시산제에 앞서 임원소개와 내빈 소개

 

▲  산7000산악회 시산제

 

▲   축문을 독축(讀祝) 중인 맨발나그네

 

 

▲   시산제에 이어진 음복시간

 

▲   음복을 위해 분해 작업중인 참치

 

 

▲   제물로 쓰여진 참치를 음복중인 일행들

 

  1주일전 서봉산에서의 시산제 끝에 남긴 글에서 시산제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오늘도 그야말로 축제의 날이다. 80여명의 회원들이 어울려 제를 지내고 행운권 추첨으로 선물을 나눠 갖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역시 산7000산악회 시산제에서는 몇 년 째 제물로 참치가 오른다. 모두가 길상참치라는 참치집을 운영하는 정종원사장 덕분이다. 영남지방에서는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돔배기’라는 상어고기나 고래고기를 제물로 쓰고 있다고 하니 참치가 제물로 오른다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왕방산 산신령께서  참치고기를 처음 맛보고는 그 맛에 반해 다른 이들이 참치없이 산제를 지내면 돌아 앉을런지도 모르니 그 일이 쬐금 걱정되기는 한다. 어째거나 한 마리의 참치를 분해하여 음복을 한다. 제사상에 올려진 음식은 신의 뜻이 인간에게 전달되는 매개체가 되니 음식을 통해 인간과 신령이 하나되는 행위라 한다. 일단 상에 차려져 신령에게 바치는 순간 그 음식은 단순한 제물이 아니라 성스러운 힘을 지닌 존재로 변화되기 때문에 음복은 단순히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의미를 넘어 신령과 인간이 접촉함을 뜻한다고 한다.  인간들이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단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음식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제의에 참여한 이들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음도 음복의 효과라 한다. 그러니 안 먹고 안 마실 수 없다. 산악회가 준비한 오리로스와 제물이었던 참치를 안주삼아 제주로 준비한 구기자술을 음복이라 우기며 털어 넣으니 오늘도 일일선(一日仙)이 아니될 수 없다. 정말 유쾌 상쾌한 축제의 날이다. 이렇게 즐거운 벗들과 함게하는 축제가 웰 에이징(Well-Aging:사람답게 늙는것)에 이어 웰 다잉(Well-Dying:사람답게 죽는것)하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소망해 본다.

 

참고자료 : 산림청 홈페이지 ‘숲에 on'

               포천시 홈페이지

               네이버 지식백과

 

( 댓 글 )

 

따스한마음(회장) 14.02.26. 08:10
구구절절히 왕방산과 시산제를 음미해 보는 좋은 글입니다
산7000 산악회는 우리 맨발나그네님의 산행기가 있기에 무안한 영광이고 행운 그 자체입니다
그날의 추억을 음미하며 더욱 발전되는 우리 산7000을 그려봅니다
진심으로 행복한 산행기 감사드립니다 술한잔 근사하게 모시겠습니다 ㅎㅎㅎ
 
풍류 14.02.26. 08:31
한참읽엇슈 ㅋ
 
한치재 14.03.03. 11:11
나두 참석할려구 노력은 했으나 귀국길이 늦어 올해도 님들의 안전 산행과 늘건강 하시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봅니다.

 

브레드 14.02.26. 08:53
동서남북 전국 곡곡을 다 오르시네요 그런데 갑자기 참치가 먹고 싶지요?^*^
 
새별 14.02.26. 10:13
우와~ 대단하네요. 나그네님은 거기서도 축문을 독축하는 등 맹활약을~
 
엘도라도 14.02.26. 11:05
수고많으셨네요
올한해도 무탈히 산행되십시요
송정총동문산악화도 200여명의 인원이 개화산에서 성대히 치루워네요 

 

브레드 14.02.26. 16:46

우리는 소박하게 서로의 건강를 기원하겠습니다.

 

김영희(고31) 14.02.26. 18:56
성대한 시산제, 수많은 사람들중 선배님들 눈에 확 띕니다.
선배님의 웃으시는 모습이 선배님께서 그토록 강조하는 힐링 같습니다.
선배님 올해도 아름다운 산행, 즐거운 산행 되십시요. ^^

 

좋은친구 14.02.26. 01:46
한해동안도 무탈하시고 안전산행 하시길을 기원합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참치안주가 인상적입니다
 
최강일47 14.02.26. 16:46
정말이네요 웬 참치?
 
김병학 14.02.26. 11:45
참치 시산제는 첨 봤어
와우 올해 좋은일말 가득 하시게-
건강하고 행복하고 사랑하고--

 

3대장-전용훈 14.02.26. 10:56
시산제 후기 잘 보았습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꼭 참가하고 싶네요 ^^ (참치가 엄청 맛있어 보이네요.ㅋㅋ)

산7000 산악회와 산우님들의 안전 산행과 발전을 기원 합니다.
 
손오공(손경수) 14.02.26. 07:18
맨발나그네님의 스토리가 있는 산행후기 늘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많이 배우고요~^^* 소망하는 축제가 계속되어지길 바래봅니다~^^*

 

 

  • 감치미

    참치로 제물을.. 먹고잡네..즐거운 시산제날...함께 가고싶네요. 2014.02.26 10:54

  • 미스리

    맛나겠다.. 2014.02.26 11:20

  • 병만이

    전설처럼 아름다운 산행기 즐기고 갑니다. 2014.02.26 11:28

  • 산아줌마

    진 산행기이구요. 참치 맛있어요? ㅉㅉㅉ 2014.02.27 11:14

  • 닥터진

    모두다 엄숙한 분위기... 2014.02.27 16:56

  • 동순이

    산행기 잘봅니다. 시산제두요. 2014.02.28 12:03

  • 사무라이

    ㅉㅉㅉ 멋집니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잘 봤어요. 2014.03.04 10:28

  • 문희

    멋진 산행기...시산제 즐감하고 갑니다. 2014.03.05 12:49

  • 소영

    돼지머리에 절하는것 ..되게 웃기는 코메디죠? ㅎㅎㅎ 2014.03.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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