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스릴있고 아찔했던 겨울 감악산

맨발나그네 2014. 2. 11. 23:40

 

2010년 여름의 감악산  http://blog.daum.net/yooyh54/304

 

스릴있고 아찔했던 겨울 감악산

 

● 산 행 지 : 원주 감악산( 883.63m)

● 산행일시 : 2014년 2월 8일 (土)

● 누 구 랑 : 수원문화원산악회

● 산행코스 : 황둔교-693.5봉-926봉-감악산-감악고개-황둔교

● 사진은 ? : 소리새, 송수복대장

 

 

▲  원주 감악산 개념도

 

▲  출발 준비중인 회원들

 

▲  출발에 앞서

 

 

  감악산은 충청북도 제천시의 봉양읍과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산이다. 감악산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경기도 파주의 감악산(677m)과 경남 거창의 감악산(951m)도 있기에 이곳을 보통 원주 감악산이라 부른다.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한국지명유래집에 의하면 ‘『조선지지자료』에는 제천군 봉양면과 원주군 신림면에 걸쳐 있는 '감악봉'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를 볼 때 본래 '감암산', '감암'으로 표기되다가 후에 '감악봉'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인다’ 라고 적고 있다. 그래서 국토지리정보원 전국 산높이 정보에 실려있는 산 이름은 ‘감악봉’이다. 허나 산림청 홈페이지 숲에ON에는 감악산이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감악산(紺岳山)의 산 이름은 거룩한 산, 신령스런 산, 큰 산의 뜻이 되는 우리말 감뫼 또는 감앙과 같은 단어에서 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특히 원주 감악산의 서쪽에 있는 신림(神林)은 말 그대로 신이 깃든 숲이다. 서낭신은 일반적으로 마을의 수호신으로 받들어지는 신이다. 보통은 서낭나무인 신수(神樹)와 돌무더기가 복합된 경우, 돌무더기 ․ 서낭나무에 천조각을 늘인 경우, 서낭나무와 당집의 복합 경우, 입석(立石)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원주 신림의 경우 성황림(城隍林)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미 대동여지도에 ‘신림’이라는 지명으로 올라 있으며 현재 천연기념물 9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그뿐아니라 감악산 정상의 남쪽 밑에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 백련사가 있으며, 산의 남쪽 기슭인 봉양 쪽에는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 시 천주교인들이 생활하던 곳인 배론성지가 있다. 근처 봉양읍 명암리엔 주민들이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는 높이 237㎝의 미륵불상도 남아 있어 후삼국 시대 때는 미륵신앙이 번성했음을 쉽게 알 수 있으니 감악산은 민간신앙, 불교, 천주교가 자리할만큼 신성한 기운을 품은 영험한 산이다. 이런 신령스러운 산인 감악산을 수원문화원산악회가 올해의 시산제 산행지로 잡았다니 탁월한 선택이다.

 

 

▲  감악산

 

 

▲  들머리를 떠나 능선길을 오르고 있다

 

 

  오늘은 들머리와 날머리를 모두 원주 신림면의 황둔교로 한다. 황둔교에서 감악산에 오르는 길은 능선길과 계곡길로 나뉜다. 오늘은 능선길을 선택한다. 산의 북쪽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인데 급경사의 연속이다. 출발부터 된비얄을 맞아 하얀 입김을 내며 한참을 오르다 보면 암능에 설치된 20여m가 넘는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아찔한 코스다. 집행부가 부랴부랴 보조 자일을 걸고 한 사람 한 사람 조심스럽게 오르게 한다. 밤새 내린 눈이 많지는 않지만 얼어있는 등산 길위를 덮고 있어 어느 한 순간도 방심 할 수 없는 길을 유격훈련 하듯 오른다. 곳곳에 밧줄이 놓여 있어 모두들 힘들어 하면서도 즐거워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오르다 보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광이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  밧줄에 의지하여 얼음 덮인 암벽을 오른다

 

 

▲  계속되는 밧줄 구간

 

▲  ㄷ자 스텐 철심이 박힌 암벽을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며 아찔함을 즐긴다

 

▲  여기도 밧줄, 저기도 밧줄

 

 

▲  밧줄에 의지하여 힘들게 오른 후 전망대에서

 

▲  능선코스를 오르다 보면 수시로 나타나는 멋진 조망

 

▲  감악산 정상을 배경으로 각하라는 닉네임을 가진 산우님과

 

   정말 아찔한 코스를 몇 번이나 넘어야 하는 코스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이 안되는 곳들 투성이이니 손에 땀이 절로 난다. 꼭 암벽길이 아니라도 능선길조차 왼쪽으로는 낭떠러지인데다가 길은 얼어있어 겨울 산행의 변화무쌍함과 스릴을 함께한다.

 

 

   

▲  월출봉에서의 현재와 과거(2010년)

 

 

 

  그렇게 오르다 보니 원주시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는 월출봉이다. 원주시에서 세운 표지석에 표시된 높이는 930m이고 다른 자료에 의하면 충북 제천시에서 감악산 정상인 일출봉에 세운 표시석에는 945m로 기록되어 있다. 산림청 홈페이지 숲에ON에 소개된 원주 감악산의 최고봉 높이도 945m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국토지리정보원 전국 산높이 정보에 실려있는 감악봉의 높이는 883.63m로 되어 있으니 헤갈린다. 어째거나 산은 올라간 만큼 자신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곳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풍광은 장쾌하다. 그곳을 정상삼아 기념사진도 찍고 잠시 쉼을 가진후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  일망무제로 펼쳐진 북쪽의 산군들

 

▲  고사목 조차도 기품있고 운치있게 서있는 감악산

 

▲  감악산 정상과 남서쪽 풍광

 

▲  감악산에서의 조망

 

 4년전인 2010년 여름 다녀간 원주 감악산은 암능과 노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산이다. 빼어난 암능미와 거대한 암봉 틈에 뿌리를 내린 노송의 자태는 일상에 찌든 세파를 날려보내기에 충분하다. 그때의 글을 찾아보니 쌀쌀맞고 자존심 강하지만, 숨겨진 색다른 성감대를 가진 여인네와 어렵게 어렵게 성사된 운우지정과 같은 만남이었다고 적고 있다. 보기에는 수줍고 내성적이어서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어찌하여 성사된 운우지정에 그녀의 또다른 면모를 알게 됐을 때처럼 환희가 있는 운우지정이었다고 적고 있다. 급경사와 암능의 연속으로 로프에 의지해 내려왔던 길이었다. 얼어있는 그 길을 오늘은 반대로 오르고 있으니 그때의 운우지정보다 더 스릴있는 운우지정이다. 이미 다녀 온 산이니 그 어려움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어려움을 헤치며 산길을 걷는 쾌감을 얻으니 오늘도 감악산과의 매력적인 운우지정이다.

 

 

▲  2010년 여름날 감악산에서의 맨발나그네

 

 

▲  감악산을 오르고 있는 맨발나그네

 

 

▲  하산길 계곡에서 만난 낙엽송 군락지

 

 

▲  맑고 청량하게 흐르는 감바위골 계곡

 

 

  감악산 정상 못미쳐 삼거리에서 일행들은 고민한다. 길은 얼어있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쉽지않아 보인다. 거기다 시간까지 많이 지체되어 감악산 정상을 포기하고 감악고개를 거쳐 감바위골 계곡으로 내려 온다. 산의 품에 안김에 있어 정상오르기라는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상 등 여러 여건이 만족하지 않을 때에는 과감히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내려 오는 길 또한 쉽지않다. 길은 온통 빙판인데다가 조금 내린 눈이 습설이어서 아이젠을 착용했음에도 여기 저기서 엉덩방아를 찧고 있다. 남의 아픔이 나에겐 웃음으로 닥아오며 더욱 긴장이 되어 한참을 내려오니 계곡의 물줄기와 만난다. 흐르는 물줄기는 맑고 청량하다.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걷자니 눈속에서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꽤 넓게 펼쳐진 낙엽송 군락지도 멋을 더한다.

 

 

▲  수원문화원산악회의 시산제

 

▲  윷놀이

 

▲  동심으로 돌아간 여회원들의 제기차기 시합

 

▲  삼겹살구이 파티

 

▲  눈오는 감악산에서 함께 일일선이 된 수원문화원산악회 회장님(오른쪽)과 갑장 소리새(왼쪽)

 

▲  아!  아사세갱하희 (我捨世更何希)

 

 

▲  아!  아사세갱하희 (我捨世更何希)

 

  비록 산행거리는 6km 남짓했지만, 산길은 얼어있고, 암능에 여기저기에 밧줄구간이 많아 4시간여나 걸린 감악산과의 운우지정이었다. 운우지정을 마치고 후미가 도착하길 한참을 기다린 후에나 수원문화원산악회 시산제가 시작되었다. 시산제를 마치고 산악회가 준비한 음식에 윷놀이, 제기차기 대회를 마치니 오늘도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 : 하루를 맑고 욕심없이 소박하게 산다면 하루일망정 신선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명심보강의 한 구절)이 되어 경허스님의 시구 아사세갱하희 (我捨世更何希 : 내가 티끌세상을 버렸거니 다시 무엇을 바라랴)를 실천한 하루였다.

 

( 댓 글 )

 

따스한마음(회장) 14.02.18. 09:19
역쉬 수원문화원 이름값을 하나봅니다
행복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ㅎㅎㅎ

 

좋은친구 14.02.12. 22:02
재기도 차고 윷놀이도 하고
동심의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한사람의 노고가 여러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것 또한
행복이지요
멋진 사진과 산행기 감사합니다

 

  • 가을여자

    아! 아사세갱하희 (我捨世更何希) 인생은 찰나.그 짧은 순간을 보람차게..

    2014.02.12 15:56

  • 병만이

    모든것을 다 버렸어도 추억은 남는것..그겨울날의 감악산 산행... 2014.02.12 16:03

  • 역발산

    산행사진과 산행기를 읽으니 저알 멋진 산행이었네요. 즐감하네요. 2014.02.13 10:59

  • 황소고집

    신령스런 감악산..욕심버리고 올라가는 산행 즐겁게 봅니다. 2014.02.13 17:32

  • 동순이

    즐거운 시산제...한해가 무탈하시길.. 2014.02.14 12:21

  • 와이키키

    고생하셨네요. 덕분에 즐거운 여행 함께 하네요. 2014.02.14 14:24

  • 미소녀

    나그네님의 족적이 남은 산은 저도 가고픈산입니다. 산행기에 반해서.. 2014.02.15 08:18

  • 미스리

    진짜 멋진 산행기입니다. 읽을때마다 색다른 감흥을 느낍니다. 2014.02.18 15:56

  • 산아줌마

    산행의 묘미를 알고 갑니다. 2014.02.19 11:12

  • 연아

    산행기와 사진들 잘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어요. 나그내님.. 2014.02.23 08:00

  • 여정

    안녕하세요 산행을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데~ 제가 떠나 본 산행처럼 좋았습니다 2014.03.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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