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일반산행후기

서봉산에서의 시산제

맨발나그네 2014. 2. 17. 21:22

 

서봉산에서의 시산제

 

● 산 행 지 : 화성 서봉산( 250m)

● 산행일시 : 2014년 2월 8일 (土)

● 누구랑 : 발안중고총동문 카페 산악회

● 산행코스 : 수라청 - 삼림욕장 - 서봉산 정상 - 삼림욕장 - 수라청

 

 

 

▲  2014년 서봉산에서의 시산제

 

 단기 4347년, 서기 2014년 2월 15일 발안중고총동문 카페 산악회의 시산제가 있는 날이다. 서봉산 자락과 벌안 평야가 맞닿는 곳에 자리잡은 발안중고교는 1950년 설립되었으니 약 6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의 모교이다. 이 모교의 총동문들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동문들과 고향 소식을 전해 듣다가 어느해 부터인가 오프라인으로 만나 가끔씩 산을 찾고 매년 초에 시산제를 지내고 있으니 올해가 벌써 여섯 번째라고 한다.

 

  경기도 서남단 해안가에 위치한 화성시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구릉같은 산들과 한없이 정겨웁고 소박한 서해바다를 끼고 있는 곳이다. 바다를 가까이 두고 있는 화성시에는 모두가 밋밋하고 부드러운 육산들 뿐이다. 최고 높은 건달산이래야 336m이고, 200m급으로는 태행산(295m), 삼봉산(270m), 동탄 무봉산(258m), 서봉산(250m), 칠보산(238m), 태봉산(226m), 남양 무봉산(202m)으로 모두 7개뿐이니 서봉산은 화성시에서 5번째 높이를 자랑하는 산이다. 매년 서봉산에서 발안중고총동문 카페 산악회의 시산제를 올리고 있으니 의미있는 일이다.

 

 

▲  1987년 안성 서운산 시산제에서의 맨발나그네

 

▲  1989년 홍성 용봉산 시산제에서의 맨발나그네 

 

▲  1990년 이천 도드람산에서의 시산제

 

▲  1991년 안성 칠장산에서의 시산제

 

 

  오늘은 나에게 있어 2014년의 두번째 시산제이다. 지난주 원주 감악산에서 수원문화원산악회와 함께한 시산제에 이어 오늘 중고등학교 동문들과 함께하는 시산제이다. 아마 올해도 몇차례의 시산제에 더 참여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매년 12월이면 송년산행을 하고 설이 지나 시산제를 지내고 있다. 보통 송년산행을 다녀온지 2~3달이 지난 다음에야 시산제를 지내고 있으니 산제 앞에 시(始)자를 붙이기가 어색하다. 내 경우도 올해 들어서만 벌써 8번째 산행인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설날이 1월 30일이니 거의 모든 산악회들이 2월달에 가서야나 시산제를 지낼 수 밖에 없다. 하긴 우리 고유의 산신제는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에 지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한다. 현재에는 양력이 보편화되었고 송년산행과의 관계도 있으니 양력 1월중에 시산제를 지내는 것이 어떨가 하고 생각해 본다. 각설하고, 시산제(始山祭)는 한해의 산행을 시작하매 있어 산의 신에게 무사한 산행이 되기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일이다. 언제부터 시산제를 지냈느냐는 여러 설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시산제에서 제(祭)字는 ‘제사지내다’, ‘사람과 신이 서로 접하다’라는 뜻과 함께 ‘사귀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바, 축제(祝祭)의 장이 되어야 한다. 유식하게 영어로 표현하자면 ‘Festival'이다.

 

 

▲  2009년 광교산 비로봉에서의 시산제

 

▲  2009년 광교산에서의 시산제

  

▲  2013년 서산 팔봉산에서의 산7000산악회 시산제(특이하게 참치 한마리가 제물로 올라있다)

 

 

  우리 민족이 섬기던 신들은 수없이 많다. 천상신(天上神), 일신(日神), 월신(月神), 성신(星神), 시조신(始祖神), 영웅신(英雄神), 등등 민간에서 모셔지는 신들이 대략 30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물론 유교, 불교, 기독교 등 외래 종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다보니 수많은 신들이 자취를 감추기는 했지만, 그중 산신은 우리 민족이 섬기는 자연신 중에 가장 으뜸이다. 그렇기에 이미 역사가 시작되던 단군시대부터 산신제를 지냈으니 마니산의 참성단이 그렇고, 태백산의 천제단이 그렇다. 신라는 삼산오악신에게 제사하였는데, 삼산은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이며 오악은 토함산, 계룡산, 태백산, 부악산이다. 고려시대에는 덕적산(경기도 개풍), 백악(서울 북악산), 송악산, 목멱산(서울 남산)의 산신에게 매년 봄, 가을에 내시 및 무당과 여악에게 제사하게 하였는데 이를 기은(祈恩)이라 하였다 한다. 조선시대에는 유교가 국교가 된 것과는 반대로 산신제 드리는 산은 지리산, 송악산, 삼각산, 비백산(함경도 정평), 치악산, 계룡산, 주불산, 주흘산, 한라산, 감악산, 백두산 등으로 더욱 다양해졌다. 마리산, 태백산, 월출산과 검단산, 국사봉 등의 이름이 붙은 산도 제사와 관계가 깊은 산이다. 이외에도 검단산은 백제가 하남위례성에 도읍했을 때 백제의 진산으로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 있던 곳이라 검단산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  언젠가 산행중 만난 어느 산악회의 시산제 제물

 

 

 오늘도 어김없이 시산제 제사상에 여러 제수가 나열되어 있지만 중앙에는 돼지머리가 찾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둥이에는 지폐가 물려져 있으니 언제부터 우리는 각종 고사상에 돼지머리가 쓰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돼지는 예로부터 복의 상징이었다. 다산 다복을 의미하므로 돼지꿈은 곧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진서(晉書)의 숙신씨편에는 고구려 영토가 된 만주지방의 읍루족의 기록으로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그들은 돼지고기를 먹고,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기름을 몸에 발라 추위를 막았다. 또한 사람이 죽으면 돼지을 잡아 관 위에 올려놓았으니, 죽은 사람의 양식으로 바치는 습속이 있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오랜기간 돼지가 제물로 이용되었던 것 같다. 어째거나 귀를 쫑끗세우고 해학적인 웃음을 띤 돼지머리야 말로 산신제를 해학과 풍자로 더욱 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게 한다.

 

 

▲  2014년 서봉산 시산제

 

  시산제를 지내매 있어 시산제의 형식과 절차, 절의 횟수 등 설왕설래가 있지만 뭐 대수겠는가. 원래 제례도 고장과 가문에 따라 제각각인데, 21세기인 요즈음 개성이 각각인 사람들이 모인 산악회이니 그저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예를 갖추고 회원들의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고 회원 상호간에 화합하고 사랑이 넘치는 모임이 될 수 있도록 축제의 장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가고파’, ‘성불사의 밤’, ‘바우고개’, ‘사우’, ‘봄처녀’, ‘고향생각’, ‘옛동산에 올라’ 등의 주옥같은 애창가곡의 작사자인 노산 이은상은 최장수(1967~1970, 1973~1982) 한국산악회장을 역임하며 ‘산악인의 선서’와 ‘산악인의 노래’를 남겼는데 오늘 모교의 시산제날을 맞아 시산제에서 사용되고 있는 ‘산악인의 선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산악인의 선서

                                             노산 이은상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없이, 다만 자유,평화,

사랑의 참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 댓 글 )

  • 닥터진

    시산제 모습 재미있네요. 통돼지도..ㅋㅋㅋ 2014.02.18 15:37

  • 미스리

    우와!! 통돼지..대단하신 분들입니다. 힘센분이 지고 올라가시느라 수고가 많으셨겠네요.ㅎㅎㅎ 2014.02.18 15:52

  • 동순이

    시산제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2014.02.18 17:31

  • 산아줌마

    좋은 지식입니다. 시산제 모습도 재미잇어요. 2014.02.19 11:10

  • 겨우리

    산악인의 선서도 있었네요. 좋은 정보..감사합니다. 2014.02.19 17:00

  • 해말금이

    년례행사..산악회 모다 시산제를 하지요. 통돼지 놓고 하는곳..참치 통으로 놓고 하는곳..첨보네요. 즐감입니다. 2014.02.19 17:02

  • 아리수

    시산제 모습들이 멋지네요. 새삼스럽기도 하구요. 즐감하고 갑니다. 2014.02.20 10:14

  • 이루미

    추억을 만드셨네요. 2014.02.20 12:45

  • 가을여자

    통돼지도 보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참치도 보이고..에고 먹고 싶당.. 2014.02.21 12:22

  • 사무라이

    시산제의 깊은 의미를 다시 되새김하고 가네요. 2014.02.22 08:19

  • 연아

    먹는게 남는거라든데...시산제후 먹는재미도 즐거워요. ㅎㅎㅎ 2014.02.23 07:51

  • 문희

    돼지가 동물중에서는 으뜸? 시산제 여러모습 즐기고 갑니다. 2014.02.24 12:30

  • 티파니

    참 재미있는 산행기 즐기고 가네여.. 2014.02.24 15:55

  • 조랑말

    우연히 본 시산제..정말 유익한 산행기입니다. 즐기고 갑니다. 2014.02.25 10:43

     

    김영희(고31) 14.02.18. 12:50
    와~돼지한마리를 어떻게, 정성이 대단한것 같습니다. 선배님 반가웠고요, 말씀도 감사했습니다. ^^
     
    새별 14.02.21. 23:39
    우와~ 저 돼지~ 그 산악회 정말 대단하다.
     
    브레드 14.02.22. 18:14
    돼지가 복스럽네요 산악회가 엄청많으시군요^*^

     

    따스한마음(회장) 14.02.18. 09:17
    시산제도 여러 모습이군요
    한해 산행의 안전과 소망을 빌어보는 시산제
    좋은추억으로 그려봅니다 ㅎㅎ

     

    백가네(장정옥) 14.02.18. 09:57
    시산제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다음번엔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임할 것 같아요! 맨발 나그네님 덕분에요~~~. 사진 속 돼지 한마리는 어떻게 운반했는지 궁금?? 16일 태백산 장군봉에서 13시경 시산제 준비하는 팀을 만나, 참 대단하다 싶었는데,,, 그 정성이 하늘에 닿겠지요. 늘 멋진 문장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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