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세마대의 찔레꽃 연가

맨발나그네 2014. 5. 26. 08:45

 

<세마대(1)> 오산시 도보여행 코스중 독산코스를 맨발로 걷다 ( http://blog.daum.net/yooyh54/257)

<세마대(2)> 오산시 도보여행 코스중 독산코스를 맨발꾼들과 함께 걷다(1) ( http://blog.daum.net/yooyh54/372)

<세마대(3)> 오산시 도보여행 코스중 독산코스를 맨발꾼들과 함께 걷다(2) ( http://blog.daum.net/yooyh54/417)

<세마대(4)> 세마대와 독산성을 맨발로 걸으며 영웅과 역사를 만나다 ( http://blog.daum.net/yooyh54/486)

 

 

 

<세마대(5)>

세마대의 찔레꽃 연가 

 

산 행 지 : 세마대와 독산성

산행일시 : 2014년 524()

누 구 랑 : 나홀로

산행코스 : 아래 지도 참조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 걸은 세마대 주변

 

 

 

▲   Tranggle GPS에 기록된 세마대

 

 

 

▲   세마대 독산성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오늘도 걷기위해 집을 나선다. 세마대 주변을 걸어 볼 요량이다. 세마대는 걷기위해 가끔 찾는 곳이다. 산책로도 좋고 특히 삼림욕장의 휴식공간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어제의 숙취에 덜 깬 눈을 비비며 떠나본다. 사실 세마대는 몇차례에 걸쳐 글을 남겼으니 그냥 편하게 걸어볼 요량이었는데 가는 길 길섶의 흰꽃들이 어우러져 나를 반기니 또다시 컴앞에 앉아 자판을 두두린다. 이것도 큰 병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째거나 그 꽃은 정겨운 이름을 가진 찔레꽃이다. 사랑을 끝낸 찔레꽃은 벌써 지기 시작이다. 아마도 꽃이 지면 그 자리에 빨간 열매가 맺을 것이다. 종족보존을 위해 싹을 틔우기도 하고 새들의 양식이 되기도 할 것이다. 또한 영실(營實)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약용으로도 쓰일 것이다. 찔레꽃은 동북 아시아 지역인 한국, 중국, 일본의 양지 바른 산기슭, 골짜기, 냇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미과에 속하는 관목이다. 찔레는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약으로 사용되기는 하나 서양의 장미에 비하면 촌스럽기 그지없다. 장미꽃이 립스틱을 짙게 바른 화려한 도시의 여성이라면 봄부터 이른 여름까지 작은 흰색 또는 연분홍색 꽃을 피우는 찔레꽃은 순수하고 소박한 시골처녀 같다. 하긴 꽃말로만 보아도 장미는 색깔에 따라 적색은 열렬한 사랑, 백색은 사랑의 한숨, 적황색은 불타는 사랑, 보라는 영원한 사랑 등으로 강렬한 사랑을 가르킨다. 하지만 찔레꽃의 꽃말은 고독, 신중한 사랑,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이란다.

 

 

 

▲   세마대에서 만난 찔레꽃

 

 

그러고 보면 찔레꽃의 꽃말은 찔레꽃에 얽힌 전설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찔레꽃에 대한 전설은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에 ‘찔레’라는 처녀가 몽골로 끌려갔다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0여년이 지나 고향에 돌아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온데간데 없어서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산골짜기를 헤매다가 죽었다. 그 뒤로 산골짜기에서는 찔레의 순박한 마음을 닮은 하얀 꽃이 피어서 사람들은 이를 찔레꽃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찔레꽃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 많다. 1937년 여류소설가 김말봉은 그의 대표작 『찔레꽃』을 조선일보에 연재하였으며, 1939년 소설가 김동리는 『문장』지에 『찔레꽃』을 발표하였다.

 

 

 

 

  수많은 시인들은 찔레꽃을 가지고 시를 지었다. ‘(상략)/ 그 자리에 피어난 하얀꽃/ 그리움은 가시가 되고/ 마음은 하얀 꽃잎, 눈물은 빨간 열매/ 그리고 애타던 음성은 향기가 되었네/ (하략)’ 라고 최영희 시인은 『찔레꽃전설』이란 시에서 전한다. 이해인님은 『찔레꽃』『황홀한 고백』『오월의 아가』『5월』『맑은 종소리에』『모두 사랑하게 하소서』등의 시 속에 찔레꽃을 이야기 한다. 그중 『찔레꽃』『황홀한 고백』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찔레꽃

-이해인

아프다 아프다 하고 / 아무리 외쳐도

괜찮다 괜찮다 하며 / 마구 꺾으려는 손길 때문에

나의 상처는 / 가시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남모르게 / 내가 쏟은 / 하얀 피 / 하얀 눈물 / 한데 모여 / 향기가 되었다고

사랑은 원래 / 아픈 것이라고 / 당신이 내게 말하는 순간

나의 삶은 /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축복으로 / 다시 태어났습니다

 

 

 

▲   세마대에서 만난 찔레꽃

 

 

황홀한 고백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   세마대 산림욕장

 

  어디 소설과 시 뿐이겠는가? 사람들은 찔레꽃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냈다. 1942년 김영일이 작사하고 김교성이 작곡한 <찔레꽃>을 백난아가 노래 불렀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라고 첫소절을 시작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이 노래는 오늘날까지 오랫동안 불리워졌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많이 불리워져 김정일의 애창곡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   세마대 산책로

 

 

  <새색시 시집가네>로 데뷔한 이연실은 1972년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님이 1930년 『신소년』잡지에 발표한 <찔레꽃>이란 동시를 바탕으로 하여 가사를 쓰고 박태선이 곡을 붙여 <찔레꽃>이란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하략)’ 라고 이어지는 노래는 옛날 힘겹게 보릿 고개를 넘겨야 했던 시절의 서글픔을 절절히 표현한다. 지금은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으니 상상이 안가겠지만, 속담에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딸내 집도 안 간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찔레꽃 필 무렵은 춘궁기에 해당하던 때도 우리에게 있었다. 내 어릴적 찔레꽃으로 허기를 채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찔레순을 잎을 떼고 껍질을 벗겨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   수원천변 도심의 밤에서 만난 찔레꽃 

 

 

▲   찔레꽃

 

 

  또 다른 노래 <찔레꽃>은 1995년 소리꾼 장사익이 불렀다. '하얀 꽃 찔레꽃 / 순박한 꽃 찔레꽃 / 별처럼 슬픈 찔레꽃 /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아!/ 노래하며 울었지/ 아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춤췄지/ 찔레꽃처럼 노래했지/ 당신을 찔레꽃 찔레꽃처럼 울었지/ 당신은 찔레꽃' 이라는 애절한 노래를 장사익의 목소리에 담으니 더욱 슬프고 가슴 절절하게 닥아온다. 사실 난 얼마전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준 유튜브로 처음 접한 노래였는데 노래에 푹 빠져 요즈음 시간날 때 마다 가끔씩 듣는 노래가 되고 말았다.

 

 

 

▲   세마대 산림욕장에 누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맨발나그네

 

  시가 되었든 노래가 되었든 찔레꽃을 소재로 하면 처연하고 슬퍼진다. 아마도 찔레꽃 전설이 슬퍼서 그 연장선상에서 모두들 슬픔을 연상하나보다. 하지만 흰색 꽃잎 다섯장에 노란꽃밥(수술)이 수줍게 펼쳐보이는 소박함은 수줍은 시골 아낙네와 같다. 모든 야생화가 그렇듯 찔레꽃은 고향이고 어머니이다. 그리움이다. 추억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찔레꽃잎과 매콤하고 향긋한 찔레꽃 향기는 도시생활에 찌든 나에게 노스텔지어이고 힐링이다. 찔레꽃 흐드러지게 핀 개울가에 자리를 펴고 찔레꽃 노래를 들으며 반야탕이 되었든 미혼탕이 되었든 한잔 거나하게 마시고 싶은 그런 날이다. 어제 마신 미혼탕이 가시지 않아 얼얼하건만 또 술타령이다. 하지만 세마대에서 4시간여를 머물며 맨발로 걷고, 삼림욕장에 누워 하릴없이 보낸 시간이 힐링이다.

 

( 댓 글 )

 

백가네(장정옥) 14.05.26. 18:40
몇년전 가을 밤에, 봉화 청량사 산사음악회에서 만난 장사익님의 찔레꽃 노랫가락이 흥얼흥얼 거려지네요~~. 밤하늘의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보며 행복해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미소가 번져지네요.!! 늘 상식을 더해 멋지고 감동적인 산행기를 전해주시는 맨발나그네님!! 감사감사합니다. 꾸벅 ^&^
 
저도가끔 질레향에 취하곤 합니다^^

 

김영희(고31) 14.05.27. 17:51
발도 멋져요.
모내기철에 찔래순 많이 따먹었었죠.^^

 

좋은친구 14.05.28. 23:42

고요한 이공간에 찔레꽃향기가 그윽하네요
고맙습니다 ^^
 
아름다운 14.05.26. 14:31
세마대 독산성에 야생화가 예쁘게 피었네요~
나홀로 외롭게 걸으셨네요~~

 

빨간사과 14.05.27. 09:31
시간내서 한번 가봐야겠네요~~~주위에 예쁜곳이 참 많아요^^

 

  엘도라도 14.05.26. 11:07
휴일 세마대걷기 참좋은 코스이죠
나그네님 덕으로 이상적인 맨발코스 알려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죠 이번주 수원겆기가 매우 기대됩니다
 
브레드 14.05.26. 12:25
벌써부터 마음은 이곳에 있으니 일이 안잡히네요

 

 

  • 와이키키

    독산성이 전에는 실세의 개인소유라는 말을 들었는데....한번 가본적이 있어서 더욱 산행기가 정겹네요. 맨발이 아름답습니다. 2014.05.26 11:19

     
  • 병만이

    세마대 근처에 친척이 살아서 거기로 물도 뜨러 갔었는데...여하튼 멋진 곳이지요. 즐감하네요. 2014.05.26 17:02

     
  • 미소녀

    맨발 사진이 너무 멋있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2014.05.27 12:39

     
  • 역발산

    산은 얕아도 그런대로 멋진 산이지요. 즐감합니다. 2014.05.27 12:54

     
  • 문희

    아름다운 곳이네요. 맨발나그네님의 글이라 그런지 아주 재미있어요. 2014.05.27 15:08

     
  • 사무라이

    그전에는 얼씬도 못하던 어머어마한 권세가의 개인소유?인줄알았는데..즐기고 갑니다. 2014.05.28 08:16

     
  • 미스리

    멋지네요. 즐감입니다. 2014.05.29 14:32

     
  • 티파니

    찔래꽃 붉게피는 ...하얘서 이상합니다. 2014.05.30 20:47

     
  • 해말금이

    그리 큰산도 아니지만 아주 멋진산입니다. 맨발님의 아름다운 산행기가 내맘을 그리 만든것 같아요. 2014.05.31 06:24

     
  • 가을여자

    그래요. 찔래꽃하면 고향 산골짜기 오솔길이 생각나지요. 2014.06.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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