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한가로이 걸어본 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

맨발나그네 2014. 5. 6. 19:30

 

한가로이 걸어본 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

 

● 어 디 를 : 서울둘레길 7코스 봉산(207.8m)-앵봉산

● 언     제 : 2014년 5월 5일                

● 누 구 랑 : 늘 푸른 맨발의 행진

● 코 스 는 : 디지털미디어시티역-봉산-앵봉산-구파발역

● 사 진 은 : 본인

 

 

▲  서울둘레길 개념도

 

▲   Tranggle GPS에 기록된 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 구간

 

▲  봉산 정상에서 북한산을 배경으로

 

 

  오늘은 어린이날이자 입하다. 세상은 아직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빨리빨리’가 미덕이 되어버린 시대에 일상에 쫓기며 허둥대며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다. 아니 속도가 모든 가치를 결정짓는 잣대가 되어버렸다. 하긴 1960년대 초 국민소득 100달러이던 우리나라가 50여년만인 작년에 국민소득이 2만6205달러라고 하니 그 ‘빨리빨리’가 이룬 성과이리라. 하지만 그것만이 행복의 척도는 아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유엔이 발표한 ‘2013 세계 행복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대상 156개국 가운데 행복지수 41위라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대형사고 소식을 접해야 하는 사고공화국의 오명도 결국은 이 ‘빨리빨리병’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좀 속도를 줄여야 한다. 어렵겠지만 우리를 빠르게 살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들로부터 헤어나야한다. 혜민스님은 그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에 쉼표 때문이고,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의 저자인 피에로 쌍소는 ‘느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한가로이 거닐기를 제일로 꼽으며, 한가로이 거니는 것, 그것은 시간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겨 몰리는 법없이 오히려 시간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느림은 삶의 매 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선택’이라고 말한다.

 

 

▲  느림을 즐기기 위해 한가로이 걷고 있는 맨발걷기모임 '늘 푸른 맨발의 행진' 멤버들 

 

 

  오늘 맨발걷기모임인 ‘늘 푸른 맨발의 행진’의 몇몇분들과 한가로이 걸어 볼 곳은 서울둘레길 제7코스인 봉산~앵봉산 구간이다. 서울에는 이미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추진하는 ‘북한산 둘레길’ 과 ‘불암산 둘레길’이 있다. 서울시가 조성하고 있는 ‘서울 둘레길’은 서울의 외사산(북한산, 용마산, 관악산, 봉산)을 잇는 157km의 길이다. 서울을 둘러싼 산과 강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자연숲 산책로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생태를 배우고, 느끼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자연생태 탐방로이다. 그중 제7코스인 봉산~앵봉산 구간은 불광천~봉산~앵봉산~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북한산 둘레길(선림사 입구)까지의 16.95km 인데 우리는 오늘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봉산~앵봉산을 거쳐 구파발역까지를 걸어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  서울둘레길 안내표지판을 보고 있는 맨발족들

 

 

▲  처음보는 운동기구에 매달려보기도 한다

 

 

▲  벤취가 보이면 쉬기도 하고

 

 

▲  나무늘보가 되어 한가로이 걷는다

 

 

  들머리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그저께 광명의 구름산~가학산 걷기에서 만났던 맨발걷기모임의 회원들인 브레드, 내일, 엘도라도, 나나, 된짱님이 모여 나까지 6명이 출발한다. 약간의 포장도로를 걸은후 봉산 입구에서 맨발이 된다. 오늘 처음 맨발걷기를 시작하는 된짱님까지 모두 맨발이 되어 봉산의 품에 안긴다. 계절은 벌써 입하이니 맨발걷기를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느리게 걷자고 누가 제안한 것도 아닌데 모두들 나무늘보가 되어 걷다가 운동기구를 만나면 거기에 매달려보기도 한다. 나를 비롯해 모두들 처음보는 운동기구 앞에서는 한 번씩 매달려 보기도 하며 한가로이 걷는다. 벤치가 나타나면 또 한번 쉼을 가지며 숲과 햇살의 선물을 고마워한다. 피에로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또다른 글을 인용하자면 ‘때론 바람 부는 길에 서서 아름다운 풍경들과 함께 하며, 천천히 느끼며 바라보는 기찻길 혹은 자전거를 타며 즐거웠던, 유년의 추억에 잠겨볼 수 있는 여유. 길을 지나며 느꼈던 생각과 길 위에서 느끼며 겪었던 수많은 일 중엔 방황과 표류하는 심정이 지배할 때도 가끔은 행복도 느끼게 된다’라고 한다. 서울둘레길을 한가로이 걸으며 느림의 철학을 만끽한다.

 

 

▲  봉산 정상에서 내일님과 엘도라도님이 나나님에게 북한산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  봉산정 포토 아일랜드 - 서울시내와 남산, 멀리 청계산까지 조망된다

 

▲  봉산의 유래 안내 표지판

 

 

  봉산(烽山)은 일명 봉령산(鳳嶺山)으로 조선시대 서울 무악 봉수로 이어지는 봉수대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봉산의 이칭인 봉령산(鳳嶺山)은 이 산 정상에서 좌우로 뻗은 산줄기가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평화롭게 앉아 있는 형상에서 유래한 이름이라 전한다. 은평구에서 ‘봉산 해맞이 공원’으로 조성하여 봉수대와 팔각정이 있어 주변을 조망하고 쉼을 갖기에 훌륭하다. 북한산의 수려한 풍광이 아주 멋들어지게 폼을 잡고 있고, 서울 시가지는 물론 남산과 멀리 청계산까지 조망된다. 특히 은평구청에서 세운 봉산정 포토 아일랜드라는 안내판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주변의 조망에 더 시간이 지체된다. 그렇게 나무늘보가 되어 한 참을 머문후 길을 떠난다.

 

 

▲  예닐곱시간을 나눈 이야기건만 아직도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고...

 

 

▲  자연과 벗삼아 콧등을 간지럽히는 봄바람과 함께 한가로이 걷고 있는 맨발족들

 

 

  봉산을 떠나 앵봉산을 향하다 보면 서오능고개에 도착이다. 여기서 일행은 조금 고민을 하게 된다. 주변이 온통 음식점들이이서 산위에서 간식을 먹긴 했지만 음식점에서 풍겨나오는 냄새가 나그네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결국 음식점에 들르지않고 걷기를 계속하기로 하였지만 쉽지않은 결정이었다. 서울시는 서울둘레길 중 도로로 단절된 곳들을 연결다리를 조성한다고 하니 그날이 되어 음식냄새에 현혹되지 않고 걷기가 계속되기를 희망해 본다. 어째거나 참나무장작 통닭구이의 유혹을 뿌리치고 길을 건너 앵봉산으로 향한다. 서오능고개에서 앵봉산으로 향하는 길은 제법 된비얄이다. 아마 오늘의 코스 중 가장 난코스가 아닌가 한다. 그 길을 올라 앵봉산에 오르면 주변은 군사용 벙커가 많다. 그 벙커를 보고 있노라니  벌써 40여년전 이 근처인 30사단에서 군대생활을 하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 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봉산코스보다는 좀 빨라졌지만 그래도 보통의 산악회보다는 훨씬 한가하게 걷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구파발역으로 향하는 길을 놓친 듯 싶다. 한참을 걷다보니 고양시 창릉동에 도착이다. 그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대략 2~3km를 걸어 날머리로 잡은 구파발역에서 다음을 약속하며 헤어진다.

 

 

▲  쉬고~~

 

▲  또 한가로이 걷고~~

 

 

 대략 14km를 식사시간 포함 총 7시간에 걸쳐 한가로이 걸어 본 서울둘레길 봉산~앵봉산 코스이다. 그중 대략 10km를 맨발이 되어 걸었다. 피에로 쌍소는 ‘느림은 무능력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행복의 조건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걷는다>의 저자인 프랑스의 도보여행가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인간적인 행위인가’라고 강조한다. 그는 차로 출퇴근하고 앉아서 밥먹고 차 마시고 TV를 보고 있으니 걷기를 억압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걷기예찬>을 쓴 프랑스의 다비드 르 브르통은 그의 책에서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은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라고 했다. 맨발걷기모임 회원들과 서울둘레길을 한가로이 걸으며 ‘빨리빨리병’을 치유한 하루였다. 한가로이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과 몸에 찌든 찌꺼기들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에너지와 기쁨이 충전된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그러기에 다음 휴일에도 난 배낭을 짊어지고 또 다른 곳으로 걷기위해 길을 나설 것이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 댓 글 )

 

따스한마음(회장) 14.05.07. 07:09
수고하셨네요 ㅎㅎㅎ
쉼없이 늘 젊음과 함께하시는 모습 정말 보기 좋습니다

 

맨발팀의 멋짐이 보입니다^^
느낌이있는 선배님의 산행기에 감사 드립니다
건강 하십시요.

 

좋은친구 14.05.12. 12:13
맨발의 청춘들 !
넘 보기 좋습니다

 

따스한마음(회장) 14.05.07. 07:09
수고하셨네요 ㅎㅎㅎ
쉼없이 늘 젊음과 함께하시는 모습 정말 보기 좋습니다
 

빨간사과 14.05.07. 16:47
맨발로 걷는 다는것이 새롭내요~~시간되면 동참하고 싶네요^^

 

 

김영희(고31) 14.05.07. 06:16
쉬는날엔 무조건 산에가시네요. 날좋을때는 등산화 벗고 걸어봐야겠습니다.
 
박건원(중18) 14.05.10. 11:51
수고 하셨습니다................

 

브레드 14.05.06. 22:41
감사합니다 즐거웠구요^*^
 
내일 14.05.07. 14:22
후기 잘보았습니다.... 나중산이 앵봉산이 네요.. 수고하셧습니다..
 
엘도라도 14.05.07. 16:06
윤희형님 감사합니다
숫불장작을 이겨내시느라
헌디 요즘 겆기종료가 장난아닙니다
무쟈게 피곤하데요
 
브레드 14.05.08. 13:20
이정도가 아주 최적입니다^*^
 
새별 14.05.11. 23:45
한가로이 즐산 하셨군요.
 

 

  • 갑을이

    가히 신선의 경지에 들어 서신분들이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2014.05.07 05:37

  • 상철희

    아주 재미있는 산행기입니다. 즐감합니다. 2014.05.07 13:04

  • 닥터진

    좋아요. 맨발님들... 2014.05.08 12:04

  • 해말금이

    행복의 조건이 그러하다면..게으른 나도.. 2014.05.08 12:06

  • 미스리

    맨발이 부럽네요. 전 발이 아파서 못벗어요. ㅋㅋㅋ 2014.05.08 17:46

  • 사무라이

    멋진 산행입니다. 즐감이요. 2014.05.09 12:07

  • 산아줌마

    둘레길이 너무 멋지지요. 사실은 글이 더 좋아요. 2014.05.09 12:13

  • 동순이

    멋있는 산행기 아주 즐감합니다.ㅉㅉㅉ 2014.05.09 13:55

  • 병만이

    너무 멋진 산행기...즐감입니다. 2014.05.09 20:39

  • 순희

    맨발의 감촉을 즐기시는 반신선의 어르신들..멋진 산행기를 즐깁니다. 2014.05.10 05:58

  • 일무

    그림과 함께 맛깔스런 산행기를 읽다보니 제가 님들과함께맨발이 되어 싱그러운 숲길을 걷는듯 합니다 ^^* 2014.05.10 21:52

  • 티파니

    굿..입니다. 굿.. 2014.05.11 07:08

    쥬라기

    잘보고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나그네님 2014.05.16 12:33

  • 고시네

    맨발이 아니라도 동행으로 족할 멋진 산행... 2014.05.1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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