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단양 제비봉과 만나다

맨발나그네 2014. 5. 4. 05:38

 

단양 제비봉과 만나다

 

● 산 행 지 : 충북 단양 제비봉(721m)

● 산행일시 : 2014년 4월 20일 (日)

● 누 구 랑 : 내고향산악회

● 산행코스 : 얼음골→남동릉 → 정상 → 540봉 → 북서릉 → 장회나루

● 사진은 ? : 막내, 본인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국민소득으로 보면 작년 2만6205달러라고 한다. 이런 우리나라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그리고 일어날 수도 없는 충격적이고 후진적인 사고가 발생되어 온 국민을 충격에 몰아 넣었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고다. 산을 좋아하다 보니 1년에 한두번씩은 섬에 있는 아름다운 산들을 찾아 여객선을 타곤 했는데 나라고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과 같은 운명이 되지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정말 분통터지고 울적한 요즈음이다. 그 울적함을 달래려 토요일날은 친구와 함께 광교산을, 그리고 일요일은 내고향산악회를 따라 충북 단양의 제비봉을 찾는다.

 

 

 

 

오늘 찾은 제비봉은 충북 단양에 있다.

단양(丹陽)은 '연단조양(鍊丹調陽)'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연단(鍊丹)은 신선이 먹는 환약을 뜻하고, 조양(調陽)은 빛을 골고루 따뜻하게 비춘다는 의미이니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고을'이라는 뜻이라 한다. 산과 강이 어우러져 빚어낸 풍광이 그만큼 산자수명(山紫水明)하다. 한반도의 중심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남으로 달려가다 단양 땅에서 소백산과 월악산을 낳는다. 그리고 주변에 황정산, 말목산, 제비봉, 도락산, 계명산, 금수산, 덕절산 등을 만든다. 그 산들 사이로 남한강 물길이 유유히 흐른다. 주변에는 단양8경인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사인암, 옥순봉이 있고, 선암계곡에는 단양8경에 속해있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수묵화와 가장 닮은 풍경을 품은 고장이라 말한다. 월악산국립공원의 일부인 제비봉은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 방면에서 이 산을 바라보면 충주호쪽으로 부챗살처럼 드리워진 바위 능선이 마치 제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모습처럼 올려다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들머리는 외중방리 구미 얼음골이다. 산길은 된비얄인데다 시야가 막혀 답답하고 쉽지 않은 길이다. 그래도 멋진 소나무가 눈길을 끌고 낙엽송이 새순을 내밀며 인사를 해오니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힘겹게 오른다. 그렇게 1시간여 오르면 제비봉 정상 직전의 직벽과 만나고 그 직벽을 우측으로 돌아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전망대에서 눈길을 북쪽으로 주면 금수산, 말목산, 가은산이 코앞으로 닥아오고 동쪽으로는 소백산이 펼쳐지고 남으로는 제비봉의 모산인 대미산과 그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잠시 주변 풍광을 즐긴후 정상 근처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점심식사후 장회나루를 향해 1.5km 쯤 내려오면 제비봉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충주호에 물이 많이 빠져 물과 산이 만나는 아래부분이 허옇게 들어나있기는 하나 물과 산이 어우려져 펼쳐낸 풍광은 너무나 아름답다. 장외나루 건너편으로 보이는 구담봉과 그뒤에 가려져 보일락말락하는 옥순봉의 모습은 발걸음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주변으로는 내내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이 김홍도의 화첩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맵시를 뽐내고 있으니 이곳이 바로 신선들의 쉼터이다. 계절은 바야흐로 봄이어서 연록색 새순들은 주변을 온통 새생명의 환희에 들뜨게 하고 있다. 정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데다 일행들보다 조금 빨리 출발을 하였기에 맘껏 발걸음을 늦추며 호사를 누려본다.

 

 

 

 

 

 

 

 

충주호에는 유람선이 들락거리고 구담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니 바로 수묵화속 풍경이다. 거기다가 주변에 바위에 뿌리를 내리다 보니 뒤틀려 자라 분재가 되어버린 오래된 소나무들이 정취를 더하니 또다시 신선이 되어 버린다. 맨발의 신선이 되어 주변 풍광에 젖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마지막 전망대에 도착이다. 뒤돌아 보니 제비봉으로 오르는 계단에 사람들이 빼곡하다. 구담봉은 더 가까이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충주호 건너편으로 여러 봉우리들은 그냥 그림이다. 장외나루에서 충주호 건너편 쪽으로 어렴풋하게 묘소 2기가 조망되는데 그 중 하나가 관기 두향의 것이니 대학자 퇴계 이황과 두향의 사랑이야기가 가슴 한 켠으로 닥아온다.

 

 

 

 

 

 

 

 

1501년 태어난 퇴계는 두 번 결혼하여 모두 사별한다. 48세에 단양군수로 부임하여 9개월이란 짧은 기간 근무하게 되는데 이때 18세의 관기 두향에게 마음을 주게 된다. 두향은 퇴계와 이별을 하면서 저고리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차라리 젖가슴 하나를 베어내 당신을 향한 미망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라고 하였으며, 신임 사또에게 “이황을 사모하는 몸으로 기생을 계속할 수 없다” 며 “기적에서 이름을 없애달라”고 청원해 기생을 면하게 된다. 그 후 퇴계가 죽자 저승에서 다시 모시겠다는 일편단심으로 자신의 유해를 퇴계와의 추억이 담긴 강선대에 묻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따라 죽어다는 애틋하고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전해진다. 남한강변 강선대 주변을 거닐며 시문과 음률을 논하고, 강선대에 앉아 두향이 타는 거문고에 취한 퇴계가 그려지는 대목이다. 퇴계가 세상을 떠난 150여년뒤(1720년) 양명학자 월암 이광려는 두향의 묘소를 찾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긴다.

 

孤墳臨官道(고분임관도) - 외로운 무덤 하나 도로에 있는데,

頹沙暎紅 (퇴사영홍악) - 거치른 모래 밭엔 꽃도 붉게 피었네.

杜香名盡時(두향명진시) - 두향의 이름이 사라질 때면,

仙臺石應落(선대석응낙) - 강선대 바윗돌도 사라지리라.

 

하지만 아직도 두향의 이름은 우리 곁에 있고, 두향의 묘소도 옮겨져 지금의 위치에 있으나 강선대는 충주댐을 만들면서 물 속에 잠겨있다. 어째거나 퇴계와 두향의 시공을 초월한 로멘스에 취해 한참을 머물다 다시 길을 떠난다.

 

 

 

 

 

 

 오늘도 일일선이 되어 두향과 퇴계의 사랑 찾아, 충주호의 멋진 풍경 찾아 다녀온 제비봉이다.

 

( 댓 글 )

 

따스한마음(회장) 14.05.05. 05:02
펄펄 나는듯한 나그네님과의 산행 오늘도 행복한 추억 이였습니다
늘 감사드리며 산행기와 더불어 그날의 추억으로 다시금 빠저 봅니다 ㅎㅎㅎ 
 
 
제비봉도 맨발로 사랑을 나누셨군요!!!
이규범(산7000산악회 회장님)섬배님과의 함께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울뿐 입니다.

 

김영희(고31) 14.05.07. 06:21
멋져요. 기회되면 가봐야겠습니다. ^^

 

  • 갑을이

    충주호에 어리는 옥순봉을 기억하게 하는군요. 즐감합니다. 2014.05.04 07:18

  • 미소녀

    청평명월...아주 멋진 산행을 즐기셨네요. 2014.05.04 18:52

  • 사무라이

    청풍호에서 배를타고 보면 아주 멋진 산들이 한눈에 보이지요. 2014.05.04 19:01

  • 상철희

    요기 등산하는데 전망이 끝내줘요. 바람도 시원하고... 2014.05.05 07:06

  • 병만이

    참 좋은산 다녀 오셨네요. 덕분에 지난 추억을 일깨웁니다. 2014.05.05 07:17

  • 해말금이

    요즘 배타고 한바퀴 돌면 기분이 아주 좋아요. 경치도 좋고요. 2014.05.05 17:19

  • 미스리

    옥순봉 아름다운 자태가 눈앞에 삼삼... 2014.05.06 07:38

  • 역발산

    물이 더많이 고였을때는 전망이 더욱 좋지요. 더운날 유람선타고 한바퀴 돌면 그리 시원할수가 없어요. 2014.05.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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