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연분홍 로맨스에 취해보고 싶었던 두위봉

맨발나그네 2014. 5. 19. 20:50

 

연분홍 로맨스에 취해보고 싶었던 두위봉

 

● 산 행 지 : 두위봉 (1,466m, 강원 정선)

● 산행일시 : 2014년 5월 18일 (日)

● 누 구 랑 : 건영산악회

● 산행코스 : 단곡주차장 → 삼거리 → 두위봉 → 주목지대 → 도사곡휴양지

● 사진은 ? : 맨발나그네

 

 

▲  두위봉 개념도

 

 

▲   Tranggle GPS에 기록된 두위봉 코스

 

 

▲   Tranggle GPS에 기록된 두위봉

 

  5월말에서 6월초는 철쭉의 계절이다. 철쭉으로 유명한 곳을 꼽아본다면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 바래봉과 세석평전, 경남 합천의 황매산, 태백산의 천제단과 장군봉 일원, 가평의 연인산, 남양주의 서리산이 있고, 전남 장흥의 제암산, 보성의 일림산과 초암산, 해남의 흑성산도 철쭉 군락지로 각광받고 있다. 오늘 사랑을 나눌 강원 정선의 두위봉도 1991년부터 철쭉축제를 치러오고 있는 철쭉 명산이다. 특히 두위봉의 철쭉은 유난히 키가 크고 꽃 색깔이 다른 산의 철쭉보다 더 붉고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 철쭉화원을 걸어보고자 나선 길이다.

 

 

▲   두위봉의 철쭉 (정선군청 홈페이지에서 퍼옴)

 

▲   2011년 6월 강원도 인제의 방태산에서 만난 철쭉 

 

 

  두위봉은 강원 정선군과 영월군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주등산로가 정선쪽에 있어 사람들에게 두위봉은 정선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라리라 불리우는 정선아리랑의 고장 정선은 백두대간 자락의 산간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으로 평가되는 동강의 고장 정선은 옛날에는 궁벽한 산골이었으나 지금은 국내 유일의 카지노가 있고, 화암동굴, 정선5일장, 동강래프팅, 레일바이크, 백운산의 하늘벽 구름다리 등으로 널리 알려진 천혜의 관광지이다. 특히 정선에는 800~1500m가량의 산이 수십개라 한다. 그중 가리왕산(1561m), 두위봉(1466m), 민둥산(1118.8m), 백운산(882.5m), 함백산(1572.9m) 등은 명산의 대열에 그 이름을 올려놓고 있어 등반객들을 유혹한다.

 

 

▲   두위봉

 

  

 두위봉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두리봉이라 더 많이 불린다고 한다. "두리봉 겉이두야(=같이도) 두텁던 정이/풀잎에 이슬 겉이두 다 떨어지네."라는 유네스코가 정한 인류무형유산인 정선아리랑 가사처럼 정상부분의 산마루가 두루뭉술하다고 해서 유래하였다 한다.

 

 

▲   옛 광산길을 따라 걷고 있는 들머리 근처

 

▲   감로수 샘터 

 

▲   장쾌하게 펼쳐진 산그리메를 감상하고 있는 산우들 

 

▲   두위봉철쭉비가 세워진 봉우리 

 

 

  오늘의 들머리는 단곡주차장이다. 단곡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옛 광산길을 따라 오르기도 하고 숲속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감로수 샘터다. 이곳에서 물맛도 보고 물병에 물도 채운후 다시 길을 떠난다. 숲속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더 오르면 능선을 만나고 다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니 곧 철쭉밭이다. 그러나 급실망이다. 수만평 군락을 이룬 철쭉이 온통 붉은 꽃으로 뒤덮힌 장관이 펼쳐져 있기를 기대하고 왔건만 조금 일찍 방문을 하였다고 철쭉은 입을 씰룩이며 조그만 꽃망울들을 보여 줄 뿐이다. 산아래 동네 도시는 벌써 봄이 자취를 감추고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하건만 1,000m가 넘는 이곳은 이제야 나무들은 새순을 틔우고, 철쭉꽃을 피울 준비중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봄 선암사로 630살짜리 선암매를 보기위해 찾았다가 이미 꽃이 진 다음이라 허탕을 친 적이 있는데 이번엔 너무 일찍 와서 낭패를 당한 경우이다. 허탈하지만 내 운이 거기까지라고 자위하며 길을 재촉한다.

 

 

▲   두위봉의 품에 안긴 맨발나그네 

 

▲   두위봉 정상 

 

▲   두위봉 철쭉 동산에서 가까스로 만난 철쭉들, 그나마도 정상 부근이 아닌 해발 800~1000m 주변

 

 

  비록 700여m부터 시작된 산행이라고는 하나 1,466m나 되는 산을 오직 철쭉꽃을 보겠노라고 찾은 두위봉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먹을 수 있는 진달래를 참꽃,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는 철쭉은 개꽃이라고 하기도 한다. 경상도에서는 철쭉의 옛 이름을 연달래라고 했는데, 진달래가 피고 연이어서 피는 꽃이라는 의미이다. 학명으로는 로도덴드론 슈리펜바키(Rhododendron schlippenbachii)라고 하는 데 슈리펜바키는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이 꽃을 처음 발견하여 서방에 소개한 러시아 해군장교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단다. 한개의 암술과 열 개의 수술이 갈고리처럼 한 방향으로 휘어지며 꽃잎보다 긴 철쭉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 사랑의 기쁨, 줄기찬 번영이라 한다. 철쭉의 꽃말처럼 연분홍 로맨스에 취해보고 싶어 왔건만 철쭉꽃은 간 곳없고 꽃망울만이 우리를 맞는다. 철쭉꽃 보지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두위봉철쭉비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 정상과 만난다. 정상에는 거대하게 우뚝솟아 있는 바위가 있으니 '장군바우'이다. 바위 모습이 천하를 호령하는 장군의 기개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에 서면 북으로는 민둥산과 그 뒤로 가리왕산 등이 아스라이 산그리매를 그리며 눈앞에 닥아오고, 동쪽으로는 사북읍 너머로 태백산 자락이 하늘인지 산인지 모를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영월 방면의 첩첩산릉의 아름다움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철쭉꽃을 못 본 아쉬움을 날려보낸다.

 

 

▲   산그리메를 배경으로 

 

▲   이름모를 고목나무 앞에서 사진찍기에 열중인 등산객들

 

▲   산아래는 벌써 여름맞이에 바쁜데 정상부근은 이제야 관목들이 잎을 틔우기 위해 기지개를...

 

 

▲   산길을 걷고 있는 등산객들

 

 

▲   대지와 눈맞춤, 입맞춤을 하며 두위봉이 내준 품속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   두위봉에서 만난 야생화들

 

 

  정상에서 이어지는 하행길은 고산지대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길을 천천히 걷는다. 동행이 되어 걷고 있던 이들은 내 발걸음이 너무 더딘지 횅하니 가버린다. 아직 후미팀이 보이지 않으니 자연을 만끽하며 걷는다. 고도를 낮추면서 보이는 푸르름의 강도가 다르고 꽃이 피어있는 형태가 다르다. 이름모를 작은 산야초의 꽃들도 자기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 내게 인사를 해온다. 그녀들과 눈맞춤을 하고 입맞춤을 해본다. 그렇게 걷다보니 주목군락지에 다다른다.

 

 

▲   천연기념물 제433호인 두위봉 주목나무들, 연세가 앞에서 부터 1100세, 1400세, 1200세라고 한다  

 

 

  철쭉꽃을 제대로 감상 못해 틀어진 심사는 주목군락지에서 1000살이 넘었다는 주목 3그루를 보는 순간 환희로 변한다. 천연기념물 433호인 주목나무들이다. 지금까지는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고 금강산으로 가면서 꽂아둔 지팡이가 자랐다는 전설 때문에 1100살로 추정되는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가장 나이 많은 나무였다. 그러나 두위봉 9부 능선에서 발견된 주목들의 수령이 아래쪽 나무부터 순서대로 1100년, 1400년, 1200년으로 확인되고서는 큰형님나무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주목은 3억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만년은 넘게 살아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주목을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하는데, 이곳 주목들은 천년 훨씬 넘게 생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1400년전이면 서기 600년경이다. 서기 612년 을지문덕 장군이 살수대첩으로 수나라 군대를 대파한 시기이고, 645년 양만춘이 안시성 전투에서 당 태종을 물리친 시기이다. 660년 백제가 멸망하고, 668년 고구려가 멸망하였으니 역사가 휘몰아치는 그 시기에 이곳 두위봉 한 자락에 씨를 내려 민족의 영욕을 살피며 살아왔건만 그 위용은 아직도 대단하다. 체구 또한 당당하고, 이파리 또한 진한 초록으로 윤이 나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칠팔십년을 아등바등 살다가 한 줌 흙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을 이 주목들은 어찌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떠나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   주목군락지로 부터 동행이 되어 걸은 일행들 

 

 

▲   두위봉과의 데이트에 행복한 맨발나그네

 

 

  주목군락지로부터 다시 동행이 된 건영산악회의 몇몇 분들과 숲길을 걷는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덧 날머리인 도사곡휴양지이다. 오늘도 10.5km에 이르는 길을 쉬는 시간 포함하여 5시간 20여분간 맨발나그네되어 걸었다. 육산이라고는 하나 등산로는 흙보다는 돌이 더 많은 길이어서 맨발로 걷기에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숲이 깊어 청량한 공기와 향기가 내 몸을 에워싸니 이보다 더한 힐링은 없다. 비록 때를 못맞춰 아름다운 철쭉화원을 보지 못했지만 뭐 대수겠는가. 아직도 몇몇 산에는 철쭉을 볼 기회가 있을 것이고, 아니면 내년 봄을 기약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주목군락지에서 1000살이 넘는 주목과 만나 그들이 봐왔을 민족의 영욕을 되돌아보고 칠팔십 평생밖에 살지 못하면서도 아등바등하는 내 삶을 되돌아 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으니 아쉬울게 없는 두위봉과의 만남이다. 철쭉꽃이 있든 없든 무심한 마음으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이렇게 쉬는 날 애인들인 산들과 마음껏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건강이 내게 있음은 행복이다. 

 

( 댓 글 )

 

좋은친구 14.05.21. 05:26
살아천년 죽어천년 주목의 전설앞에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사들
뭐가 그리 잘났다고 아등바등 하는지...
다시한번 대자연의 감탄합니다
글구 저바위산을 맨발로 ?
대단하십니다
좋은자료.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긴데 이좋은글을 보는 사람이 적어
안타깝습니다

 

이원수중21 14.05.21. 08:31
즐감 하고 갑니다.선배님 감사합니다. 

 

 
김영희(고31) 14.05.21. 12:24
아쉬울것 없이 너무 멋져요
우리나라 오월산야는 새색시같지요~

 

  3대장-전용훈 14.05.21. 14:35
소중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
멋지시고 건강 잘 관리하셔서 다니시길 바라겠습니다~
 
김학선 14.05.22. 12:06
좋은데 다녀 왔네요.
매발로 산행하기가 어려울텐데 대단 하십니다.
6월1일 산악회 따라 두위봉 철죽 보러 갑니다.
그때는 철죽이 만개되어 나를 반기겠죠.~^^*
 
산초 14.05.20. 13:18
맨발나그네님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화이팅!!!!!!!!!

 

아름다운 14.05.20. 16:58
멋드러진 산행기와 산행 멋집니다
작년에 노루귀님하고 두위봉 다녀왔습니다~~~

 

엘도라도 14.05.20. 15:05
우왕 멋지세요
 
브레드 14.05.20. 18:20
짱짱짱! 입니다.^*^

 

도요새의 눈 14.05.20. 14:57
오랜만에 먼 산 다녀오셨습니다
제가 갔을 땐
짙은 안개로 조망이 없었는데,
맨발나그네님의 산행시에는 멀리 백운산, 민둥산 ...등 다 보셨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길치 14.05.20. 23:12
좋은 글과 사진,
매번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 되세요!
 
 
  • 고시네

    실망을 안겨준 두위봉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둘러본다..철쭉이 올봄만 핀다더냐. 2014.05.20 12:43

  • 미소녀

    두윕봉이 눞기는 높네요. 늟은 주목도 볼만하구요. 근데 저험한 산길을 맨발로 주파하신다니...초인일쎄.. 2014.05.20 12:44

  • 상철희

    아름다운 글 너무 잘 보고 가네요. 수고하셨어요. 2014.05.20 12:54

  • 아리수

    맨발님 너무 재미있고 유익했어요. 수고 하셨습니다. 2014.05.21 08:01

  • 스노맨

    잘보고 가네요. 정말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멋져요. 2014.05.21 12:19

  • 황소고집

    진달래 나무가 사람 키보다 더 큰거 같아요. 늟은 주목도 보기 좋구요. 2014.05.22 13:14

  • 소영

    거기는 산이 높아서 진달래가 늦게 피나봐요. 2014.05.22 17:31

  • 동순이

    잘 다듬어진 산행기..즐감입니다. 2014.05.24 07:16

  • 와이키키

    잘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여요. 2014.05.25 06:30

  • 조랑말

    맨발의 청춘은 아니지만..따라해보고 싶어집니다. 2014.05.25 06:37

  • 지영이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 ..너무 멋집니다. 즐감이요. 2014.05.25 09:22

  • 병만이

    주목사진을 보니 딴나라 같은 생각이 드네요. 멋진 산행기 즐감합니다. 2014.05.26 17:04

  • 해말금이

    가볼수없는 세계처럼 멀기만한 산들..이렇게 산행기라도 만나서 즐기니 너무 좋습니다. 2014.05.3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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