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맨발나그네되어 걸어 본 광교산 ~ 청계산

맨발나그네 2014. 6. 7. 17:30

 

맨발나그네되어 걸어 본 광교산 ~ 청계산

 

● 어 디 를 : 광교산~청계산

● 언 제 : 2014년 6월 6일 (日) 08:00~ 20:02 (소요시간 12시간)

● 누 구 랑 : 최경자님, 엄익란님, 박병국님

● 코 스 는 : 반딧불이화장실 - 형제봉(448m) - 비로봉 - 시루봉(681m) - 백운산(666m) - 고분재 - 바라산(427m) - 우담산 -영심봉 - 하오고개 - 청계산(국사봉(542m) - 이수봉 - 망경대(616m) - 매봉 - 옥녀봉(376m)) - 양재동 화물터미널( 총거리 24km )<산높이는 여기저기 기록이 제각각이어서 국토정보지리원이 펴낸 전국 산높이 자료를 참고하였음)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 걸은 경기대~양재화물터미널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 걸은 기록

 

 

  경기대에서 양재화물터미널까지는 대략 24km에 이르는 거리이다. 비록 300~600m급의 봉우리들이지만 열두어개의 봉우리를 넘나들어야 마칠 수 있는 코스이다. 지나는 코스에 있는 지자체만 보더라도 수원시, 용인시, 의왕시, 성남시, 과천시, 서초구가 망라된 곳이다. 그걸 전날 술자리에서 덜썩 약속을 하곤 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약속장소로 향한다. 더군다나 계절은 6월초라고는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하여 한여름 뺨치는 그런 날씨이니 출발에 앞서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7년전 두 번 광교산~청계산을 종주해 본 이후 한참이나 지났고, 또 그 때는 맨발로 걷기 이전이니 이번 기회에 맨발로 종주해보기로 하고 들머리인 반딧불이화장실을 떠난다.

 

 

▲   광교산 형제봉

 

▲   광교산 형제봉에서 본 수원시내 일원

 

 

▲   광교산 시루봉 

 

  내가 조강지처이자 종교라고 우기고 있는 광교산은 옛적엔 광악산(光岳山), 광옥산(光獄山) 등으로 불렸는데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광교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928년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광옥산 행궁에 머물면서 군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었는데, 이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았다. 이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여 산 이름을 친히 ‘광교(光敎)’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   광교산 시루봉 에서 본 북쪽, 저 멀리 오늘 걸어야 할 능선들이 펼쳐져 있다

 

 

▲   백운산 

 

  백운산(428m)은 의왕시, 수원시, 용인시에 걸쳐 있는 산이다. 광교산과 바라산 사이에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광교산~청계산 종주산행을 즐길 때 꼭 거쳐야 하는 산이다. 정상에 서면 북서쪽으로 모락산과 수리산이 보이고 멀리 북쪽으로는 관악산이 보인다. 의왕과 안양시내도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   바라산 전망대 

 

  바라산은 의왕의 주민들이 정월 대보름날 달을 바라보던 산이라 발아산(鉢兒山) 또는 망산(望山)이라고도 불리었으며, 망산의 뜻은 "바라본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고려말 충신이었던 조견은 청계산에서 바라산으로 옮겨와 왕을 그리며 개성을 바라 보면서 망국의 신하됨을 부끄러워하며, 침식을 잊은채 울고 울다가 숨을 거두었다고 바라산 정상의 안내판에 소개되어 있다.바라산에서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골짜기와 봉우리 마다에 조견에 대한 전설로 도배되어 있기에 자료를 찾아보니, 조견이 고려의 국운이 다해 은거를 하자 태조 이성계가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재능을 아끼어서 호조 전서(戶曹典書)에 명하고 글을 내려 불렀는데, 조견은 사직하고 받지 않으며 답하기를, “송산(松山)에서 고사리를 캐먹는 것이 소원이요, 성인(聖人)의 백성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하였다. 원래 이름이 조윤(趙胤)이었는데 이름을 견(狷)으로, 자(字)를 종견(從犬)으로 고쳤다고 한다. 이는 나라는 망하였는데 구차히 목숨만 살아있으니 개와 같고, 또한 개도 옛 주인을 연모하는 의리가 있음을 취한 것이라 하여 지은 이름이라 한다.

 

 그곳 바라산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엄익란님이 준비한 여러 음식들은 부페 수준이다. 장거리 산행이어서 배낭무게가 만만치 않았을텐데도 여러가지 준비를 많이 해주신 엄익란님께 이 글을 통해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

 

▲   바라산 정상에서 본 관악산 

 

 

▲   하오고개에서 휴식중인 일행들

 

▲   57번국도위에 설치된 하오고개 육교

 

하오고개 육교는 사장교로 길이 82m, 폭 3m로 되어있다. 이 육교가 몇년전 만들어지기 전에는 한참을 우회하여 어려움이 많았는데 광교산~청계산을 종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편한 시설물이 되었다. 우회할 경우에 비해 약 1km는 코스가 줄어들었을 것이다.

 

▲   국사봉

 

  국사봉은 망경대(望京臺)·옥녀봉(玉女峰) 등의 여러 산봉우리와 함께 청계산 산줄기를 이룬다. 국사봉이라는 명칭은 고려 말기에 청계산에 은거하던 조견(趙狷)이 조선의 개국공신이 된 형 조준(趙浚)으로부터 새로운 나라의 조정에서 함께 일하자는 권유를 받았으나 이를 뿌리치고 날마다 이 봉우리에 올라가 고려의 멸망을 슬퍼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   이수봉

 

 

  이수봉은 무오사화(戊午士禍)에 연루된 정여창이 이곳에 숨어 위기를 두 번이나 모면하였다고 지어진 이름으로 봉은 높지 않지만 남북으로 흐르는 능선을 중심으로 산세가 수려하게 펼쳐져 있다. 

 

  이수봉을 지나  만나는 곳이 청계산의 최고봉인 만경대이다. 현재는 출입불가지역이다. 만경대라는 지명에도 조견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조견이 두류산에서 청계산(淸溪山)으로 옮겼는데, 때로 높이 올라 탄식도 하고 때론 계곡에서 시를 읊기도 하였다 한다. 매번 가장 높은 석봉(石峰)에 올라 송경(松京:개성)을 멀리 바라보며 통곡하였는데, 계수(溪樹)와 산운(山雲)도 슬퍼하고 아무 빛깔이 없었다 한다. 조견이 통곡할 때 검은 구름이 송악(松岳)에서 청계산까지 쭉 뻗치니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기면서, 다들 조견의 충성에 하늘이 감응한 것이라 하며, 그 봉우리를 ‘망경대(望京臺)’라 불렀다 한다. 그 뒤에 망경대가(望京臺歌)가 세상에 퍼졌는데, 누가 지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견은 조선이 개국하는 데 협력하여 개국공신(開國功臣) 2등에 책록되었고 조정에 출사(出仕)하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으므로 그가 고려에 절의를 지켜 은거하였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   매봉

 

  청계산의 유래를 살펴보면, 청계산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곳은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라고 한다. 그전에는 청룡산이라 불렸다. 청룡산의 유래는 과천 관아의 진산을 관악산으로 볼 때 관천 관아의 왼편에 산이 있어 마치 풍수지리의 '좌청룡' 형국이라는데서 불렸다고 매봉 근처의 안내판에 소개되어 있다.

 

 

▲   매봉에서 본 북쪽, 앞으로 걸어야 할 선녀봉과 양재화물터미널 옆의 높은 건물들이 보인다

 

▲   매바위

 

▲   돌문바위

 

 

▲   돌문바위에서의 맨발나그네

 

▲   광교산~청계산을 걷고 있는 일행들

 

▲   봉우리가 예쁜 여성처럼 보여 이름이 붙여졌다는 옥녀봉에서 휴식을 취하고...

 

 

▲  드디어 날머리인 양재화물터미널

 

  사람들은 걷는다. 백두대간도 걷고, 정맥과 기맥, 지맥, 분맥, 단맥의 산줄기들을 찾아 걷는다. 그뿐아니라 서울근교 사람들은 강북5산인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이란 이름을 붙여 종주산행을 즐기기도 하고 강남7산(광교산-백운산-바라산-청계산-우면산-관악산-삼성산)이라고 이름을 붙여 종주산행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내겐 꿈같은 이야기이니 엄두를 내보지 못한다. 그나마 광교산~청계산 구간은 꽤 오래전에 두 번 걸어본 적이 있는데  맨발걷기를 시작한 이후 맨발로 한 번 걸어봐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다.

 

 

▲  어둑어둑해진 광교산~청계산 산길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광교산~청계산 종주는 그리 험한 길은 아니다. 육산들로 이어져 있어 맨발로 걷기에도 무리는 없다. 다만 그 거리가 24km에 이른다는 것이다. 보통은 8~10시간이 소요되는 산행길이다. 그런데 오늘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12시간이나 걸린 맨발걷기였다. 하긴  환갑을 맞은 나에게 약간은 무리인 산행길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더 늦기전에 한 번 맨발로 걸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고, 오늘 그예나 고난의 길을 마쳤다. 대저 산행길은 우리네 인생길과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 모르겠다. 오름이 있고, 내려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올라갈 수 없어 돌아가기도 한다. 별 오르내리막이 없이 평탄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인생길도 그렇다. 오르막에서는 그것이 인생의 황금기인냥 좋아하다가  내리막을 맞으면 죽을듯 힘들고 아파하기도 하고, 평탄한 마루금을 걸을 때에는 그런대로 살만하다고 느긋해 하는 것이 인생길이고 산행길이다. 이제 나이를 먹고보니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소중하여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 산행길이자 인생길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어디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게 바쁘게 살아 본 젊은 날도 있었지만, 그 모두가 허세이고 일장춘몽 아니던가?

 

 헤르만 헤세는 "인생의 길이란 급히 가건 느리게 가건 앞길에 허다한 길이 있고, 재물은 악한 방법으로 모으던 좋은 방법으로 모으던 죽음에 이르러서는 결국 빈 것이 되고 만다"라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험난한 인생길을 택한 사람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일에 즐거움을 느낄 것이고, 평탄한 인생길을 선택한 사람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라고 했다던가. 어찌되었건 내게도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이승과 헤어질 날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으니 앞으로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모두 소중히 여기고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 인생길과 산행길이 되었으면 한다. 산이 주는 교훈을 항상 머리에 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인생길의 후반부를 장식하려 한다. 

 

 그 인생의 후반부에 산이라는 애인들을 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그저 묵묵히 반겨주는 이곳 저곳의 애인(山)들이 있어 이런저런 어려움에 처한 인생길 굽이굽이 마다, 그리움이 사무쳐 몸둘바를 몰라 방황할 때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언제나 자상한 미소로 반겨 준 것이 조강지처 광교산과 애인(山)들이다. 내가 위로 받고 싶을 때마다 그 넓은 어깨를 내 준 것도 조강지처 광교산과 애인(山)들이었고, 나 혼자 삶이 버거워 껴안을 수 조차 없을 때에 가만히 안아 준 것도 조강지처 광교산과 애인(山)들이었다. 그러기에 보배로운 애인(山)들과의 운우지정의 흔적을 되씹으며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즐거움이다. 내 마지막 숨을 몰아 쉴 때까지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할 존재, 바로 너 산이다.

 

맨발나그네가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세상을 걷는 이야기 (  http://blog.daum.net/yooyh54/524 )

 

( 댓 글 )

 

달호 14.06.08. 15:34
멋있게사시네요ㅎ
감동글 가슴에 새겨갑니다^^
 
그냥조아 14.06.09. 07:43 new
멋집니다.
 
jerryntom 14.06.09. 09:02 new
멋진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희 14.06.08. 19:47 new

맨마지막 모습이...
그제 어제 연달아 산행했더니
아직도 힘든데...선배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따스한마음(회장) 14.06.08. 20:30 new
2007년도에 걸었다는 건가여 아니면 현충일날인가요 산행기 날짜가 2007년도로 되어있어나서요 ㅎㅎㅎ
더위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몸을 생각하셔서 약하게 실실 조금마 ㄴ걸으세요 몸살납니다 걱정이 되나서요 ㅋ
저도 맨발로 조금 걸어보니 고난이 정말 말이 아니더라구요 대단하심을 알앗습니다 ㅎㅎㅎ

 

선배님의 조강지처 광교산 사랑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새별 14.06.08. 12:23 new
와~ 산길 23.6km대단하시당~
잘 지내시지요?
 
엘도라도 14.06.08. 12:55 new
흠 흠 그날 저도 쉬는날이라 혹시 전화좀 드려볼까했는뎅....
그냥 친구랑 가까운 계양산서 놀았쥬....
무지막지한 행군이 아니였을까 ㅎㅎㅎㅎ
대단들 하십니당~~~
 
임경환 14.06.08. 23:08 new
맨발산행으로 수원에서 서울까지 사진의 멋진모습 놀랍고 감사드립니다

 

산초 14.06.09. 09:05 new
맨발나그네님 대단하십니다, 잘 보았읍니다,,,,,,,,,,,,,,,,,,,,

 

3대장-전용훈 14.06.09. 09:08 new
하루에 12시간을 산행하시다니 체력이 좋으시네요.ㅎ
저도 나중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후기 잘 보았습니다~ ^^

 

도요새의 눈 14.06.09. 16:43
고생하셨습니다 잠시들러 잘 보고 갑니다

 

  • 감치미

    일일선이 되어보고 싶네요. 즐감입니다. 2014.06.09 08:42

  • 소낭구

    대단한 체력가들...육십리를 잘도 걸으셨네요. 밤에도 걸으시고.. 2014.06.09 12:23

  • 오라이

    인생을 달관한 일일선들의 이야기...멋지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2014.06.09 14:37

  • 진시몬

    수고하셨어요. 덕분에 아주 호사를 합니다. 집에서 편히... 2014.06.10 11:17

  • 나유미

    맨발이 주는 감미로운 감촉은 모래사장을 걸을때지 자갈길 가시밭길은 아니던데...고생이 많으세요. 멘발님.. 2014.06.10 15:48

  • 황정승

    이여인 저여인 안고 입마춤할때는 좋았는데..그래도 끝까지 기다리고 맞이하는 이는 조강지처뿐이로고... 2014.06.10 17:24

  • 땡중

    맨발님 광교산이 넘 정이 갑니다. 2014.06.12 17:29

  • 쉰세대

    수지쪽에서 한번 돌았는데 산행하기 넘 좋았어요. 즐감입니다. 2014.06.13 18:33

  • 날센돌이

    광교산 너무 좋음. 한번 가보세요. 2014.06.16 11:09

  • 티쳐

    광교산도 참 좋지요. 나그네님의 조강지처... 2014.06.18 08:53

  • 사샤

    전 수지쪽에서 올라가봤는데 참 좋았어요. 즐감입니다. 2014.06.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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