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S라인 동강의 전망대 백운산

맨발나그네 2014. 11. 25. 15:42

(정선과의 만남1)  덕산기계곡 ( ☞ http://blog.daum.net/yooyh54/497 )

(정선과의 만남2)  두위봉 ( ☞ http://blog.daum.net/yooyh54/532 )

 

S라인 동강의 전망대 정선 백운산

 

● 산 행 지 : 정선 동강 백운산(882.5m)

● 산행일시 : 2014년 11월 23일 (日)

● 누 구 랑 : 산7000 산악회

● 산행코스 : 운치리 잠수교~병매기고개~전망대~병매기고개~백운산 정상~684봉~추모비~나륜재~갈림길~제장교~취수장~산성민박

● 사진은 ? : 소리새, 따스한마음, 쌩쥐, 활화산, 혁이아빠

 

 

▲ 산행 지도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의 코스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의 코스

 

▲   들머리에서 단체사진

 

  계절은 벌써 가을을 보내고 겨울의 문턱에 와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올가을 11월들어 여인(山)들과의 운우지정이 소홀했는데 오늘 산7000산악회가 정선의 ‘동강의 전망대’라 불리우는 백운산을 찾는다기에 따라 나선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만 하다’라고도 하며, ‘산과 산을 이어 빨래줄을 걸을만 하다’라고 표현되는 정선은 옛날에는 궁벽한 산골이었다. 하지만 산골이라는 약점이 오늘날에는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고장이다. 그곳에 흰구름이 항상 끼어 있는 데서 그 지명이 유래한 백운산이 있다. 아마도 800~1,500m의 산이 수십개라는 정선에서 석회암 돌산인데다가 겨우 882.5m인 백운산은 높이로 보나 생김새로 보나 명함 내밀기가 쉽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동강 중심부에 우뚝선 백운산은 산세가 험할 뿐 아니라 수백길 뼝대(이 지방 사람들은 ‘절벽’을 이렇게 부른다)의 파노라마가 있고, 그 뼝대에 막힌 물줄기가 휘돌면서 이루어 놓은 물줄기는 S협곡을 이루고 그 옆에는 하얀 백사장이 아름답게 펼쳐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산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산이다.

 

 

 

▲   들머리인 점재마을 잠수교, 옛날에는 섶다리가 있었다는데...

 

 

▲   고즈녁한 산골 점재마을 풍경

 

▲   점재마을을 벗어나 백운산으로

 

▲   백운산을 향하여~~

 

▲   늦가을 정취 가득한 낙엽 쌓인 길을 걷고 있다

 

  오늘의 들머리는 운치리 점재마을 잠수교이다. 원래는 점재마을 점재나루가 있던 곳이라 한다. 그 전에는 주민들이 줄배를 타고 강을 건넜으며, 강이 얼어 배가 뜨지 못하는 겨울을 나기위해 해마다 섶다리를 설치하던 곳인데 지금은 볼품없는 콘크리트 다리가 대신하고 있는 곳이다. 잠수교에서 단체사진을 찍고는 띄엄띄엄 마을을 이룬 점재마을을 떠나 백운산으로 향한다. 가을걷이를 끝낸 산골마을은 고즈녁하다. 미쳐 수확을 하지못해 까치밥으로 남은 감들이 외로워 보이는 늦가을 정취를 감상하며 걷는다. 마을을 벗어나면 고도를 급격히 올려야 하니 된비얄도 이런 된비얄이 없다. 코가 무릅에 닿을 정도다. 하지만 활엽수로 가득한 등산로는 낙엽으로 파묻혀있어 늦가을의 정취를 맘껏 맛볼 수 있어 좋다. 그렇게 숨을 헐떡이며 병매기고개에 닿은후 왼쪽으로 난 전망대를 향한다.

 

 

▲   전망대에서의 맨발나그네

 

 ▲   전망대에서의 본 S라인 동강

 

 

▲   전망대에서의 본 S라인 동강과 산골마을

 

▲   전망대에서의 본 S라인 동강

 

  전망대는 곡류천(曲流川)인 동강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 S라인 협곡을 지리학적으로는 사행천(蛇行川 meander)라고 하는데 계곡 사이를 흐르는 강물의 차별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이란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이름이나 이론을 우린 알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보는 이에 따라 휘돌아 흐르는 강물은 뱀이 되기도 하고 여인의 몸매가 되기도 하니 그저 벼랑 끝에 서서 S라인의 치명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면 되는 것이다. 오늘은 안개가 살짝끼어 더 몽환적인 모습이다. 마치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수증기 가득찬 목간통에 그 모습이 흐릿한 여인의 모습처럼 보이는 동강이다.

 

 

▲   된비얄을 오르고 있는 일행들 

 

▲   전망바위에서 S라인 동강을 배경으로 백치아다다와 

 

▲   쉽지않은 백운산 등산로 

 

▲   숨을 헐떡이다 잠시 쉼을 갖으며 환상적인 운해를 감상하는 맨발나그네

 

▲   동강 너머로 펼쳐진 황홀경 운해

 

▲   동강 너머로 펼쳐진 황홀경 운해

 

▲   동강 너머로 펼쳐진 황홀경 운해

 

 전망대에서 동강이 펼쳐내는 절경을 감상하고 오던 길을 되짚어 백운산 정상으로 향한다. 그 길 또한 만만치않게 가파르다. 하지만 가끔씩 전망바위가 나와 뒤돌아 보며 치명적으로 아름답게 펼쳐친 S라인의 동강을 감상하며 오르는 길은 그 어려움조차 즐거움으로 승화한다. 특히나 중간에 잠시 숨을 고르며 동강 너머를 보니 그곳은 운해가 넓게 펼쳐져 있어 길가고 있는 나그네에게 또다른 풍광을 내보인다. 1년이면 대략 50~60회의 산행을 하고 있지만 당일산행을 주로 하고 있는 이 나그네는 주로 아침 저녁으로 보여지는 운해를 보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오늘은 흰구름이 항상 끼어있다는 백운산 아니던가. 근처의 산악지형과 동강의 습도가 빚여 낸 풍광은 비탈길을 오르느라 헐떡이던 숨을 멎게 만드는 아름다움이다. 비록 내가 백운산 속에 있으니 멀리서 이 산이 어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강 건너 산들이 펼쳐내는 산그리메는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이 맨발나그네 다시 일일선(一日仙) 모드로 바뀌어 동강에 취하고 강건너 산그리메가 펼쳐낸 황홀경에 취해 걷는다.

 

 

 

▲   동강 백운산 정상

 

 그렇게 걷다보니 백운산 정상이다. 돌탑과 아담한 정상석이 지키고 있는 정상은 그동안 올라오면서 봐왔던 풍경이 아름다워서인지 별 감흥을 못 느낀다. 정상을 벗어나 조금 걷다가 점심상을 펼친다. 김장철이어서 인지 메뉴는 주로 배추쌈이다, 희빈장씨는 정성들여 보쌈 돼지고기까지 준비하여 일행을 감동시킨다. 속이 좋지않아 무알콜 산행을 선언했건만 그예나 백치아다다가 준비해 온 복분자를 몇 잔 털어 넣을 수 밖에 없는 메뉴들이다.

 

 

 

 

▲   하산길 내내 보였다 안보였다 하며 얼굴을 내민 동강

 

▲   곳곳에 추락주위 팻말이 놓여있는 쉽지 않은 하산길에 잠시 쉼을 갖는 맨발나그네

 

 ▲   하산길 내내 보였다 안보였다 하며 얼굴을 내민 동강

 

 

  이제 점심을 해결하였으니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들머리에서 날씨 때문에 벗지 못한 등산화를 벗어 배낭에 갈무리하고 길을 나선다. 하산길 또한 만만치 않다. 대여섯개의 산봉우리를 넘고 넘어야 하는 길이다. 급경사의 내리막과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거기다가 좌측으로는 수백길 단애여서 대부분이 밧줄로 경계를 만들어 놓았다. 곳곳에 추락위험 팻말이 걸려있다. 밧줄은 경계이기도 하고 몸을 지탱해주는 버팀줄이기도 하다. 아마도 지금까지 겪어 본 산중에 밧줄이 가장 많이 늘여져 있는 산인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좌측으로 펼쳐진 동강의 아름다움이 오르고 내림의 어려움과 지루함을 달래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 해인가 낭떨어지에 실족하여 죽은 이의 추모비를 지나 문희마을과 제장마을을 가르는 나륜재를 지나고 다시 칠족령과 마을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마을쪽으로 길을 잡아 내려선다.

 

 

▲   날머리인 제장교와 동강 

 

▲   제장교에서 바라 본 백운산 능선과 뼝대

 

 

 제장마을 제장교에 서서 지나온 백운산을 뒤돌아보고 유유히 흐르는 동강을 바라본다. 오대산에서 발원하는 오대천과 정선 북부를 지나는 조양강이 합류하여 만들어진 강이 동강이다. 이 강이 65km를 흘러 흘러 영월 하손리에서 서강과 만나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영월읍을 기준으로 동쪽에서 흘러오면 동강이고, 서쪽에서 흘러오면 서강이라 부르는 단순한 강이름이다. 유장한 세월동안 흐르고 흘러 만들어진 동강은 삶의 애환과 고초가 있었던 곳이다. 그 애환과 고초를 엮어낸 것이 정선아라리일 것이다. 하지만 작금에는 뗏목이 떠다니던 강물에서 레프팅을 즐기고 산과 강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비경을 감상하며 힐링을 하기위해 찾는 곳이 되었다.

 

 

▲   함께한 산 벗님네들 

 

▲   함께한 산 벗님네들 

 

함께한 산 벗님네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정선군 취수장이고 폐교된 고성분교 옆 산성민박에 이른다. 그곳에서 산악회가 제공하는 곤드레나물밥으로 뒤풀이를 하니 오늘도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 : 하루를 맑고 욕심없이 소박하게 산다면 하루일망정 신선같은 삶을 살 수 있다) 흉내를 낸 날이 되었다.

아! 아사세갱하희! (我捨世更何希 : 내가 티끌세상을 버렸거니 다시 무엇을 바라랴, 경허스님 말씀)

 

 

맨발나그네가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세상을 걷는 이야기 (  http://blog.daum.net/yooyh54/524 )

 

( 댓 글 )

백치아다다 14.11.26. 08:56
나그네님에 산행후기는 언제나 잔잔한 감동을 주는것 같습니다.
산행 하다보면 미처 보지 못한 풍경들과 지명까지도 글과 사진으로 올려주시니
다시한번 산행에 기쁨을 맞이하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내년에도 쭈~욱 산행기를 기대해 봅니다~~
 
소리새 14.11.26. 12:07
갑장이 연모하는 여인네들과의 오랜 인연을 위해서라도.. 몸관리에 신경 쓰시게나..
건강을 잃게되면 여인들도 멀어진다네.. ㅎㅎ
 
한치재 14.11.27. 11:50 new
나이들면 산행하기 어려운 산이라 느끼면서 넘어온 산 인데 천천히 스치는 그날을 생각이 나도록 글을 쓰 주어서 감사히 읽고 갑니다
 
산행후 이렇게 뒤늣게 읽게되는 보너스 산행기 !!
그날에 감회가 다시금 새롭게 닥아옵니다 행복한 추억 만들어 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김영희(고31) 14.12.07. 09:10
곳곳이 아름답네요
들머리 날머리 강을 건너야 하니 실로 아사세갱하희가 터져나올 법도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산 아름다운 유윤희가 있어 행복합니다~ 
 

 

브레드 14.11.26. 10:43
정선! 동강 언젠가 꼭 한번 반드시 가봐야 겠습니다.^*^

 

무등산 자유인... 14.12.03. 15:29
멋지군요 산에좀 가야하는데..

 

  • 쥬라기

    백치아다다님의 센스가 아니었다면 일일선은 무산될뻔... ㅎㅎ 2014.11.26 07:18

     
  • 미리내

    즐감하고 갑니다. 2014.11.26 09:54

     
  • 티파니

    멋진 산행기 잘읽고 가네요. 늘 건강하세요. 2014.11.26 13:02

     
  • 가을여자

    일일선이라도 이루려는 나그네님의 바램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2014.11.26 18:35

     
  • 나유미

    잘보고 즐거웠는데 사진이 어디로 갔나요? 2014.11.26 18:39

     
  • 땡중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갑니다. 늘 즐산안산하시고...우화등선하세요~~~ 2014.11.27 06:48

     
  • 가으리

    경치가 끝내줍니다. 울나라에도 저런 멋진 곳이 있다니...운해도 참 좋습니다. 2014.11.27 20:32

     
  • 조랑말

    참 잘보네요. 정말 가보고 싶은곳입니다. 2014.11.28 06:33

     
  • 티쳐

    저곳에 사는 이들은 모두다 인간의 탈을쓴 신선들이겠네요. 즐감입니다. 2014.11.28 18:18

    고시네

    아주 잘봅니다. 산행기 내내 가고싶은 충동을 받게하네요. 2014.11.30 17:22

  • 동이

    우리나라가 이렇게 예쁜지 예전엔 미처 몰랐네요. ㅎㅎ 2014.12.02 07:03

  • 순돌이

    이글을 읽으며 동강답사를 하고픈 욕망이 부글브글.. 2014.12.03 06:41

  • 쉰세대

    동강.. 이름부터가 정감어린 고향마을처럼 그리움의 대상이 되네요. 2014.12.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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