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은빛 물결 넘실대는 억새바다, 오서산에 빠지다

맨발나그네 2014. 10. 19. 15:13

 

은빛 물결 넘실대는 억새바다, 오서산에 빠지다

 

● 어 디 를 : 오서산(791m)

● 언 제 : 2014년 10월 18일(토)

● 누 구 랑 : 수원문화원산악회

● 코 스 는 : 상담주차장~정암사~오서산~시루봉~상연주차장

● 사 진 은 : 소리새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의 오서산과의 운우지정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의 오서산과의 운우지정

 

▲   함께한 일행들

 

 요즈음은 계절적으로 가을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가을하면 뭐니뭐니해도 단풍과 억새를 꼽는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단풍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서 떠나기도 하고, 은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억새밭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꼽는 대표적인 억새 명소는 수도권에는 포천 명성산, 강원권에는 정선 민둥산, 영남권에는 울산 영남알프스, 호남권에는 장흥 천관산이 있고 중부권에는 보령의 오서산을 꼽는다. 특히 오서산은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억새 군락지이다.

 

 

▲   은빛바다 오서산의 억새밭 

 

 오늘은 이 맨발나그네도 은빛 물결로 출렁이는 오서산의 품에 안겨 운우지정을 치뤄보고자 길을 떠난다.

오서산은 우리나라 서해 연안인 충남지역의 산 중에는 가장 높으며 금강의 분수령인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다. 보령시를 비롯하여 홍성군, 청양군에 걸쳐 3개 시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라 한다. 서해 바닷길의 길잡이를 하는 산이라 ‘서해의 등대’라 불리우기도 하는 오서산(烏棲山)의 이름은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깃들어 사는 산이어서 까마귀의 보금자리(烏棲)라 불렀다고 보령시청 홈페이지는 전한다. 하지만 경인일보 송수복기자는 2014년 4월 11일 경인일보에 자신의 오서산 산행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전한다.

< 역사속에서 오서산은 삼국사기에 오서악(烏西岳)으로 기록되어 있다. 국가차원의 천제를 올렸던 곳으로 대사, 중사, 소사 중에서도 대사에 속할 만큼 영산으로 추앙하던 산으로 백제부흥운동의 정신적 중심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태양 안에는 세 발 달린 까마귀인 삼족오가 살고, 신의 사자로서 천상과 인간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라는 우리민족의 태양숭배사상이 묻어났던 산이었던 것을, 일제강점을 거치면서 까마귀산으로 비하해 불리게 된 것이다. 근대에선 서해를 굽어보는 산 중에 으뜸인 산으로 뱃사람들로부터는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라고...

 

 

▲   정암사 가는 길 만난 풍경

 

▲   정암사 가는 길 만난 풍경

 

 

▲   정암사 전경

 

▲   정암사 극락전 앞에서 산친구들인 따스한마음과 김남규박사와 함께

 

 

  오늘 오서산과 운우지정의 들머리는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상담주차장이다. 마을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소나무 울창한 숲길을 걷기도 하며 오르다 보니 고려시대 승려 대운이 창건했다는 정암사다. 정암사에서 잠시 땀을 식힌후 정암사 산신각 옆으로 난 능선으로 정상을 향한다. 정암사 오른쪽으로 원래의 등산로가 있는데 지금은 거액을 들여 계단길을 만들었건만 계단길이 불편하여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산행대장의 권유에 의해 모두들 산신각 옆으로 난 길을 택해 걷는다. 무척 가파른 된비얄길이다. 숨이 턱에 차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 쯤이면 안부에 닿는다. 지금까지의 길에 비해 완만한 주능선을 따라 걷다가 본격적으로 억새밭이 나타나기 전 나무 그늘 아래 이른 점심상을 펼친다. 저 멀리 억새 군락이 펼쳐내는 은색의 향연을 감상하며 술 한 잔 곁들이니 이곳이 무릉도원이고, 맨발나그네는 또 다시 일일선(一日仙)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   전망바위에서 서해바다를 배경삼아 쉬고 있는 맨발나그네 

 

▲   무릉도원에서의 점심시간

 

▲   먼발치에서 바라 본 오서산 억새밭 

 

▲   오서산 억새바다 

 

▲   오서산 억새바다에 풍덩 빠진 맨발나그네 

 

▲   신선들의 놀이터 같은 오서산 억새밭 

 

 점심식사 후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본격적인 은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억새바다에 풍덩 빠져 본다. 마침 해를 바라보고 걷고 있자니 온통 은빛으로 반짝 반짝 빛나는 억새 바다가 넘실댄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의 조망은 일망무제이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늑하고 평화롭게 서해바다에 점점히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황금벌판과 그 넘어로 크고 작은 산들이 아기자기하게 어깨를 마주하고 이어진다. 앞쪽인 남쪽으로는 2km에 이르는 능선을 따라 억새가 펼쳐내는 은빛물결이 흐드러지게 넘실대고, 그 너머에는 수많은 산들이 아기자기하게 병풍처럼 둘러쳐져있어 나그네의 눈과 마음을 힐링해 준다.

 

 

▲   함께한 수원문화원산악회 식구들 

 

▲   홍성군이 세운 오서산표지석에서 

 

▲   2km에 걸쳐 은색물결이 파도치는 주능선길 

 

▲   주능선에서 조망되는 서해바다 

 

▲  끝없이 펼쳐지는 억새밭 

 

▲   일일선이 되어 오서산과 운우지정 중인 맨발나그네 

 

▲   보령시 지역에 세워져 있는 정상 표시석에서 

 

▲   고고하게 흔들리는 가을날의 진객 억새밭에서 일행중의 한분과.... 

 

 고고하게 흔들리는 억새는 가을날의 진객이다. 오서산의 억새밭은 주능선을 따라 약 2km에 이른다. 면적으로는 대략 1만여평이라 한다. 주변으로 펼쳐지는 풍광 또한 예사롭지 않으니 이 맨발나그네 영화같은 환상적인 풍경에 황홀해진다. 멜로영화속 주인공이 되어 억새밭 사이를 걷는 낭만을 맛본다. 아니 수채화 속 인물이 되어 본다.

 

 

▲   오서산 주능선 동쪽으로 펼쳐진 풍광

 

 

▲   멜로영화속 주인공이 되어 억새밭 사이를 걸으며 낭만을 즐기고 있는 맨발나그네

  

  세상에는 참 많은 여인(山)들이 있다. 그녀들은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내게 닥아온다. 모습이 같은 여인(山)은 찾아 볼래야 찾아 볼수도 없을뿐더러 같은 여인(山)이라도 계절마다 그 모습을 달리하는 천의 얼굴을 가진게 여인(山)의 모습이다. 오늘 운우지정을 나눈 오서산도 봄에는 진달래꽃이 아름답고, 가을이면 은빛 억새로 도배가 되고, 겨울이면 억새에 핀 눈꽃이 일품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깊어가는 가을 저녁 무렵 억새밭에 내려앉은 붉은 서해낙조는 압권이라 한다. 하지만 가을 은빛 억새 물결을 제외한 모두를 다음 기회로 돌릴 수 밖에 없는게 안타까움이다.

 

 

▲   하산길 성연마을에서 만난 가을의 감나무  

 

 

▲   하산길 성연마을에서 만난 가을의 모과나무  

 

 

그렇게 걷다보니 시루봉이고 다시 급경사 길을 따라 날머리인 성연주차장으로 향한다. 임도를 지나니 이 맨발나그네가 가장 무서워하는 밤나무밭이 펼쳐진다. 족히 칠팔백미터에 이르는 밤나무밭 사잇길에는 밤까시가 널려있어 맨발로 걷고있는 이 맨발나그네의 애를 태운다. 같이 걷고 있던 일행 중의 한 분은 스틱으로 밤까시를 걷어내 주기도 하고, 또 다른 분은 업어 건너 주겠다고 농담을 하며 걷는다. 조심 조심 발을 디디건만 어쩔 수 없이 밤까시의 공격을 받아 찔려가며 걷고 있자니 어느덧 날머리인 성연주차장이다.

 

 

▲   오서산과 운우지정을 나누고 있는 맨발나그네 

 

  이 맨발나그네에게 세상의 모든 산들은 연인이다. 사랑스런 그녀(山)들과의 운우지정은 끊을 수 없는 유혹이다. 그녀(山)들의 품에 안기면 어릴적 응석부리던 나를 안아주던 어머니의 품과 같고, 언젠가 꿈속에서 안겨 보았던 여인의 품과 같다. 내가 위로를 받고 싶을 때마다 그 넓은 어깨를 내준 것도 산이었고, 삶이 버거워 나혼자 껴안을 수 없이 절망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가만히 안아 준 것도 산이었다. 이런 저런 어려움의 인생길 굽이마다, 그리움이 사무쳐 몸둘바 몰라 방황할 때도 항상 자상한 미소로 맞이해준 건 오로지 그녀 산이었다. 그런 여인(山)과의 만남은 행복이다. 거기에다 산에서 만난 산친구들이 있어 그 행복은 배가된다. 오늘도 항상 산행기랍시고 졸필을 늘어놓는 이 맨발나그네에게 산행기에 쓸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갑장 소리새가 있고, 언제나 변함없이 산과의 운우지정에 동행을 해주는 따스한마음과 김남규박사가 있어 더 행복하고 풍성한 하루였다. 그러기에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떠날 그날까지 건강이 허락하고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그녀(山)들과의 운우지정은 계속될 것이다.

 

맨발나그네가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세상을 걷는 이야기 (  http://blog.daum.net/yooyh54/524 )

 

( 댓 글 )

따스한마음(회장) 14.10.20. 14:16
모처럼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였습니다
함께함에 산행기에 출현도하구 감사합니다 ㅎㅎㅎ

 

띠아모미래 14.10.21. 23:28
대단하시군요~~~~그저 부러울 뿐이람니다
 
건강하기 14:22 new
오서산 갈대가 예쁘다던데..
언제 가 보려나

 

브레드 14.10.20. 12:23
멋지십니다 ^*^
 
새별 14.10.21. 13:32
나그네님, 안녕하시지요.
항상 그 모습 그대로~
더 이상 늙지 않는 비결이 아마도 끊임없는 산행 덕분인 듯~

 

  최강일47 14.10.20. 20:31
운우지정이란말은앞으로 뺄것.궁색해보이쟎여.
 
좋은친구 17:40 new
좋습니다 ^^
풍경좋고~
인물좋고~
늘 미소가 멋지십니다
 

 

김정중(22-23회) 14.10.20. 17:07
ㅎ 옛날엔 억새가 많이 있엇는디 지금은 별루입는디요 다섯번은 갓시유 ㅋ

 

짱~가 14.10.20. 11:20
즐산을 축하드립니다~~~

 

  • 땡중

    주능선에서 바라다보는 서해바다쪽 전망이 아주 좋아요. 즐감합니다. 2014.10.19 18:47

  • 미리내

    오서산에 힌서리가 내린줄 알았습니다. ㅎㅎㅎ 2014.10.19 19:36

  • 가을여자

    능선에만 억새군락이 보이네요. 전국의 이곳 저곳에서 운우지정에 빠지신 나그네님의 건강을 빌어봅니다. 2014.10.20 06:04

  • 라이언

    아직 억새가 싱싱하네요. 좀 늦으면 마구 짓밟아서 안스럽지요. 2014.10.20 12:26

  • 티쳐

    억새밭에서 바라다보는 서해바다 넘 멋있네요. 즐감 2014.10.20 17:22

  • 문희

    멋지네요. 함 가고 싶어요. 2014.10.21 09:22

  • 사샤

    억새밭좀 망가트리지 말았으면 좋겟어요. 좀 늦게가면 개새끼들 뛰어다닌 것처럼 짓망가져 있더라구요. 2014.10.22 16:01

  • 쥬라기

    좀늦게가면 좀 춥더라구요. 바람이 아주 세서요.ㅎㅎ 2014.10.23 08:54

  • 동이

    곱게 늟어가는 촌로의 모습..즐감합니다. 2014.10.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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