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해남 땅끝마을의 두륜산을 맨발로 거닐다

맨발나그네 2015. 4. 17. 10:02

해남 땅끝마을의 두륜산을 맨발로 거닐다

 

어 디 를 : 해남 두륜산(703m)

언 제 : 2015411()

누 구 랑 : 수원문화원산악회

코 스 는 : 오소재-오심재-노송봉-가련봉-만일재-표충사-대흥사-대흥사 주차장

사 진 은 : 최중영님, 김광석님, 맨발나그네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의 코스


▲ Tranggle GPS에 기록된 오늘의 코스


 

  땅끝마을 해남은 한국인들에게는 노스텔지어다. 누구는 한반도의 끝이라고 하고 누구는 한반도로 들어서는 시작이라고도 한다. 아니 바다의 시작이라고 한다. 시인 고정희는 남도행이라는 시에서 해남의 그림같은 산과 들에 절하고 싶고 무릅꿇고 입맞추고 싶다고 노래했고, 나희덕은 시 땅끝에서 좌절과 고통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생에 절망한 21살때의 김지하 시인은 땅끝의 사자봉에 올라 자살을 결심했다가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안고 돌아서서 애린이라는 시를 남겼으니 분명 해남은 끝남이 아니고 시작인 것이다. 각설하고 아름다운 산과 들이 펼쳐져있고 그 사이사이로 볕에 반짝이는 갯벌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으니 그 질박한 아름다움은 노스텔지어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15년 한국인이 좋아하고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www.mustgo100.or.kr)을 발표하면서 ‘2012~2013 한국관광 100에 연이어 해남 땅끝 관광지를 올려놓고 있다.


▲   오심재에서


▲   두륜산 가는길


▲   헤어지기 섭섭하여 아직 떠나지 못한 동백꽃


▲   봄을 만끽하며 잠깐의 휴식을....

 

 해남이 아름다운 노스텔지어임에는 틀림없지만 수도권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 나그네에겐 쉽게 안겨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20125월 미황사와 도솔암을 품고있는 달마산을 다녀온지 3년여만에 찾은 해남땅이다.

 설레임을 안고 새벽 6시에 수원을 출발한 일행이 5시간여만에 도착한 해남은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조차도 아름답다. 황토벌을 수놓은 보리밭 푸른 싹들이 온 천지를 뒤덮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고은 시인의 시 땅끝대로

땅 끝에/왔습니다./살아온 날들도/ 함께 왔습니다./저녁/파도 소리에/동백꽃 집니다. (고은 땅끝전문)

이 나그네 비록 저녁 파도 소리 들을새 없이 떠나야 하는 처지이지만 땅 끝에 온 것에 가슴벅차하면서 두륜산의 들머리인 오소재에 도착이다.

오소재를 출발하여 오심재에 이르는 길은 그리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중부지방은 이제 벚꽃이 한창이어서 벚꽃축제를 한다고 난리이지만 이곳 남도는 이제 벚꽃을 떠나보낼 준비에 분주하다. 그리고 또다른 봄소식을 한아름 안은 봄의 전령사들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과 봄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덧 오심재에 이른다.


▲  노송봉 가는길 만난 데크목 계단


▲  몇몇 군데 남아있는 예전의 발자취



▲  노송봉에서



 그곳에서 일부는 북미륵암을 거쳐 만일재로 향하고 또다른 일행들은 두륜산의 정상이 있는 가련봉을 향한다. 이 맨발나그네도 두륜산정상팀에 끼어 노송봉을 향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암봉의 연속이어서 데크목계단이다전에는 고정로프와 쇠사슬구간에 쇠발판이 박혀 있던 곳인데 최근에 데크목계단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편하긴 하지만 과연 이렇게 데크목계단으로 바뀌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어째거나 별 어려움없이 노승봉에 도착이다.


▲  가련봉에서


▲  노승봉에서 본 가련봉


▲  만일재에서 본 가련봉



 그리고 다시 한참을 내려섰다가 오르니 두륜산의 정상인 가련봉. 산정에서 바라보는 해남의 황토 들녘과 바다는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기에 충분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한라산이 보인다라고 전한다지만 운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그저 두륜산과 바다 사이의 논과 밭만이 이제 완연한 봄임을 알린다. 이렇게 자연을 벗삼아 신선흉내를 내며 하루를 보내는 일일선(一日仙)이 될 수 있음은 행복이다. 희망의 땅 해남의 두륜산에서 봄날의 하루를 보낼 수 있음은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시 가련봉에서 만일재로 내려서는 구간은 데크목과 쇠사슬 쇠발판이 혼재된 구간이다. 예전보다 스릴은 반감되었겠지만 편하게 내려 올 수 있는 구간이다. 그렇게 만일재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대흥사로 향한다.


▲  일지암


▲  봄기운 완연한 대흥사


▲  대흥사의 연리근, 가까이 있는 두 나무의 줄기가 겹치면 연리목, 가지가 하나되면 연리지, 뿌리가 하나되면 연리근이란다. 나이가 천여살이 된 느티나무의 사랑


▲  대웅보전 들어가는 문 침계루(枕溪樓)로 '계곡을 베고 누웠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니 더없이 운치있는 이름이다.


▲  대흥사의 봄


▲  대웅보전


▲  대흥사 뒤편으로 와불모양의 두륜산



  내려오는 길은 너덜길이어서 맨발나그네를 힘들게 하지만 봄기운 충만한 주변의 나무들과 친구가 되어 어려운줄 모르고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일지암 갈림길이다. 또다시 몇몇은 일지암으로 향한다. 초의선사(1786~1866)42년간 머물며 동다송(東茶頌)’다신전(茶神傳)’을 집필한 암자로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같은 당대 대학자, 문인들과 교류하던 인연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이 맨발나그네 일지암을 지나쳐 표충사 못미쳐에서 세족을 즐긴후 표충사를 거쳐 대흥사를 둘러본다. 두륜산의 품에 안긴 대흥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되어 이어져 온 천년 고찰이다. 대흥사의 편액들 또한 명필들의 작품이니 무량수각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요, 표충사는 정조대왕의 친필이라 한다. 대웅보전 현판 글씨는 추사와 원교의 일화가 전해지는 원교 이광사의 글씨라고 한다. 천연기념물 173호인 두륜산 왕벚나무 자생지가 있고, 뿌리가 붙어 한 몸이 된 연리근이 있는 사찰이다. 절 입구에서 바라보면 왼쪽부터 고계봉(638m), 노승봉(685m), 가련봉(703m), 만일재, 두륜봉(630m)가 마루금을 형성하며 부처님이 누워있는 모습이니 이보다 더한 명당이 있으랴싶다.



▲  대흥사에서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구림구곡

 


  대흥사를 거쳐 주차장까지 이어진 길도 아름답다. 이름하여 아홉 굽이 굽이지는 숲길이라 하여 구림구곡(九林九曲)’이라 한단다. 봄에는 그림같은 새싹의 반짝임이, 여름에는 우거진 실록, 가을에는 오색단풍, 겨울에는 눈 속에 묻힌 아기동백이 붉은입술을 토해내고 산죽이 푸르름을 잃지않고 눈속에 얼굴을 내미는 아름다운 길이라고 해남군청 홈페이지에 자랑이 대단한 길이다. 길옆으로 흐르는 냇물 흐르는 소리를 봄의 교향악삼아 이 길을 따라 내려오며 서산대사, 초의선사 등의 부도가 있다는 부도밭도 거치고, ‘서편제’, ‘장군의 아들의 촬영지이고 최근에는 12일의 연예인들이 다녀가기도 했던 유선관(遊仙館)도 지나니 날머리로 정한 대흥사 주차장이다.



▲  닭 육회


▲  닭주물럭


 남도에 왔으니 먹거리를 빼 놓을 수 없다.

 오늘은 해남 닭요리촌에 있는 장수통닭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닭발과 닭날개를 잘게 다져서 나오는 육회와 모래주머니가 날 것으로 잘게 썰어져 나오는 회는 난생 처음 먹어보는 음식임에 틀림없다. 덜 부서진 뼈가 입안에 걷돌기는 하지만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제법 이 맨발나그네 술 한잔 안주로 손색이 없다. 육회를 안주 삼아 소주 서너잔을 넘기니 이어서 닭주물럭이 올려지고 이 또한 다 먹어갈 즈음 닭백숙이 등장하니 토종닭의 쫄깃하고 담백함이 자꾸 소주잔을 기울이게 만든다. 닭을 다 먹은후 나오는 녹두죽 또한 일미이니 두륜산이라는 만나보기 어려운 여인()과 운우지정을 치루고 난 후 기력 보강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하루였다.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운 하루였다.


▲  두륜산과의 꽃잠자리에 행복한 맨발나그네


 오늘도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잠시잠깐 해남에 들려 두륜산이라는 여인과 한바탕 운우지정을 치루었으니 이보다 즐거운 소풍이 있겠는가?  날마다 즐거운 여행이고 소풍이면 좋겠지만 오욕칠정으로 가득찬 인생길을 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쉽지않은 주문이다. 해서 이 맨발나그네 주말만이라도 일일선이라는 너울을 쓰고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보려한다. 오늘도 오고가는 시간 포함하여 17~8시간에 걸친 여행이었으니 몸은 피곤하지만 두륜산이라는 절세미인과의 꽃잠자리에 그녀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들뜬 행복한 하루였음을 고백한다.  

( 댓 글 )


좋은친구 15.04.21. 00:53

늘 멋진산들과의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서
자연을 벗삼아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모습에서
나는 그대의 맑은 영혼을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분재 15.04.18. 09:17
산을 타서 건강해지고,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건강에 좋고, 맛난 음식들으 먹어서 건강에 좋고 100세는 끄떡 없겠고만,,,,,,,

지기호 15.04.17. 23:17
맨발 나그네의 사진발 좋고~~
유유자적하니 몸과 마음의 건강은 1등 공신!

시골소녀 15.04.22. 20:34
맨발로 우와 대단하십니다~~^^
 
따스한마음(회장) 15.04.17. 22:59
함께못해 아쉬웠는대 이렇게 산행기로
위안을 삼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감하고갑니다 ㅎㅎ

홍순근18.19 15.04.17. 22:35
유선배님 봄산을 다녀오셨군요...덕분에 다녀온듯 즐감했습니다.
2015년에도 안산 즐산하시길 빕니다.

이분재 15.04.18. 09:17
산을 타서 건강해지고,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건강에 좋고, 맛난 음식들으 먹어서 건강에 좋고 100세는 끄떡 없겠고만,,,,,,,

브레드 15.04.17. 22:31
항상 세상을 다 가지시는 군요^~^
 
산들바람 15.04.18. 07:02
멋지십니다

세환이 15.04.19. 16:03
형님 고생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