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나그네/맨발걷기 경험담

사흘간에 걸친 숲과의 데이트

맨발나그네 2015. 4. 27. 11:07


              사흘간에 걸친 숲과의 데이트

(첫째날)

어 디 를 : 광교산

언 제 : 2015423()

누 구 랑 : 나홀로

코 스 는 : 반딧불이화장실-형제봉-종루봉-시루봉-통신대헬기장-광교헬기장-상광교마을회관(11km)


▲ Tranggle GPS에 기록된 첫째날 광교산 걷기


(둘째날)

어 디 를 : 수원 화성

언 제 : 2015424()

누 구 랑 : 나홀로

코 스 는 : 화성행궁-팔달산(서장대)-팔달문-지동시장-창룡문-화홍문-장안문-화서문-태양조명(6.19km)


▲ Tranggle GPS에 기록된 둘째날 수원화성 걷기


(세째날)

어 디 를 : 청계산 대공원 산림욕장

언 제 : 2015425()

누 구 랑 : 늘푸른 맨발의 행진

코 스 는 : 대공원역2번출구-청계산 대공원삼림욕장 -대공원역2번출구(9.94km)


▲ Tranggle GPS에 기록된 세째날 청계산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걷기


 오늘도 걷는다. 맨발나그네되어·····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여간 복잡하고 고단한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고해다. 불교나 유교에서는 말하는 오욕칠정에 사로잡힌 삶이 그러하고, 성경에서 말하는 칠죄종(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에 사로잡힌 삶이 그러하다. 이러한 삶은 곧 극심한 스트레스로 연결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만병의 근원이 되니 참 딱한 노릇이다. 해서 가끔씩은 논어인지 명심보감에 쓰여있다는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 : 오늘 하루 맑고 한가로우면 그 하루가 신선이 되는 것이다)의 삶을 살아보고자 꾸준히 꿈꾸고 실천에 옮겨보고자 노력한다.

 

  우리나라는 고대에 신선의 나라였다. 그 예로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신선봉들이 그것이요, 여러 역사책에 서술된 신선과 도인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신선이 되어보고는 싶지만 명상, 적선(積善) 등의 정신수련과 복약(服藥), 호흡훈련, 방중술, 도인(導引) 등의 육체적 수련을 쌓아야만 가능하다고 하니 일찌감치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다음단계로 선비가 되어보는 것인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유교에서 말하는 선비란 인()을 지키기위해 학문은 하늘을 찌를만큼 닦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 않는 기개와 옳은 일을 위해서는 사약 등 죽음도 불사하며 안빈낙도와 청렴을 실천해야 한다니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해서 풍류객(風流客)을 자처하려 했으나 이 또한 문학과 음악을 즐기고, 예술을 감상하며, 여유와 자유분방함이 있어야 한다고 하니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칭호다. 해서 가끔씩 여유롭게 숲길을 거닐며 일일선 흉내를 내는 나그네라도 되보자 해서 낙착된 닉네임이 맨발나그네이다.

 

 이곳 저곳에 봄이 가득하다.

목요일은 주중임에도 오후시간을 내어 조강지처인 광교산에서, 금요일은 장안동에 있는 저녁7시 모임에 맞추어 늦은 오후에 수원 화성을, 그리고 토요일은 온라인 카페인 늘 푸른 맨발의 행진의 맨발마니아들과 함께 청계산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에서 맨발나그네가 되어 화사한 꽃들이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화창한 봄날, 몸과 마음을 봄의 유혹에 맡긴다.


▲   광교산 형제봉에서 만난 산복숭아꽃


▲   벚꽃, 진달래꽃이 떠난 자리를 새로 채우고 있는 철쭉꽃


 

 목요일 오후 3시 조강지처 광교산의 품에 안긴다. 벚꽃은 <벚꽃엔딩>을 알린지 오래되었고, 진달래조차 벌써 지기시작하고 그 자리를 철쭉이 대신하니 계절의 빠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그 길을 나홀로 걷는다. 우리가 뛸 때 신체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오래 걸으면 몸에 나쁜 지방을 끌어다 소모하니 근육은 그냥 둔채로 지방만 연소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숲이 주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나는 더 좋다. 늦게 출발하여 날이 어두워져 광교산헬기장에서 좀 내려오다 청련암이 아닌 상광교마을회관으로 길을 틀었지만 정말 더 걷고 싶은 계절이다.


▲  팔달문에서 창룡문으로 이어지는 성곽의 뒷길


▲   성곽너머로 맵시를 뽐내고 있는 광교산


▲   수원화성의 용연


▲   수원화성중 아름다움의 백미라 일컫는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금요일 오후 저녁7시 모임에 앞서 수원화성을 일주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선다. 오래간만에 걸어보는 화성이지만 언제 걸어봐도 기분좋은 화성이다. 화성 행궁 앞 광장에는 마침 경인일보가 주최하는 브랜드대전 행사가 있어 행사장을 둘러보고는 팔달산으로 향한다.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를 거쳐 팔달문을 지난다. 지동시장입구부터 창룡문까지는 성곽 뒤길을 택해 걷는다. 파릇파릇한 잔디로 덮힌 한적한 성곽의 뒷길이 아름답다. 다시 성곽 안쪽으로 들어서 창룡문에서 동북공심돈을 거쳐 동장대(연무대)를 지나 용연, 방화수류정, 화홍문을 지나 장안문, 화서문을 지난다. 그리고 모임장소로 이동한다.


▲   청계산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   '늘푸른 맨발의 행진' 회원들과 함께


▲   나무늘보가 되어 산림욕장을 걷고 있는 회원들


▲   휴식중


▲   한가로이 삼림욕장을 걷고 있다


▲   맨발마니아들의 모습



 다음날인 일요일 강화도 고려산~혈구산 걷기가 계획되어 있어 한참을 망설이다 토요일늘푸른 맨발의 행진이 주관하는 맨발걷기에 동참한다. 서울대공원 삼림욕장은 선녀못이 있는 숲, 사귐의 숲 등 11개의 테마로 설치된 휴식공간과 걷기코스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곳이다. 그곳을 맨발걷기 마니아들과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걷는다. 요즘처럼 빠름이 미덕이 된 사회에서 맨발마니아들이 만나 느리게 한가로이 걸어볼 수 있음은 행운이다. 여기에 모인 이들은 모두가 한가로이 걸으며 여유로움을 향유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모두들 얼굴에 빛이나는 듯 하다. 철학교수이자 에세이스트인 피에르 쌍소는 그의 저서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느림이란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에서 나오는 것이며, 또한 삶의 길을 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말하며 느리게 사는 방법중의 하나로 한가로이 거닐기를 권한다. 그야말로 발걸음 닿는 대로, 풍경이 부르는 대로 나를 맡기고 걸으라고 한다. 그런데 늘푸른 맨발의 행진식구들이 맨발로 걸으면 자연스럽게 한가로이 걷기가 실천에 옮겨지는 일이 되고 만다.

 

 사흘간에 걸쳐 맨발나그네되어 이곳저곳을 걸었다. 화창한 봄날 인류의 고향이자 인간의 어머니인 숲속에서 사흘을 보낼 수 있음은 행복이다. 맑은 공기와 숲 내음, 푸르름 가득한 경관과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진다. 오욕칠정과 세속에 찌든 마음과 몸속에 쌓인 피로가 눈녹듯 사라진다. 스트레스는 어디론가 없어지고 영혼조차 맑아지는 기분이다. 그러기에 난 내일도 강화도 고려산~혈구산의 진달래꽃길을 걷기위해 맨발나그네되어 떠날 것이다.


( 댓 글 )


최강일47 15.04.27. 18:58

머쪄부러.

좋은친구 15.04.27. 23:04
나두 광교산에 가보고 싶다
어제 고려산에 갔다왔는데
사람과의 전쟁입니다
옛날 고려산에 갔을때랑 많이 달라져 있어서 좀 씁쓸했슴다



                              

엘도라도 15.04.27. 17:43

으와 형님 넘 멋지십니다 구구절절 명언 이십니다
사흘간의 맨발겆기 또한 경이로운 기록이심 그쵸....
형님과의 겆기는 늘 행복합니다 

젊은이들 아우들을 아우르시는 아량에 감복 하곤 합니다 
 

풍류 15.04.27. 17:47
거기 애인 구햇나유 ㅋ

도승지 15.04.28. 06:43
저도 청계산 둘레길을 몇번 걸어보았는데 참 좋더군요.
아주 훌륭합니다. ㅉㅉ
 
구름띠 15.04.29. 13:20
무슨앱쓰세요? 알려주세요~^^
 
홍광표1415 15.04.28. 10:43
어제 걸었던 숙지산 40분길을 되뇌이며 맨발나그네님 덕분에 사흘간에 걸친 숲과의 데이트를 함께 해 봅니다.
향상 감사드립니다. 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

이원수중21 15.04.29. 18:42
멋진글과 사진 선배님 멋지십니다.